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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가족'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0.20 언니, 다시 일어서요 (2)
  2. 2008.04.01 무인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언니, 미안해요,

지난 번 치료가 잘 끝나서 또다시 언니에게 다시 아픔이 찾아올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그렇게 언니에게 무심해서 정말 미안해요.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우리 가족 모두가 큰 충격과 슬픔에 쌓였던 시간이 어느새 10년이 지나서 우리에게 다시 또 슬픔은 찾아오지 않을 거라 믿었어요.

 

그런데 지난 해 언니의 갑작스러운 입원과 수술은 우리 가족에게 다시 찾아온 큰 슬픔이었어요. 다행히도 언니는 수술을 잘 견디어 냈고, 결과도 좋았고, 그래서 온 가족 여행도 함께 갈 수 있었어요. 그렇게 한 동안 우리는 행복한 가족들이었어요.

 

그리고 지리적으로 떨어진 언니였기에 건강이 회복되고 나서는 서로의 일상으로 바빴고, 그저 건강을 되찾아가는 거라고만 믿었어요.

 

가끔은 다른 언니들과 성격이 다른 언니를 두고 흉도 보고, 매사에 절약하고 아끼는 언니에게 왜 그리 궁상스럽게 사냐고 거침없이 핀잔을 뱉었던 나쁜 동생이었어요. 그래도 막내라고 그냥 웃어 넘겼던 언니였지요.

 

그런데 다시 재발이 되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이겨내기 위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운동했고, 기도와 봉사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누구보다 많은 것을 나누려고 했고, 건강한 사고를 가졌고, 우리 형제 중에 가장 착한 심성을 가진 언니에게 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났는지

 

언니가 괜찮다고 했을 때 정말 괜찮은지 더 살폈어야 했는데.. 그냥 넘긴 무심한 동생이었어요. 우겨서라도 더 맛있는 것과 더 좋고 예쁜 것을 권하고, 제가 가진 것들을 기꺼이 언니와 나누었어야 하는데 너무 이기적이고, 냉정한 동생이었어요.

 

언니,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언니가 다시 아프니까, 언니에게 못한 일만 떠올라서 자꾸 눈물이 나요. 아플 때 잘하는 것보다 건강할 때 더 감사하고 잘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 가슴으로는 못했어요. 그렇게 못난 동생이기만 해서 정말 미안해요.

 

언니, 절대로 절망하지 말아요.

언제나 언니는 강한 사람이었고, 선한 사람이었고, 바른 사람이었어요. 그건 하느님께서도 잘 아실 거에요. 그래서 언제나 언니를 지켜주실 거에요. 어쩌면 우리 가족 모두에게 다시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회일거라 생각이 들어요.

 

언니, 그러니까 힘내요. 절대로 언니를 포기하지 말아요. 언니 같은 선한 사람은 아직 세상에서 더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어야 해요. 절대 절망할 단계가 아니라고 한 의사선생님 말씀처럼 언니의 의지가 제일 중요해요. 어렸을 적부터 보아온 언니는 성실함과 바름의 상징이었어요. 그래서 그런 언니가 부러워서, 그렇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언니에게 심술을 부렸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항상 제 마음 속에서는 언니의 그 강직함이 좋았어요.

 

언니, 언니답게 다시 용기 있게 일어나서 그 강함을 다시 보여주세요. 매일 아침 가장 따뜻하고 맛있는 식사를 주었던 두 아들과 언제나 언니가 100% 지지를 보냈던 형부, 누구보다 언니와 잘 통했던 엄마, 그리고 우리 네 자매가 모이면 세상의 어떤 가족이 부럽지 않았던 언니들과 저는 언니가 반드시 해낼 거라 믿어요.

 

노란 들국화 향기속에 하얀 얼굴로 수줍게 웃던 언니의 오랜 전 모습이 떠올라요. 이 가을이 지나면 그 해맑은 미소를 언니가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시 가족 여행을 떠나서 더 많은 시간을 언니와 대화하고, 언니 손을 잡고 매년 들국화 길을 걸어봤으면 좋겠어요. 그런 행복함을 언니는 제게, 그리고 가족 모두에게 선물해 줄거라 믿어요. 우리 가족 모두는 언니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언니, 용기를 가지고 다시 꼭 일어서요.

사랑해요. 언니.

