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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사춘기 아들'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9.03.16 자식을 이기는 엄마 (5)
  2. 2008.12.23 카레 전문점에서의 데이트 (8)
  3. 2008.12.16 너는 어떤 나무를 갖고 싶니? (7)
  4. 2008.11.14 엄마의 반성문 (4)
  5. 2008.10.03 이 시대의 백점 엄마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까지는 아들에게 저는 전지전능한 존재였습니다. 아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바로 대답해주었고, 교과 공부에 대한 궁금증도 될 수 있으면 아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비유를 들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거나 인터넷에서 함께 자료를 찾아 주면서 정보의 효율적인 활용법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고학년이 되면서 아들은 난이도가 높은 질문을 해왔고, 조금씩 저는 당혹스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엄마의 불안함을 아들은 간파를 했는지 무불통지 엄마의 자만심이 무너지는 것에 은근히 재미를 느끼는 듯합니다.

 

아들과 설전이 벌어진 후에는 알쏭달쏭한 과학 문제들이며, 세상에서 가장 긴 단어가 뭐냐고 묻거나 자신이 현재 배우고 있지도 않는 난해한 수학 문제를 가져와서 풀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문제 풀이에 고전하는 저를 보면서 아들은 만족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들의 고약한 경쟁상대가 되고 있었습니다.

 

최근 어느 날 의기양양한 아들이 제게 게임을 제안해왔습니다. 세 번 게임을 해서 점수를 많이 딴 사람에게 자장면을 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나라이름, 두 번째는 과학자나 수학자, 세 번째는 영어 단어 끝말잇기 게임이 있었습니다.

 

사실 아들은 제안을 하기 전 두 시간 전에 방에서 무엇인가 열중한 터라 자신감이 넘쳐흘렀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시간이 경과하자 아들의 데이터는 바닥이 났습니다. 결국 두 번째 까지도 아들은 저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씰룩 거리는 표정의 아들이 제게 마지막 게임은 3점으로 하자고 합니다. 자신이 막판 뒤집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흔쾌히 동의하고 우리는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아들은 마지막 게임은 자신이 있던 모양이었습니다. 아들과 저는 꽤 긴 시간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영어 끝말잇기를 해갔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가자 아들도 저도 지친 상태였지만 결국 마지막도 제가 이겼습니다. 당당했던 아들은 무슨 엄마가 자식에게 한 번도 안지는 거에요? 자식을 이기는 엄마는 이 세상에 우리 엄마 밖에 없을 거야!”고 쏘아 붙이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아들과 마주했습니다.

아들아, 엄마는 너의 경쟁 상대가 아니란다.”

 

그렇죠, 그런데 엄마랑 게임을 하든지, 문제 풀기를 하든지 제가 항상 졌잖아요. 그래서 저도 엄마보다 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 당연히 아직 어린 너는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지금은 엄마를 이길 수 없어. 그런데 중요한 것은 너와 엄마는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지. 엄마는 네가 지식을 쌓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지 너를 이기려는 것이 아니야. 너도 게임을 하면서 몰랐던 단어의 뜻을 다시 알게 되잖아. 게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기는 만족감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실패를 왜 했는지를 느끼는 것이란다. 엄마가 너보다 단어나 산이나 강, 도시 이름을 많이 아는 것은 너보다 더 많이 공부했고, 책도 많이 읽었기 때문이야. 네가 엄마 나이가 되면 엄마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네가 노력을 더 한다면 머지 않아 엄마를 이길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너는 엄마가 어떻게 그 많은 단어들을 알 수 있을까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엄마가 일부러 너에게 져주면 진심으로 이긴 기쁨을 가질 수 있을 거 같아?”

 

엄마를 이기면 다른 친구들과의 게임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같아서 엄마를 이기고 싶어요

 

게임에서 이기려면 준비 없이 안 되는 것은 알지? 그럼 앞으로 엄마와의 게임에서 좀더 발전적인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발전적인 방법이요? 다른 게임을 하자는 건가요?”

 

아니, 너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말이야예를 들면 a로 시작하거나 b로 시작하는 단어 등등 알파벳을 차례로 해보는 것이라든지, 숙어 맞추기, 문학가 이름이나 위인이름, 문화재나 역사적 장소 등으로 하면 너에게 훨씬 유리하고, 또 도움도 될 것 같은데…”

 

좋아요. 그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엄마는 자장면이 아니라 피자 값 나갈 각오하셔야 해요!”

