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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초등학생들의 학습은 매우 다양해서 준비할 물건이 많다. 하지만 요즘에는 집에서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소모적인 문구품 외에도 다양한 학습도구를 학습지원실을 마련해 놓고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매일 이러한 학습도구의 상황을 점검하고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이를 내 아들의 학교에서는 자발적인(?) 학부모 도우미를 통해서 운영하고 있다.

 

학년 초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해 떠밀리다시피 도우미를 지원해 두 차례 해봤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학생들의 학습도구를 새롭게 관찰할 수 있고, 문제점도 발견해 의견을 제안할 수 있고, 부모들이 직접 학습활동에 참여한다는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또 평소에 만날 수 없었던 같은 반 학부모와의 진솔한 대화는 또 다른 배움을 주기도 한다. 특히 오늘 같은 날에는…

 

오늘 함께한 분은 아들과 같은 반 여자 친구의 어머니다. 5분 정도 늦게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는 얼굴이 흰 편에 조용하고 수줍은 성격의 소유자처럼 보였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학습지원실을 찾은 몇 명의 아이들에게 학습도구를 찾아 나누어준 후에, 그녀와 나는 아이들 이야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암수술을 했고, 그녀의 남편 또한 8년 전 사고로 다리를 다친 상황으로 환자와 아이를 함께 돌보고 있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얼굴은 삶의 어두운 그늘이 없이 편안해 보였다. 자신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그녀는 ‘佛法’을 통해서 항상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있으며, 자신에게 가족이 있으며, 비록 다리를 다쳤지만 남편을 잃지 않은 것과 자기가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 그녀는 내게 자신과는 다른 삶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용기를 얻었다며 조용한 웃음으로 인사하고 자전거와 함께 사라졌다.

 

나는 아들에게 고난을 극복하라, 어려움을 견디어내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고난이나 어려움은 이겨내야 할, 혹은 없애버려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그 고난에 감사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오랜 사회 경험을 통해서 만난 많은 사람들로부터 교훈을 얻었지만 오늘 그녀는 내게 ‘충격적인 감동’으로 와 닿는다.

 

돌아오는 내내 ‘세상은 정말 감사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 오늘 내게 주어진 모든 환경은 행복한 것이며, 그래서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새기고 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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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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