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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손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11.10 도심 한 복판의 옥탑 농장 (6)
  2. 2008.03.04 뒤통수에 눈을 달면 뭐해... (2)
  3. 2008.02.22 수선화를 가꾸듯이. (3)

10년 전 아버지께서 갑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시자 어머니께서는 한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스트레스는 배우자를 잃는 것이라는데 그것도 갑작스레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어머니께서는 그야말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간들이셨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자그마한 화분들을 하나씩 가져오셨습니다. 그리고는 난초를 하나씩 사셨습니다. 배우자와 이별한 후에 갑자기 화초를 가꾸기 시작하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우리 형제들은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 어머니마저 마음의 병으로 돌아가시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되었습니다. 혹시 마음이라도 언짢아 하실 것 같아 묻지도 못하고 그냥 어머니께서 하시는 대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안의 거실과 집안 구석 구석에는 어머니께서 사오시는 화분으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

 

엄마, 화초 가꾸는 게 재미있어요?

, 화초는 내가 보살피는 대로 자라주니까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구나

 

내심 속으로 그 동안 어머니께 우리가 혹시라도 소홀한 게 아니었나 반성하면서 다시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엄마, 너무 화초만 좋아하면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고 싶어지지 않을 거 같은데요. 지금 엄마는 사람들과 자꾸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해서 즐거운 일을 찾으셔야 할거 같아요.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걱정하지 마라. 화초를 가꾸니까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게 되고 사람들이 내가 가꾼 화초를 보고 싶어서 우리 집에도 와서 이야기 하니까. 내가 우울증에 걸리지는 않을 거 같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어머님은 생활력이 강한, 종손 며느리로서 가문의 대소사를도맡아 하셨습니다. 1 4녀의 딸 부자집이었지만 딸들에게도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그야말로 강한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아버님 돌아가시고 3달 정도 말도 없으시고, 자그마한 일에도 눈물도 흘리시고, 농담을 해도 그냥 못 넘기셔서 가족 모두는 긴장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님께서 갑작스레 화초를 가꾸는 것에 노심초사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역시 우리의 마음을 읽어 보시고, 공연히 자식들이 걱정할 까봐 자신을 그렇게 다스리고 계셨고, 당신 나름대로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셨던 것입니다.

 

봄이 되자 어머니께서는 본격적으로 화초에서 채소 가꾸기에 돌입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두 분은 주말 농장을 가꾸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서 안 계시고 나이가 드시고 멀리 가시기 힘드셨던지 주말 농장을 아예 집에서 하시려는 눈치셨습니다.

 

다행히 집이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인지라 평평한 옥상이 있어서 거기에 흙을 올리시고, 화분이며, 스티로폼을 이용해 화단을 정성스레 가꾸셨습니다. 사람이 무엇을 간절히 하고자 하면 기적을 일으킨다 했던 가요. 자식들 모두가 일을 하는 터라 평일에는 어머님의 일을 거들어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말마다 어머님을 찾아 뵐 때면 어머님은 당신이 만들고 계신 농장(?)이 조금씩 넓어지는 것을 자랑하시면서 구경을 시켜주셨습니다. 관절념도 있으시고, 70세가 넘으신 어머님께서 무슨 힘이 있으셨길래 그 많은 흙을 4층으로 올리셨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우리가 없으면 헤라클레스가 되나요?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옥상으로 가는 계단이 그렇게 견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들 입장에서는 걱정이 더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나면 누군가에게 구조요청하기도 힘든 데 어머니께서는 그 무모한(?) 모험을 계속해나가고 계셨습니다.

 

아침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나셔서 옥탑 농장으로 올라가셔서 아침 한나절을 계시고, 아침 드시러 잠시 내려오셨다 다시 올라가시고, 점심드시러 오셨다 잠시 쉬시다 또다시 오후가 되면 올라가셔서 날이 어두울 때나 내려오셨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머님의 얼굴이 햇빛에 검게 그을리셨고,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보시니 오히려 관절념에 나쁜 영향을 미칠 거 같아서 본격적으로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와 옥탑농장 가꾸는 일로 많은 시간을 다투었지만 어머니의 고집은 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고집스럽게 가꾸셨던 어머니의 농장은 매년 확장되면서 이제 우리 집 옥탑의 사방은 채소가 가득한 옥탑 농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덕에 우리 가족들은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어머님께서 가꾸신 아욱, 상치, 고추, 오이, 생강, , 부추, 호박과 토마토와 가지 등 그야말로 무공해 식품을 먹고 있습니다.