 

아들의 모습에서 저의 모습이 반사되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당혹스럽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에 형제들과 게임 하기를 좋아했고, 이기지 못하면 분함을 삭히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만 타고난 승부 근성은 아들이라 해도 수그러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엄마를 잘 이해해주고,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아들에게 고맙고, 미안합니다.

 

아들아!! 피자 값으로 얼마를 써도 좋단다!! 제발 나를 이겨다오!!

 

그럼에도 저는 오늘부터 아들 몰래 영어 단어며 숙어를 외울 것입니다.^^


  1.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식과 게임을 해서 지지 않는 엄마! 정말 잼있었어요.
    피자값 각오하라는 아들의 말도 너무 비장하네요...

    덕분에 하루 15분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전 너무 게을러요~ 반성...

    2009.03.17 17:53
  2.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을 읽으니 저도 게임하고 싶은 의욕이 막 솟아나요!
    게임에 이기려고 형아도 공부하고, 승객님도 공부하고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요!
    저도 엄마를 졸라 당장 게임하자고 해야겠어요.^^

    2009.03.20 16:47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외로 이런 게임이 공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저도 깨달았습니다. 공부한다는 부담감을 가지지 않고 놀이하듯 하는 공부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게임은 게임이므로 너무 과열하다보면 다시 또 하고 싶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요.^^

      2009.03.20 16:54 신고

지난 일요일은 모처럼만에 아들과 단 둘이서 강남의 한 카레 전문점에서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그 동안 아들과 함께 갔던 음식점은 대부분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전문점, 한식집, 횟집, 중국집, 고기집, 뷔페였고 거의 가족들과 함께 했습니다. 아들은 카레 라이스를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집에서 해주었고 카레 전문점은 처음 가보는지라 아들은 전문점 앞에서 좀 망설였습니다.

 

이런 곳도 가봐야 한다며 아들의 손을 잡고 무작정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식당 안의 손님들중에는 아들 또래는 없었고 20대 이상의 연인이나 친구들의 모임에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들은 깔끔하고 어른스러운(?) 카레 전문점의 분위기와 어른들 속에 압도되었는지 조금 어색해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에게 엄마와 함께 왔으니까 괜찮다고 하고 오랜만에 데이트 하니까 엄마가 두근거리네 하면서 농담을 던지니 아들도 웃으며 받아 칩니다.

 

맞아, 엄마! 오늘 날짜는 12 21일 이지요?”

그런데 왜 좀 어색하니?”

, 다른 곳보다 제 또래들이 없으니 좀 그래요.”

엄마가 앞으로 너와 다양한 음식점을 같이 다녀야겠구나. 이제 너는 어린이가 아니잖아. 그리고 여러 가지 음식이랑 또 여러 멋진 곳을 알아두어야 나중에 여자친구에게도 맛있는 것도 사주고 멋진 곳에서 데이트도 할 수 있는 거란다

엄마도 참.. 내가 무슨 여자친구가 있다고..”

.. 그러니까 나중에.. 네가 커서 돈도 벌고 하면 말이야그리고 엄마도 사주고! ”

 

점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오자 아들은 가장 비싼 카레라이스를 시켰습니다. 이왕이면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거 먹고 싶었고 비싼 요리에 더 신경을 쓸 거 같다는 것이 아들이 선택한 이유였습니다. 저는 파스타를 시켰습니다.

 

사실 식당에 들어서기 전에 행사에 참가 했던 아들은 점심도 거른 채 몇 시간을 굶은 상태라 음식이 나오자 열심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쯤 먹을 즈음에 제 파스타와 바꾸어 먹자고 했더니 아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카레 그릇을 제게 넘겼습니다. 그리고는 제 파스타를 남김없이 비웠습니다. 저는 진짜 배가 고팠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식당을 나서면서 아들에게 맛있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물었습니다.

오늘 먹은 카레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고 싶어?”

… 7점 정도요..”

.. 생각보다 점수가 낮네? 비싼 걸 시켰는데 맛이 없었어?”

