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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요즘 들어 자꾸만 아들과의 대화에서 어긋나는 상황을 개선하는 방법이 없을까 주변에 이런 저런 조언을 듣기도하고 책이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뒤적거렸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두산동아에서 주최하는 백점 엄마 코칭 워크샵이라는 행사가 눈에 띄어 신청하였습니다. 보다 효과적으로 아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며칠 동안 아들과 냉담한 상태이고, 전보다 자주 늦게 잠드는 아들을 아침마다 깨우는 일은 하루를 여는 저의 첫 시험입니다. 워크샵 첫날 아침에도 아들과 아침 전쟁을 치른 터라 마음이 몹시 무거운 상태에서 백점엄마 코칭 워크샵을 참석했습니다.

 

그 동안 나름대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제게 조금씩 변해가는 아들의 태도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조언을 듣지만 생소하고도 쉽지 않은 순간들입니다. 그러나 워크샵을 통해서 제 방법이 달라져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훌륭한 어머니 상에도 변화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옛날부터 우리가 초고속 성장의 중심에 있을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형의 한석봉 어머니가 훌륭한 어머니의 기준이었고, 그 이후 경제 발전의 시대에 돌입해서는 아이들의 교육 과정을 쪽 꿰고 관리하고 가이드해주는 매니저 형의 강남 엄마가 지향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공을 초월하는 시대, 다양한 문화를 쉽게 만나는 시대, 생각의 속도로 가는 창의력 시대에는 동기 유발 전문가, 파트너형의 코치 엄마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다분히 한석봉 어머니와 강남엄마가 공존하는 엄마였습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엄마였고, 그래서 어쩌면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의 기준에서 저의 생각을 아들에게 강요했던 것은 아닌가, 아들이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을 먼저 들어주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어쩌면 아들의 창의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평이한 나의 기준으로 끌어내렸던 것은 아닌가, 많은 생각들이 스쳐갑니다.

 

파트너형의 코치 엄마의 핵심은 아이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깨닫고, 아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고, 아이가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아침의 무거웠던 발걸음이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사뭇 가벼워졌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설득시킬까 고민했던 것을 떨쳐버리고, 제 자신이 아이의 내부로 들어가 느끼고, 나의 생각이 아닌 아이가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아이의 말에 경청하고,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그리고는 자주 칭찬하는 방법을 체득하였기 때문입니다.

 

매일 칭찬 일기를 3개씩 써오라는 숙제가 고민은 되지만 칭찬과 신뢰를 먹고 자라는 아이는 자신도 남도 칭찬하고 자신과 남에게 신뢰받는 아이로 자랄 거라는 확신으로 오늘부터 '파트너'로서의 '코치 엄마'를 시도 해보렵니다.


6학년에 접어들면서 아들과의 관계가 전보다 조금씩 삐걱거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엄마와 자주 싸우는 원인이 자신은 남자이고, 엄마는 여자라서 엄마가 자기를 이해 못하기 때문이라고 몰아 부치고는 쌩~하니 자신의 방문을 닫아 버립니다.

 

갑자기 아들의 입에서 튀어 나온 성 차이라는 말에 놀랍기도 하고, 또 엄마의 말에 억지를 쓰는 아들에게 화도 나고 배신감도 느껴집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했고, 아들을 위하여 항상 정보의 레이더를 놓지 않았고, 설득이든, 감언이설이든, 아들의 동의를 구하려고 노력했기에,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훌륭하다고 자랑스러워했던 아들이었는데 영광스러웠던 과거는 슬픈 추억으로 다가서나 봅니다

 

솟아오르는 화를 꾹꾹 누르며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 거야?

남자는 여자를 보호해야 하는 거에요.

그럼 너는 엄마를 보호해야 하는 거네. 그런데 요즘 엄마는 보호받는 거 같지 않은데?

그건 엄마가 먼저 화를 내기 때문이잖아요.

엄마가 화를 먼저 낸다는 것은 너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엄마가 화를 참으면 너도 참을 수 있을 거 같아?

아마도요…”

 

아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접어들었습니다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여 생각하고,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인식해가고 이야기를 좋아하고 많이 하던 이전의 시간들에 비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방문을 닫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외모에도 부쩍 관심이 많아지고, 속옷은 트렁크로, 겉옷은 라운드티보다는 어른들처럼 Y셔츠 모양의 남방과 재킷을, 신발도 이전의 간편한 찍찍이 운동화에서 스니커즈나 랜드로버 등의 보다 남성답고 멋스러운(?) 것들을 고집합니다.

 

자신의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혼란스러워 하면서 제게도 억지를 부리고, 스스로 좌충우돌해가는 아들을 보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아들의 억지에, 나태함에, 부정에 얼마나 인내할 수 있는 엄마가 될 것인지에 사실 자신이 없습니다. 이전까지 한석봉의 어머니와 같은 카리스마형의 엄마로 아들에게 인식되었던 제가 함께 더불어 인생을 지켜봐 주는 이성적이고도 참을성 있는 파트너로서의 엄마가 되기란 요즘 같아선 정말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한 발씩 앞으로가는 아들에게, 이제는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는 친절한 엄마가 아니라 아들이 상처를 아파할 줄 알고, 상처가 치유되면서 견고해지는 자신의 강인함을 깨달아 가는 것을 인내롭게 기다려야 할 시기라는 것을 느낍니다. 아들의 억지와 불합리에도 조용히 지켜봐주고, 거울과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저도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함을 절감합니다. 아들이 남자라서 여자인 엄마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우리의 오해가 풀리고, 서로를 신뢰할수 있는 시기를 더 빨리 당기기 위해서라도...
 

