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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아들아,

 

시험결과가 예상에서 벗어나 누구보다 네가 많이 실망했을 거야. 사실 엄마도 네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했거든.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시험이기도 해서 네가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할 것같았어.

 

그렇게 기대가 커서인지 엄마도 예상에 빗나가 사실 조금은 실망이 되었단다. 하지만 실망한다고 해서 과거의 시간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란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시간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는 또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다시 노력하는 것이란다.

 

이번에 너도 많이 느꼈을 거야. 실수했던 부분이나 혹은 잘 알지 못했던 것들, 문제점들을 분명히 알았을 거야. 이번 시험이 어쩌면 네가 실력을 갖추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어려움을 알려준 것이고, 그것을 넘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실망만 하지 말고 그것을 개선시켜 가는 것이 중요한 거야.

 

이번 시험에서의 경험을 네가 좀더 발전하는 기회로 삼길 바래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네 자신에게 더 미안했을거야. 네가 공부하는 것은 누구보다 네가 잘 알듯이, 부모님이나 이모, 할머니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네가 미래에 당당하고 자신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잖아. 어느 누구도 너를 대신할 수 없는 것이란다. 그러기 때문에 네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단다. 엄마도 네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그것은 너의 노력 없이는 소용이 없는 것이란다.

 

아들아, 이제부터가 너의 미래, 너의 희망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시기란다. 이제는 네 말대로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이란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는 것이란다. 또 그만큼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란다. 청소년 시기에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면 앞으로도 자존심을 가진 당당한 삶을 살기 힘들단다. 일찍부터 자신의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향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야 말로 목표를 이루고 진실로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란다.

 

엄마도 너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려고 책을 읽고 있단다. 그냥 엄마의 생각이 아니라 훌륭한 아이들을 키워낸 엄마들의 교육방법과 그리고 노력을 많이 하고 연구하신 박사님들이나 너의 선배들의 조언이 담긴 책을 통해 그 동안 엄마가 알아왔던 지식들을 정리해가고 있단다. 책을 통해서 엄마는 많은 것을 깨달았어. 그 동안은 엄마의 경험대로 너를 교육했다면 이제는 너의 수준과 생각에 맞게 그리고 네가 좀더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너에게 안내해야 할 것 같구나. 이제부터는 네가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면서 너의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야 하는 것이란다. 
 

아들아,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고, 책임져야 할 일이 더 많단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덜 행복하단다. 왜냐하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더 많은 걱정 속에 사니까. 하지만 미리부터 준비하고 노력하는 어른들은 생활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쉽게 찾는단다.

 

아들아, 엄마는 네가 자신에게 당당하고,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단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은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거든.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네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과 우리 사회에 너의 노력과 배려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아, 가장 중요한 시기인 이번 겨울방학을 잘 계획하고 또 실천하도록 노력해서 2009년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너의 마음과 몸이 멋지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보자꾸나. 엄마도 너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도록 노력할게.

 

너도 중학생이 되기 때문에 긴장이 될 거야. 하지만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기 때문에 인간이 마음을 먹고 꼭 이루겠다는 의지로 노력하면 못할 것이 없단다. 너는 반드시 너의 꿈과 목표를 향하여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사람. 그래서 네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아들아, 이제 지난 것들은 잊고 네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서 힘이 들더라도 노력하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는 네가 될 거라고 엄마는 100% 믿는다.

 

 

                언제나 너를 신뢰하는 엄마가


  1.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승객1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건데 정말 훌륭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형아도 정말 행복한 사람 같아요.
    승객1님 같은 엄마가 곁에 계시니, 폭풍우가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당당하게 나갈 수 있을거예요!
    저도 형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만세!

    2008.12.08 22:50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워요. 사실은 형아가 참 좋은 아들이에요. 가끔 엉뚱하고, 요새는 사춘기라 감정조절이 잘 안되지만 참 착한 형아랍니다. 저도 멋진 형아가 되도록 열심 응원해주렵니다.^^

      2008.12.09 12:19

요즘 들어 자꾸만 아들과의 대화에서 어긋나는 상황을 개선하는 방법이 없을까 주변에 이런 저런 조언을 듣기도하고 책이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뒤적거렸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두산동아에서 주최하는 백점 엄마 코칭 워크샵이라는 행사가 눈에 띄어 신청하였습니다. 보다 효과적으로 아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며칠 동안 아들과 냉담한 상태이고, 전보다 자주 늦게 잠드는 아들을 아침마다 깨우는 일은 하루를 여는 저의 첫 시험입니다. 워크샵 첫날 아침에도 아들과 아침 전쟁을 치른 터라 마음이 몹시 무거운 상태에서 백점엄마 코칭 워크샵을 참석했습니다.

