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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아들과의 대화'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12.23 카레 전문점에서의 데이트 (8)
  2. 2008.10.05 우리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6)
  3. 2008.05.27 자녀를 사랑하신다면 ‘10분’만 투자하세요 (4)

지난 일요일은 모처럼만에 아들과 단 둘이서 강남의 한 카레 전문점에서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그 동안 아들과 함께 갔던 음식점은 대부분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전문점, 한식집, 횟집, 중국집, 고기집, 뷔페였고 거의 가족들과 함께 했습니다. 아들은 카레 라이스를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집에서 해주었고 카레 전문점은 처음 가보는지라 아들은 전문점 앞에서 좀 망설였습니다.

 

이런 곳도 가봐야 한다며 아들의 손을 잡고 무작정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식당 안의 손님들중에는 아들 또래는 없었고 20대 이상의 연인이나 친구들의 모임에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들은 깔끔하고 어른스러운(?) 카레 전문점의 분위기와 어른들 속에 압도되었는지 조금 어색해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에게 엄마와 함께 왔으니까 괜찮다고 하고 오랜만에 데이트 하니까 엄마가 두근거리네 하면서 농담을 던지니 아들도 웃으며 받아 칩니다.

 

맞아, 엄마! 오늘 날짜는 12 21일 이지요?”

그런데 왜 좀 어색하니?”

, 다른 곳보다 제 또래들이 없으니 좀 그래요.”

엄마가 앞으로 너와 다양한 음식점을 같이 다녀야겠구나. 이제 너는 어린이가 아니잖아. 그리고 여러 가지 음식이랑 또 여러 멋진 곳을 알아두어야 나중에 여자친구에게도 맛있는 것도 사주고 멋진 곳에서 데이트도 할 수 있는 거란다

엄마도 참.. 내가 무슨 여자친구가 있다고..”

.. 그러니까 나중에.. 네가 커서 돈도 벌고 하면 말이야그리고 엄마도 사주고! ”

 

점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오자 아들은 가장 비싼 카레라이스를 시켰습니다. 이왕이면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거 먹고 싶었고 비싼 요리에 더 신경을 쓸 거 같다는 것이 아들이 선택한 이유였습니다. 저는 파스타를 시켰습니다.

 

사실 식당에 들어서기 전에 행사에 참가 했던 아들은 점심도 거른 채 몇 시간을 굶은 상태라 음식이 나오자 열심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쯤 먹을 즈음에 제 파스타와 바꾸어 먹자고 했더니 아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카레 그릇을 제게 넘겼습니다. 그리고는 제 파스타를 남김없이 비웠습니다. 저는 진짜 배가 고팠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식당을 나서면서 아들에게 맛있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물었습니다.

오늘 먹은 카레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고 싶어?”

… 7점 정도요..”

.. 생각보다 점수가 낮네? 비싼 걸 시켰는데 맛이 없었어?”

사실은 제가 그런 종류의 카레를 처음 먹어보기 때문에 어쩌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요. 맛있는 음식은 처음 맛본다 하더라도 뭔가 느낌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느낌이 없었어요. 저는 카레를 좋아하는데 제가 먹은 것은 카레의 고유의 맛을 살리기 보다는 해산물 음식에 더 신경을 쓴 거 같아요. 입안에서 맴도는 카레의 맛이 오래가지 않아서 그다지 카레의 독특함은 못 느낀 것 같아요. 저는 파스타가 더 맛있었어요. 엄마는요?”

. 카레라이스는 뭐랄까 2% 부족한 무엇이 있다고나 할까... 엄마도 사실 파스타가 더 맛있었어.”

 

처음 먹어본 음식을 그냥 먹기에 급급한 줄 알았는데 제법 음미하려고 했던 아들에게서 의외의 면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엄마, 사실 카레는 엄마가 해주신 것과 학교 급식에서 나온 것만을 먹어봐서 카레의 다양한 맛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느낌이 그런 거에요. 하지만 앞으로 좀더 자주 먹어보고 다른 음식도 먹어 본다면 참 맛을 알 것 같아요. 그렇죠?”

 

대놓고 사달라는 말보다 무서운 압박(?)이었지만 자신에게 다가서는 모든 것들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보려는 아들의 성장이 신기합니다. 그리고 아들의 제안에 기꺼이 동의했습니다.

