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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아들이 중학생이 된 이후 평화로운 나날들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처럼 만에 아들과 평화롭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엄마 그 이야기 알죠? 아들 시리즈?"
"아들 시리즈?"
"있지, 아줌마들이 그러는데 똑똑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능력있는 아들은 장모님의 아들, 못난 아들은 내 아들이라고 하더라구요"
"음.. 맞는 말이다.. 100% 공감이다."

혀를 끌끌 차는 저에게 아들이 결의에 찬 얼굴로 말을 건넵니다.

" 엄마, 난 나라의 아들이 될거야!"
"오, 그래 듣던중 반가운 일!!!, 제발 그래줘~~~"
"응, 20살 되면 군대갈 거거든!"
... " 헐~........."

예전에 어떤 강의에서 강사님이 그러시더군요. 아들은 많이 기다려야 한다고...3년도 아니고, 10년도 아니고... 30년 기다려야 한다고....

에휴..앞으로도 14년을 더 기다려야 하네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데 두려움이 없는 아들은 중학교에서도 여전히 적극적이었고 학급회장 후보에 나서더니 2/3라는 큰 표로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전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숙제나 준비물을 빠뜨리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점검하고, 시간이 남으면 책을 읽거나 그 날에 있을 교과서를 한 번 보기도 합니다. 간혹 피곤해 보이기는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참으로 바람직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된지 3주 째 되는 어느 날 귀가하는 아들의 표정이 시무룩했습니다. 피곤하다며 30분만 자고 학원에 가겠다며 방에 들어갔습니다. 학원에 갈 시간이 다 되는데도 일어나지 않자 잠을 깨우는 제게 아들은 화를 냈습니다. 10분을 참다 게으름을 피우는 아들에게 저도 화를 냈고, 결국엔 아들은 자신도 저도 기분이 상해진 채 학원엘 갔습니다.

 

조금씩 예민해지는 사춘기에 있는 아들에게 참지 못하고 함께 감정의 날을 세운 것에 반성하고 저녁 식사 후에 여전히 뾰로통한 아들과 마주 앉았습니다.

 

엄마는 오늘 좀 이해할 수 없구나. 학원 시간 늦지 않게 깨워준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화가 날일일까? 혹시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사실은 오늘 학교에서 반 친구들과 일이 있었어요

어떤 일인데?”

우리 반에 태도가 좋지 못한 친구들이 두 명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분위기를 망쳐요.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조용히 하자고 하면 저더러 잘 난척한다고 하고, 수업 바로 전에 보건실에 간다고 그냥 나가버리고, 전달 사항을 말하면 귀담아 듣지도 않고 결국은 선생님께 회장인 제가 혼나고그 친구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엄마에게 말씀드리면 제가 참아야만 한다고 하시잖아요. 그래서 마음도 복잡하고 짜증이 났어요.”

 

규율이 전보다 엄격해진 중학생활과 회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의욕이 앞선 아들에게 예상치 못한 친구들의 비협조는 스트레스가 되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엄마는 자기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기 보다는 오히려 참아주지 못하는 자신을 훈계할 것 같은 마음에 아들은 짜증이 난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네 마음을 좀더 이해해주지 못한 것 미안하구나. 하지만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엄마가 어떠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지 말고 이야기 해주면 좋겠다. 엄마도 네 나이 때 반장이라는 지금의 회장 같은 역할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고민이 있었거든.”

엄마는 그 때 어떻게 하셨어요?”

그 때 이모가 조언을 해주셨어. 반에는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이 존재하는데 너와 같은 의견이어야 생각하면 너도 친구들도 힘들어진단다. 반장은 네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의견으로 모아주는 것이야. 그리고 네 의견과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는 단점을 보기 보다는 장점만을 보도록 해봐 그러면 나중에 친구들이 너에게 고마워하고 자신들의 단점을 고칠거라고 하셨단다.”


그럼 엄마는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봐주셨어요?”

중요한 것은 잘못된 행동을 하는 친구들은 두 명 뿐이고 나머지 33명은 바른 행동을 하잖아. 너는 회장으로서 바른 행동을 하는 33명을 위해 너의 생각의 에너지를 쓰는 것이 좋을 거 같아. 두 명 때문에 네 마음이 상해 있으면 다른 친구들에게도 좋은 마음이 안들거야. 그러니까 너는 회장으로서 할 일에 충실하면 되고, 비협조적인 친구들 때문에 네가 선생님께 혼난다면 그건 회장으로서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잊어 버리면 좋을 거 같아. 그것을 마음에 담아 두지 말라는 것이지. 선생님께서도 네가 회장으로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실거야, 너를 혼내는 것은 비협조적인 아이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시는 것이란다


저는 그냥 제가 잘못도 안했는데 혼나는 것이 억울하고, 그 친구들이 원망스러웠어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뭔지 아니?”

제일 중요한 단어요? .. 사랑? 행복? 그런 게 아닌 가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우리란다. 그것은 우리가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기 때문이야. 우리를 잊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추구하다 보면 우리는 존재할 수도 없게 될 거야. ‘우리가 있기 때문에 인간이 기쁨도 행복도 느낄 수 있는 것이지. ‘가 아니라 우리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아마도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질 거야. 엄마는 네가 다른 사람과 함께 행복해지면 좋겠다.”


공연히 시비를 거는 친구들을 보면 사실 화가 먼저나요. 하지만 엄마 말씀대로 쉽지 않지만 장점을 보도록 노력해볼게요. 그 아이들은 솔직하고 활발하다고 생각해볼게요.”

 

3일이 되는 오늘 귀가하는 아들의 얼굴이 밝아보입니다.


오늘 친구들하고 잘 지냈나 보네

네. 그 친구들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제가 해야 할 일만 했어요. 그리고 그 친구들의 좋은 점을 이야기기 해주려고 했어요. 오늘은 제게 시비도 안걸고 조용하던걸요.

 

이제 어른으로 가는 도정에 있는 아들이 남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혼나는 것에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울수록 자신에게 상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아들도 체험으로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점점 우리속에서 슬픔도 행복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1. Favicon of http://blog.daum.net/ligase BlogIcon r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아드님이 있으셔서 든든하고 행복하시겠네요.
    건강하시기를 기원해 드리겠습니다.

