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릴 때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어렵지 않게 해결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성장과 함께 보고 느끼는 세상은 일반적인 사고의 영역을 넘나들기 때문에 간혹 그 궁금증을 해결해주는데 난감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아이의 생각주머니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로 기특하고 대견한 일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어른들은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비유로 적절하게 설명해주었기에 아들에게나는 ‘막힘없는 놀라운 지식의 소유자’로 항상 존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3학년 이후부터 아들은 일반 상식을 넘어서는 전문 지식과 세상에 대한 궁금증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난감한 상황이 되면 나는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고, 같이 검색을 해보거나 사전을 찾곤 했다. 그러나 그 진실 앞에 눈치 빠른 아들은 엄마가 더 이상 지존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껴가며, 경외심 또한 줄어가는 듯 했다.
그 동안 아들에게 책을 사주거나 잡지가 도착하면 나도 함께 읽으면서 아이와 공감대를 만들려고 했고,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논리적으로 설명해주고, 토론을 이끌어 내는 등 나름 ‘지존’의 자리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사실 요즘엔 어린이를 위한 책들이 정말 잘 만들어져서 어른들이라 해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함께 책 읽는 습관은 아이와 엄마를 신뢰로 잇는 가장 강력한 매듭이다.
하지만 최근에 일이 많아져 읽고 싶은 책도 읽을 시간이 부족해 아들의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이나토론은 엄두도 못 내고 아들의 궁금증은 미결로 남아 있곤 했다. 그렇다 보니 아들의 기대치에서 나는 점차 멀어졌고 결국은 아들에게 ‘만만한 지식인’으로 전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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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과 제대로 놀아 주려면 회사에서 힘을 비축해 두었다가 퇴근해야 합니다.^^
2008.03.11 09:10 신고그렇지 않으면 맘은 놀아 주고 싶은데 눈꺼풀은 천근만근, 온몸은 찌뿌둥. 어렵지요.
워킹맘이시니 더 하시겠지요. 집에 돌아 가면 집안일까지 기다리고 있을텐데.
건투를 빌어 봅니다.
앗 댓글이 없어졌네요. 지난 번에 달았는데. 갑자기 없어지는 경우가 있나요..
2008.03.14 15:15 신고말씀대로 워킹맘의 길은 정말 쉽지 않은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아들이 나이가 들면서 좌충우돌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그만큼 자신의 세계가 커졌다고 생각해야겠지요.
말씀대로 건강하고 건전한 워킹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