 

사실 제게 더 좋았던 것은 아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집을 떠나서 아들과 단둘이 함께 하는 것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들과 저는 서로의 생각을 더 긴밀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음식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제가 가졌던 고민이며, 또 아들이 생각하는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었고 집을 떠난 의외의 장소가 오히려 아들과 제 마음을 더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이제 아들과 대화가 힘들어 지거나 소원해질 때면 멋진 곳에서의 데이트를 종종 즐겨야 한다는 것을 카레 전문점에서의 데이트에서 배웠습니다. 비록 투자한 만큼의 맛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1. Favicon of https://sosoilgi.tistory.com BlogIcon 시크릿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들분이 굉장히 정확하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데이트 좋으셨겠어요~~~~

    2008.12.24 01:28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의사표현이 너무 확실해서 제 기분이 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엄마의 말상대가 되어주는 아들이 고맙긴합니다.^^

      2008.12.24 02:18 신고
  2. Favicon of https://kyrhee.tistory.com BlogIcon Ikaru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아드님 또래의 나이었을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군요. 가끔은 제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이 과연 최선일까를 고민해 보지만 제가 경험하고 주워들은 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 같아 고민이 깊습니다. 정말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훌륭한 아드님을 두신 것 같아 부럽기만 합니다. 비법 같은 것이 없는 것은 물론 알지만 정말 개인지도라도 받고 싶군요...

    2009.01.01 18:47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매번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대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대로 자란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당혹스럽지만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기준과 아들의 기준은 좀처럼 만나기 힘듭니다. 그래도 시간이 갈 수록 엄마의 말을 조금씩 이해하려고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고마울 따름입니다.

      2009.01.02 00:53 신고
  3.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믓찐 데이트를 하셨네용^^ 정말 백점짜리 옴마에요^^ 승객님은~ (부럽!)

    올해 울철이가 중딩이 되는군요~ 호박이모야가 미리 추카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눈한번 꿈뻑(-.-)(_ _) 거렸을뿐인뒈, 해가 샤샤샥~ 바뀌더니~ 벌써 4일이에용.. 헉!
    요러다 금방 호박할매 되겠다능(ㅠㅠ)

    즐건휴일 보내시구요~ 여전히 새해복 마니마니 받으세욥!
    1월부터 우리 라라라~♪ 하자구요^^d 아잣!

    2009.01.04 18:03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학생이 된다하니 긴장이 되나봅니다. 조금씩 의젓해지는 아들이 대견합니다. 하지만 사실 걱정도 됩니다. 이제 사춘기의 절정으로 접어들 시기라 한쪽으로는 폭풍 전야라고나 할까요..^^

      2009년이 호박님께도 행복한 해 되세요.

      2009.01.05 15:01
  4.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레~ 라는 말에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저도 카레를 좋아하는뎅~
    역시 카레는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엠티가서 먹는 카레~
    그리고 하노이에서 먹었던 인도레스토랑의 찐한 분위기에서의 카레가 맛있어요.

    음식은 맛과 분위기가 어우러져야 제맛인거같아요. 아마 아드님도 곧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다양한 카레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을꺼 같아요! 늦었지만 해피뉴이어!!

    2009.01.07 00:11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 다음번 그대와의 데이트에서는 카레 전문점에서 해야겠는걸~

      올해 멋지고 행복한 해가 될거라 확신하고..
      언제나처럼 건강한 웃음.. 활기찬 에너지
      넘치길 빌며...

      2009.01.07 01:53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2년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시작한 일은 9 to 6의 일정한 시간에 업무가 끝나는 경우가 드물어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매일 아들이 잠들거나 혹은 겨우 일어나는 시각에 출근을 해야 하고, 저녁에는 아들이 잠든 시간에 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일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아들은 매일 자신을 맞아주는 엄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며 친구들, 자기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기 바빴고, 엄마가 해주는 간식의 맛을 즐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시간도 줄고, 그 때 그 때 아들의 궁금증이나 학교에서 있었던 사소한 갈등들을 풀어 줄 수 없었습니다. 대화의 시간이 줄면서 그 만큼 아들과의 교감이나 이해의 폭도 줄어드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전과는 달라지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이도 조금씩 불안해하고, 자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여전히 엄마가 사랑하고 있고, 언제든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고, 보이지 않아도 아들의 든든한 울타리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데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쪽지 편지를 써주어서 마음을 달래주긴 했지만 아들과 보다 신뢰 있는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아들과 함께 일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아들의 2학년 때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일기를 잘 쓸 수 있도록 일일이 살피시고, 일기의 글감이며, 일기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아이들이 쓸 수 있도록 지도해주셨습니다. 때문에 아들은 매일 일기를 꼬박꼬박 썼습니다. 저는 아들이 일기를 쓰면 바로 그 뒷장에 아들에 대한 칭찬이나 아들이 쓴 일기에 대한 저의 생각, 그 날 겪었던 생활의 일부, 그리고 중요하게 부탁하고 싶은 것들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아들이 의아해 했지만 아들의 일기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함께 일기를 썼습니다. 저의 지속된 공동일기에 선생님이나 아들의 친구들은 놀라워하고 칭찬도 해주고, 부러워했습니다. 아들은 선생님이나 친구 엄마들에게 나는 우리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우리 엄마는 저랑 일기를 같이 써요라며 자랑을 하기도 했답니다. 저와 함께 쓴 아들의 일기는 매 학년 다른 아이들의 일기보다 두툼했고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지속되어 왔습니다.