    2009.04.21 23:51
  2. 아빠승객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의 아버지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네요? 아버지와 철이의 이야기는 어디에서 ...?

    2009.06.21 04:40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까지는 아들에게 저는 전지전능한 존재였습니다. 아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바로 대답해주었고, 교과 공부에 대한 궁금증도 될 수 있으면 아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비유를 들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거나 인터넷에서 함께 자료를 찾아 주면서 정보의 효율적인 활용법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고학년이 되면서 아들은 난이도가 높은 질문을 해왔고, 조금씩 저는 당혹스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엄마의 불안함을 아들은 간파를 했는지 무불통지 엄마의 자만심이 무너지는 것에 은근히 재미를 느끼는 듯합니다.

 

아들과 설전이 벌어진 후에는 알쏭달쏭한 과학 문제들이며, 세상에서 가장 긴 단어가 뭐냐고 묻거나 자신이 현재 배우고 있지도 않는 난해한 수학 문제를 가져와서 풀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문제 풀이에 고전하는 저를 보면서 아들은 만족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들의 고약한 경쟁상대가 되고 있었습니다.

 

최근 어느 날 의기양양한 아들이 제게 게임을 제안해왔습니다. 세 번 게임을 해서 점수를 많이 딴 사람에게 자장면을 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나라이름, 두 번째는 과학자나 수학자, 세 번째는 영어 단어 끝말잇기 게임이 있었습니다.

 

사실 아들은 제안을 하기 전 두 시간 전에 방에서 무엇인가 열중한 터라 자신감이 넘쳐흘렀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시간이 경과하자 아들의 데이터는 바닥이 났습니다. 결국 두 번째 까지도 아들은 저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씰룩 거리는 표정의 아들이 제게 마지막 게임은 3점으로 하자고 합니다. 자신이 막판 뒤집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흔쾌히 동의하고 우리는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아들은 마지막 게임은 자신이 있던 모양이었습니다. 아들과 저는 꽤 긴 시간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영어 끝말잇기를 해갔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가자 아들도 저도 지친 상태였지만 결국 마지막도 제가 이겼습니다. 당당했던 아들은 무슨 엄마가 자식에게 한 번도 안지는 거에요? 자식을 이기는 엄마는 이 세상에 우리 엄마 밖에 없을 거야!”고 쏘아 붙이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아들과 마주했습니다.

아들아, 엄마는 너의 경쟁 상대가 아니란다.”

 

그렇죠, 그런데 엄마랑 게임을 하든지, 문제 풀기를 하든지 제가 항상 졌잖아요. 그래서 저도 엄마보다 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 당연히 아직 어린 너는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지금은 엄마를 이길 수 없어. 그런데 중요한 것은 너와 엄마는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지. 엄마는 네가 지식을 쌓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지 너를 이기려는 것이 아니야. 너도 게임을 하면서 몰랐던 단어의 뜻을 다시 알게 되잖아. 게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기는 만족감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실패를 왜 했는지를 느끼는 것이란다. 엄마가 너보다 단어나 산이나 강, 도시 이름을 많이 아는 것은 너보다 더 많이 공부했고, 책도 많이 읽었기 때문이야. 네가 엄마 나이가 되면 엄마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네가 노력을 더 한다면 머지 않아 엄마를 이길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너는 엄마가 어떻게 그 많은 단어들을 알 수 있을까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엄마가 일부러 너에게 져주면 진심으로 이긴 기쁨을 가질 수 있을 거 같아?”

 

엄마를 이기면 다른 친구들과의 게임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같아서 엄마를 이기고 싶어요

 

게임에서 이기려면 준비 없이 안 되는 것은 알지? 그럼 앞으로 엄마와의 게임에서 좀더 발전적인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발전적인 방법이요? 다른 게임을 하자는 건가요?”

 

아니, 너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말이야예를 들면 a로 시작하거나 b로 시작하는 단어 등등 알파벳을 차례로 해보는 것이라든지, 숙어 맞추기, 문학가 이름이나 위인이름, 문화재나 역사적 장소 등으로 하면 너에게 훨씬 유리하고, 또 도움도 될 것 같은데…”

 

좋아요. 그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엄마는 자장면이 아니라 피자 값 나갈 각오하셔야 해요!”

 

아들의 모습에서 저의 모습이 반사되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당혹스럽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에 형제들과 게임 하기를 좋아했고, 이기지 못하면 분함을 삭히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만 타고난 승부 근성은 아들이라 해도 수그러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엄마를 잘 이해해주고,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아들에게 고맙고, 미안합니다.

 

아들아!! 피자 값으로 얼마를 써도 좋단다!! 제발 나를 이겨다오!!

 

그럼에도 저는 오늘부터 아들 몰래 영어 단어며 숙어를 외울 것입니다.^^


  1.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식과 게임을 해서 지지 않는 엄마! 정말 잼있었어요.
    피자값 각오하라는 아들의 말도 너무 비장하네요...

    덕분에 하루 15분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전 너무 게을러요~ 반성...

    2009.03.17 17:53
  2.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을 읽으니 저도 게임하고 싶은 의욕이 막 솟아나요!
    게임에 이기려고 형아도 공부하고, 승객님도 공부하고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요!
    저도 엄마를 졸라 당장 게임하자고 해야겠어요.^^

    2009.03.20 16:47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외로 이런 게임이 공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저도 깨달았습니다. 공부한다는 부담감을 가지지 않고 놀이하듯 하는 공부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게임은 게임이므로 너무 과열하다보면 다시 또 하고 싶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요.^^

      2009.03.20 16:54 신고

제야의 종소리가 들릴 때 TV 앞에서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저마다 새해 소망을 빌었습니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아들도 아마도 무엇인가를 다짐하는 듯한 결연함이 보였습니다.

 

불과 여름방학이 되었을 때만해도 방학의 기쁨과 해방감으로 들떴었는데 중학생이라는 중압감이 느껴지는 지 이번 방학 때는 아들에게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친했던 친구들이 저마다 선행공부를 한다, 유명 학원으로 시험을 보러 간다는 말도 들으니 자신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나 봅니다.

