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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지난 일요일은 모처럼만에 아들과 단 둘이서 강남의 한 카레 전문점에서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그 동안 아들과 함께 갔던 음식점은 대부분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전문점, 한식집, 횟집, 중국집, 고기집, 뷔페였고 거의 가족들과 함께 했습니다. 아들은 카레 라이스를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집에서 해주었고 카레 전문점은 처음 가보는지라 아들은 전문점 앞에서 좀 망설였습니다.

 

이런 곳도 가봐야 한다며 아들의 손을 잡고 무작정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식당 안의 손님들중에는 아들 또래는 없었고 20대 이상의 연인이나 친구들의 모임에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들은 깔끔하고 어른스러운(?) 카레 전문점의 분위기와 어른들 속에 압도되었는지 조금 어색해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에게 엄마와 함께 왔으니까 괜찮다고 하고 오랜만에 데이트 하니까 엄마가 두근거리네 하면서 농담을 던지니 아들도 웃으며 받아 칩니다.

 

맞아, 엄마! 오늘 날짜는 12 21일 이지요?”

그런데 왜 좀 어색하니?”

, 다른 곳보다 제 또래들이 없으니 좀 그래요.”

엄마가 앞으로 너와 다양한 음식점을 같이 다녀야겠구나. 이제 너는 어린이가 아니잖아. 그리고 여러 가지 음식이랑 또 여러 멋진 곳을 알아두어야 나중에 여자친구에게도 맛있는 것도 사주고 멋진 곳에서 데이트도 할 수 있는 거란다

엄마도 참.. 내가 무슨 여자친구가 있다고..”

.. 그러니까 나중에.. 네가 커서 돈도 벌고 하면 말이야그리고 엄마도 사주고! ”

 

점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오자 아들은 가장 비싼 카레라이스를 시켰습니다. 이왕이면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거 먹고 싶었고 비싼 요리에 더 신경을 쓸 거 같다는 것이 아들이 선택한 이유였습니다. 저는 파스타를 시켰습니다.

 

사실 식당에 들어서기 전에 행사에 참가 했던 아들은 점심도 거른 채 몇 시간을 굶은 상태라 음식이 나오자 열심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쯤 먹을 즈음에 제 파스타와 바꾸어 먹자고 했더니 아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카레 그릇을 제게 넘겼습니다. 그리고는 제 파스타를 남김없이 비웠습니다. 저는 진짜 배가 고팠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식당을 나서면서 아들에게 맛있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물었습니다.

오늘 먹은 카레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고 싶어?”

… 7점 정도요..”

.. 생각보다 점수가 낮네? 비싼 걸 시켰는데 맛이 없었어?”

사실은 제가 그런 종류의 카레를 처음 먹어보기 때문에 어쩌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요. 맛있는 음식은 처음 맛본다 하더라도 뭔가 느낌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느낌이 없었어요. 저는 카레를 좋아하는데 제가 먹은 것은 카레의 고유의 맛을 살리기 보다는 해산물 음식에 더 신경을 쓴 거 같아요. 입안에서 맴도는 카레의 맛이 오래가지 않아서 그다지 카레의 독특함은 못 느낀 것 같아요. 저는 파스타가 더 맛있었어요. 엄마는요?”

. 카레라이스는 뭐랄까 2% 부족한 무엇이 있다고나 할까... 엄마도 사실 파스타가 더 맛있었어.”

 

처음 먹어본 음식을 그냥 먹기에 급급한 줄 알았는데 제법 음미하려고 했던 아들에게서 의외의 면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엄마, 사실 카레는 엄마가 해주신 것과 학교 급식에서 나온 것만을 먹어봐서 카레의 다양한 맛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느낌이 그런 거에요. 하지만 앞으로 좀더 자주 먹어보고 다른 음식도 먹어 본다면 참 맛을 알 것 같아요. 그렇죠?”

 

대놓고 사달라는 말보다 무서운 압박(?)이었지만 자신에게 다가서는 모든 것들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보려는 아들의 성장이 신기합니다. 그리고 아들의 제안에 기꺼이 동의했습니다.

 

사실 제게 더 좋았던 것은 아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집을 떠나서 아들과 단둘이 함께 하는 것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들과 저는 서로의 생각을 더 긴밀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음식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제가 가졌던 고민이며, 또 아들이 생각하는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었고 집을 떠난 의외의 장소가 오히려 아들과 제 마음을 더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이제 아들과 대화가 힘들어 지거나 소원해질 때면 멋진 곳에서의 데이트를 종종 즐겨야 한다는 것을 카레 전문점에서의 데이트에서 배웠습니다. 비록 투자한 만큼의 맛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1. Favicon of https://sosoilgi.tistory.com BlogIcon 시크릿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들분이 굉장히 정확하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데이트 좋으셨겠어요~~~~

    2008.12.24 01:28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의사표현이 너무 확실해서 제 기분이 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엄마의 말상대가 되어주는 아들이 고맙긴합니다.^^

      2008.12.24 02:18 신고
  2. Favicon of https://kyrhee.tistory.com BlogIcon Ikaru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아드님 또래의 나이었을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군요. 가끔은 제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이 과연 최선일까를 고민해 보지만 제가 경험하고 주워들은 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 같아 고민이 깊습니다. 정말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훌륭한 아드님을 두신 것 같아 부럽기만 합니다. 비법 같은 것이 없는 것은 물론 알지만 정말 개인지도라도 받고 싶군요...

    2009.01.01 18:47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매번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대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대로 자란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당혹스럽지만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기준과 아들의 기준은 좀처럼 만나기 힘듭니다. 그래도 시간이 갈 수록 엄마의 말을 조금씩 이해하려고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고마울 따름입니다.

      2009.01.02 00:53 신고
  3.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믓찐 데이트를 하셨네용^^ 정말 백점짜리 옴마에요^^ 승객님은~ (부럽!)

    올해 울철이가 중딩이 되는군요~ 호박이모야가 미리 추카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눈한번 꿈뻑(-.-)(_ _) 거렸을뿐인뒈, 해가 샤샤샥~ 바뀌더니~ 벌써 4일이에용.. 헉!
    요러다 금방 호박할매 되겠다능(ㅠㅠ)

    즐건휴일 보내시구요~ 여전히 새해복 마니마니 받으세욥!
    1월부터 우리 라라라~♪ 하자구요^^d 아잣!

    2009.01.04 18:03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학생이 된다하니 긴장이 되나봅니다. 조금씩 의젓해지는 아들이 대견합니다. 하지만 사실 걱정도 됩니다. 이제 사춘기의 절정으로 접어들 시기라 한쪽으로는 폭풍 전야라고나 할까요..^^

      2009년이 호박님께도 행복한 해 되세요.

      2009.01.05 15:01
  4.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레~ 라는 말에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저도 카레를 좋아하는뎅~
    역시 카레는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엠티가서 먹는 카레~
    그리고 하노이에서 먹었던 인도레스토랑의 찐한 분위기에서의 카레가 맛있어요.

    음식은 맛과 분위기가 어우러져야 제맛인거같아요. 아마 아드님도 곧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다양한 카레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을꺼 같아요! 늦었지만 해피뉴이어!!

    2009.01.07 00:11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 다음번 그대와의 데이트에서는 카레 전문점에서 해야겠는걸~

      올해 멋지고 행복한 해가 될거라 확신하고..
      언제나처럼 건강한 웃음.. 활기찬 에너지
      넘치길 빌며...

      2009.01.0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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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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