 

일기를 함께 쓰면서 아들도 엄마가 언제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고, 엄마도 힘든 때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궁금한 게 있으면 일기에 엄마의 생각을 묻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아들도 저의 일기를 살피면서 새로운 표현의 방식이나 글을 정리하는 방법,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을 익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기쓰기가 습관이 되면서 아들은 일기왕이라는 상장도 받고, 교내외 글짓기 대회에도 출전해 상장을 받아오곤 했습니다. 오랜 시간 엄마와 함께 쓰는 일기를 통해서 글쓰기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연히 시작한 아들과의 공동일기였지만 시간이라는 보석이 아들의 글쓰기와 상상력을 빛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아이와 함께 일기를 쓰는 것은 아이에게만 쓰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본보기가 되어 자발적인 글쓰기에 효과적이며, 엄마의 존재감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게는 학창 시절 한 때의 추억이었던 일기쓰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며, 아들과 일기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새로운 소통의 도구를 갖게 되었고, 제 일상에 대한 정리와 반성을 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기를 써야 하는 초등학생을 둔 엄마라면 아이들과 함께 일기쓰기를 꼭 권하고 싶습니다. 일기쓰기는 상상력과 논리력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연습장이기 때문에 엄마의 칭찬과 격려, 그리고 참여는 아이에게 그 어떤 것보다 좋은 교육이 될 것입니다. 아들은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되면 자신도 아이에게 일기를 써주고 싶다고 합니다. 참으로 보람있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짧은 시간의 일기쓰기로도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 
, 오늘부터 자녀와 함께 일기쓰기를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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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100mom.mugday.com BlogIcon 백맘(봄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집 아이도, 일기 쓰는 재미에 푹 빠졌는데, 저도 한번 시도해 볼까 합니다.
    (위 사진 속 일기 뒷 글을 저는 선생님이 써주신 것으로 알았는데,
    어머니가 써주신 건가 봅니다. 정말..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2008.10.15 15:57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사실 아이를 기쁘게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게 아닌것 같아요. 그저 아이의 생활을 관심있게 지켜봐주고, 그리고 함께 무엇인가 같이 한다는 것으로도 아이와 엄마가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백맘님께서도 이미 훌륭한 어머니이시라고 생각됩니다.^^

      2008.10.15 16:54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10.15 19:58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인기짱이셨던 유과장님이셨군요..제가 몰라뵈어서 죄송해요.너무 좋은 행사라 감사의 말씀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한국의 좋은 엄마들이 백맘 코칭을 통해서 유행처럼 번져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행사에 많이 기획해주시리라 믿고요. 저도 열심히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2008.10.15 20:46 신고
  3.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승객1님, 이 글 너무 감동적이예요!
    그리고 대단하세요!
    공동 일기를 쓰신 승객1님의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과,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쑥쑥 컸을 형아의 마음이 느껴져요!

    2008.11.19 20:09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5년의 시간이 형아와 저에게 멋진 대화를 가져다 주었어요. 그리고 공동일기는 문집으로 만들어져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책으로 형아의 책장에 꽂혀 있답니다.

      상우님도 아마도 많은 일기를 썼을 거 같아요. 어머님께 일기를 학년별로 모아서 문집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보세요. 세상에 단 하나의 상우님의 책이 될거에요. 아마도 상우님의 후손(?)에게도 길이 길이 남겨질.. 귀한 상우님 어린시절의 역사가 될거에요.^^

