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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디지털 카메라 때문에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나는 어차피 학교에서 동영상도 찍어줄 것이고, 각 담임 선생님께서 사진을 다 찍어 주실 터인데 굳이 가져갈 필요도 없고, 노는데 불편하니까 가져가지 말라고 했다. 사실 워낙 물건을 정리 못하는 아들이 미덥지 못한 원인이 더 컸지만그러나 디지털기기를 워낙 좋아하고 자랑하고 싶기도 했고, 뭔가 기록을 남고 싶다는 옹골찬 의지의 아들은 한사코 가져가겠다고 우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맹세도 하고 떼도 쓰고..나중엔 왜 아들을 못 믿느냐고 화를 내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돌이켜보니 아들을 못 믿은 엄마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쯤 모험이 필요하고, 물건을 어떻게 다루는 지 체험을 통한 교육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부모들이 대부분 자녀들의 문제나 요구를 해결해주니까 아이들이 의사결정력이 떨어지고 있다. 사실 나도 내가 자랐던 시절의 내 어머님에 비하면 아들에게 조급증을 가진 부모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점이 아들의 자립심과 창의력의 방해가 되는 것을 안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것이 결국 아들에게 디카를 가져가라고 했고, 아들은 신나게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2 3일의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아들의 전화 목소리는 그리 밝지 못했다. 나름 가져간 용돈을 아끼고 아껴서 가족들에게 선물도 준비하고 연극을 했는데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해서 즐거운 여행이었나 보다 생각되었다. 궁금도하고 해서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보자며 카메라를 가져오라고 했다.

 

아들은 자기 방으로 가더니 가방과 방을 구석구석 찾고 다른 방으로 가서도 열심히 찾았다. 디카를 잃어버렸다고 하면 엄마에게 혼날 까 이런 저런 핑계를 댔지만 그걸 곧이들을 내가 아니다. 결국 디카를 잃어버린 사실은 드러났고, 아들은 가족 모두에게 며칠 동안 달달 볶였다.

 

며칠이 지난 후 저녁을 먹으며 아들과 대화를 했다.

이번 디카 사건으로 사실 여러 사람이 속상했던 거 같구나. 가족들도 속상하고, 당사자인 너도 속상하고, 혹시 어떤 사람이 디카를 가지고도 돌려주지 않았다면, 그 사람에게 나쁜 마음을 갖게 한 것이잖아. 넌 어떤 생각이 들었니?”

이번에 저도 많이 깨달았어요. 엄마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과 잃어버려서 후회할 것들은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겠어요.”

그런데 그 디카는 50만 원 주고 산 건데, 네가 가져갈 때 책임을 진다고 했는데, 다시 그것을 사려면 또다시 돈이 드는데 그건 어떻게 해야 할까? ”

우선 제 닌텐도랑 게임칩을 모두 인터넷에서 팔아서 사면 안될까요?”

그래도 모자를 거 같은데?”

“…….”

이 때 이모가 아들을 거들어 준다.

그럼 우리 성철이가 매일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할머니 심부름도 잘하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계단과 집안 청소를 하면 이모가 일주일에 만원씩 줄게, 3달 정도면 디카를 살 수 있겠네. 대신 엄마에게 도장을 꼭 받아와야 해..”

, 이모 고마워요.. 그렇게 할게요

 

그렇게 아들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 자신이 가장 아끼는 게임기를 포기해야 했고 몸을 움직이는 수고를 해야 하는 뼈저린 경험을 쌓게 되었다. 첫 날은 몹시 화를 내었지만 아들에게 반성의 시간을 주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차분한 대화를 하니 아들도 자신의 잘못과 아울러 자신의 말에 책임질 줄 아는 좀더 성숙한 태도를 갖게 된 것 같다. 내가 너무 가혹한 엄마라는 생각도 들지만 실수에 대해서 그저 덮어주기 보다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다시 가다듬는 방법들을 아들과 나는 함께 찾아야 한다는 것을 나 또한 행복한 교훈으로 얻었다. 비록 디지털 카메라라는 수업료가 들었지만…(사실 아들에게 게임기를 포기하게 하는 월척(?)을 낚았지만…^^)

 

아들아,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단다. 이제 세상은 조금씩 네게 아프고 힘들게 다가 설거야, 하지만 너는 잘 이겨내고 너만의 멋진 세계를 만들어 갈거라 믿는다. 사랑한다!”
  1.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결국 잃어버렸다니.. 아꼽아꼽(--^)
    그래두 사랑으로 아들래미를 감싸주시는 모성애에 놀랍습니다.
    저같으면.. 바락바락.. 화를 냈을게 분명한뎅.. <--- 지금 승질더럽다고 자랑하는거임^^a
    켁!

    미소가득한 저녁보내세요~ 9번버스님.. ^^a

    2008.04.10 18:55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카메라 잃어 버리는 것보다 아들 성질 제대로 만들어 놔야 나중에 더 큰 것을 잃지 않을 것같다는 어미의 불끓는 인내심을 내기 위해 무지하게 노력했담돠~~

      2008.04.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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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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