아들의 사춘기가 아들에게는 성숙이, 제게는 인내가 순간순간 함께 하는 시기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계속된 경기 침체의 여파로 새로운 꿈과 도전으로 시작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오랜사회 생활에서 처음 경험하는 실패라는 생각에서 얼마간 침울해 있었습니다. 엄마의 의기소침함을 느꼈던지 아들도 내심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 그간 아들은 작은 벤처이긴 했지만 대표였던 엄마를 은근히 자랑했기에 더 걱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들의 각 과목의 기말평가와 성취도 평가 시험이 있었기에 마냥 침울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마음의 우울함을 떨쳐버리고자 아들의 공부를 돕고 집안일에 매진했습니다.

 

그간 아들은 학교에서 오면 태권도와 영어, 수학 학원을 시간에 맞춰 다니긴 했지만 밖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일일이 학습과정을 신경 써주지 못했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보는 단원 평가 시험이나 학원에서의 월말평가의 결과로 수업 태도를 짐작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게임이니 MP3, 게임기 등의 각종 디지털 기기들의 유혹이 주변에 널려 있기에 열 세살 아이에게 자기 관리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들도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다 간혹 학원 시간을 놓치곤 했고 숙제를 깜박 잊곤 해서 학원에서 남아 보충을 했던 것을 할머니의 고백을 통해 들었습니다. 사실 그간 아들은 할머니에게 자신의 비밀을 지켜달라고 애원을 했었고, 학원으로 전화해 가끔 늦어지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은 이상 아들의 비밀은 묻혀져 있었습니다.

 

집에 머물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매일 새로운 식사와 간식을 만들어 주자 아이는 식욕이 향상되었고 키도 부쩍 커졌습니다. 자투리 시간에도 TV나 컴퓨터에 매달리지 않고, 충분히 쉬거나 책을 보도록  했더니 자신이 놓쳤던 공부며 숙제를 스스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주말에는 3시간 정도 컴퓨터나 게임기 혹은 mp3 등 디지털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친구들과 밖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을 주어 주말의 해방감을 맛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성취도 평가가 있기 전 3주일 부터는 매일 시간표를 짜서 무리하지 않게 공부를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도록 했고, 주말에 공부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렸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매일 공부만 한다고 화를 냈지만 무리하지 않게 시작하니까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공부할 때 오답의 경우는 함께 답과 이유를 찾아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열심히 노력한 아들은 3과목 100점과 1과목에서 2개 틀리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좋은 점수를 받게 되어 아들은 한껏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겼고 엄마 덕분이라고 공을 엄마에게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들과의 행복한 시간이 두 달 지날 즈음 잘 아는 선배로부터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의가 왔습니다. 전에 일했던 분야보다 생명력이 길고, 그리고 또 관심 있었던 교육 분야의 일이라 새로운 도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선배를 만나 해야 할 일들을 들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분야이고 비전이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염려스러웠던 것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고민하다가 아들에게 말을 했습니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 그런데 일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서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일찍 오지 못할 거 같아. 그래서 성철이가 이젠 알아서 공부해야 할 거 같아. 그런데 사실 엄마는 걱정이 된단다. 너는 엄마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 엄마, 제게 생각할 시간을 하루만 주세요.

 

다음날 아들이 말을 꺼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마가 일을 다시 시작하면 우리 집에는 돈이 많이 생기겠지요? 그런데 저는 엄마가 일찍 들어오는 회사에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프리랜서로 일하시면 안 되요? 돈은 조금만 벌어도 괜찮아요. 엄마랑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아직 저는 혼자서 공부하는데 자신이 없어요. 혼자 있으면 컴퓨터도 하고 싶고 만화도 보고 싶고.. 중학생이 될 때까지 엄마랑 함께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익히고 싶어요. 엄마, 돈보다 시간을 주시면 안 되요?

 

전에는 엄마가 회사를 나가는 것이 더 좋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아들에게서 다른 말을 들으니 의외였습니다. 아직도 아들은 갖고 싶은 디지털기기가 많고, 사고 싶은 것들이 많고, 엄마의 잔소리에서 해방되고 싶었음에도 이제는 당장의 즐거움보다는 미래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참아내고 준비해야 할 것은 깨우친 모양입니다.

 

다음날 선배를 만나서 아들의 이야기를 하고 정중히 사과를 했습니다. 아들의 바램이 어쩌면 행운을 가져다 주었을까요? 선배는 아들의 이야기를 공감하면서 회사에서 함께 일하지 않더라도 프리랜서로 일하기를 권유했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더 다양한 일에 참여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조금씩 성장해가며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는 아들을 통해서 남보다 많은 재산이나 높은 명예보다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아이에게 바른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돈보다는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이 아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자 교육이었던 것입니다. 좌절의 순간이나 탐욕의 길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아들은 제겐 희망이자 축복입니다.

 

아들아, 고맙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사랑한다

  1.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시 잠수타셨던 기간동안 이런일이 있었군요~ 궁금했었습니다. 한동안 안보이셔서 말이죠!
    글쳐.. 철이 말마따나 아이에겐 돈보다 시간이겠죠~ 엄마와의 시간^^
    글타고 또 돈을 안벌수는 없고(ㅜㅜ)

    미친듯이 내리던 비가 그쳤어여~ 하늘은 곧 맑~~~~간 얼굴을 내밀겠죠~
    울 승객님 가정도(맘도/울 철이도) 곧 맑~~~~간 하늘빛이 되리라 믿슘다^^
    화이팅요~☆ 잇힝.. (컴블.. 완전 추카.. ^^;)

    2008.07.27 11:16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 역시 호박님이 버선발로 맞아 주시니 기운이 쌩쌩 납니다! 자랑스러운 아들을 만들려면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어야겠지요~ 욜심히~ 노력하겠슴돠~ 항상 감사해요!