 

지난 해 부터는 배추와 무우를 심으시면서 김장에도 보탬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올 해 옥탑 농장에는 150포기의 배추가 옹골지게 자라고 있습니다. 도심 한 복판에 150포기와 각종 채소가 있는 농장이 바로 일반 주택의 옥탑에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 김장 배추는 안 사도 된다며 자식들에게 자랑하시는 어머니의 극성에 어휴.. 정말 엄만 못말려!!라고 우리 형제들은 기막혀 하지만 멜라민 사건이다 뭐다해서 어느 것 하나 믿고 먹을 만한 것이 없는 요즘 세상에 어머니의 정성으로 우리는 깨끗하고 맛난 우리 채소를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옥탑 농장은

종종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할머니께서 만드신 '우리집 식물원'입니다.

 

엄마, 엄마의 깊은 뜻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그리고 해마다 맛있는 채소를 먹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엄마, 이제는 조금씩만 하세요. 엄마도 이제는 75세시잖아요. 혹시라도 엄마가 잘못되시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구요. 제발.. 이제는 조금만 하세요. 엄마 사랑해요!

 

  1.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은 여러가지인가 봐요.
    무언가 자신이 즐길 수 있는것에 흠뻑 빠지는 것이 가장 큰도움이 될 때가 많은 듯.
    어머님에게도 화초를 기르면서 보내는 시간들이 아버지와의 추억을 다듬는 소중한
    시간들이 되어주었네요. 어머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2008.11.11 23:43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어머님께는 화초가 동무였던 것 같아요.지금은 해마다 손자손녀들이 맛나게 먹는 오이며, 깻잎이며, 고추며 아욱, 상치 가꾸기에 바쁘시답니다. 더불어 건강해지시고, 마음도 넉넉해지셨답니다.어머님께 화초가꾸기를 배워야 할 거 같아요.^^

      2008.11.12 09:48 신고
  2.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곳 농장에 싱싱한 야채를 먹고싶어요...
    너무 이쁜 화단입니다. 아마 우리엄마랑 만나게 하면 굉장할듯^^

    2008.11.25 16:37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년 여름엔 싱싱한 고추와 상치를 선물할 수도있을 듯...^^ 아마도 두분이서 만나뵈면..비닐하우스 하나 정도는 마련되지 않을까..싶네..^^

      2008.11.26 16:27 신고
  3. Favicon of http://ilovecontents.com BlogIcon 나우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간만에 들렸는데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글 입니다...
    화분에 적당량의 물을 맞추지 못해서 연달아 실패했고, 선물받은 '란'도 물을 줄 때마다 짐이되곤 하는데 '어머님의 정성'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군요...
    연말연시 건강과 기쁨 가득하길 바랍니다.

    2008.12.19 12:20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많이 바쁘시지요. 블로그 문화를 위해 항상 애쓰시는 모습에 감사드립니다.

      저희 어머님께서는 참으로 정성스레 화초를 가꾸십니다. 아마도 자식들이 다 자라 스스로 살아가고 있기에 그 허전함을 달래시기도 하지만 자식들 좋은거 먹이시려는 마음이 더 크시지요.

      늘 어머님께 감사해야하는데 자꾸 그걸 잊는 불효를 저지르곤 합니다.

      2008.12.19 14:17 신고

친구들이나 주변의 학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고민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컴퓨터 게임 중독에 대한 것이었다. 나도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아들에게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 게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통제를 해왔다. 컴퓨터가 있는 서재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잠가놓고, 게임기도 내가 관리하면서 주로 주말에 2시간 정도 사용을 허락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의 자발적인 통제력을 키우기 위해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정해 놓고 스스로 관리하도록 주의를 주었고, 그 실천의 여부는 퇴근 이후에 어머니의 증언(?)과 매일 해야 할 숙제의 완성도로 점검해왔다. 그러나 나의 야무진 꿈(?)은 할머니와 손자의 부정한 결탁(?)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아들은 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터라 식사 때마다 할머니의 애를 태웠기에 할머니는 한 끼의 식사와 손자의 컴퓨터게임 한 시간을 거래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둘만의 비밀스러운 약속은 한동안 유지되었다. 어느 날 나의 갑작스런 조퇴로 이 모든 사실이 폭로되기 전까지는

 