 

방학하기 전부터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의 엠블럼도 책상 앞에 붙여 놓고, 방학하기 전에는학교와 학원 선생님께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여쭈어보기도 하고 함께 계획표를 만들자고 성화를 부렸습니다.

 

일단 아들과 함께 엑셀로 방학 계획표를 작성했습니다. 만들어 놓고 보니 하루에 수면 8시간, 휴식 및 식사로 4시간, 공부하는 데 10시간, 독서하는 데 2시간이라는 일정 속에 영어, 수학, 한자는 매일, 국어 사회 과학은 격일로 자습서와 문제집 2-3권을 완성하고 50권의 독서록까지 목표로하는 그야말로 숨막히는 일정표가 되었습니다.



이제 중학생인데 이런 압박감에 시달려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저도 어쩔 수 없는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의 엄마였습니다. 안스러운 마음보다는 어딘가 있을 허수의 시간에 촉각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빡빡한 시간표 앞에서는 아무 할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불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이거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요. 저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휴식도 충분히 넣었어요.

그런데 혹시라도 하루가 펑크난다거나, 혹은 미뤄지게 되면 양이 만만치 않아 그걸 다 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그렇게 되면 계획은 무산이 되고 말텐데…”

그래도 저는 할 수 있어요.

 

그렇게 시작된 아들의 계획표는 며칠은 제법 잘 지켜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 행사나 친구들이 갑작스레 찾아온다거나 하는 변수들로 매일 해야 할 목표는 서서히 무너졌습니다.

 

매일 8 기상도 전날에 늦게까지 책을 본다거나 TV를 시청하면서 9, 심지어는 10 일어나서 밥을 먹으면, 어영부영 오후가 되고 하루의 일정표 중에는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시간만 지켜가고 있는 셈이었습니다. 2주일을 그대로 보고 있다가 물었습니다.

 

네 계획표 잘 되고 있니?

“……….

계획표를 수정해야 할 것 같지 않을까?

왜요? 이 계획표가 별로 안좋은가요?

아니. 계획표가 문제 있는 것이 아니라 네가 실천할 수 있는 계획표인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아.

지난 번에 네가 꼭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표였는데 지금은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 이 계획표는 네가 스스로 만든 것이고 네 자신이 노력하겠다고 만든 것인데 지키지 못하면 방치되고, 네가 하려고 했던 것들을 아예 할 수 없을 거 같은데…”

저도 사실 고민돼요. 꼭 실천하고 싶었고 실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자꾸 무너지게 되니까 계획표대로 하는 게 더 싫어지는 것 같아요.

네가 세운 계획표는 잘 못된 것은 아니야. 다만 너무 무리하게 하면 너를 위한 계획표가 오히려 너에게 부담을 줄 수 있을거야. 물론 너도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 하고 싶어서 잡은 것일텐데 처음부터 준비하는 시간을 생각지 못한 것 같아. 중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긴장이 되어서 그런 것 같구나.

네 다른 친구들이 학원도 많이 다닌다고 하니까 걱정되었어요.사실.. 그리고 또 쉽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냥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게을러지기도 하고.. 저도 사실 잘못했죠.

사실 계획표는 80%만 달성하면 성공하는 것이란다. 세상의 모든 일도 모두 100% 완벽하게 되는 것이 없거든. 미처 못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어야 또다시 목표를 잡을 수 있는 것이지. 그렇다고 미리부터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 안되겠지. 목표는 최선을 다해 이루도록 노력해야겠지. 그럼 네가 부담스럽지 않고 실천이 가능한 계획표를 다시 세워서 이번엔 후회없도록 하면 어떨까?

. 적어도 80%는 실천할 수 있는 계획표를 다시 짜볼께요.

 

아들은 다시 계획표를 짜느라고 끙끙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에게 실천 가능한 목표를 잡으라고 조언을 하고 있는 저 자신도 사실은 지금까지 80%의 목표를 달성해왔나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매 순간 신기루 같은 목표 속에 살면서 나는 왜 안되지 하면서 나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주변이나 상황 탓을 하고 핑계를 찾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 아들의 새로운 계획표와 함께 제 자신도 실천가능한 80%의 목표로 새해 계획표를 다시 짜보아야겠습니다.


  1.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보고 막 웃었어요.
    저도 방학 시작할 때, 생활 계획표를 빡빡하게 짰다가, 거의 실패하고 지키는게 몇가지 안남았거든요. 생활 계획표를 버리느냐, 다시 짜느냐 갈등하고 있었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형아는 그 빡빡한 계획표를 며칠간은 지켰군요.
    솔직히 저는 하루만에 무너졌답니다.^^

    2009.01.13 09:02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계획을 세우다 보면 욕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봐요.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를 얼마큼 실천해 가느냐겠지요.

      힘들어도 무엇인가를 해냈을 때의 기쁨이 참 큰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곧잘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형아의 새로운 계획표는 멋지게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2009.01.13 13:56
  2.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한번 맘을 가다듬고~ 작심삼일 안되게.. 철이도.. 승객님도.. 잘 실천하시길 바라고용~
    연말쯤 가서 튼실한 결실 맺으시길 바랄께요^^

    "2009년 새해가 밝았쎄요~"라고 인사한지 하루지난것 같은뒈
    어느새 1월말.. 그리고 설날~ (엄훠! 곰방 호호할매 되겠어여~ 흐엉!)

    '쫌' 흔한 인삿말이지만 그래도 제일 필요한 인삿말^^
    "새해에도 건강하시궁~ 복 많이많이 받으세욥!"
    2009년도에도 더 친하게 지내요(^ㅇ^)/

    .*" "*.*" "*.
    * ● ● *
    '*./■ ▲\*'
    " *.* " 까치까치 설날~ 잘보내시구요^^;

    2009.01.22 15:57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마나~~ 호박님!! 와락~!!!!!!
      감사합니다!!! 인기 블로그 호박님의 손길을 받잡다니... ^^

      올해도 무척 많이 바쁘실 호박님이시겠지요?
      그래도 늘 건강하시고요~
      언제나 블로그에서 기쁨과 웃음을 선사해줄거라 믿습니당~!

