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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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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0 12년의 부재, 그러나...

비록 단발머리나 댕기머리 정도의 헤어스타일에 불과했지만 나름 당시로서는 세련된 교복을 입었던 고등학교 시절을 온통 분홍과 초록, 노랑색의 꿈들로 함께 했던 여고 동창생들을 12년 만에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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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날씬하고 살구 빛을 띄던 그 시절의 모습은 이제 찾아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어머 하나도 안 변했네~”를 외쳐대며 반가워했다.

사실 오래 전에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평소에 모이는 동아리 아지트에 모여 앉아 어느 환갑잔치에서 주인공과 그 친구들인 환갑의 할머니들이 서로를 보면서 아휴~ 하나도 안 변했네!”라고 했다며 까르르 웃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이미 지금의 상황을 알고나 있었듯이...

 

그 동안 바쁘게 살다 보니 연락이 뜸해지고, 그래서 잊혀지고, 그리곤 끊어진 채 서로의 추억 속에서만 가끔 꺼내보곤 했던 그런 우리들이 돼버린 것이다. 마주 하지 못했던 그 10여 년의 시간을 서로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어서 이미 우리 자신을 잊고 그 시절의 재잘거리는 소녀들로 돌아갔다. 그리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올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12년의 부재는 한 순간에 사라졌다.

 

사실 이번에 모이게 된 것은 미국에 있던 친구의 아버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어 친구가 잠시 귀국을 한 덕분이었다. 지방에 있는 친구조차도 새벽을 달려 와주었고, 전에는 다 모이기 힘들었던 우리의 별동대(?)들이 빠짐없이 모였다. 한 친구는 요즘에 나이 들어 동창을 만나는 경우 대부분이 외국에 있는 친구가 들어와서 보게 된다는데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핀잔을 주었다.

 

정말 그랬다. 고교 졸업 때는 자주 만나자고 새끼 손가락 꼭꼭 걸었지만 서로 다른 학교나 회사로 진출하다 보니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결혼식에서 보고, 처음 결혼한 친구의 첫 아이 돌 이후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곤 바빠진 서로의 삶에서 조금씩 잊혀진 것이리라. 하지만 이렇게라도 반갑게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할 일인가.

 

여전히 우리는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야 할 중년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순수의 시절을 함께 나누었던 그 순간 순간이 있었기에 우리가 인생의 다양한 면면들을 각자의 방식대로 걸어갈 수 있는 것일 게다. 그때의 감성이 있었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것이고, 가끔은 하늘을 볼 수 있고, 계절이 바뀌면 그리움을 갖게 되는 것이리라.

 

공항으로 떠나는 친구의 모습이 안보일 때 까지 우리는 손을 흔들면서 아쉬웠지만 이제 그 예전의 별동대를 다시 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서로의 눈짓과 미소들이 하늘을 파랗게 연 봄 하늘의 아지랑이처럼 부풀어 올랐다.

 

내게도 돌아볼 순수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감을 주리라 생각지 못했다. 인생의 중반에 우정을 다시 돌려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친구들아,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제 남은 미래의 시간에서 우리만의 순수를 만들어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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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by 승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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