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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수학 단원 평가를 보고 온 아들이 점심을 먹으면서 말을 던진다.

 

엄마, 오늘 수학 시험 볼 때 선생님이 안 계셨거든요. 그런데 어떤 애가 큰소리로 자꾸 커닝을 했어요. 그래서 집에 오기 전에 선생님께 말씀 드렸어요

 

그래? 그런데 선생님께 미리 말하기 보다는 그 친구에게 커닝은 별로 좋은 게 아니니까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말자라고 친구에게 기회를 주면 좋았을 거 같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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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전에도 몇 번 그랬어요. 그리고 제 말에 별로 신경도 안써요.”

 

그럼 네가 좋아하는 용재가 그랬다면 그래도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을까?”

 

. 용재라해도 그렇게 했을 거에요. 하지만 용재는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가 아니에요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런데 엄마는 혹시나 네가 고자질하는 아이로 오해받을까 걱정이다

 

엄마, 그건 고자질이 아니에요. 만약 제가 커닝한 애에게 엄마 말씀처럼 이야기하면 그 애는 너나 잘해! 그래 너 잘났어! *뎅아~!! 그랬을 거에요. 커닝한 것은 창피하고 미안한 건데 오히려 당당하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거잖아요. 앞으로 사람들이 정말 나쁜 행동을 했는데도 그게 처음이면 항상 용서를 해주는 건가요? 그리고 큰 잘못이 아니면 그냥 용서해줘야 하나요?”

 

아이가 자라면서 상황에 맞게 적절한 교훈을 주는 것이 쉽지 않다. 아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했음에도 그 행동을 칭찬하기 보다는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려 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물론 아이들이 자라면서 친구들과의 갈등하는 과정도 필요한 성장의 한 단계이다.

 

하지만 학원폭력이 이젠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았고, 아이들은 일상 대화에서 친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심한 욕이나 비방 등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 해서 나는 아들이 혹시 모를 불상사를 당할까 어떤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지내기를 바래왔다. 그러나 이런 나의 기우가 어쩌면 불의와 타협하도록 은연중에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감정의 변화가 심한 아들은 이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도 조금씩 익혀갈 것이다. 내가 미리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도, 내 방식 대로가 아니라 아들의 방식대로 세상과 부딪치고, 상처도 받고, 절망도 하고, 극복도 해가면서 말이다.

 

아들이 생각하는 바른 삶에 대해 나도 좀더 깊이 고민하고, 조언할 수 있어야겠다.

  1. Favicon of http://mepay.co.kr BlogIcon mepay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고, 키워보지도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참 쉽지 않겠습니다.
    그나저나 아이가 존댓말도 하고, 참 바르게 컸네요.
    저는 엄마한테 존댓말을 안하거든요..^^

    2008.04.21 23:36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도 좋은 성품을 지니셨으니 결혼을 하시고 아이를 양육하실 때도 분명 좋은 부모님이 되실 것입니다. 또한 아이도 바르게 자랄 것이라 믿습니다. 아이를 기르면서 저도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또다른 인생의 다른 면면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그래도 노력해봐야하겠지요.

      2008.04.22 15:54 신고
  2.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정말.. 존댓말 쓰는 아이는 무조건 이뻐라~하는 경향이 짙답니다^^
    그만큼 존댓말 쓰는 아이가 없어요(없어도 너무 없어요~) <--- 호박주변에만 그런가???

    암튼 반말로 엄마 그랬어? 저랬어? 하는 아이들보면 꿀밤한대 때려주고 싶은데..
    우왕.. 울승객님 아들래미는 역시^^ (원래 바른아이들이 호박을 더 좋아한다는.. 엉?)

    오늘도 혼자 쓸데없는말 주절주절 떠들다 가욘^^; 히~

    2008.04.23 17:22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호박님의 인기척만으로도 즐거워지니 아무래도 호박님께 상사병이라도 날 것 같습니다..^^

      아들래미가 평소에는 존대말을 하는데.. 화나면 가끔 반말한답니다.^^

      2008.04.24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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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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