      2009.01.22 21:06

지난 일요일은 모처럼만에 아들과 단 둘이서 강남의 한 카레 전문점에서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그 동안 아들과 함께 갔던 음식점은 대부분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전문점, 한식집, 횟집, 중국집, 고기집, 뷔페였고 거의 가족들과 함께 했습니다. 아들은 카레 라이스를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집에서 해주었고 카레 전문점은 처음 가보는지라 아들은 전문점 앞에서 좀 망설였습니다.

 

이런 곳도 가봐야 한다며 아들의 손을 잡고 무작정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식당 안의 손님들중에는 아들 또래는 없었고 20대 이상의 연인이나 친구들의 모임에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들은 깔끔하고 어른스러운(?) 카레 전문점의 분위기와 어른들 속에 압도되었는지 조금 어색해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에게 엄마와 함께 왔으니까 괜찮다고 하고 오랜만에 데이트 하니까 엄마가 두근거리네 하면서 농담을 던지니 아들도 웃으며 받아 칩니다.

 

맞아, 엄마! 오늘 날짜는 12 21일 이지요?”

그런데 왜 좀 어색하니?”

, 다른 곳보다 제 또래들이 없으니 좀 그래요.”

엄마가 앞으로 너와 다양한 음식점을 같이 다녀야겠구나. 이제 너는 어린이가 아니잖아. 그리고 여러 가지 음식이랑 또 여러 멋진 곳을 알아두어야 나중에 여자친구에게도 맛있는 것도 사주고 멋진 곳에서 데이트도 할 수 있는 거란다

엄마도 참.. 내가 무슨 여자친구가 있다고..”

.. 그러니까 나중에.. 네가 커서 돈도 벌고 하면 말이야그리고 엄마도 사주고! ”

 

점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오자 아들은 가장 비싼 카레라이스를 시켰습니다. 이왕이면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거 먹고 싶었고 비싼 요리에 더 신경을 쓸 거 같다는 것이 아들이 선택한 이유였습니다. 저는 파스타를 시켰습니다.

 

사실 식당에 들어서기 전에 행사에 참가 했던 아들은 점심도 거른 채 몇 시간을 굶은 상태라 음식이 나오자 열심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쯤 먹을 즈음에 제 파스타와 바꾸어 먹자고 했더니 아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카레 그릇을 제게 넘겼습니다. 그리고는 제 파스타를 남김없이 비웠습니다. 저는 진짜 배가 고팠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식당을 나서면서 아들에게 맛있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물었습니다.

오늘 먹은 카레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고 싶어?”

… 7점 정도요..”

.. 생각보다 점수가 낮네? 비싼 걸 시켰는데 맛이 없었어?”

사실은 제가 그런 종류의 카레를 처음 먹어보기 때문에 어쩌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요. 맛있는 음식은 처음 맛본다 하더라도 뭔가 느낌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느낌이 없었어요. 저는 카레를 좋아하는데 제가 먹은 것은 카레의 고유의 맛을 살리기 보다는 해산물 음식에 더 신경을 쓴 거 같아요. 입안에서 맴도는 카레의 맛이 오래가지 않아서 그다지 카레의 독특함은 못 느낀 것 같아요. 저는 파스타가 더 맛있었어요. 엄마는요?”

. 카레라이스는 뭐랄까 2% 부족한 무엇이 있다고나 할까... 엄마도 사실 파스타가 더 맛있었어.”

 

처음 먹어본 음식을 그냥 먹기에 급급한 줄 알았는데 제법 음미하려고 했던 아들에게서 의외의 면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엄마, 사실 카레는 엄마가 해주신 것과 학교 급식에서 나온 것만을 먹어봐서 카레의 다양한 맛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느낌이 그런 거에요. 하지만 앞으로 좀더 자주 먹어보고 다른 음식도 먹어 본다면 참 맛을 알 것 같아요. 그렇죠?”

 

대놓고 사달라는 말보다 무서운 압박(?)이었지만 자신에게 다가서는 모든 것들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보려는 아들의 성장이 신기합니다. 그리고 아들의 제안에 기꺼이 동의했습니다.

 

사실 제게 더 좋았던 것은 아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집을 떠나서 아들과 단둘이 함께 하는 것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들과 저는 서로의 생각을 더 긴밀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음식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제가 가졌던 고민이며, 또 아들이 생각하는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었고 집을 떠난 의외의 장소가 오히려 아들과 제 마음을 더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이제 아들과 대화가 힘들어 지거나 소원해질 때면 멋진 곳에서의 데이트를 종종 즐겨야 한다는 것을 카레 전문점에서의 데이트에서 배웠습니다. 비록 투자한 만큼의 맛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1. Favicon of https://sosoilgi.tistory.com BlogIcon 시크릿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들분이 굉장히 정확하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데이트 좋으셨겠어요~~~~

    2008.12.24 01:28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의사표현이 너무 확실해서 제 기분이 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엄마의 말상대가 되어주는 아들이 고맙긴합니다.^^

      2008.12.24 02:18 신고
  2. Favicon of https://kyrhee.tistory.com BlogIcon Ikaru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아드님 또래의 나이었을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군요. 가끔은 제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이 과연 최선일까를 고민해 보지만 제가 경험하고 주워들은 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 같아 고민이 깊습니다. 정말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훌륭한 아드님을 두신 것 같아 부럽기만 합니다. 비법 같은 것이 없는 것은 물론 알지만 정말 개인지도라도 받고 싶군요...

    2009.01.01 18:47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매번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대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대로 자란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당혹스럽지만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기준과 아들의 기준은 좀처럼 만나기 힘듭니다. 그래도 시간이 갈 수록 엄마의 말을 조금씩 이해하려고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고마울 따름입니다.

      2009.01.02 00:53 신고
  3.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믓찐 데이트를 하셨네용^^ 정말 백점짜리 옴마에요^^ 승객님은~ (부럽!)