      2008.11.19 23:00 신고

아들이 7살 무렵, 14년 사회 생활을 접었던 이유는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목격한 아들의 충격적인 산만함 때문이었습니다. 그 뒤 2년간 매일 24시간 밀착교육을 통해 아들은 점차 집중력이 높아졌고, 학교에 입학고서는 공부도 곧잘 하였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안정을, 저는 안도를 찾아갈 무렵 전보다 좋은 조건으로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실무에서 2년의 공백은 있었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했고 아들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립심과 안정을 찾았다 생각 들어 큰 부담 없이 직장 생활에 복귀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만회하려고 홀린 듯이 일에 열중하였습니다. 그런데 잦은 야근, 출장으로 1주일 이상 집을 비울 때도 있고, 주말이 되면 파김치가 되곤 해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2년간 엄마의 24시간 감시에서 벗어난 아들은 처음엔 나름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엄마가 돈을 벌면 자신이 갖고 싶은 것들을 모두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내심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날 무렵부터는 엄마의 관심이 멀어짐을 느꼈던지 자주 화를 내고 의기소침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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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에 빗나간 아들의 행동에 고민이 되었고, 아들에게 엄마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묘안을 찾아낸 것이 아들에게 아침마다 쪽지 편지를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책상 앞에 놓인 색종이 편지가 아들의 기분을 달래주길 바라며 첫 편지를 보냈습니다. 결과는 성공! 뭔가 아침부터 못마땅한 지 입이 삐죽 나온 아들은 책상에 놓인 녹색의 매미에 휘둥그래지더니 편지를 펼쳐 보고는 씨~익 웃으면서 집을 나섰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아들의 책상에는 색종이 쪽지 편지가 매일 놓여져 있었고, 아들은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했으며, 엄마가 자신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차츰 깨달아갔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도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이 낯간지럽고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멋지고 친밀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쪽지 편지는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고 엄마의 생각이나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그 때 그 때 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색종이 접기로 시도를 했는데 아들이 보관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색종이 한 장으로 봉투를 만들었고, 반장을 편지지로 이용했더니 봉투를 만들기도, 편지를 쓰기도, 보관하기도 쉬웠습니다. ‘봉투 만들기에서 편지쓰기까지 1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간혹 출장을 갈 경우에 아들은 아침에 엄마의 쪽지 편지를 받지 못해 서운하다고 할 만큼 쪽지 편지는 아들이 매일 아침을 기다리는, 기쁨의 전령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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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그 동안 받아온 색종이 편지를 빠짐없이 모아왔고 자신의 재산 목록 1호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자기도 아버지가 된다면 엄마처럼 아이에게 쪽지 편지를 써 줄 거라며 저를 감동시킵니다. 지금은 색종이 편지를 쓰는 대신 일기를 함께 쓰고 있지만 간혹 아들에게 특별한 말을 하고 싶으면 색종이 편지를 보내봅니다. 그럴 때 마다 아들의 마음이 어느 새 내 마음에 들어와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아이에게도, 당신에게도 행복한 하루를 열어 줄 하루 10분의 투자 색종이 쪽지 편지’, 한번 써보실래요?

 

 

l  10분만에 쪽지 편지 만들기

(준비물 : 양면 색종이, , , 사인펜 혹은 칼라볼펜, 예쁜 모양의 스티커)

 

1.     양면 색종이 한 장을 사진처럼 접어서 작은 편지봉투 모양을 만듭니다(양면 색종이를 사용하면 봉투 뚜껑을 열었을 때 안쪽에 다른 색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 30

2.     각 접촉면에 풀을 바르고 30초 기다렸다 붙여 봉투를 완성합니다. - 40

3.     다른 색종이(봉투와 다른 색)를 반으로 접어서 잘라 편지지로 사용합니다(나머지 반은 다음에 재사용합니다). - 10

4.     준비한 사인펜이나 칼라 볼펜으로 간단한 메시지 혹은 격언이나 격려의 말을 정성스럽게 씁니다(매일 다양한 색의 펜으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편지는 전날 저녁에 써놓으면 아침이 덜 바쁩니다.). - 830

5.     편지지를 넣고 봉투를 스티커로 마무리합니다. - 5

6.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볼 수 있도록 책상 중앙에 놓아둡니다. - 5

(10분이 길고 매일 봉투를 만드는 것이 번거롭다면 미리 봉투와 편지지를 여러 개 만들어놓으면 편지 쓰는 시간 5분으로도 아이의 하루가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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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철이는 좋겠당^^ 일케 자상하고 솜씨쟁이 엄마가 있어서^^

    정말 항상 함께하는듯한(살아있는) 자녀교육을 하시는것 같아 부러워요~^^
    (성철이는 고걸 알아야해^^; 잇힝~)

    편안한밤 되세요~ 승객님^^;

    2008.05.28 23:18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에휴.. 호박님의.. 가족과..그리고 호박님 블로그 애독자들에게 즐거움과 삶의 지혜를 주는 것에 비하면..저는 새발의 피죠!^^ 감사합니다~

      2008.05.29 00:28
  2. Favicon of https://sealtaleinprogram.tistory.com BlogIcon Jin_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멋져요 ㅠㅠㅠㅠㅠ 저도 아직은 자녀 입장이지만!!! 꼭 저렇게 멋진 엄마가 되고 싶어요 ㅠ

    2008.07.22 17:21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아님께서도 분명 머~~~~어~~찐 엄마가 되실거에요. 사실 아이와 공감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더군요. 작은 관심으로도 아이가 충분히 행복해하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2008.07.22 18: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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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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