사실은 제가 그런 종류의 카레를 처음 먹어보기 때문에 어쩌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요. 맛있는 음식은 처음 맛본다 하더라도 뭔가 느낌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느낌이 없었어요. 저는 카레를 좋아하는데 제가 먹은 것은 카레의 고유의 맛을 살리기 보다는 해산물 음식에 더 신경을 쓴 거 같아요. 입안에서 맴도는 카레의 맛이 오래가지 않아서 그다지 카레의 독특함은 못 느낀 것 같아요. 저는 파스타가 더 맛있었어요. 엄마는요?”

. 카레라이스는 뭐랄까 2% 부족한 무엇이 있다고나 할까... 엄마도 사실 파스타가 더 맛있었어.”

 

처음 먹어본 음식을 그냥 먹기에 급급한 줄 알았는데 제법 음미하려고 했던 아들에게서 의외의 면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엄마, 사실 카레는 엄마가 해주신 것과 학교 급식에서 나온 것만을 먹어봐서 카레의 다양한 맛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느낌이 그런 거에요. 하지만 앞으로 좀더 자주 먹어보고 다른 음식도 먹어 본다면 참 맛을 알 것 같아요. 그렇죠?”

 

대놓고 사달라는 말보다 무서운 압박(?)이었지만 자신에게 다가서는 모든 것들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보려는 아들의 성장이 신기합니다. 그리고 아들의 제안에 기꺼이 동의했습니다.

 

사실 제게 더 좋았던 것은 아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집을 떠나서 아들과 단둘이 함께 하는 것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들과 저는 서로의 생각을 더 긴밀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음식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제가 가졌던 고민이며, 또 아들이 생각하는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었고 집을 떠난 의외의 장소가 오히려 아들과 제 마음을 더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이제 아들과 대화가 힘들어 지거나 소원해질 때면 멋진 곳에서의 데이트를 종종 즐겨야 한다는 것을 카레 전문점에서의 데이트에서 배웠습니다. 비록 투자한 만큼의 맛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1. Favicon of https://sosoilgi.tistory.com BlogIcon 시크릿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들분이 굉장히 정확하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데이트 좋으셨겠어요~~~~

    2008.12.24 01:28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의사표현이 너무 확실해서 제 기분이 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엄마의 말상대가 되어주는 아들이 고맙긴합니다.^^

      2008.12.24 02:18 신고
  2. Favicon of https://kyrhee.tistory.com BlogIcon Ikaru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아드님 또래의 나이었을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군요. 가끔은 제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이 과연 최선일까를 고민해 보지만 제가 경험하고 주워들은 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 같아 고민이 깊습니다. 정말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훌륭한 아드님을 두신 것 같아 부럽기만 합니다. 비법 같은 것이 없는 것은 물론 알지만 정말 개인지도라도 받고 싶군요...

    2009.01.01 18:47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매번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대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대로 자란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당혹스럽지만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기준과 아들의 기준은 좀처럼 만나기 힘듭니다. 그래도 시간이 갈 수록 엄마의 말을 조금씩 이해하려고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고마울 따름입니다.

      2009.01.02 00:53 신고
  3.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믓찐 데이트를 하셨네용^^ 정말 백점짜리 옴마에요^^ 승객님은~ (부럽!)

    올해 울철이가 중딩이 되는군요~ 호박이모야가 미리 추카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눈한번 꿈뻑(-.-)(_ _) 거렸을뿐인뒈, 해가 샤샤샥~ 바뀌더니~ 벌써 4일이에용.. 헉!
    요러다 금방 호박할매 되겠다능(ㅠㅠ)

    즐건휴일 보내시구요~ 여전히 새해복 마니마니 받으세욥!
    1월부터 우리 라라라~♪ 하자구요^^d 아잣!

    2009.01.04 18:03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학생이 된다하니 긴장이 되나봅니다. 조금씩 의젓해지는 아들이 대견합니다. 하지만 사실 걱정도 됩니다. 이제 사춘기의 절정으로 접어들 시기라 한쪽으로는 폭풍 전야라고나 할까요..^^

      2009년이 호박님께도 행복한 해 되세요.

