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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엄마와 아들'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9.03.16 자식을 이기는 엄마 (5)
  2. 2008.12.23 카레 전문점에서의 데이트 (8)
  3. 2008.12.08 후회 없는 미래를 만든다는 것 (2)
  4. 2008.11.14 엄마의 반성문 (4)
  5. 2008.09.30 엄마는 여자라서 이해 못해!
  6. 2008.02.14 해방의 그날,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까지는 아들에게 저는 전지전능한 존재였습니다. 아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바로 대답해주었고, 교과 공부에 대한 궁금증도 될 수 있으면 아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비유를 들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거나 인터넷에서 함께 자료를 찾아 주면서 정보의 효율적인 활용법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고학년이 되면서 아들은 난이도가 높은 질문을 해왔고, 조금씩 저는 당혹스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엄마의 불안함을 아들은 간파를 했는지 무불통지 엄마의 자만심이 무너지는 것에 은근히 재미를 느끼는 듯합니다.

 

아들과 설전이 벌어진 후에는 알쏭달쏭한 과학 문제들이며, 세상에서 가장 긴 단어가 뭐냐고 묻거나 자신이 현재 배우고 있지도 않는 난해한 수학 문제를 가져와서 풀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문제 풀이에 고전하는 저를 보면서 아들은 만족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들의 고약한 경쟁상대가 되고 있었습니다.

 

최근 어느 날 의기양양한 아들이 제게 게임을 제안해왔습니다. 세 번 게임을 해서 점수를 많이 딴 사람에게 자장면을 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나라이름, 두 번째는 과학자나 수학자, 세 번째는 영어 단어 끝말잇기 게임이 있었습니다.

 

사실 아들은 제안을 하기 전 두 시간 전에 방에서 무엇인가 열중한 터라 자신감이 넘쳐흘렀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시간이 경과하자 아들의 데이터는 바닥이 났습니다. 결국 두 번째 까지도 아들은 저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씰룩 거리는 표정의 아들이 제게 마지막 게임은 3점으로 하자고 합니다. 자신이 막판 뒤집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흔쾌히 동의하고 우리는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아들은 마지막 게임은 자신이 있던 모양이었습니다. 아들과 저는 꽤 긴 시간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영어 끝말잇기를 해갔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가자 아들도 저도 지친 상태였지만 결국 마지막도 제가 이겼습니다. 당당했던 아들은 무슨 엄마가 자식에게 한 번도 안지는 거에요? 자식을 이기는 엄마는 이 세상에 우리 엄마 밖에 없을 거야!”고 쏘아 붙이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아들과 마주했습니다.

아들아, 엄마는 너의 경쟁 상대가 아니란다.”

 

그렇죠, 그런데 엄마랑 게임을 하든지, 문제 풀기를 하든지 제가 항상 졌잖아요. 그래서 저도 엄마보다 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 당연히 아직 어린 너는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지금은 엄마를 이길 수 없어. 그런데 중요한 것은 너와 엄마는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지. 엄마는 네가 지식을 쌓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지 너를 이기려는 것이 아니야. 너도 게임을 하면서 몰랐던 단어의 뜻을 다시 알게 되잖아. 게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기는 만족감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실패를 왜 했는지를 느끼는 것이란다. 엄마가 너보다 단어나 산이나 강, 도시 이름을 많이 아는 것은 너보다 더 많이 공부했고, 책도 많이 읽었기 때문이야. 네가 엄마 나이가 되면 엄마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네가 노력을 더 한다면 머지 않아 엄마를 이길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너는 엄마가 어떻게 그 많은 단어들을 알 수 있을까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엄마가 일부러 너에게 져주면 진심으로 이긴 기쁨을 가질 수 있을 거 같아?”

 

엄마를 이기면 다른 친구들과의 게임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같아서 엄마를 이기고 싶어요

 

게임에서 이기려면 준비 없이 안 되는 것은 알지? 그럼 앞으로 엄마와의 게임에서 좀더 발전적인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발전적인 방법이요? 다른 게임을 하자는 건가요?”