 

그 동안 나름대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제게 조금씩 변해가는 아들의 태도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조언을 듣지만 생소하고도 쉽지 않은 순간들입니다. 그러나 워크샵을 통해서 제 방법이 달라져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훌륭한 어머니 상에도 변화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옛날부터 우리가 초고속 성장의 중심에 있을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형의 한석봉 어머니가 훌륭한 어머니의 기준이었고, 그 이후 경제 발전의 시대에 돌입해서는 아이들의 교육 과정을 쪽 꿰고 관리하고 가이드해주는 매니저 형의 강남 엄마가 지향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공을 초월하는 시대, 다양한 문화를 쉽게 만나는 시대, 생각의 속도로 가는 창의력 시대에는 동기 유발 전문가, 파트너형의 코치 엄마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다분히 한석봉 어머니와 강남엄마가 공존하는 엄마였습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엄마였고, 그래서 어쩌면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의 기준에서 저의 생각을 아들에게 강요했던 것은 아닌가, 아들이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을 먼저 들어주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어쩌면 아들의 창의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평이한 나의 기준으로 끌어내렸던 것은 아닌가, 많은 생각들이 스쳐갑니다.

 

파트너형의 코치 엄마의 핵심은 아이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깨닫고, 아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고, 아이가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아침의 무거웠던 발걸음이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사뭇 가벼워졌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설득시킬까 고민했던 것을 떨쳐버리고, 제 자신이 아이의 내부로 들어가 느끼고, 나의 생각이 아닌 아이가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아이의 말에 경청하고,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그리고는 자주 칭찬하는 방법을 체득하였기 때문입니다.

 

매일 칭찬 일기를 3개씩 써오라는 숙제가 고민은 되지만 칭찬과 신뢰를 먹고 자라는 아이는 자신도 남도 칭찬하고 자신과 남에게 신뢰받는 아이로 자랄 거라는 확신으로 오늘부터 '파트너'로서의 '코치 엄마'를 시도 해보렵니다.


새 학년이 되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 간담회를 가진다. 학교에서는 교육 방침의 전달과 학부모님의 학교 행사 참여를 위한 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위하여,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교육할 선생님과 아이들이 어떻게 새로운 학년을 적응해 나가는지 알기 위해서 이 행사는 학교와 부모의 필요를 만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 워킹맘인 나는 사실 학교를 자주 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후 학부모 간담회는 꼭 참석하려고 노력했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참석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첫날 아들은 몹시도 흥분이 되어 있었다. 유치원부터 5학년 때까지 담임 선생님이 여선생님이셨는데 처음으로 남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에 아들은 태권도 관장님이나 사범님을 몹시도 따랐는데 학교에서도 남자 선생님을 만나니 신이 난 모양이었다. 그 동안 여선생님도 참 좋으신 분들이었지만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는 아들로 인해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이 다른 때보다 높았고, 간담회 참석의 주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교실과 환경을 둘러보려고 조금 일찍 교실에 도착했을 때, 인자한 모습의 선생님께서 벌써 기다리고 계셨다. 아들의 이름을 말하자 선생님께서는 아들의 자리를 안내해주시고는 수업시간에 진행했던 아이들의 자기소개서를 먼저 읽어보라고 주셨다. 자기에 대한 여러 질문을 솔직하게 써내려간 아이의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새삼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생각하는 가정과 자신에 대한 것들을 부모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실제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아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다.

 

공식적인 간담회 행사가 끝나고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실지 간결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셔서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마지막으로는 몇 가지 당부도 하셨다. 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당부가 아니라 아이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이 주제인 내용들이었다.

 

그 중에서 특히 강조하셨던 것은 알림장을 부모님이 꼭 봐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알림장을 부모가 봐야 하는 당연한 것이지만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알림장 속에 우리 아이의 학교 생활이...

알림장은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일일 기록이다. 매일 어떤 공부를 하는지 준비물의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고, 어떤 행사를 하는지, 학교에서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이고, 최근의 화두가 무엇인지도 잘 나타나있다. 그리고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나 혹은 아이에 대한 특이사항도 알림장을 통해서 전할 수 있다. 알림장은 그야말로 학교와 가정을 잇는 가장 기본적인 메신저인 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중요하게 생각지 않고, 또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의 알림장을 잘 보지 않게 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자주 알림장을 보게 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아마도 아이들의 눈에는 알림장에서 멀어지는 부모들이 바쁜 사람들로 여겨질 것이다. 나 또한 종종 엄마는 바쁘니까 네가 혼자 할 수 있지라며 합리화시켜왔다. 그 시간에 아이들은 마음의 여유와 남에 대한 배려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은 관심을 주는 만큼 생각이 자라고 마음이 넓어진다고 하시며, 알림장을 보면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더불어 아이에 대해 좀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하셨다.