      2009.01.05 15:01
  4.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레~ 라는 말에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저도 카레를 좋아하는뎅~
    역시 카레는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엠티가서 먹는 카레~
    그리고 하노이에서 먹었던 인도레스토랑의 찐한 분위기에서의 카레가 맛있어요.

    음식은 맛과 분위기가 어우러져야 제맛인거같아요. 아마 아드님도 곧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다양한 카레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을꺼 같아요! 늦었지만 해피뉴이어!!

    2009.01.07 00:11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 다음번 그대와의 데이트에서는 카레 전문점에서 해야겠는걸~

      올해 멋지고 행복한 해가 될거라 확신하고..
      언제나처럼 건강한 웃음.. 활기찬 에너지
      넘치길 빌며...

      2009.01.07 01:53

혼자서 상상하는 것을 즐기는 아들은 종종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에 골몰해 있곤 합니다. 그래서 종종 집중력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아들의 모습이 최근 학원에서 자주 포착이 되었는지 선생님께서 걱정스러운 전화를 주셨습니다. 집중할 수 있도록 집에서도 지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번에 본 시험점수가 예상외로 낮게 나왔다는 실망스러운 결과까지도 알려주셨습니다.

 

학교의 기말고사 이후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하고 싶은 대로 두었고, 간혹 물어보면 아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숙제도 꼬박꼬박한다는 말로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발등을 찍힐 줄이야

 

놀다가 들어온 아들에게 큰소리를 내었습니다. 이미 예상했던지 아들은 엄마의 말에 토를 달지는 못했습니다. 한참을 나무라고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문장을 외우도록 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고 나서 영어 문장 외우기가 제대로 안돼 다시 외우겠다고 해서 시간을 좀더 주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아들의 방에 들어선 순간 배신감에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아들은 의자를 뒤로 젖힌 채로 눈은 벽 한쪽을 응시한 채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랐고 자세를 고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서 속사포로 쏘아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들은 거칠게 말대꾸를 합니다. 자기는 딴 짓을 하지 않았고 문장을 외우고 있었으며, 공부를 하는 방법은 자기 스타일이 있는 법이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리고는 엄마가 아들을 믿지 않는다며, 이런 현실에서 살고 싶지 않고 죽고 싶다며 문을 쾅 닫아버립니다.

 

저는 한동안 말을 잃은 채 멍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밥을 차렸지만 아들과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은 문을 세차게 열고는 학교를 갔습니다. 오전 내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 고민되었습니다.

 

오후가 되어서 아들은 돌아왔습니다. 아들이 방문에 들어서기 전에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불러 앉혔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세 농부가 있었어. 세 농부는 아주 좋은 품종의 사과 나무 묘목을 심었단다. 10년 후에  풍성한 사과 열매를 기대하면서 아주 정성껏 가꾸었지. 그런데 어느 날 폭풍우가 몰아쳐서 세 농부가 심은 사과나무 묘목의 가지들이 그만 부러졌단다. 세 농부는 자신의 사과 나무를 보고 놀라고 기가 막혔어.”

 

한 농부는 너무 실망했고, 화가 나서 그만 그 묘목을 땅에서 뽑아 버렸어. 다른 한 농부도 실망하고는 그냥 그 나무가 살거나 말거나 방치를 했어. 그런데 마지막 농부는 부러진 가지를 잘 지지해주고, 나무를 그 뒤로도 정성스럽게 가꾸었어.”

 

10년이 지나서 세 농부를 찾아갔는데 뽑아버린 농부는 찾을 수가 없었고, 사과나무를 그냥 방치한 농부의 나무는 그냥 겨우 땅을 지탱하는 정도였어. 그런데 나무를 정성껏 가꾼 농부의 사과 나무는 모든 가지마다 맛있는 사과가 가득 열렸단다.”

 

, 너는 사과나무를 가꾸는 농부야. 그리고 사과 나무는 네 자신과 미래야. 사람이 살다 보면 늘 좋은 일만 만나는 게 아니야. 폭풍우는 사과나무도 농부도 원하지 않던 것이었어.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힘들고 어렵고, 혹은 이해되지 않거나 부당한 일을 당할 수가 있어. 그런데 그럴 때마다 네 자신과 미래를 포기하고 방치하면 너의 나무는 어떻게 될까? 너는 어떤 사과 나무를 갖고 싶니?”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아들의 고개가 떨구어졌습니다.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화를 낸 것과 엄마에게 함부로 말했던 것들에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미래를 함부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다가올 시련에 대해서 참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마음 졸여야 하는지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살얼음 판을 걷는 가슴 졸임의 시간은 갈수록 잦고 녹록하지 않습니다.