    올해 울철이가 중딩이 되는군요~ 호박이모야가 미리 추카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눈한번 꿈뻑(-.-)(_ _) 거렸을뿐인뒈, 해가 샤샤샥~ 바뀌더니~ 벌써 4일이에용.. 헉!
    요러다 금방 호박할매 되겠다능(ㅠㅠ)

    즐건휴일 보내시구요~ 여전히 새해복 마니마니 받으세욥!
    1월부터 우리 라라라~♪ 하자구요^^d 아잣!

    2009.01.04 18:03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학생이 된다하니 긴장이 되나봅니다. 조금씩 의젓해지는 아들이 대견합니다. 하지만 사실 걱정도 됩니다. 이제 사춘기의 절정으로 접어들 시기라 한쪽으로는 폭풍 전야라고나 할까요..^^

      2009년이 호박님께도 행복한 해 되세요.

      2009.01.05 15:01
  4.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레~ 라는 말에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저도 카레를 좋아하는뎅~
    역시 카레는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엠티가서 먹는 카레~
    그리고 하노이에서 먹었던 인도레스토랑의 찐한 분위기에서의 카레가 맛있어요.

    음식은 맛과 분위기가 어우러져야 제맛인거같아요. 아마 아드님도 곧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다양한 카레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을꺼 같아요! 늦었지만 해피뉴이어!!

    2009.01.07 00:11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 다음번 그대와의 데이트에서는 카레 전문점에서 해야겠는걸~

      올해 멋지고 행복한 해가 될거라 확신하고..
      언제나처럼 건강한 웃음.. 활기찬 에너지
      넘치길 빌며...

      2009.01.07 01:53

혼자서 상상하는 것을 즐기는 아들은 종종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에 골몰해 있곤 합니다. 그래서 종종 집중력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아들의 모습이 최근 학원에서 자주 포착이 되었는지 선생님께서 걱정스러운 전화를 주셨습니다. 집중할 수 있도록 집에서도 지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번에 본 시험점수가 예상외로 낮게 나왔다는 실망스러운 결과까지도 알려주셨습니다.

 

학교의 기말고사 이후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하고 싶은 대로 두었고, 간혹 물어보면 아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숙제도 꼬박꼬박한다는 말로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발등을 찍힐 줄이야

 

놀다가 들어온 아들에게 큰소리를 내었습니다. 이미 예상했던지 아들은 엄마의 말에 토를 달지는 못했습니다. 한참을 나무라고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문장을 외우도록 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고 나서 영어 문장 외우기가 제대로 안돼 다시 외우겠다고 해서 시간을 좀더 주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아들의 방에 들어선 순간 배신감에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아들은 의자를 뒤로 젖힌 채로 눈은 벽 한쪽을 응시한 채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랐고 자세를 고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서 속사포로 쏘아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들은 거칠게 말대꾸를 합니다. 자기는 딴 짓을 하지 않았고 문장을 외우고 있었으며, 공부를 하는 방법은 자기 스타일이 있는 법이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리고는 엄마가 아들을 믿지 않는다며, 이런 현실에서 살고 싶지 않고 죽고 싶다며 문을 쾅 닫아버립니다.

 

저는 한동안 말을 잃은 채 멍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밥을 차렸지만 아들과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은 문을 세차게 열고는 학교를 갔습니다. 오전 내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 고민되었습니다.

 

오후가 되어서 아들은 돌아왔습니다. 아들이 방문에 들어서기 전에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불러 앉혔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세 농부가 있었어. 세 농부는 아주 좋은 품종의 사과 나무 묘목을 심었단다. 10년 후에  풍성한 사과 열매를 기대하면서 아주 정성껏 가꾸었지. 그런데 어느 날 폭풍우가 몰아쳐서 세 농부가 심은 사과나무 묘목의 가지들이 그만 부러졌단다. 세 농부는 자신의 사과 나무를 보고 놀라고 기가 막혔어.”

 

한 농부는 너무 실망했고, 화가 나서 그만 그 묘목을 땅에서 뽑아 버렸어. 다른 한 농부도 실망하고는 그냥 그 나무가 살거나 말거나 방치를 했어. 그런데 마지막 농부는 부러진 가지를 잘 지지해주고, 나무를 그 뒤로도 정성스럽게 가꾸었어.”

 

10년이 지나서 세 농부를 찾아갔는데 뽑아버린 농부는 찾을 수가 없었고, 사과나무를 그냥 방치한 농부의 나무는 그냥 겨우 땅을 지탱하는 정도였어. 그런데 나무를 정성껏 가꾼 농부의 사과 나무는 모든 가지마다 맛있는 사과가 가득 열렸단다.”

 

, 너는 사과나무를 가꾸는 농부야. 그리고 사과 나무는 네 자신과 미래야. 사람이 살다 보면 늘 좋은 일만 만나는 게 아니야. 폭풍우는 사과나무도 농부도 원하지 않던 것이었어.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힘들고 어렵고, 혹은 이해되지 않거나 부당한 일을 당할 수가 있어. 그런데 그럴 때마다 네 자신과 미래를 포기하고 방치하면 너의 나무는 어떻게 될까? 너는 어떤 사과 나무를 갖고 싶니?”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아들의 고개가 떨구어졌습니다.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화를 낸 것과 엄마에게 함부로 말했던 것들에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미래를 함부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다가올 시련에 대해서 참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마음 졸여야 하는지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살얼음 판을 걷는 가슴 졸임의 시간은 갈수록 잦고 녹록하지 않습니다.

 

아들에게 답을 원했던 그 질문을 제 자신에게도 던집니다.

 

나는 어떤 사과 나무를 갖고 있는가?’

  1.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형아가 반성을 하고 사과나무를 안았군요.
    그런데 저도 반성이 돼요. 지금까지 대충 사과나무를 가꿨다면, 앞으로는 더 신경써서 소중하게 가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08.12.16 23:05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형아가 반성을 많이 했답니다. 그래서 요즘엔 열~~공하고 있답니다. 중학교 들어가니까 긴장이 되나봐요. 그래도 공부를 하고 와서는 태권도를 꼭 하고 온답니다. 몸의 긴장도 풀어주고 스트레스도 풀려는지.. 요즘엔 농구를 새로 시작하고 있네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몸을 갖는 것도 중요한 것이죠. 마음과 몸이 함께 건강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멋진 농부가 아닐런지..