      2008.07.30 11:44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7.28 03:28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고 죄송.. 뭐가 불편한게 아니라요..제가 사용법을 잘 몰라서 그런거 같습니다. 저도 온라인에 촛불도 팍팍 커고,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고 싶은데 제대로 방법을 모르는거 같아요. 알려주삼~^^

      2008.07.28 13:25 신고
  3. Favicon of https://janghp.tistory.com BlogIcon 지킬박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견스러운 아이로군요.

    2008.07.30 09:33 신고
  4. Favicon of http://basilica.co.kr BlogIcon 바실리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갑니다.
    몇번 왔었는데 오늘에서야 블로그 주인이 누구인지 알았네요..^^
    반갑습니다. 종종 들리지요...

    2008.08.06 00:36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링크나우에서 초대도 해주시고요..^^ 늘 좋은 정보 그리고 말씀 감사하게 접하고 있습니다.

      2008.08.08 01:49
  5.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뵙고 싶어요~ 엄마와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함께 하는 것은 정말 힘든거 같아요.
    그래도 언니~ 힘내세요! 아시죠? 자유를 선택하면~ 또다른 즐거움이 생기거든요^^
    언니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아쉽습니다.
    못난 후배를 키워주셔야 하는 사명감은 그래도 계속 되어야 합니다~~~

    2008.09.20 21:22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정말 오랫만이네.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 너무 좋으네. 멋진 계절인데.. 후배님께서도 멋진 계절을 이미 계획하셨겠지? 얼굴 도장찍고... 와인도 해야 하는데...^^

      2008.09.21 17:02

5학년 까지도 여자친구에 대해서 물어보면 관심도 없고 시큰둥하던 아들에게서 한달 전쯤 여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뭔지 모를 서운함이 가슴에서 저며왔지만 어쨌든 신기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다른 반 친구인데 아들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결국 짝사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들의 짝사랑은 유치원 때 친구였고 그 당시에는 오히려 그 친구가 아들을 더 좋아했었습니다. 당시 재롱잔치에서 본 그녀의 엄마가 제게 살짝 귀띔해 주었습니다. 집에 오면 아들의 이야기만 했었다고. 아들에게 그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일말의 희망을 찾은 듯 정말이냐고 되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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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 앞에서 개그맨 흉내도 잘 내고, 발표도 당당하게 했던 아들은 의외로 사귀자는 말을 못하겠다고 합니다. 만약 그 친구가 거절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 엄마로서 도와주고 싶어서 토요일에 집에 데리고 오면 맛있는 점심을 해주겠다고 약속해주고, 또 앞으로 다가올 생일에 초대를 하라고도 했고, 정말 좋으면 당당하게 사귀자고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아들은 용기를 내지는 못하고 등 하교 길이나 학교, 태권도장에서 서로 엇갈린 수업 시간대에 스쳐가면서 마음만 태우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태권도장에서 심사가 있는 날이었는데 그 여자 친구가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아들이 학원에 간 사이에 태권도장에 전화해서 이런 저런 생활을 묻고 아들의 짝사랑에 대해서 은근히 사범님께 물어 봤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애에게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는 비보를 들었습니다. 사범님께서도 서로 태권도하는 시간이 달라 아들이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그애의 남자친구는 아들과도 친구 사이입니다.

 

저녁에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저녁을 먹으며 아들의 생각을 알아보았습니다.

 

있지.. 혹시 그 애 남자 친구 있지 않을까?

글쎄요. 그런데 아마 없을걸요?

만약, 그 애가 남자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할거니?

.. 그럼 할 수 없지요. 남자 친구를 인정해야죠

그럼 포기할 거니?

아뇨. 아마도 겉으로는 , 남자 친구가 있구나라고 하겠지만 속으로는 골키퍼 있다고 골을 못 넣는 건 아니야라고 생각할거에요. 그리고는 제가 더 멋있는 사람이 되어야죠

맞아. 정말 좋아하는 사람 있다면 네 진심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좋은 일이야. 용자만이 미인을 얻는다고 했거든. 그런데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깨끗하게 포기해야 해. 왜냐하면 좋아하는 마음이 서로 같아야 기쁜 거니까.

그건 저도 알아요. 정말 저를 싫어하면 남자 친구가 될 수 없죠

그런데 엄마도 네가 노력해서 멋진 사람이 된다면 어쩌면 그 애가 너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하늘은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를 주거든.

걱정 마세요. 노력을 해볼 거에요. 뭐든 자신 있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지금까지 아들은 엄마에게 수다스럽고, 떼를 쓰고, 장난꾸러기로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기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 가는 남자가 되어 갑니다. 이제부터는 엄마의 간섭이나 귀띔이 아니라 자신의 경기를 뛰고 있는 아들의 의지와 노력이 견고해지도록 마음으로 힘찬 응원을 보내야겠습니다. 아들이 어쩌면 가슴 아픈 짝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그 아픔이 아들에게는 성숙이라는 멋진 열매를 가져다 줄거라 믿어 봅니다.

 

오늘 밤은 아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하게 빌어 봅니다.