 

아니, 너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말이야예를 들면 a로 시작하거나 b로 시작하는 단어 등등 알파벳을 차례로 해보는 것이라든지, 숙어 맞추기, 문학가 이름이나 위인이름, 문화재나 역사적 장소 등으로 하면 너에게 훨씬 유리하고, 또 도움도 될 것 같은데…”

 

좋아요. 그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엄마는 자장면이 아니라 피자 값 나갈 각오하셔야 해요!”

 

아들의 모습에서 저의 모습이 반사되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당혹스럽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에 형제들과 게임 하기를 좋아했고, 이기지 못하면 분함을 삭히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만 타고난 승부 근성은 아들이라 해도 수그러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엄마를 잘 이해해주고,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아들에게 고맙고, 미안합니다.

 

아들아!! 피자 값으로 얼마를 써도 좋단다!! 제발 나를 이겨다오!!

 

그럼에도 저는 오늘부터 아들 몰래 영어 단어며 숙어를 외울 것입니다.^^


  1.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식과 게임을 해서 지지 않는 엄마! 정말 잼있었어요.
    피자값 각오하라는 아들의 말도 너무 비장하네요...

    덕분에 하루 15분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전 너무 게을러요~ 반성...

    2009.03.17 17:53
  2.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을 읽으니 저도 게임하고 싶은 의욕이 막 솟아나요!
    게임에 이기려고 형아도 공부하고, 승객님도 공부하고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요!
    저도 엄마를 졸라 당장 게임하자고 해야겠어요.^^

    2009.03.20 16:47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외로 이런 게임이 공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저도 깨달았습니다. 공부한다는 부담감을 가지지 않고 놀이하듯 하는 공부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게임은 게임이므로 너무 과열하다보면 다시 또 하고 싶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요.^^

      2009.03.20 16:54 신고

지난 일요일은 모처럼만에 아들과 단 둘이서 강남의 한 카레 전문점에서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그 동안 아들과 함께 갔던 음식점은 대부분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전문점, 한식집, 횟집, 중국집, 고기집, 뷔페였고 거의 가족들과 함께 했습니다. 아들은 카레 라이스를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집에서 해주었고 카레 전문점은 처음 가보는지라 아들은 전문점 앞에서 좀 망설였습니다.

 

이런 곳도 가봐야 한다며 아들의 손을 잡고 무작정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식당 안의 손님들중에는 아들 또래는 없었고 20대 이상의 연인이나 친구들의 모임에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들은 깔끔하고 어른스러운(?) 카레 전문점의 분위기와 어른들 속에 압도되었는지 조금 어색해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에게 엄마와 함께 왔으니까 괜찮다고 하고 오랜만에 데이트 하니까 엄마가 두근거리네 하면서 농담을 던지니 아들도 웃으며 받아 칩니다.

 

맞아, 엄마! 오늘 날짜는 12 21일 이지요?”

그런데 왜 좀 어색하니?”

, 다른 곳보다 제 또래들이 없으니 좀 그래요.”

엄마가 앞으로 너와 다양한 음식점을 같이 다녀야겠구나. 이제 너는 어린이가 아니잖아. 그리고 여러 가지 음식이랑 또 여러 멋진 곳을 알아두어야 나중에 여자친구에게도 맛있는 것도 사주고 멋진 곳에서 데이트도 할 수 있는 거란다

엄마도 참.. 내가 무슨 여자친구가 있다고..”

.. 그러니까 나중에.. 네가 커서 돈도 벌고 하면 말이야그리고 엄마도 사주고! ”

 

점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오자 아들은 가장 비싼 카레라이스를 시켰습니다. 이왕이면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거 먹고 싶었고 비싼 요리에 더 신경을 쓸 거 같다는 것이 아들이 선택한 이유였습니다. 저는 파스타를 시켰습니다.

 

사실 식당에 들어서기 전에 행사에 참가 했던 아들은 점심도 거른 채 몇 시간을 굶은 상태라 음식이 나오자 열심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쯤 먹을 즈음에 제 파스타와 바꾸어 먹자고 했더니 아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카레 그릇을 제게 넘겼습니다. 그리고는 제 파스타를 남김없이 비웠습니다. 저는 진짜 배가 고팠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식당을 나서면서 아들에게 맛있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물었습니다.

오늘 먹은 카레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고 싶어?”

