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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계속된 경기 침체의 여파로 새로운 꿈과 도전으로 시작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오랜사회 생활에서 처음 경험하는 실패라는 생각에서 얼마간 침울해 있었습니다. 엄마의 의기소침함을 느꼈던지 아들도 내심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 그간 아들은 작은 벤처이긴 했지만 대표였던 엄마를 은근히 자랑했기에 더 걱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들의 각 과목의 기말평가와 성취도 평가 시험이 있었기에 마냥 침울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마음의 우울함을 떨쳐버리고자 아들의 공부를 돕고 집안일에 매진했습니다.

 

그간 아들은 학교에서 오면 태권도와 영어, 수학 학원을 시간에 맞춰 다니긴 했지만 밖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일일이 학습과정을 신경 써주지 못했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보는 단원 평가 시험이나 학원에서의 월말평가의 결과로 수업 태도를 짐작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게임이니 MP3, 게임기 등의 각종 디지털 기기들의 유혹이 주변에 널려 있기에 열 세살 아이에게 자기 관리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들도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다 간혹 학원 시간을 놓치곤 했고 숙제를 깜박 잊곤 해서 학원에서 남아 보충을 했던 것을 할머니의 고백을 통해 들었습니다. 사실 그간 아들은 할머니에게 자신의 비밀을 지켜달라고 애원을 했었고, 학원으로 전화해 가끔 늦어지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은 이상 아들의 비밀은 묻혀져 있었습니다.

 

집에 머물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매일 새로운 식사와 간식을 만들어 주자 아이는 식욕이 향상되었고 키도 부쩍 커졌습니다. 자투리 시간에도 TV나 컴퓨터에 매달리지 않고, 충분히 쉬거나 책을 보도록  했더니 자신이 놓쳤던 공부며 숙제를 스스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주말에는 3시간 정도 컴퓨터나 게임기 혹은 mp3 등 디지털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친구들과 밖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을 주어 주말의 해방감을 맛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성취도 평가가 있기 전 3주일 부터는 매일 시간표를 짜서 무리하지 않게 공부를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도록 했고, 주말에 공부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렸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매일 공부만 한다고 화를 냈지만 무리하지 않게 시작하니까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공부할 때 오답의 경우는 함께 답과 이유를 찾아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열심히 노력한 아들은 3과목 100점과 1과목에서 2개 틀리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좋은 점수를 받게 되어 아들은 한껏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겼고 엄마 덕분이라고 공을 엄마에게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들과의 행복한 시간이 두 달 지날 즈음 잘 아는 선배로부터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의가 왔습니다. 전에 일했던 분야보다 생명력이 길고, 그리고 또 관심 있었던 교육 분야의 일이라 새로운 도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선배를 만나 해야 할 일들을 들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분야이고 비전이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염려스러웠던 것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고민하다가 아들에게 말을 했습니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 그런데 일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서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일찍 오지 못할 거 같아. 그래서 성철이가 이젠 알아서 공부해야 할 거 같아. 그런데 사실 엄마는 걱정이 된단다. 너는 엄마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 엄마, 제게 생각할 시간을 하루만 주세요.

 

다음날 아들이 말을 꺼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마가 일을 다시 시작하면 우리 집에는 돈이 많이 생기겠지요? 그런데 저는 엄마가 일찍 들어오는 회사에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프리랜서로 일하시면 안 되요? 돈은 조금만 벌어도 괜찮아요. 엄마랑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아직 저는 혼자서 공부하는데 자신이 없어요. 혼자 있으면 컴퓨터도 하고 싶고 만화도 보고 싶고.. 중학생이 될 때까지 엄마랑 함께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익히고 싶어요. 엄마, 돈보다 시간을 주시면 안 되요?

 

전에는 엄마가 회사를 나가는 것이 더 좋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아들에게서 다른 말을 들으니 의외였습니다. 아직도 아들은 갖고 싶은 디지털기기가 많고, 사고 싶은 것들이 많고, 엄마의 잔소리에서 해방되고 싶었음에도 이제는 당장의 즐거움보다는 미래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참아내고 준비해야 할 것은 깨우친 모양입니다.

 

다음날 선배를 만나서 아들의 이야기를 하고 정중히 사과를 했습니다. 아들의 바램이 어쩌면 행운을 가져다 주었을까요? 선배는 아들의 이야기를 공감하면서 회사에서 함께 일하지 않더라도 프리랜서로 일하기를 권유했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더 다양한 일에 참여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조금씩 성장해가며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는 아들을 통해서 남보다 많은 재산이나 높은 명예보다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아이에게 바른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돈보다는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이 아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자 교육이었던 것입니다. 좌절의 순간이나 탐욕의 길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아들은 제겐 희망이자 축복입니다.

 

아들아, 고맙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사랑한다

  1.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시 잠수타셨던 기간동안 이런일이 있었군요~ 궁금했었습니다. 한동안 안보이셔서 말이죠!
    글쳐.. 철이 말마따나 아이에겐 돈보다 시간이겠죠~ 엄마와의 시간^^
    글타고 또 돈을 안벌수는 없고(ㅜㅜ)

    미친듯이 내리던 비가 그쳤어여~ 하늘은 곧 맑~~~~간 얼굴을 내밀겠죠~
    울 승객님 가정도(맘도/울 철이도) 곧 맑~~~~간 하늘빛이 되리라 믿슘다^^
    화이팅요~☆ 잇힝.. (컴블.. 완전 추카.. ^^;)

    2008.07.27 11:16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 역시 호박님이 버선발로 맞아 주시니 기운이 쌩쌩 납니다! 자랑스러운 아들을 만들려면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어야겠지요~ 욜심히~ 노력하겠슴돠~ 항상 감사해요!

      2008.07.30 11:44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7.28 03:28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고 죄송.. 뭐가 불편한게 아니라요..제가 사용법을 잘 몰라서 그런거 같습니다. 저도 온라인에 촛불도 팍팍 커고,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고 싶은데 제대로 방법을 모르는거 같아요. 알려주삼~^^

      2008.07.28 13:25 신고
  3. Favicon of https://janghp.tistory.com BlogIcon 지킬박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견스러운 아이로군요.

    2008.07.30 09:33 신고
  4. Favicon of http://basilica.co.kr BlogIcon 바실리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갑니다.
    몇번 왔었는데 오늘에서야 블로그 주인이 누구인지 알았네요..^^
    반갑습니다. 종종 들리지요...

    2008.08.06 00:36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링크나우에서 초대도 해주시고요..^^ 늘 좋은 정보 그리고 말씀 감사하게 접하고 있습니다.

      2008.08.08 01:49
  5.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뵙고 싶어요~ 엄마와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함께 하는 것은 정말 힘든거 같아요.
    그래도 언니~ 힘내세요! 아시죠? 자유를 선택하면~ 또다른 즐거움이 생기거든요^^
    언니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아쉽습니다.
    못난 후배를 키워주셔야 하는 사명감은 그래도 계속 되어야 합니다~~~

    2008.09.20 21:22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정말 오랫만이네.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 너무 좋으네. 멋진 계절인데.. 후배님께서도 멋진 계절을 이미 계획하셨겠지? 얼굴 도장찍고... 와인도 해야 하는데...^^

      2008.09.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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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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