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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그리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2.02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2)
  2. 2008.03.10 12년의 부재, 그러나...

사람의 인연이란 때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그녀.

 

오늘은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녀와의 만남은 항상 설렘입니다.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있는 저를 보면서 그녀는 저만치에서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만나러 오듯 그녀 특유의 함박 웃음과 함께 쏜살같이 달려왔습니다.


엄마 만나러 온 유치원생같네!

그럼요. 언니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너무 해요. 이렇게 오랜만에 얼굴 보여주다니!!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은 3년 전 어느 토론 모임에서였습니다. IT 관련된 모임이라 대부분 남성들 중심으로 모이는 것을 고려한 여성 쿼터제가 실시되었기에 간간이 보이는 여성들 중에서 그녀는 반짝이는 눈과 적극적임, 해박한 지식을 겸비한 멋진 여성으로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명함을 교환하면서 제게 선뜻 언니라고 호칭해서 의아했습니다. 이사님, 주간님 등의 직책에 대한 호칭으로 익숙한 제게는 어색하게 들렸습니다. 그러나 20분간 주어졌던 그녀의 또랑또랑한 발표와 다른 사람의 발표 주제에 대해 예리하게 질문하는 그녀에게 저는 매료되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2주일이 지나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전화를 했습니다. 같은 분야에서 일을 했기에 자연스러운 만남이 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그녀는 연배가 높고 그녀가 잘 알고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제가 보자고 해서 의문과 함께 긴장도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만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너무도 익숙했고, 서로에게 끌렸습니다.

 

그녀는 저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노력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사람, 더불어 사는 것의 중요함을 실천해 가는 사람,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고 산을 경외할 줄 아는 사람, 유쾌하고 상쾌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저를 온전히 믿어주는 것은 제게는 행운이자 자랑거리입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부대끼지는 않았지만 그녀도 저도 무엇인가 교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간혹 그녀가 보고 싶으면 전화를 겁니다. 그러면 그녀는 제 전화를 기다리고만 있던 사람처럼 그리움이 넘쳐나는 반가움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밉지 않은 응석도 부립니다.

 

최근 몇 가지 일로 조금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는 제게 그녀의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문득 집으로 가는 전철역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도 간절한 무엇을 가지고 있었던지 우리는 만나기로 했습니다.

 

오늘 그녀로 인해 행복한 몇 시간을 보냈고 그녀도 기쁜 시간을 가졌음을 압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서로를 향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들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었고, 그 속에서 각자의 무거움들을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정면에서 마주하는 부담스러움이 아닌 호들갑스럽지 않는 편안함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그녀는 제게 마음 속 내밀한 곳에 꼭꼭 숨겨놓고 문득문득 꺼내고 싶은 재미난 추억과 같은 선물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후배에게서 편안함과 배움을 선물 받는 행복이 제게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그녀도 저로 인해 행복한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1.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쥐구멍을 찾고 싶습니다..
    부족한 제게 언니는 늘 선물과 같은 분입니다.
    정말! 왜 인제 만났는지... 억울할 정도로 한눈에 반했거든요~
    언제나 가슴속의 정직함과 넉넉함으로 푸근하게 반겨주셔서 제게 이런 기막힌 행운이 올줄 몰랐습니다. 다음에도 담뿍~ 반가이 맞이해드리겠사오니~! 힘내세요.....

    2008.12.02 13:44

비록 단발머리나 댕기머리 정도의 헤어스타일에 불과했지만 나름 당시로서는 세련된 교복을 입었던 고등학교 시절을 온통 분홍과 초록, 노랑색의 꿈들로 함께 했던 여고 동창생들을 12년 만에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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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날씬하고 살구 빛을 띄던 그 시절의 모습은 이제 찾아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어머 하나도 안 변했네~”를 외쳐대며 반가워했다.

사실 오래 전에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평소에 모이는 동아리 아지트에 모여 앉아 어느 환갑잔치에서 주인공과 그 친구들인 환갑의 할머니들이 서로를 보면서 아휴~ 하나도 안 변했네!”라고 했다며 까르르 웃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이미 지금의 상황을 알고나 있었듯이...

 

그 동안 바쁘게 살다 보니 연락이 뜸해지고, 그래서 잊혀지고, 그리곤 끊어진 채 서로의 추억 속에서만 가끔 꺼내보곤 했던 그런 우리들이 돼버린 것이다. 마주 하지 못했던 그 10여 년의 시간을 서로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어서 이미 우리 자신을 잊고 그 시절의 재잘거리는 소녀들로 돌아갔다. 그리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올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12년의 부재는 한 순간에 사라졌다.

 

사실 이번에 모이게 된 것은 미국에 있던 친구의 아버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어 친구가 잠시 귀국을 한 덕분이었다. 지방에 있는 친구조차도 새벽을 달려 와주었고, 전에는 다 모이기 힘들었던 우리의 별동대(?)들이 빠짐없이 모였다. 한 친구는 요즘에 나이 들어 동창을 만나는 경우 대부분이 외국에 있는 친구가 들어와서 보게 된다는데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핀잔을 주었다.

 

정말 그랬다. 고교 졸업 때는 자주 만나자고 새끼 손가락 꼭꼭 걸었지만 서로 다른 학교나 회사로 진출하다 보니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결혼식에서 보고, 처음 결혼한 친구의 첫 아이 돌 이후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곤 바빠진 서로의 삶에서 조금씩 잊혀진 것이리라. 하지만 이렇게라도 반갑게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할 일인가.

 

여전히 우리는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야 할 중년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순수의 시절을 함께 나누었던 그 순간 순간이 있었기에 우리가 인생의 다양한 면면들을 각자의 방식대로 걸어갈 수 있는 것일 게다. 그때의 감성이 있었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것이고, 가끔은 하늘을 볼 수 있고, 계절이 바뀌면 그리움을 갖게 되는 것이리라.

 

공항으로 떠나는 친구의 모습이 안보일 때 까지 우리는 손을 흔들면서 아쉬웠지만 이제 그 예전의 별동대를 다시 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서로의 눈짓과 미소들이 하늘을 파랗게 연 봄 하늘의 아지랑이처럼 부풀어 올랐다.

 

내게도 돌아볼 순수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감을 주리라 생각지 못했다. 인생의 중반에 우정을 다시 돌려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친구들아,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제 남은 미래의 시간에서 우리만의 순수를 만들어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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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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