… 7점 정도요..”

.. 생각보다 점수가 낮네? 비싼 걸 시켰는데 맛이 없었어?”

사실은 제가 그런 종류의 카레를 처음 먹어보기 때문에 어쩌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요. 맛있는 음식은 처음 맛본다 하더라도 뭔가 느낌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느낌이 없었어요. 저는 카레를 좋아하는데 제가 먹은 것은 카레의 고유의 맛을 살리기 보다는 해산물 음식에 더 신경을 쓴 거 같아요. 입안에서 맴도는 카레의 맛이 오래가지 않아서 그다지 카레의 독특함은 못 느낀 것 같아요. 저는 파스타가 더 맛있었어요. 엄마는요?”

. 카레라이스는 뭐랄까 2% 부족한 무엇이 있다고나 할까... 엄마도 사실 파스타가 더 맛있었어.”

 

처음 먹어본 음식을 그냥 먹기에 급급한 줄 알았는데 제법 음미하려고 했던 아들에게서 의외의 면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엄마, 사실 카레는 엄마가 해주신 것과 학교 급식에서 나온 것만을 먹어봐서 카레의 다양한 맛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느낌이 그런 거에요. 하지만 앞으로 좀더 자주 먹어보고 다른 음식도 먹어 본다면 참 맛을 알 것 같아요. 그렇죠?”

 

대놓고 사달라는 말보다 무서운 압박(?)이었지만 자신에게 다가서는 모든 것들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보려는 아들의 성장이 신기합니다. 그리고 아들의 제안에 기꺼이 동의했습니다.

 

사실 제게 더 좋았던 것은 아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집을 떠나서 아들과 단둘이 함께 하는 것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들과 저는 서로의 생각을 더 긴밀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음식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제가 가졌던 고민이며, 또 아들이 생각하는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었고 집을 떠난 의외의 장소가 오히려 아들과 제 마음을 더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이제 아들과 대화가 힘들어 지거나 소원해질 때면 멋진 곳에서의 데이트를 종종 즐겨야 한다는 것을 카레 전문점에서의 데이트에서 배웠습니다. 비록 투자한 만큼의 맛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1. Favicon of https://sosoilgi.tistory.com BlogIcon 시크릿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들분이 굉장히 정확하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데이트 좋으셨겠어요~~~~

    2008.12.24 01:28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의사표현이 너무 확실해서 제 기분이 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엄마의 말상대가 되어주는 아들이 고맙긴합니다.^^

      2008.12.24 02:18 신고
  2. Favicon of https://kyrhee.tistory.com BlogIcon Ikaru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아드님 또래의 나이었을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군요. 가끔은 제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이 과연 최선일까를 고민해 보지만 제가 경험하고 주워들은 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 같아 고민이 깊습니다. 정말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훌륭한 아드님을 두신 것 같아 부럽기만 합니다. 비법 같은 것이 없는 것은 물론 알지만 정말 개인지도라도 받고 싶군요...

    2009.01.01 18:47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매번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아이들은 부모의 생각대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대로 자란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당혹스럽지만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기준과 아들의 기준은 좀처럼 만나기 힘듭니다. 그래도 시간이 갈 수록 엄마의 말을 조금씩 이해하려고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고마울 따름입니다.

      2009.01.02 00:53 신고
  3.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믓찐 데이트를 하셨네용^^ 정말 백점짜리 옴마에요^^ 승객님은~ (부럽!)

    올해 울철이가 중딩이 되는군요~ 호박이모야가 미리 추카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눈한번 꿈뻑(-.-)(_ _) 거렸을뿐인뒈, 해가 샤샤샥~ 바뀌더니~ 벌써 4일이에용.. 헉!
    요러다 금방 호박할매 되겠다능(ㅠㅠ)

    즐건휴일 보내시구요~ 여전히 새해복 마니마니 받으세욥!
    1월부터 우리 라라라~♪ 하자구요^^d 아잣!

    2009.01.04 18:03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학생이 된다하니 긴장이 되나봅니다. 조금씩 의젓해지는 아들이 대견합니다. 하지만 사실 걱정도 됩니다. 이제 사춘기의 절정으로 접어들 시기라 한쪽으로는 폭풍 전야라고나 할까요..^^

      2009년이 호박님께도 행복한 해 되세요.