 

아들에게 답을 원했던 그 질문을 제 자신에게도 던집니다.

 

나는 어떤 사과 나무를 갖고 있는가?’

  1.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형아가 반성을 하고 사과나무를 안았군요.
    그런데 저도 반성이 돼요. 지금까지 대충 사과나무를 가꿨다면, 앞으로는 더 신경써서 소중하게 가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08.12.16 23:05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형아가 반성을 많이 했답니다. 그래서 요즘엔 열~~공하고 있답니다. 중학교 들어가니까 긴장이 되나봐요. 그래도 공부를 하고 와서는 태권도를 꼭 하고 온답니다. 몸의 긴장도 풀어주고 스트레스도 풀려는지.. 요즘엔 농구를 새로 시작하고 있네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몸을 갖는 것도 중요한 것이죠. 마음과 몸이 함께 건강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멋진 농부가 아닐런지..

      2008.12.17 01:01 신고
  2. Favicon of http://mepay.co.kr BlogIcon mepay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러진 사과나무를 이미 치료하셨네요.

    2008.12.22 01:08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폭풍우는 한 번만 오는 것이 아닌지라 늘 안심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제가 할 일은 아들이 매번의 도전이나 실패에 용기를 잃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도할 뿐입니다.

      2008.12.22 02:41
  3. 김선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지난번 두산동아 16기 심화과정에서 리더형엄마로 모여 알게되었던 사람인데 기억이 나실까요.
    사실 심화과정 끝나고 바로들어와서 읽었던 이글이 우리 큰아이에게 사과나무씨를 뿌리는 계기가 되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 몇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몇자 적습니다.
    사실 교육 받을때의 초심은 사라지고 사나운 엄마로 변해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질타를 하게 되네요.

    그런데 가끔 여기들러 글을 읽다보면 참 지혜로운 분이신것같아 새삼 제가 부끄러워 지는 상황들이 많네요. 물론 저에게 도움도 많이 되고요.

    가끔 들러도 되겠죠.

    봄비가 그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따뜻한 봄의 시작이라네요.
    건강하시고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글 남길 께요.

    2009.05.30 11:19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백점엄마 워크샵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저도 감사드립니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순간 순간 또다른 인생을 배우는 과정인것 같습니다. 늘 기쁜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쳐가는 과정이지만 아이를 통해서 저 자신을 돌아보는 축복의 시간들이기도 하지요. 아마도 님께서도 아이들을 통해서 멋진 인생을 가꾸실거라 확신합니다.

      시간 날때 들러주시고 격려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좋은 인연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9.03.26 15:36 신고
  4. 김선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지내시죠. 전에 백맘 워크샵에서 뵙고 또 자주 오겠다고 하던 사람입니다.^^
    그동안에도 가끔 아이와 이야기가 막히거나 할때 자주 들러 이글을 읽고 갔어요.
    명절 전 날 '그리기,글쓰기'상을 못받았다고 속상해 하는 아들녀석을 다독여놓고 다시 한번 들어와 보니 여전히 좋은 글 또 새롭네요.

    그래서 오늘은 몇자 적어 놓고 갈려고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명절 끝나고 나면 쌀쌀해지겠죠. 감기 조심하시고 명절도 잘 보내세요.

    또 올께요.

    2010.09.20 16:51

아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엄마의 말만 일방적으로 아들에게

강요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기준으로

아들의 가치를

평가하려고 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아들이 왜 그랬을까

먼저 생각하지 않고

결론을 먼저 내린 것을 반성합니다.

 

아들의 마음을 좀더 살피겠습니다.

아들의 목소리를 좀더 경청하겠습니다.

아들의 행동을 1분 더 기다리겠습니다.



아들과 함께 썼던 지난 일기를 들춰보는 중에 우연히 발견한 저의 반성문입니다. 자라면서 자신의 세계를 찾아가는 아들과 갈등하는 가운데, 아들을 좀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면서 썼던 것이었습니다.