그 이후로 컴퓨터가 있는 서재는 잠기게 되었고 아들의 컴퓨터 게임은 주말 2시간으로 제한되었다. 그리고 나는 PC방에 대해서는 마치 불법의 온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이에게 가까이 가서는 절대 안 되는 장소로 각인을 시켜 왔고, 명절 때나 찜질 방에 갔을 때 형들과 함께 가는 조건으로 1시간 정도의 출입을 허락을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아들에게는 PC방은 이룰 수도 없고, 이뤄서도 안 되는 꿈이자 금기 사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법. 시멘트 바닥의 갈라진 틈 사이로도 질긴 생명의 뿌리를 뻗는 잡초마냥 겨울 방학 동안 엄마의 강력한 통제 속에 있던 아들은 또다시 비밀스런 꿈을 꾸었다. 돈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던 아들은 매주 용돈을 꼬박 꼬박 챙겼다. 그다지 많은 액수가 아니어서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고 이제서야 경제적인 사고가 트이나 보다 내심 기분도 좋았다. 용돈을 주자마자 단번에 친구와 함께 간식거리를 사먹던 아들은 몇 주 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비밀 창고에 저축을 하는 것이었다. 설날의 세배 돈 중에서 만원만 자신이 맘대로 쓰게 해달라고 해서 흔쾌히 받아줬다.

 

이번 겨울 방학 동안 컴퓨터와 게임기 사용 금지의 벌을 받은 아들에게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사촌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 놀도록 했다. 오후엔 친구들과 간식을 함께 먹도록 해서 컴퓨터와 게임기에 대한 생각을 잊는 습관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2월의 어느 토요일. 그 날은 조금 날씨가 싸늘하고 바람이 불었던 탓에 친구들이 밖에서 놀려고 하지 않았다. 오후에 접어들자 아들은 내게 연민을 일으키는 눈 빛으로 엄마 심심해를 연발 외쳐댔다. 그리고는 책도 읽고, 학원 숙제를 열심히 하는 듯한 모습으로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조금은 안쓰러웠던 마음에 나는 추우니까 친구의 집에 가서 놀거나 집에 와서 놀라고 했더니 아들은 함박웃음을 띄며, 갑작스런 뽀뽀와 함께 추워도 밖에서 노는 것이 좋다며, 2시간만 놀다 오겠다며 신나라하고 나가는 것이었다. 엄마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탓일까.. 왠지 모를 미심쩍음이 느껴졌지만 그대로 넘겼다.

 

한 시간 쯤이 지나 잠시 밖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코 끝을 에이는 칼바람과 추위로 아들과 친구들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한 참 뛰다보면 추위도 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2시간 정도가 흘렀을 경우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이보다 덜 추운 날에도 아들은 춥다고 친구들과 바로 돌아오곤 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오겠다는 2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들에게는 소식이 없다. 걱정이 앞선 마음에 평소에 놀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아뿔싸.. 2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생각은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통의 전화, 만나기로 한 친구가 공부를 해서, 자기는 다른 곳에서 놀았다며, 지금 바로 집으로 오겠다는 아들의 목소리.

 

아들은 무엇인가 찔리는 것이 있던지 조용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거실에 서있는 아들을 조용히 응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어디 갔는지 알 것 같아”,

엄마를 그 동안 속이고 PC방에 다니니까 기분이 좋더냐?”

네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인데, 컴퓨터 게임 하나 못 참으면 이제 배울 필요가 없을 것 같구나

그렇게 컴퓨터 게임이 좋으면 여기 돈이 있으니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해!!”

 

단호한 나의 말과 준비된 돈을 보고 아들은 이네 곧 무릎을 꿇고 엄마, 죄송해요. 다시는 안그럴께요, 이번에 처음 가 본거에요, 제발 용서해주세요눈물을 뚝뚝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반성문과 더불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벌로 작문 연습을 겸한 매일의 일기쓰기와 영어 작문, 공손함을 생활에서 실천하겠다는 각서로 아들의 첫 실수를 용서했다.

 

아이를 기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습관들이기 인 것 같다. 사실 어린 아이들은 옳고 이성적인 판단을 쉽게 하지 못한다.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거짓에 대한 책임이나 양심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다만 아이가 무엇인가 잘못을 하였을 경우에는 왜 잘못인지는 알려줘야 하고, 그것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바로 잡아주고 생활의 습관으로 만들어 지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리라.