 

 

  1.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짜슥.. ㅋㅋㅋㅋㅋㅋㅋ
    대견해요.. 옆에있음 머리라도 스윽스윽~ 쓰다듬어 줄텐데.. ^^

    낼이 철이 생일이죠? 만약 낼 깜빡하면(바빠서) 호박이모가 미리 추카했노라~ 전해주세효^^
    그리구 철이모친님두 철이낳으라 수고하셨쎄여~
    미역국 공평하게 나눠 드세요^^ ㅋㅋㅋㅋㅋ

    2008.06.05 18:26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전에는 집에서 준비를 했었는데 요즘 엄마가 바쁜 걸 이해하는지 외식!을 하고 싶다고 해서.. 친구들이 좋아하는 핏자와 치킨이 가능한 곳으로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지난 해까지는 차별없이 친구를 좋아해야 한다며 반친구들 다 초대하던 철부지가 이제는 엄마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인지.. 소수정예 10명으로 압축했다고합니다.^^
      내일은(아니 벌써 오늘이군요..) 무척 바쁠거 같습니다. 낮에는 아들 친구들과 저녁에는 온가족들과..
      성철이가 호박 누님(꼭 누님이라고 하네엽..^^)께 감사하다고 하고요~ 항상 저희 엄니께 멋진 음식 조언을 부탁한다 전합니다~ 끄응...

      2008.06.06 02:16
  2.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짜슥.. ㅋㅋㅋㅋㅋㅋㅋ
    대견해요.. 옆에있음 머리라도 스윽스윽~ 쓰다듬어 줄텐데.. ^^

    낼이 철이 생일이죠? 만약 낼 깜빡하면(바빠서) 호박이모가 미리 추카했노라~ 전해주세효^^
    그리구 철이모친님두 철이낳으라 수고하셨쎄여~
    미역국 공평하게 나눠 드세요^^ ㅋㅋㅋㅋㅋ

    2008.06.05 18:26 신고

2주전 수학학력 평가시험이 있었습니다. 그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이러한 류의 시험은 미리 공지를 해주어서 때가 되면 보겠지 하며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6학년이 되더니 공부에 조금 소홀해진 듯한 아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주는 공지 사항이 자신에게 불리하면 일부로 빠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살피면 알 수도 있었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가방을 살펴보던 중 기간이 하루 지난 수학학력 평가시험 신청서를 발견하고 아들에게 묻자 학교 시험이 아니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뻔하겠지만

 

된 잔소리를 퍼붓고 해당 기관에 전화를 했더니 다행이 다음날까지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신청을 하고 예상 문제집을 받아왔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는 난이도가 높아 시험 보기 전 2주일간 아들은 저녁이면 책상 앞에 붙잡혀 예상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야 했습니다.

 

드디어 시험날이 되어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시험 고사장에 갔습니다. 아들도 혼자 신청해서 보는 시험인지라 조금은 긴장이 된 모양이었습니다. 비가 왔던 일요일이었음에도 시험이 치러지는 학교 안에는 응시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학원의 지원 선생님들과 차량 등으로 빽빽하게 붐볐습니다..

 

세상에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부모들이 이런 시험에 관심이 높을 줄이야. 50분전에 도착해서 아직 고사장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지 않아 비를 피해 기다려야 했습니다. 체육관 건물 1층 기둥 사이 사이에 공간이 비어 있어서 많은 학생들과 부모들이 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엄마들은 함께 신청해서인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시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들은 그들의 대화 속에서 나는 참 정보가 없는 무관심한 엄마였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화하던 엄마들은 다양한 시험의 일정과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과정, 그리고 좋은 점수를 배출하는 학원, 능력 있는 선생님들, 각종 영재학교나 영재교육원에 대한 노하우, 강남 엄마들은 유치원 때부터 어떻게 하는지 등등너무도 자세하게도 다양한 교육 정보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들의 대화를 정리해보면 가능한 한 정보를 신속히 얻어야 하고, 정보에 따르는 과목의 등록 비용이 만만찮고, 아이들도 그 수준을 맞추어 따라가려면 엄청나게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시대의 영재는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 아이의 경쟁력에 결정 된다는 것이 우스개 소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주중에는 직장에 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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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에 그나마 시간이 나는 주말에 학원과 학교의 교과 과정을 중심으로 아이의 학습과정을 살펴보고 몇 가지 문제집으로 복습할 수 있도록 했고, 아이의 사고력과 논리력을 길러주려고 책을 함께 읽으면서 토론했던 나의 노력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아 힘이 빠졌습니다. 아빠의 빵빵한 경제력도, 모든 정보를 술술 꿰는 엄마의 대단한 정보력도 없고, 아들도 자신이 천재라고 절대 말할 수 없기에 아들이 영재가 되기는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어 고사장으로 향하는 아들의 손을 꼭 쥐어주고 최선을 다하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었지만 고사장을 나서는 발걸음은 그 날의 궂은 날씨처럼 무거웠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거라 생각했고, 아이에게 꼭 일등이 되어야 한다고는 강요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기능적인 지식형 인간이 아닌 자신과 타인에게 당당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했는데 어느새 아들도 친구들과 다르게 공부하고 있다는 것에 은근히 걱정을 합니다. 아들은 영재가 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런 아들의 염려를 무조건 괜찮다고 툭툭 털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이란

 

