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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여름이 다가오니 부스스한 긴 머리에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 휴가를 낸 김에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미용실에는 이미 손님 두 명이 머리를 하고 있었고, 미용사는 미안한 눈치로 40분 후에 제 머리를 만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가지고 갔기에 대기석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간간이 미용사와 손님의 대화를 듣게 되었는데 미용사의 놀라운 기억력에 감탄했습니다. 미용실을 하다 보면 오다가다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기도 쉽지 않고, 그들을 둘러싼 주변의 일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미용사는 두 손님의 지난 번의 헤어스타일(아마도 2-3달 정도의 기간이 경과한 것)과 지난 번에 미용실에 와서 나누었던 이야기며, 함께 왔던 사람들이나 가족들의 근황에 대해서 소곤소곤 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의자에 앉았을 때 물었습니다.

 

, 정말 대단한 기억력이네요. 기억력의 달인 같아요. 어떻게 손님들을 일일이 다 기억해요?”

저도 제가 가끔 신기해요. 평소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데 손님이 앞에 앉으면 지난 번의 일이 떠오르고 나누었던 이야기들도 생각이 나요.”

무슨 비법이 있는 거 아닌가요? 자기만의 독특한 암기법이라든지…”

특별한 것은 없어요. 다만 손님과 마주할 때는 그 손님에게 몰입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10년 넘게 미용 일을 하다 보니 짧은 시간이지만 손님과 대화하면서 그 손님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던 게 습관이 되었나 봐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녀는 기억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칭찬을 아주 잘합니다. 그녀의 미용실에 들어서면 항상 환한 미소와 더불어 , 오늘 정말 예쁘세요”, “치마가 참 잘 어울리세요”, “바지 정장도 세련되게 잘 어울리시네요”. “향수 냄새가 무척 상큼해요”. “목걸이가 참 독특하세요”. “머리 손질 않하셔도 될 만큼 이쁘세요”, “꼬마가 참 잘생겼어요”, “똑똑한 아들이라서 참 좋으시겠어요라는 등등의 다양한 칭찬과 차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2년 전까지는 헤어스타일이 고정되는 것을 원치 않아 특정 미용실 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서 될 수 있으면 다양한 곳을 이용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2년 전에 우연히 들르게 된 이 곳에 단골이 되었습니다.

 

2년 전 주말 어느 날, 행사가 있어 드라이를 하기 위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미용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규모가 작아서 좀 꺼려졌지만 시간이 촉박해 의자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녀에게 들었던 첫 마디는 오늘 멋진 행사에 가시나 봐요. 정말 멋지세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손님에게 던지는 형식적인 말이다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남의 장점을 먼저 보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얼마 전에 시내 유명 미용실에서 한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미용사에게 머리 모양과 시내 미용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저의 머리 모양이 멋지다고 했습니다. 시내의 유명 미용실에서는 단지 머리 모양을 다듬으러 갔는데 미용사가 내 머리를 했던 미용사의 실력이 없어서 웨이브가 좋지 않다고 비난하면서 퍼머를 새로 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퍼머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매출을 올리려는 일반적인 미용사들의 태도였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녀는 다른 미용사를 비난했던 미용사의 솜씨를 칭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새로 머리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오히려 머리결이 상하니까 좀 더 지켜보고 하라며 머리 결을 가꾸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조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그 어떤 미용실에서도 그렇게 말해주는 미용사를 만난 적이 없었기에 저는 놀랐습니다. 그녀가 해준 머리 모양은 마음에 들었고, 행사는 성황리 마쳤습니다.

 

한 달 후에 방문했을 때 그녀는 저와의 첫 만남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행사는 잘 치렀는지 묻고 머리 결도 봐주는 등 변함없는 친절함을 보여주었습니다. 2년이 지난 후에도 남을 비난하지 않는 그녀의 친절함과 대단한 기억력은 저뿐만 아니라 미용실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에게 한결같습니다. 미용 솜씨 면에서도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수많은 미용실을 이용해 본 제게 그녀만큼 마음에 드는 헤어스타일리스트는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특별한 기억력과 변하지 않는 친절함은 사람을 단순한 비즈니스 상대가 아닌 친구가족처럼 여기고 타인의 장점을 보려는 그녀의 진정한 마음이 오랫동안 그녀의 일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녹여졌기 때문입니다. 내게 행복을 주는 우리 동네 미용실, ‘진헤어샵에 가면 머리 모양이 예뻐질 뿐만 아니라 마음도 행복해집니다.

  1. 김진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로 그런 미용실이 있나요?.....
    어디에 있는 미용실인지... 궁금하네요...
    주소가 없어서....
    집 근처면 정말 가고 싶네요... ^^

    2008.05.2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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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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