      2008.12.17 01:01 신고
  2. Favicon of http://mepay.co.kr BlogIcon mepay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러진 사과나무를 이미 치료하셨네요.

    2008.12.22 01:08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폭풍우는 한 번만 오는 것이 아닌지라 늘 안심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제가 할 일은 아들이 매번의 도전이나 실패에 용기를 잃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도할 뿐입니다.

      2008.12.22 02:41
  3. 김선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지난번 두산동아 16기 심화과정에서 리더형엄마로 모여 알게되었던 사람인데 기억이 나실까요.
    사실 심화과정 끝나고 바로들어와서 읽었던 이글이 우리 큰아이에게 사과나무씨를 뿌리는 계기가 되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 몇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몇자 적습니다.
    사실 교육 받을때의 초심은 사라지고 사나운 엄마로 변해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질타를 하게 되네요.

    그런데 가끔 여기들러 글을 읽다보면 참 지혜로운 분이신것같아 새삼 제가 부끄러워 지는 상황들이 많네요. 물론 저에게 도움도 많이 되고요.

    가끔 들러도 되겠죠.

    봄비가 그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따뜻한 봄의 시작이라네요.
    건강하시고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글 남길 께요.

    2009.05.30 11:19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백점엄마 워크샵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저도 감사드립니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순간 순간 또다른 인생을 배우는 과정인것 같습니다. 늘 기쁜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쳐가는 과정이지만 아이를 통해서 저 자신을 돌아보는 축복의 시간들이기도 하지요. 아마도 님께서도 아이들을 통해서 멋진 인생을 가꾸실거라 확신합니다.

      시간 날때 들러주시고 격려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좋은 인연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9.03.26 15:36 신고
  4. 김선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지내시죠. 전에 백맘 워크샵에서 뵙고 또 자주 오겠다고 하던 사람입니다.^^
    그동안에도 가끔 아이와 이야기가 막히거나 할때 자주 들러 이글을 읽고 갔어요.
    명절 전 날 '그리기,글쓰기'상을 못받았다고 속상해 하는 아들녀석을 다독여놓고 다시 한번 들어와 보니 여전히 좋은 글 또 새롭네요.

    그래서 오늘은 몇자 적어 놓고 갈려고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명절 끝나고 나면 쌀쌀해지겠죠. 감기 조심하시고 명절도 잘 보내세요.

    또 올께요.

    2010.09.20 16:51

아들아,

 

시험결과가 예상에서 벗어나 누구보다 네가 많이 실망했을 거야. 사실 엄마도 네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했거든.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시험이기도 해서 네가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할 것같았어.

 

그렇게 기대가 커서인지 엄마도 예상에 빗나가 사실 조금은 실망이 되었단다. 하지만 실망한다고 해서 과거의 시간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란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시간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는 또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다시 노력하는 것이란다.

 

이번에 너도 많이 느꼈을 거야. 실수했던 부분이나 혹은 잘 알지 못했던 것들, 문제점들을 분명히 알았을 거야. 이번 시험이 어쩌면 네가 실력을 갖추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어려움을 알려준 것이고, 그것을 넘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실망만 하지 말고 그것을 개선시켜 가는 것이 중요한 거야.

 

이번 시험에서의 경험을 네가 좀더 발전하는 기회로 삼길 바래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네 자신에게 더 미안했을거야. 네가 공부하는 것은 누구보다 네가 잘 알듯이, 부모님이나 이모, 할머니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네가 미래에 당당하고 자신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잖아. 어느 누구도 너를 대신할 수 없는 것이란다. 그러기 때문에 네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단다. 엄마도 네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그것은 너의 노력 없이는 소용이 없는 것이란다.

 

아들아, 이제부터가 너의 미래, 너의 희망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시기란다. 이제는 네 말대로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이란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는 것이란다. 또 그만큼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란다. 청소년 시기에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면 앞으로도 자존심을 가진 당당한 삶을 살기 힘들단다. 일찍부터 자신의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향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야 말로 목표를 이루고 진실로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란다.

 

엄마도 너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려고 책을 읽고 있단다. 그냥 엄마의 생각이 아니라 훌륭한 아이들을 키워낸 엄마들의 교육방법과 그리고 노력을 많이 하고 연구하신 박사님들이나 너의 선배들의 조언이 담긴 책을 통해 그 동안 엄마가 알아왔던 지식들을 정리해가고 있단다. 책을 통해서 엄마는 많은 것을 깨달았어. 그 동안은 엄마의 경험대로 너를 교육했다면 이제는 너의 수준과 생각에 맞게 그리고 네가 좀더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너에게 안내해야 할 것 같구나. 이제부터는 네가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면서 너의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야 하는 것이란다. 
 

아들아,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고, 책임져야 할 일이 더 많단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덜 행복하단다. 왜냐하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더 많은 걱정 속에 사니까. 하지만 미리부터 준비하고 노력하는 어른들은 생활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쉽게 찾는단다.

 

아들아, 엄마는 네가 자신에게 당당하고,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단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은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거든.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네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과 우리 사회에 너의 노력과 배려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아, 가장 중요한 시기인 이번 겨울방학을 잘 계획하고 또 실천하도록 노력해서 2009년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너의 마음과 몸이 멋지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보자꾸나. 엄마도 너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도록 노력할게.

 

너도 중학생이 되기 때문에 긴장이 될 거야. 하지만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기 때문에 인간이 마음을 먹고 꼭 이루겠다는 의지로 노력하면 못할 것이 없단다. 너는 반드시 너의 꿈과 목표를 향하여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사람. 그래서 네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아들아, 이제 지난 것들은 잊고 네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서 힘이 들더라도 노력하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는 네가 될 거라고 엄마는 100% 믿는다.

 

 

                언제나 너를 신뢰하는 엄마가


  1.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승객1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건데 정말 훌륭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형아도 정말 행복한 사람 같아요.
    승객1님 같은 엄마가 곁에 계시니, 폭풍우가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당당하게 나갈 수 있을거예요!
    저도 형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만세!