 

사실 알림장이 얼마나 교육에 영향을 미칠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 알림장을 통해 아들의 자립심을 키우는 팁을 얻기도 했다.

 

남자아이들은 대체로 준비물을 잘 잊는 편이라 알림장을 보고 확인하지 않으면 그날 그날의 수업진행은 아들에게도 어려워진다. 아들이 저학년 때는 매일 알림장을 보고 준비물을 챙겨주었는데 이 때문에 아들은 준비물에 대한 긴장감이 없었고 내가 깜박 잊은 경우는 나를 오히려 나무라는 것이었다. 마냥 혼내는 것보다는 자신이 준비하는 습관을 만들어주어야겠다 생각하고, 아들에게 엄마가 이제부터 알림장을 매일 볼 수 없으니 알아서 준비물을 챙기라고 했다. 며칠 못 본 척했더니 아들은 알아서 준비물을 챙기고 잠자기 전에는 알림장을 다시 한번 보곤 한다. 이제 아들은 학교에서 부모님께 알려야 하는 사항을 적절하게 전달하고 자신의 준비물을 스스로 준비하는 자립심이 생겼다.

 

그리고 부모들이 알림장을 살펴보고 아이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아이들 또한 부모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신뢰하게 된다. 간혹 아들에게 알림장에 보니까 어떠 어떠한 일이 있었던데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면 아이는 엄마가 그냥 지나친 줄 알았는데 이미 알고 있을 때 오히려 놀라기도 하고 엄마를 다시 한 번 살피곤 한다. 이렇게 알림장만 잘 활용해도 부모와 아이들간의 어색하고도 불편한 대화를 줄여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부모들은 반드시 알림장을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1. Favicon of http://keosigi.tistory.com BlogIcon 은파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습니다.
    저의 아내도 전업 주부인 관계로 아이들의 문제 만큼은 확실히 챙기는 편입니다.
    그 덕붕닝지 특별히 학원을 다니지도 않는데 큰 아이나 작은 아이나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맞벌이를 하지 않는다는 책임(?)감으로 아이들 교육은 스스로 시키고 있습니다.
    참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애처롭기도 하고.... 그저 고마울 따름 이지요.

    아이들의 알림장은 교사와 학생의 약속 이면서도 교사와 학부모간의 소통의 구실도
    충분히 한다고 봅니다. 아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이죠.
    잘 읽었습니다... 바쁜 관계로 는게사 인사를 드려 죄송 합니다.
    고맙습니다.

    2008.03.24 21:01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아들에 훌륭한 어머니, 무엇보다 가정을 아끼는 아빠의 사랑이 가득한 은파리님의 가정에 항상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2008.03.24 22:49

친구들이나 주변의 학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고민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컴퓨터 게임 중독에 대한 것이었다. 나도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아들에게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 게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통제를 해왔다. 컴퓨터가 있는 서재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잠가놓고, 게임기도 내가 관리하면서 주로 주말에 2시간 정도 사용을 허락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의 자발적인 통제력을 키우기 위해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정해 놓고 스스로 관리하도록 주의를 주었고, 그 실천의 여부는 퇴근 이후에 어머니의 증언(?)과 매일 해야 할 숙제의 완성도로 점검해왔다. 그러나 나의 야무진 꿈(?)은 할머니와 손자의 부정한 결탁(?)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아들은 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터라 식사 때마다 할머니의 애를 태웠기에 할머니는 한 끼의 식사와 손자의 컴퓨터게임 한 시간을 거래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둘만의 비밀스러운 약속은 한동안 유지되었다. 어느 날 나의 갑작스런 조퇴로 이 모든 사실이 폭로되기 전까지는

 

그 이후로 컴퓨터가 있는 서재는 잠기게 되었고 아들의 컴퓨터 게임은 주말 2시간으로 제한되었다. 그리고 나는 PC방에 대해서는 마치 불법의 온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이에게 가까이 가서는 절대 안 되는 장소로 각인을 시켜 왔고, 명절 때나 찜질 방에 갔을 때 형들과 함께 가는 조건으로 1시간 정도의 출입을 허락을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아들에게는 PC방은 이룰 수도 없고, 이뤄서도 안 되는 꿈이자 금기 사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법. 시멘트 바닥의 갈라진 틈 사이로도 질긴 생명의 뿌리를 뻗는 잡초마냥 겨울 방학 동안 엄마의 강력한 통제 속에 있던 아들은 또다시 비밀스런 꿈을 꾸었다. 돈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던 아들은 매주 용돈을 꼬박 꼬박 챙겼다. 그다지 많은 액수가 아니어서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고 이제서야 경제적인 사고가 트이나 보다 내심 기분도 좋았다. 용돈을 주자마자 단번에 친구와 함께 간식거리를 사먹던 아들은 몇 주 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비밀 창고에 저축을 하는 것이었다. 설날의 세배 돈 중에서 만원만 자신이 맘대로 쓰게 해달라고 해서 흔쾌히 받아줬다.

