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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30 영재 = 아빠의 경제력 + 엄마의 정보력 + 아이의 경쟁력 ?

2주전 수학학력 평가시험이 있었습니다. 그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이러한 류의 시험은 미리 공지를 해주어서 때가 되면 보겠지 하며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6학년이 되더니 공부에 조금 소홀해진 듯한 아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주는 공지 사항이 자신에게 불리하면 일부로 빠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살피면 알 수도 있었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가방을 살펴보던 중 기간이 하루 지난 수학학력 평가시험 신청서를 발견하고 아들에게 묻자 학교 시험이 아니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뻔하겠지만

 

된 잔소리를 퍼붓고 해당 기관에 전화를 했더니 다행이 다음날까지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신청을 하고 예상 문제집을 받아왔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는 난이도가 높아 시험 보기 전 2주일간 아들은 저녁이면 책상 앞에 붙잡혀 예상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야 했습니다.

 

드디어 시험날이 되어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시험 고사장에 갔습니다. 아들도 혼자 신청해서 보는 시험인지라 조금은 긴장이 된 모양이었습니다. 비가 왔던 일요일이었음에도 시험이 치러지는 학교 안에는 응시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학원의 지원 선생님들과 차량 등으로 빽빽하게 붐볐습니다..

 

세상에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부모들이 이런 시험에 관심이 높을 줄이야. 50분전에 도착해서 아직 고사장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지 않아 비를 피해 기다려야 했습니다. 체육관 건물 1층 기둥 사이 사이에 공간이 비어 있어서 많은 학생들과 부모들이 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엄마들은 함께 신청해서인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시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들은 그들의 대화 속에서 나는 참 정보가 없는 무관심한 엄마였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화하던 엄마들은 다양한 시험의 일정과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과정, 그리고 좋은 점수를 배출하는 학원, 능력 있는 선생님들, 각종 영재학교나 영재교육원에 대한 노하우, 강남 엄마들은 유치원 때부터 어떻게 하는지 등등너무도 자세하게도 다양한 교육 정보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들의 대화를 정리해보면 가능한 한 정보를 신속히 얻어야 하고, 정보에 따르는 과목의 등록 비용이 만만찮고, 아이들도 그 수준을 맞추어 따라가려면 엄청나게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시대의 영재는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 아이의 경쟁력에 결정 된다는 것이 우스개 소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주중에는 직장에 다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 때문에 그나마 시간이 나는 주말에 학원과 학교의 교과 과정을 중심으로 아이의 학습과정을 살펴보고 몇 가지 문제집으로 복습할 수 있도록 했고, 아이의 사고력과 논리력을 길러주려고 책을 함께 읽으면서 토론했던 나의 노력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아 힘이 빠졌습니다. 아빠의 빵빵한 경제력도, 모든 정보를 술술 꿰는 엄마의 대단한 정보력도 없고, 아들도 자신이 천재라고 절대 말할 수 없기에 아들이 영재가 되기는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어 고사장으로 향하는 아들의 손을 꼭 쥐어주고 최선을 다하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었지만 고사장을 나서는 발걸음은 그 날의 궂은 날씨처럼 무거웠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거라 생각했고, 아이에게 꼭 일등이 되어야 한다고는 강요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기능적인 지식형 인간이 아닌 자신과 타인에게 당당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했는데 어느새 아들도 친구들과 다르게 공부하고 있다는 것에 은근히 걱정을 합니다. 아들은 영재가 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런 아들의 염려를 무조건 괜찮다고 툭툭 털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이란

 

그럼에도 대화 속 엄마들이 말했던 영재의 등식은 틀린 답이라는 외침이 가슴 속에서 울렁거립니다. 처음으로 아들을 데리고 산 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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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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