 

자존심 강했던 엄마가 반성문까지 쓸 줄은 몰랐던 지 한동안 아들은 제 반성문을 읽고 나서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엄마를 이해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을 절감합니다6개월이 지나니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는 저를 발견합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아들의 실수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연히 다시 만난 저의 반성문이 묵직하게 가슴을 때립니다. 반복되는 실수는 아이들만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다시 반성합니다.

 

아들, 오늘 미안했습니다. 엄마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1.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모범생적인 엄마에요. 때론 조금 덜 완벽하게 지내셔도 좋겠습니다...
    마음을 담아서 이미 너무너무~~ 좋은~~ 엄마시거든요^^

    2008.12.02 08:57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슨 말씀을~ 아들에게 엄마는 늘 불만의 대상이지엽! 그런 생각이 사그라든다면... 아마도 철...들겠지요..^^ 그래도 아직은 투닥투닥..하는 재미는 있어요..^^

      2008.12.02 12:43 신고
  2. Favicon of https://www.leedaekun.com BlogIcon Big Gu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랜덤으로 들어오게된 블로그인데요,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은 기분입니다. 어디에 사시는 모자이신지는 몰라도 참 멋진 가족입니다. 먼저 잘 못했다고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는데, 이 글 보니까 약간 더 신빙성이 생기는 것 같네요.

    2008.12.10 00:24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부족한 제 블로그에 찾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저 평범한 가족의 일상의 기록들이랍니다.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인생의 또다른 가르침을 절실하게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의 양육을 통해서요..

      2008.12.10 01:53

요즘 들어 자꾸만 아들과의 대화에서 어긋나는 상황을 개선하는 방법이 없을까 주변에 이런 저런 조언을 듣기도하고 책이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뒤적거렸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두산동아에서 주최하는 백점 엄마 코칭 워크샵이라는 행사가 눈에 띄어 신청하였습니다. 보다 효과적으로 아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며칠 동안 아들과 냉담한 상태이고, 전보다 자주 늦게 잠드는 아들을 아침마다 깨우는 일은 하루를 여는 저의 첫 시험입니다. 워크샵 첫날 아침에도 아들과 아침 전쟁을 치른 터라 마음이 몹시 무거운 상태에서 백점엄마 코칭 워크샵을 참석했습니다.

 

그 동안 나름대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제게 조금씩 변해가는 아들의 태도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조언을 듣지만 생소하고도 쉽지 않은 순간들입니다. 그러나 워크샵을 통해서 제 방법이 달라져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훌륭한 어머니 상에도 변화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옛날부터 우리가 초고속 성장의 중심에 있을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형의 한석봉 어머니가 훌륭한 어머니의 기준이었고, 그 이후 경제 발전의 시대에 돌입해서는 아이들의 교육 과정을 쪽 꿰고 관리하고 가이드해주는 매니저 형의 강남 엄마가 지향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공을 초월하는 시대, 다양한 문화를 쉽게 만나는 시대, 생각의 속도로 가는 창의력 시대에는 동기 유발 전문가, 파트너형의 코치 엄마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다분히 한석봉 어머니와 강남엄마가 공존하는 엄마였습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엄마였고, 그래서 어쩌면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의 기준에서 저의 생각을 아들에게 강요했던 것은 아닌가, 아들이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을 먼저 들어주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어쩌면 아들의 창의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평이한 나의 기준으로 끌어내렸던 것은 아닌가, 많은 생각들이 스쳐갑니다.

 

파트너형의 코치 엄마의 핵심은 아이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깨닫고, 아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고, 아이가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아침의 무거웠던 발걸음이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사뭇 가벼워졌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설득시킬까 고민했던 것을 떨쳐버리고, 제 자신이 아이의 내부로 들어가 느끼고, 나의 생각이 아닌 아이가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아이의 말에 경청하고,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그리고는 자주 칭찬하는 방법을 체득하였기 때문입니다.

 

매일 칭찬 일기를 3개씩 써오라는 숙제가 고민은 되지만 칭찬과 신뢰를 먹고 자라는 아이는 자신도 남도 칭찬하고 자신과 남에게 신뢰받는 아이로 자랄 거라는 확신으로 오늘부터 '파트너'로서의 '코치 엄마'를 시도 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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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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