그럼에도 대화 속 엄마들이 말했던 영재의 등식은 틀린 답이라는 외침이 가슴 속에서 울렁거립니다. 처음으로 아들을 데리고 산 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들이 7살 무렵, 14년 사회 생활을 접었던 이유는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목격한 아들의 충격적인 산만함 때문이었습니다. 그 뒤 2년간 매일 24시간 밀착교육을 통해 아들은 점차 집중력이 높아졌고, 학교에 입학고서는 공부도 곧잘 하였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안정을, 저는 안도를 찾아갈 무렵 전보다 좋은 조건으로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실무에서 2년의 공백은 있었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했고 아들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립심과 안정을 찾았다 생각 들어 큰 부담 없이 직장 생활에 복귀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만회하려고 홀린 듯이 일에 열중하였습니다. 그런데 잦은 야근, 출장으로 1주일 이상 집을 비울 때도 있고, 주말이 되면 파김치가 되곤 해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2년간 엄마의 24시간 감시에서 벗어난 아들은 처음엔 나름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엄마가 돈을 벌면 자신이 갖고 싶은 것들을 모두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내심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날 무렵부터는 엄마의 관심이 멀어짐을 느꼈던지 자주 화를 내고 의기소침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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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에 빗나간 아들의 행동에 고민이 되었고, 아들에게 엄마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묘안을 찾아낸 것이 아들에게 아침마다 쪽지 편지를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책상 앞에 놓인 색종이 편지가 아들의 기분을 달래주길 바라며 첫 편지를 보냈습니다. 결과는 성공! 뭔가 아침부터 못마땅한 지 입이 삐죽 나온 아들은 책상에 놓인 녹색의 매미에 휘둥그래지더니 편지를 펼쳐 보고는 씨~익 웃으면서 집을 나섰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아들의 책상에는 색종이 쪽지 편지가 매일 놓여져 있었고, 아들은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했으며, 엄마가 자신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차츰 깨달아갔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도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이 낯간지럽고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멋지고 친밀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쪽지 편지는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고 엄마의 생각이나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그 때 그 때 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색종이 접기로 시도를 했는데 아들이 보관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색종이 한 장으로 봉투를 만들었고, 반장을 편지지로 이용했더니 봉투를 만들기도, 편지를 쓰기도, 보관하기도 쉬웠습니다. ‘봉투 만들기에서 편지쓰기까지 1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간혹 출장을 갈 경우에 아들은 아침에 엄마의 쪽지 편지를 받지 못해 서운하다고 할 만큼 쪽지 편지는 아들이 매일 아침을 기다리는, 기쁨의 전령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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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그 동안 받아온 색종이 편지를 빠짐없이 모아왔고 자신의 재산 목록 1호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자기도 아버지가 된다면 엄마처럼 아이에게 쪽지 편지를 써 줄 거라며 저를 감동시킵니다. 지금은 색종이 편지를 쓰는 대신 일기를 함께 쓰고 있지만 간혹 아들에게 특별한 말을 하고 싶으면 색종이 편지를 보내봅니다. 그럴 때 마다 아들의 마음이 어느 새 내 마음에 들어와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아이에게도, 당신에게도 행복한 하루를 열어 줄 하루 10분의 투자 색종이 쪽지 편지’, 한번 써보실래요?

 

 

l  10분만에 쪽지 편지 만들기

(준비물 : 양면 색종이, , , 사인펜 혹은 칼라볼펜, 예쁜 모양의 스티커)

 

1.     양면 색종이 한 장을 사진처럼 접어서 작은 편지봉투 모양을 만듭니다(양면 색종이를 사용하면 봉투 뚜껑을 열었을 때 안쪽에 다른 색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 30

2.     각 접촉면에 풀을 바르고 30초 기다렸다 붙여 봉투를 완성합니다. - 40

3.     다른 색종이(봉투와 다른 색)를 반으로 접어서 잘라 편지지로 사용합니다(나머지 반은 다음에 재사용합니다). - 10

4.     준비한 사인펜이나 칼라 볼펜으로 간단한 메시지 혹은 격언이나 격려의 말을 정성스럽게 씁니다(매일 다양한 색의 펜으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편지는 전날 저녁에 써놓으면 아침이 덜 바쁩니다.). - 830

5.     편지지를 넣고 봉투를 스티커로 마무리합니다. - 5

6.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볼 수 있도록 책상 중앙에 놓아둡니다. - 5

(10분이 길고 매일 봉투를 만드는 것이 번거롭다면 미리 봉투와 편지지를 여러 개 만들어놓으면 편지 쓰는 시간 5분으로도 아이의 하루가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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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철이는 좋겠당^^ 일케 자상하고 솜씨쟁이 엄마가 있어서^^

    정말 항상 함께하는듯한(살아있는) 자녀교육을 하시는것 같아 부러워요~^^
    (성철이는 고걸 알아야해^^; 잇힝~)

    편안한밤 되세요~ 승객님^^;

    2008.05.28 23: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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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휴.. 호박님의.. 가족과..그리고 호박님 블로그 애독자들에게 즐거움과 삶의 지혜를 주는 것에 비하면..저는 새발의 피죠!^^ 감사합니다~

      2008.05.29 00:28
  2. Favicon of https://sealtaleinprogram.tistory.com BlogIcon Jin_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멋져요 ㅠㅠㅠㅠㅠ 저도 아직은 자녀 입장이지만!!! 꼭 저렇게 멋진 엄마가 되고 싶어요 ㅠ

    2008.07.22 17: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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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아님께서도 분명 머~~~~어~~찐 엄마가 되실거에요. 사실 아이와 공감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더군요. 작은 관심으로도 아이가 충분히 행복해하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2008.07.22 18:15 신고

아들이 이 들기 시작하면서 가끔 아들을 통해서 교훈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해 주말 어느 날,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오겠다고 나갔던 아들이 누구와 한 바탕 싸움을 하고 온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함께 온 아들의 친구가 난처한 표정으로 변호를 했습니다.

 

아줌마, 얘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글쎄 6학년 형이 먼저 시비를 걸었어요.”

 

아니, 무슨 일이 있었는데??”