    2008.12.08 22:50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워요. 사실은 형아가 참 좋은 아들이에요. 가끔 엉뚱하고, 요새는 사춘기라 감정조절이 잘 안되지만 참 착한 형아랍니다. 저도 멋진 형아가 되도록 열심 응원해주렵니다.^^

      2008.12.09 12:19

간혹 아들과 좋은 글이 있는 블로그를 방문하곤 합니다. 아들과 자주 가는 블로그 중의 하나가 '상우일기' 입니다. 올 해 초 우연히 '뉴욕에서 의사하기'라는 고수민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알게 된 초등학교 4학년생인 상우군의 일기 블로그입니다.

 

처음엔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니, 무슨 초등학생이 왜 이렇게 글을 잘 쓰지?

아마도 엄마나 아빠가 써주는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떤 사람이 주목 받고 싶어서 초등학생으로 가장한 것 같기도 해?

라며 별별 의문의 꼬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방문하면서 진실로 4학년생만이 표현할 수 있는 순수함과 가장되지 않은 살아있는 감성을 그대로 느낍니다.

 

결코 어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생생하고 재미난 다양한 표현들로 가득해 읽는 이들을 흐뭇하게 합니다. 자신이 달리기를 잘 못하는 것과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표현 속에서 자신을 부정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야무진 다짐과 책읽기도 좋지만 노래와 그림, 춤추는 것에 저절로 흥겨움을 느끼고, 햇살의 따스함과 찬란함을 온 몸으로 체험하는 글을 통해 어느 틈엔가 불혹의 40대는 사라지고 호기심 많은 10대만이 살아있는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렇다 보니 자주 상우일기를 찾게 되고 댓글을 달아주고, 또 댓글에 답글이 달리면 좋아라하는 저를 보며 아들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나 봅니다.

 

엄마, 상우 블로그에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니에요? 엄마는 어른인데 어른 블로그보다 상우블로그에 더 자주 가고, 다른 데서도 답글 달아주시는데 상우가 달아주면 왜 그렇게 좋아하세요?


, 상우일기 블로그에 가면 엄마가 기분이 참 좋아져. 그리고 상우는 엄마의 블로그 친구거든


? 아니 엄마. 상우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 어떻게 엄마랑 친구해요?


. 친구란 꼭 같은 나이만 하는 게 아니야. 서로 말을 놓고 친한 사람만이 친구가 아니라 서로 믿어주고, 걱정해주고 마음속에 기억될 수 있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단다.  엄마의 마음 속에는 상우가 기억되어 있고, 아마도 상우의 마음 속에도 엄마가 기억되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 물론 엄마가 어찌 보면 성철이보다 어린 상우에게는 엄마나 이모 같은 사람이겠지만 블로그를 통해 교류를 갖게 되니까 친구처럼 가까워진 거야. 성철이도 상우보다 형이지만 친구가 될 수 있고, 또 학원에 너를 데려다 주시는 운전기사 아저씨도 너와 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해주시고 너가 늦으면 걱정도 해주시고성철이도 아저씨  좋아하잖아. 성철이와 아저씨가 서로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다면 참 멋지고 행복한 일일 것 같아. 친구가 많으면 행복해지는 것처럼…”


저보다 어린 상우랑 친구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라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친구할 수 있다면 신날 거 같아요. 저도 좋은 친구를 많이 만들거에요!

 

아들에게 친구란 정의에 혼란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아들도 나름대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해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세상은 뜻하지 않는 곳에서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예기치 않은 수많은 사건들이 우리를 자주 당혹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간간이 주어지는 짤막한 기쁨들은 더불어 살아갈 때, 그리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아들은 머지 않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아들과 저에게 친구의 정의를 새롭게 키워주고 잔잔한 대화를 선물해준 나의 초등학교 4학년 친구, 상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1. Favicon of http://blog.daum.net/ligase BlogIcon R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친구를 두셨군요.
    두분의 우정^^이 영원하길 기원해 드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08.12.03 12:14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신기하고도 놀라운 경험입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시간을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게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08.12.03 20:58 신고
  2.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랙백을 보고 깜짝 놀라 들어왔어요. 뭐라 감사에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오히려, 승객1님이 제 블로그에 찾아와주시고 좋은 댓글도 많이 달아주셔서, 희망과 용기를 항상 선물 받은 느낌이었거든요.^^
    이렇게 좋은 글을 써주시니, 제가 쓰고 있는 글과 마음가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저를 친구로 삼아주신만큼 더 참되고 좋은 글을 쓰는 상우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2008.12.03 20:32 신고

아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엄마의 말만 일방적으로 아들에게

강요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기준으로

아들의 가치를

평가하려고 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아들이 왜 그랬을까

먼저 생각하지 않고

결론을 먼저 내린 것을 반성합니다.

 

아들의 마음을 좀더 살피겠습니다.

아들의 목소리를 좀더 경청하겠습니다.

아들의 행동을 1분 더 기다리겠습니다.



아들과 함께 썼던 지난 일기를 들춰보는 중에 우연히 발견한 저의 반성문입니다. 자라면서 자신의 세계를 찾아가는 아들과 갈등하는 가운데, 아들을 좀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면서 썼던 것이었습니다.

 

자존심 강했던 엄마가 반성문까지 쓸 줄은 몰랐던 지 한동안 아들은 제 반성문을 읽고 나서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엄마를 이해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을 절감합니다6개월이 지나니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는 저를 발견합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아들의 실수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연히 다시 만난 저의 반성문이 묵직하게 가슴을 때립니다. 반복되는 실수는 아이들만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다시 반성합니다.

 

아들, 오늘 미안했습니다. 엄마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1.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모범생적인 엄마에요. 때론 조금 덜 완벽하게 지내셔도 좋겠습니다...
    마음을 담아서 이미 너무너무~~ 좋은~~ 엄마시거든요^^

    2008.12.02 08:57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슨 말씀을~ 아들에게 엄마는 늘 불만의 대상이지엽! 그런 생각이 사그라든다면... 아마도 철...들겠지요..^^ 그래도 아직은 투닥투닥..하는 재미는 있어요..^^

      2008.12.02 12:43 신고
  2. Favicon of https://www.leedaekun.com BlogIcon Big Gu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랜덤으로 들어오게된 블로그인데요,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은 기분입니다. 어디에 사시는 모자이신지는 몰라도 참 멋진 가족입니다. 먼저 잘 못했다고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는데, 이 글 보니까 약간 더 신빙성이 생기는 것 같네요.