 

 

                언니의 건강 회복을 간절하게 기도하는 못난 동생이

 


  1.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승객1님,
    처음에는 승객1님 이야기인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어요.
    승객1님의 언니께서 빨리 회복하시기를 저도 마음을 담아 기도할께요!
    힘내세요!

    2008.11.17 20:12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워요. 언니도 많이 힘을 내고 있답니다. 다행히도 치료를 받는 결과가 좋아지고 있어서 가족 모두들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우님의 따스한 마음에 감사해요.

      2008.11.18 02:51 신고

학부모 간담회를 참석하게 되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교실 안을 둘러보려 했는데 선생님께서 문 앞에서 미리 기다리고 계셔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아들의 자리에 앉도록 안내해주시고는 학부모들에게 뭔가 인쇄물을 나누어 주셨다. 그런데 내게 나주어 주실 때는 크게 웃으시면서 주시는 것이 아닌가. 조금 의아했지만 먼저 인쇄물을 살펴보았다. 인쇄물은 아이들이 직접 쓴 두 장의 자기 소개서였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아실 요량으로 약 25문항에 걸쳐서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답하도록 하신 것 같다.

 

각각의 문항은 주로 자기에 대한 생각, 친구들에 대한 생각, 가족에 대한 생각, 공부에 대한 생각, 자신의 미래의 꿈에 대한 생각에 대한 것으로 각 5문항씩 질문에 대한 답이 적혀 있었다.

 

선생님께서 크게 웃으셨던 아들의 답변은 우리 엄마는 (스파르타 교육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것과 공부를 하는 이유 세 가지에 대해서 첫 째, 강자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둘째, 다른 사람을 더 웃겨주기 위해서, 셋째, 남북 통일을 빨리 이루기 위해서라는 것. 또한 무인도에 있을 때 한 사람만 데려오고 싶다면 나는 (용재)를 오라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엄마에 대한 이미지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절묘하게 관련 짓다니.. 그리고 가장 절박한 순간에 엄마나 가족이 아닌 친구라니!! 선생님께서는 나를 안심시키시려는 지 성철이가 엉뚱하기는 하지만 어머님을 참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고 하신다. 선생님의 위로에 나는 웃을 수도, 화를 낼 수도 없는 대략난감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집에 돌아와서 아들의 자기소개서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들에게 나는 녹록한 엄마는 사실 아니었다. 집에서 지켜 볼 수 있는 엄마가 아닌지라 회사에 출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아들은 오늘의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했고, 나는 매일 빠지지 않고 점검했다.

 

공부의 양은 아들과 의논하여 현실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하여 습관을 갖도록 했고, 만약 그날의 할 일을 못했을 경우 다음 날 혹은 주말에도 반드시 하게 했다. 숙제를 완성한 대가로는 주말에 2시간의 컴퓨터 게임과 2시간의 게임기의 사용이라는 달콤(?)하고도 대단한(?) 상이 아들에게 주어졌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불가. 그리고 나는 아들에게 했던 약속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고, 아들도 내가 자신의 기대치를 거스른 적이 없기 때문에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엄격한 엄마이지만 소통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거라 믿었다. 하지만 무인도에서 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나는 아들에게 스파르타식의 강압적인 엄마였나 보다. 그럴지도 모른다. 아이의 직관적인 생각이 때로는 세상을 가장 정확하게 본다.

 

나는 아이에게 틈을 주지 않는 엄마였다. 아이에게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 실수를 통해 엄마도 자신과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하지 못했다. 실패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가르치기 보다는 뭐든 잘하라고만 채근했었다. 실수 없는 엄마를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게 해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에 중심을 두었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아들이 성장하면서 나는 그에게 더 이상 1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언뜻언뜻 사금파리 통증으로 느끼곤 한다. 예측하지 못한 배신이 서서히 익숙한 일상으로 다가설 테고 아들은 서서히 나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 아들의 생각대로 세상을 느끼고 마주하도록 그에게서 물러나야 할 때가 조금씩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무인도에서 엄마를 생각해줬으면 하는 서운하고도 아련한 미련이 남아 있지만 말이다

 

이제부터 나의 아들이 아니라 배 성 철이라는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하고, 엄마의 존재보다 먼저 아들에게 다가서는 사람들과 가치들을 함께 공감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인도에서 꼭 필요하다는 친구에게 게임기 들려서 보내주고 나는 아들에게 잘 지내라는 메일이나 띄워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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