 

제가 운동장에서 축구 하다가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사먹고 있는데 6학년 형이 오더니 제게 막 욕을 하면서 음료수를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컵에 따라줬는데 나머지도 다 달라고 하면서 또 욕을 했고요. 그 때 성철이가 왔어요. 성철이는 그 형에게 욕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형은 이미 먹었으니 나머지는 제가 먹어야 하는 거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 형이 성철이에게 XX끼야! 니가 뭔데 껴들고 *랄이야! 너 죽고 싶냐! 그랬어요. 그래서 또 성철이가 , 욕하지 말아요라고 했는데 그 형이 더 심하게 욕을 하면서 때리려고 했어요.”

 

그랬구나. 그래서 어떻게 되었니?”

 

그런데..성철이가 니가 6학년이면 다야.. *8놈아. 뺏어 먹을게 없어서 동생 꺼 뺏어 쳐먹냐, **끼야!!!” 그러면서 발차기를 했어요. 그 형도 성철이 멱살잡고.. 그래서 싸움이 났어요.”

 

그럼 그 형은 어떻게 되었니? 많이 다쳤니?”

 

그런데 그 형이 성철이보다 더 많이 맞은 거 같아요. 나중에 울면서 도망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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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한쪽이 발갛게 되고, 윗옷 소매 한 쪽도 찢어진 아들을 돌아보니 어떻게 싸웠는지 짐작은 됐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런 모습으로 집에 왔던 적은 없었기에 사실 저는 놀랐습니다.

 

일단 옷을 갈아 입히고 부은 상처에 약을 발라주면서 말을 걸었습니다.

 

네가 친구를 위해 나서 준 것은 좋은데, 그 형은 6학년이었잖아. 만약 그 형과 친구들이 학교에서 너를 혼내주려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형에게 대들었니?”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 친구들도 싸움 잘하는 친구들이 많고요. 저도 발차기는 잘해요.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선생님께 말씀 드릴 거에요.”

 

그래, 그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어떤 일이든지 싸우는 것은 좋지 못한 것 같아. 될 수 있으면 싸우기 보다는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그런 점에서 형이었지만 성철이가 그 형을 좀더 설득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같이 욕하고 싸우기 보다는..”

 

엄마, 저도 그 형이 욕할 때 세 번 참았어요. 참을 인이 세 번이면 살인도 피해간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래서 저도 세 번은 참았는데 그 형이 우리를 무시하고 욕하고 때리려고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욕하고 싸운 거에요. 아무리 형이라고 해도 동생들을 괴롭히는 것은 안되잖아요. 먹고 싶으면 좀 달라고 부탁해야죠. 자기가 산 것도 아니고, 동생에게 얻어 먹으면 미안한 거잖아요.”

 

아들의 말은 조목조목 타당했습니다. 부당한 것에 분명한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가르쳐왔기 때문에 아들이 잘못했다고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혹시라도 학원 폭력에 관련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아이의 정의로운 태도를 대놓고 칭찬하지도 못했습니다.

 

아들은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자신의 방식을 터득하고 있는 사이에 저는 아들에게 가르쳐왔던 방식에서 주춤거리는 것 같습니다. 점점 인내하기 힘들어지는 사회에 잘 적응하면서 그러려니 하면서 적당히 타협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 것임에도 용감하게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소 굼뜬 아들의 행동에 대해 대부분 세 번까지 인내하지도 않아 결국은 다툼으로 치닫고.. 그렇게 세 번 참는 일은 제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참기 힘들지만 그래도 세 번까지는 참아보고그럼에도 바르지 않다 판단되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아들이 터득한 세 번의 인내를 통해 저를 다시 바로 잡아 봅니다. ‘인내하는 습관을 생활 실천 요강으로 가슴과 머리에 되새기면서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

(어떠한 일이라도 참고 또 참으면 섣불리 행동한 자신에게 올 화를 면한다는 뜻)

  1. Favicon of https://icalus001.tistory.com BlogIcon 구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읽고 갑니다.

    시간나시면 놀러오세요.

    http://icalus001.tistory.com/guestbook

    2008.05.20 20:44 신고
  2. Favicon of https://marketings.co.kr BlogIcon DOKS promoti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는 어른을 가르쳐준다던데,, 저도 제 조카보고 많이 배우고, 울음(?). 눈물 ~ 도 제가 났습니다.. 조카가 그정돈데, 아들은 오죽하겠어요 ^^

    2008.05.22 00:29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들을 보면 간혹 제 모습이 보여 당황스럽기도하고, 오히려 저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정확한 것 같아 아찔한 적이 있답니다. 세상의 일이 개인의 판단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은 현실인지라 가끔은 아이에게 옳은 답을 주는 것이 망설여집니다. 감사합니다.

      2008.05.22 13:06 신고

어제 아들은 저녁을 일찍 먹더니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낑낑거리며 무엇을 쓰고 있었습니다. 살펴보니 선생님께 드릴 편지였습니다. 스승의 날이 바로 오늘 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매년 학년 초가 되거나 혹은 5 15일 스승의 날이 되면 부모들은 은근한 긴장감이 생깁니다. 자녀의 교육을 맡긴 입장이다 보니 저마다 혹시라도 우리 아이가 조금이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다른 부모들의 눈치도 살피고, 주변에 은근 슬쩍 물어보기도 합니다. 14일이면 스승의 날 특선 코너가 꽃집과 백화점에 마련되어 붐비곤 합니다.

 

저도 그런 부모 중의 한 사람이었기에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주변 학부모들의 이런 조언을 받고 백화점 상품권을 준비해서 책 속에 카드와 함께 포장해서 선생님께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상품권은 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편지와 함께 아들에게 다시 보내져 왔습니다.