 

이번 겨울 방학 동안 컴퓨터와 게임기 사용 금지의 벌을 받은 아들에게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사촌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 놀도록 했다. 오후엔 친구들과 간식을 함께 먹도록 해서 컴퓨터와 게임기에 대한 생각을 잊는 습관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2월의 어느 토요일. 그 날은 조금 날씨가 싸늘하고 바람이 불었던 탓에 친구들이 밖에서 놀려고 하지 않았다. 오후에 접어들자 아들은 내게 연민을 일으키는 눈 빛으로 엄마 심심해를 연발 외쳐댔다. 그리고는 책도 읽고, 학원 숙제를 열심히 하는 듯한 모습으로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조금은 안쓰러웠던 마음에 나는 추우니까 친구의 집에 가서 놀거나 집에 와서 놀라고 했더니 아들은 함박웃음을 띄며, 갑작스런 뽀뽀와 함께 추워도 밖에서 노는 것이 좋다며, 2시간만 놀다 오겠다며 신나라하고 나가는 것이었다. 엄마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탓일까.. 왠지 모를 미심쩍음이 느껴졌지만 그대로 넘겼다.

 

한 시간 쯤이 지나 잠시 밖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코 끝을 에이는 칼바람과 추위로 아들과 친구들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한 참 뛰다보면 추위도 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2시간 정도가 흘렀을 경우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이보다 덜 추운 날에도 아들은 춥다고 친구들과 바로 돌아오곤 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오겠다는 2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들에게는 소식이 없다. 걱정이 앞선 마음에 평소에 놀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아뿔싸.. 2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생각은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통의 전화, 만나기로 한 친구가 공부를 해서, 자기는 다른 곳에서 놀았다며, 지금 바로 집으로 오겠다는 아들의 목소리.

 

아들은 무엇인가 찔리는 것이 있던지 조용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거실에 서있는 아들을 조용히 응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어디 갔는지 알 것 같아”,

엄마를 그 동안 속이고 PC방에 다니니까 기분이 좋더냐?”

네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인데, 컴퓨터 게임 하나 못 참으면 이제 배울 필요가 없을 것 같구나

그렇게 컴퓨터 게임이 좋으면 여기 돈이 있으니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해!!”

 

단호한 나의 말과 준비된 돈을 보고 아들은 이네 곧 무릎을 꿇고 엄마, 죄송해요. 다시는 안그럴께요, 이번에 처음 가 본거에요, 제발 용서해주세요눈물을 뚝뚝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반성문과 더불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벌로 작문 연습을 겸한 매일의 일기쓰기와 영어 작문, 공손함을 생활에서 실천하겠다는 각서로 아들의 첫 실수를 용서했다.

 

아이를 기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습관들이기 인 것 같다. 사실 어린 아이들은 옳고 이성적인 판단을 쉽게 하지 못한다.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거짓에 대한 책임이나 양심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다만 아이가 무엇인가 잘못을 하였을 경우에는 왜 잘못인지는 알려줘야 하고, 그것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바로 잡아주고 생활의 습관으로 만들어 지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리라.

 

그럼에도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거짓과 부정한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너무도 쉽게, 그리고 잘 응용하곤 한다. 그 천사 같은 미소 속에 걸러지지 않은 부정이 공존하지만 오로지 쏟아 붓기만 하는 어버이 사랑은 사실을 눈치챘음에도 눈감아주게 된다. 나 또한 그런 엄마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대개의 부모들은 내 아이들은 남과 다르다는 막연하고도 맹목적인 믿음을 간직하고 있기에 자신의 기대와 빗나갈 때 감정이 격해지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아들의 첫 PC방 출입으로 아들과 나를 신뢰로 묶어놨던 금단의 열매를 따버린 아들 녀석이 너무 밉기만 하다.

 

나는 끊임없이 아들에게 향하는 세상의 다양한 유혹과 싸워야 하는 끝없는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뒤통수에 눈을 달아도 더 이상 소용이 없을 이 머나먼 여정에 필요한 필살기(?)는 무엇일까?
  1. Favicon of https://janghp.tistory.com BlogIcon 지킬박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 학년인지 모르지만 엄마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린다니 아직은 어린 모양입니다.
    좀 더 크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할 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다 커 나가는 과정일 수도.

    2008.03.04 13:11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제 6학년이 되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제는 반복되는 거짓말에 익숙해져야겠지요..ㅠ.ㅠ..

      2008.03.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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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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