    2008.12.10 00:24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부족한 제 블로그에 찾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저 평범한 가족의 일상의 기록들이랍니다.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인생의 또다른 가르침을 절실하게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의 양육을 통해서요..

      2008.12.10 01:53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2년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시작한 일은 9 to 6의 일정한 시간에 업무가 끝나는 경우가 드물어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매일 아들이 잠들거나 혹은 겨우 일어나는 시각에 출근을 해야 하고, 저녁에는 아들이 잠든 시간에 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일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아들은 매일 자신을 맞아주는 엄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며 친구들, 자기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기 바빴고, 엄마가 해주는 간식의 맛을 즐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시간도 줄고, 그 때 그 때 아들의 궁금증이나 학교에서 있었던 사소한 갈등들을 풀어 줄 수 없었습니다. 대화의 시간이 줄면서 그 만큼 아들과의 교감이나 이해의 폭도 줄어드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전과는 달라지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이도 조금씩 불안해하고, 자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여전히 엄마가 사랑하고 있고, 언제든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고, 보이지 않아도 아들의 든든한 울타리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데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쪽지 편지를 써주어서 마음을 달래주긴 했지만 아들과 보다 신뢰 있는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아들과 함께 일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아들의 2학년 때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일기를 잘 쓸 수 있도록 일일이 살피시고, 일기의 글감이며, 일기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아이들이 쓸 수 있도록 지도해주셨습니다. 때문에 아들은 매일 일기를 꼬박꼬박 썼습니다. 저는 아들이 일기를 쓰면 바로 그 뒷장에 아들에 대한 칭찬이나 아들이 쓴 일기에 대한 저의 생각, 그 날 겪었던 생활의 일부, 그리고 중요하게 부탁하고 싶은 것들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아들이 의아해 했지만 아들의 일기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함께 일기를 썼습니다. 저의 지속된 공동일기에 선생님이나 아들의 친구들은 놀라워하고 칭찬도 해주고, 부러워했습니다. 아들은 선생님이나 친구 엄마들에게 나는 우리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우리 엄마는 저랑 일기를 같이 써요라며 자랑을 하기도 했답니다. 저와 함께 쓴 아들의 일기는 매 학년 다른 아이들의 일기보다 두툼했고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지속되어 왔습니다.

 

일기를 함께 쓰면서 아들도 엄마가 언제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고, 엄마도 힘든 때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궁금한 게 있으면 일기에 엄마의 생각을 묻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아들도 저의 일기를 살피면서 새로운 표현의 방식이나 글을 정리하는 방법,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을 익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기쓰기가 습관이 되면서 아들은 일기왕이라는 상장도 받고, 교내외 글짓기 대회에도 출전해 상장을 받아오곤 했습니다. 오랜 시간 엄마와 함께 쓰는 일기를 통해서 글쓰기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연히 시작한 아들과의 공동일기였지만 시간이라는 보석이 아들의 글쓰기와 상상력을 빛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아이와 함께 일기를 쓰는 것은 아이에게만 쓰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본보기가 되어 자발적인 글쓰기에 효과적이며, 엄마의 존재감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게는 학창 시절 한 때의 추억이었던 일기쓰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며, 아들과 일기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새로운 소통의 도구를 갖게 되었고, 제 일상에 대한 정리와 반성을 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기를 써야 하는 초등학생을 둔 엄마라면 아이들과 함께 일기쓰기를 꼭 권하고 싶습니다. 일기쓰기는 상상력과 논리력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연습장이기 때문에 엄마의 칭찬과 격려, 그리고 참여는 아이에게 그 어떤 것보다 좋은 교육이 될 것입니다. 아들은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되면 자신도 아이에게 일기를 써주고 싶다고 합니다. 참으로 보람있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짧은 시간의 일기쓰기로도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 
, 오늘부터 자녀와 함께 일기쓰기를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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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100mom.mugday.com BlogIcon 백맘(봄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집 아이도, 일기 쓰는 재미에 푹 빠졌는데, 저도 한번 시도해 볼까 합니다.
    (위 사진 속 일기 뒷 글을 저는 선생님이 써주신 것으로 알았는데,
    어머니가 써주신 건가 봅니다. 정말..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2008.10.15 15:57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사실 아이를 기쁘게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게 아닌것 같아요. 그저 아이의 생활을 관심있게 지켜봐주고, 그리고 함께 무엇인가 같이 한다는 것으로도 아이와 엄마가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백맘님께서도 이미 훌륭한 어머니이시라고 생각됩니다.^^

      2008.10.15 16:54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10.15 19:58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인기짱이셨던 유과장님이셨군요..제가 몰라뵈어서 죄송해요.너무 좋은 행사라 감사의 말씀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한국의 좋은 엄마들이 백맘 코칭을 통해서 유행처럼 번져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행사에 많이 기획해주시리라 믿고요. 저도 열심히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2008.10.15 20:46 신고
  3.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승객1님, 이 글 너무 감동적이예요!
    그리고 대단하세요!
    공동 일기를 쓰신 승객1님의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과,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쑥쑥 컸을 형아의 마음이 느껴져요!

    2008.11.19 20:09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5년의 시간이 형아와 저에게 멋진 대화를 가져다 주었어요. 그리고 공동일기는 문집으로 만들어져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책으로 형아의 책장에 꽂혀 있답니다.

      상우님도 아마도 많은 일기를 썼을 거 같아요. 어머님께 일기를 학년별로 모아서 문집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보세요. 세상에 단 하나의 상우님의 책이 될거에요. 아마도 상우님의 후손(?)에게도 길이 길이 남겨질.. 귀한 상우님 어린시절의 역사가 될거에요.^^

      2008.11.19 2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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