 

어머님, 저를 생각해서 좋은 선물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부모님들께 부담을 드리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 각자의 개성을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상품권을 돌려드리게 되어 공연히 어머님께서도 불편한 마음을 드리게 되는 것을 알지만 보내주신 선물에 담긴 어머님의 마음은 그대로 받겠습니다. 어머님께서 제게 보내주시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교사가 되겠습니다. 다만 제가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그 감동을 아이들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지켜봐 주십시오.”

 

그 편지를 받는 순간 참으로 죄송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아들의 교육을 맡고 계신 선생님께 마음을 드리기 보다는 금전의 힘을 빌어 그 감사한 사명감을 오히려 오염을 시켰다는 죄책감까지 생겼습니다. 선생님께 진정으로 필요한 선물은 부모들의 믿음이었던 것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스승의 날이 될 무렵에는 아들과 함께 카드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카드를 만들면서 선생님에 대한 아들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고, 부모이지만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아들에게 알려주어 아들도 함께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더 많이 갖게 되는 시간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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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는 어쩐 일인지 아들은 함께 카드를 만들기 보다는 혼자서 선생님께 편지를 쓰겠다고 하며, 제게는 따로 감사의 편지를 쓰라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선생님 외에도 5학년 때의 선생님께도 편지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선생님께서도 현재 학교에 계시기 때문이지요. 아들이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 해가 바뀌면서 더 견고해진 것 같아 대견합니다.

 

최근에는 스승의 날이 선생님들께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날이라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관심과 질타로 오히려 선생님들은 위축된다고 합니다.

 

물론 사회에는 교육적 사명감과는 동떨어진 몇 몇의 교사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사명감으로 오늘도 교단에서 아이들의 눈망울을 빛내고 계십니다. 교권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이 시대에 우리 인생의 주요한 정신적 지주가 되시는 선생님께 최고의 선물 믿음으로 모든 선생님을 기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항상 자랑스럽고 보람에 가득한 선생님의 가르침 속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 승객님.. 제가요...............................................................
    왕팬(?) 아드님의 이름을 몰라요(--^) 왕팬이라고 우겨봄! ㅋㅋㅋㅋㅋㅋㅋㅋ

    살짝 귀뜸좀 해주세요.. 아드님 이름^^
    편지 내용도 살짝 궁금한데요.. 히히히^^

    두모자.. 신나는 휴일보내세욘~~~!

    2008.05.18 03:33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성철이랍니다. 어제는 삼겹살과 김치찌개 파티를 했는데 엄마 솜씨가 아닌 재료 덕분이라고 타박합니다. 호박님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합니다....ㅠ.ㅠ

      2008.05.18 17:36 신고

6학년이 되더니 아들은 뽀얀 아이적 모습에서 손과 발, 그리고 뼈대가 부쩍 커지면서 여린 모습보다는 뻣뻣한 남자로 변해감을 느낍니다. 그런 아들에게 최근에 공포의 대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드름.

 

아들은 피부가 하얀 편이라 사람들로부터 간혹 피부 미남이란 소리를 들어서 왕자병에 사로 잡히곤 합니다. 게다가 어렸을 적부터 만화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2학년 때는 테니스의 왕자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매일 다른 두건을 쓰고 다녀서 주변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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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들의 머리가 직모라서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사방을 향하고 있어 퍼머를 해서 아침에그나마 정리가 되게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머리를 길게 길러서 태왕사신기의 담덕처럼 묵고 다니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작정을 하고 기르고 있는 머리라 길어질수록 정말 지저분하고 볼품이 없습니다. 매번 볼 때마다 온 가족이 나서서 제발 머리 자르거나 머리띠를 하라고 잔소리를 해도 담덕 처럼 머리를 휘날릴 날만을 기다리는 아들은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결국 아들은 머리띠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여드름 때문. 아들에게 여드름이 생기는 이유와 더불어 그를 방지하려면 얼굴을 잘 씻고, 얼굴에 이물질이 닿지 않도록 해야 하고, 평상시 여드름의 주요 원인은 머리카락 때문이라고 겁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남자용 머리띠를 착용하고, 평소에 잘 씻지도 않았는데 자주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면서 나름 자신의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게으름이 아직 배어 있는지라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잠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할머니께서 씻고 자라고 타일러도 꿈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비법을 하나 가르쳐 드렸습니다.

 

너 안 씻고 자면 아침에 여드름이 바로 수두룩해진다!”

 

아들은 깜짝 놀라 바로 목욕탕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한 10분 이상 씻고 나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다양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데 최근 사춘기에 돌입한 아들로 인해 매일 놀라운 일들이 연속됩니다. 그리고 아들은 전보다 관심을 갖는 것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어릴 적에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기는 했지만 주로 엄마의 가이드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어른과 아이의 중간 단계에 들어서면서 갈등의 시간이 잦아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절감합니다.

 

이전 까지는 옳지 못한 것을 바로 지적하는 엄한 엄마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보다 가까운 친구이자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으로 아들과 마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신체 변화와 더불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들에게는 이해되지 않을 것들이 많을 테니까요.

 

오늘은 여드름 치료제에서 여드름 피부용 스킨과 비누를 선물하면서 아들의 또 다른 변화를 살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외모지상주의가 다가 아님을 아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아들아 나도 너의 사춘기가 정말 공포스럽구나!

  1. Favicon of http://basilica.co.kr BlogIcon 바실리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린시절 생각이 나게 하는 글 입니다.
    저 역시 여드름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잘 생긴 아들 씩씩하고 건강하게 키우시길....

    2008.04.30 12:49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남자들은 그리 큰 고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들을 통해 심각한 고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만.. 그렇게 느끼게 하는 것이 외모지상주의로 치닫는 사회현상이 아닌가해서 고민이 되네요.