 

그럼에도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거짓과 부정한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너무도 쉽게, 그리고 잘 응용하곤 한다. 그 천사 같은 미소 속에 걸러지지 않은 부정이 공존하지만 오로지 쏟아 붓기만 하는 어버이 사랑은 사실을 눈치챘음에도 눈감아주게 된다. 나 또한 그런 엄마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대개의 부모들은 내 아이들은 남과 다르다는 막연하고도 맹목적인 믿음을 간직하고 있기에 자신의 기대와 빗나갈 때 감정이 격해지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아들의 첫 PC방 출입으로 아들과 나를 신뢰로 묶어놨던 금단의 열매를 따버린 아들 녀석이 너무 밉기만 하다.

 

나는 끊임없이 아들에게 향하는 세상의 다양한 유혹과 싸워야 하는 끝없는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뒤통수에 눈을 달아도 더 이상 소용이 없을 이 머나먼 여정에 필요한 필살기(?)는 무엇일까?
  1. Favicon of https://janghp.tistory.com BlogIcon 지킬박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 학년인지 모르지만 엄마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린다니 아직은 어린 모양입니다.
    좀 더 크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할 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다 커 나가는 과정일 수도.

    2008.03.04 13:11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제 6학년이 되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제는 반복되는 거짓말에 익숙해져야겠지요..ㅠ.ㅠ..

      2008.03.04 14:31

내가 당당한 워킹 맘이 되는데 가장 큰 지지자는 내 어머니시다. 내게는 위로 언니 셋에 오빠가 하나 있는데 어머니께서는 언니들과 내게 결혼을 한 여자라도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덕분에 언니들과 나는 어머니의 보육 지원에 힘입어 어려움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내리사랑이라고 하던가,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막내였던 내 아이를 유난히 예뻐하셨고 아이는 거의 내 아버지의 등과 배에서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고, 어머니께서는 배우자를 잃은 큰 고통이 있었음에도 아이를 여전히 귀하게 키워주셨다.

 

그런 어머니께서는 화초도 어여쁘게 가꾸시는 분이시다. 사계절 내내 집 안팎에는 난이며,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이 피었다 지곤 한다. 옥상에는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상치, 아욱, , 배추, 고추, 열무 등이 제 철을 맞아 식탁에 오르기 위해 자라곤 한다. 아직 추운 계절임에도 지금은 노랗고 고운 수선화와 발그레한 주홍빛의 군자란이 거실의 한 쪽을 소박하게 장식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주부터 날씬하고 화사한 노란 빛의 수선화가 하나씩 피어나자 집에 놀러 온 큰 언니가 그 예쁜 모습에 감탄해 하자 어머니께서는 우리 성철이도 저렇게 날씬한 수선화처럼 예뻤는데앞으로도 저 수선화의 모습을 갖도록 훌륭하게 키워야 하는데…”라고 하셨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성철아, 할머니께서는 너를 굉장히 사랑하시나 봐, 성철이가 수선화처럼 예쁘다고 생각하신단다라고 전하는 언니의 말을 들으니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를 돌봐주시는 어머니께 서운하게 해드렸던 것들에 대한 죄스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와 가슴이 콩닥거렸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서도, 20년의 사회 생활을 한 어엿한 사회인이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어머니께 철부지 막내로 머물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나는 내 사회생활을 방패 삼아 어머니께 금전적인 것으로 감사함을 정당화하려 했던 것 같다.

 

어머니께서는 당신이 가꾸시는 화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면서 아이의 하루 생활을 나에게 말씀해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얼마나 당신께서 손자로 인해 기쁘게 웃으셨는지, 아이가 얼마나 의젓한 행동을 했는지도 이야기 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그러셨을 터인데 나는 간혹 아이와 어머니의 세대차이를 이해하기 보다는 내 이성에 따른 판단기준에서 어머니께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신다고 서운해 했고, 그렇게 어머니 가슴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매일 새벽, 우리 가족의 평화와 내 아이의 훌륭한 성장을 위해 성모님 앞에서 촛불을 켜시고 기도를 하시는 나의 어머니.

 

언제나 부족한 딸이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절 사랑하시고, 제 아이는 더욱 사랑하시는 것을 여전히 머리로만 알고 있는 절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염치없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사랑해주세요. 당신의 사랑은 내 삶의 꺼지지 않는 에너지원입니다. 제가 당당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어머니로 인한 것입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조금씩 더 어머님 가슴에 가까이 가는 막내가 될께요. 어머니께서 제게 주시는 사랑을 제 아이에게도 전할께요.

 

나의 영원한 후원자이자 지지자인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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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2008.02.25 23:12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3.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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