      그냥 나무라기 보다는 아들을 제대로 설득해야하는데.. 잘될지 걱정입니다. 저 또한 감정이 먼저 나가는 엄마이다보니..^^

      2008.04.30 13:58
  2.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꺄악~~~~~~~~~~~~~~ 왜 승객님이 아들래미한테 꼼짝 못하나 했더니.. 꺄울^^
    너무 훈남에 카리스마가 좔좔좔~ 흐르잖아요! 이거^^

    사진상으론 여드름이 잘안보이는뎅.. 흐흐흐~ 오똑한코랑 빠알간 입술좀 보라지^^ 멋져부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엔 승객님표 돈까스로 아들래미한테 사랑 듬뿍 받으세효^^ 잇힝~

    2008.05.02 12:18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앞머리를 들춰내면 한 두개씩 나기 시작하고요..
      코잔등에도 하나씩...
      저 모습이 카리스마가 아니라 절 꼬나보는 모습이지요..

      사춘기. 신경을 안쓸수도..쓸수도..저도 뒤죽박죽입니다..헐~

      2008.05.02 17:23
  3. Favicon of https://janghp.tistory.com BlogIcon 지킬박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빠르군요. 우리 큰놈은 중1인데 아직...

    2008.05.03 16:13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아들은 사고가 조금 독특(제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개성)해서 유난스러운것 같습니다. 그걸 즐기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요새는 개성을 충분히 살려줘야 한다고 기를 죽여서는 안된다고 주변에서 만류하는 편이라 일단은 지켜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한데..사춘기..요새 세상이 하수상하니..걱정이 많이 됩니다..-.-

      2008.05.07 11:10 신고

수학 단원 평가를 보고 온 아들이 점심을 먹으면서 말을 던진다.

 

엄마, 오늘 수학 시험 볼 때 선생님이 안 계셨거든요. 그런데 어떤 애가 큰소리로 자꾸 커닝을 했어요. 그래서 집에 오기 전에 선생님께 말씀 드렸어요

 

그래? 그런데 선생님께 미리 말하기 보다는 그 친구에게 커닝은 별로 좋은 게 아니니까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말자라고 친구에게 기회를 주면 좋았을 거 같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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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전에도 몇 번 그랬어요. 그리고 제 말에 별로 신경도 안써요.”

 

그럼 네가 좋아하는 용재가 그랬다면 그래도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을까?”

 

. 용재라해도 그렇게 했을 거에요. 하지만 용재는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가 아니에요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런데 엄마는 혹시나 네가 고자질하는 아이로 오해받을까 걱정이다

 

엄마, 그건 고자질이 아니에요. 만약 제가 커닝한 애에게 엄마 말씀처럼 이야기하면 그 애는 너나 잘해! 그래 너 잘났어! *뎅아~!! 그랬을 거에요. 커닝한 것은 창피하고 미안한 건데 오히려 당당하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거잖아요. 앞으로 사람들이 정말 나쁜 행동을 했는데도 그게 처음이면 항상 용서를 해주는 건가요? 그리고 큰 잘못이 아니면 그냥 용서해줘야 하나요?”

 

아이가 자라면서 상황에 맞게 적절한 교훈을 주는 것이 쉽지 않다. 아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했음에도 그 행동을 칭찬하기 보다는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려 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물론 아이들이 자라면서 친구들과의 갈등하는 과정도 필요한 성장의 한 단계이다.

 

하지만 학원폭력이 이젠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았고, 아이들은 일상 대화에서 친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심한 욕이나 비방 등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 해서 나는 아들이 혹시 모를 불상사를 당할까 어떤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지내기를 바래왔다. 그러나 이런 나의 기우가 어쩌면 불의와 타협하도록 은연중에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감정의 변화가 심한 아들은 이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도 조금씩 익혀갈 것이다. 내가 미리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도, 내 방식 대로가 아니라 아들의 방식대로 세상과 부딪치고, 상처도 받고, 절망도 하고, 극복도 해가면서 말이다.

 

아들이 생각하는 바른 삶에 대해 나도 좀더 깊이 고민하고, 조언할 수 있어야겠다.

  1. Favicon of http://mepay.co.kr BlogIcon mepay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고, 키워보지도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참 쉽지 않겠습니다.
    그나저나 아이가 존댓말도 하고, 참 바르게 컸네요.
    저는 엄마한테 존댓말을 안하거든요..^^

    2008.04.21 23:36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도 좋은 성품을 지니셨으니 결혼을 하시고 아이를 양육하실 때도 분명 좋은 부모님이 되실 것입니다. 또한 아이도 바르게 자랄 것이라 믿습니다. 아이를 기르면서 저도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또다른 인생의 다른 면면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그래도 노력해봐야하겠지요.

      2008.04.22 15:54 신고
  2.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정말.. 존댓말 쓰는 아이는 무조건 이뻐라~하는 경향이 짙답니다^^
    그만큼 존댓말 쓰는 아이가 없어요(없어도 너무 없어요~) <--- 호박주변에만 그런가???

    암튼 반말로 엄마 그랬어? 저랬어? 하는 아이들보면 꿀밤한대 때려주고 싶은데..
    우왕.. 울승객님 아들래미는 역시^^ (원래 바른아이들이 호박을 더 좋아한다는.. 엉?)

    오늘도 혼자 쓸데없는말 주절주절 떠들다 가욘^^; 히~

    2008.04.23 17:22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호박님의 인기척만으로도 즐거워지니 아무래도 호박님께 상사병이라도 날 것 같습니다..^^

      아들래미가 평소에는 존대말을 하는데.. 화나면 가끔 반말한답니다.^^

      2008.04.24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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