      2009.01.05 15:01
  4.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레~ 라는 말에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저도 카레를 좋아하는뎅~
    역시 카레는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엠티가서 먹는 카레~
    그리고 하노이에서 먹었던 인도레스토랑의 찐한 분위기에서의 카레가 맛있어요.

    음식은 맛과 분위기가 어우러져야 제맛인거같아요. 아마 아드님도 곧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다양한 카레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을꺼 같아요! 늦었지만 해피뉴이어!!

    2009.01.07 00:11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 다음번 그대와의 데이트에서는 카레 전문점에서 해야겠는걸~

      올해 멋지고 행복한 해가 될거라 확신하고..
      언제나처럼 건강한 웃음.. 활기찬 에너지
      넘치길 빌며...

      2009.01.07 01:53

아들아,

 

시험결과가 예상에서 벗어나 누구보다 네가 많이 실망했을 거야. 사실 엄마도 네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했거든.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시험이기도 해서 네가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할 것같았어.

 

그렇게 기대가 커서인지 엄마도 예상에 빗나가 사실 조금은 실망이 되었단다. 하지만 실망한다고 해서 과거의 시간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란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시간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는 또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다시 노력하는 것이란다.

 

이번에 너도 많이 느꼈을 거야. 실수했던 부분이나 혹은 잘 알지 못했던 것들, 문제점들을 분명히 알았을 거야. 이번 시험이 어쩌면 네가 실력을 갖추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어려움을 알려준 것이고, 그것을 넘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실망만 하지 말고 그것을 개선시켜 가는 것이 중요한 거야.

 

이번 시험에서의 경험을 네가 좀더 발전하는 기회로 삼길 바래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네 자신에게 더 미안했을거야. 네가 공부하는 것은 누구보다 네가 잘 알듯이, 부모님이나 이모, 할머니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네가 미래에 당당하고 자신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잖아. 어느 누구도 너를 대신할 수 없는 것이란다. 그러기 때문에 네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단다. 엄마도 네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그것은 너의 노력 없이는 소용이 없는 것이란다.

 

아들아, 이제부터가 너의 미래, 너의 희망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시기란다. 이제는 네 말대로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이란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는 것이란다. 또 그만큼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란다. 청소년 시기에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면 앞으로도 자존심을 가진 당당한 삶을 살기 힘들단다. 일찍부터 자신의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향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야 말로 목표를 이루고 진실로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란다.

 

엄마도 너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려고 책을 읽고 있단다. 그냥 엄마의 생각이 아니라 훌륭한 아이들을 키워낸 엄마들의 교육방법과 그리고 노력을 많이 하고 연구하신 박사님들이나 너의 선배들의 조언이 담긴 책을 통해 그 동안 엄마가 알아왔던 지식들을 정리해가고 있단다. 책을 통해서 엄마는 많은 것을 깨달았어. 그 동안은 엄마의 경험대로 너를 교육했다면 이제는 너의 수준과 생각에 맞게 그리고 네가 좀더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너에게 안내해야 할 것 같구나. 이제부터는 네가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면서 너의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야 하는 것이란다. 
 

아들아,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고, 책임져야 할 일이 더 많단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덜 행복하단다. 왜냐하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더 많은 걱정 속에 사니까. 하지만 미리부터 준비하고 노력하는 어른들은 생활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쉽게 찾는단다.

 

아들아, 엄마는 네가 자신에게 당당하고,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단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은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거든.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네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과 우리 사회에 너의 노력과 배려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아, 가장 중요한 시기인 이번 겨울방학을 잘 계획하고 또 실천하도록 노력해서 2009년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너의 마음과 몸이 멋지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보자꾸나. 엄마도 너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도록 노력할게.

 

너도 중학생이 되기 때문에 긴장이 될 거야. 하지만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기 때문에 인간이 마음을 먹고 꼭 이루겠다는 의지로 노력하면 못할 것이 없단다. 너는 반드시 너의 꿈과 목표를 향하여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사람. 그래서 네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아들아, 이제 지난 것들은 잊고 네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서 힘이 들더라도 노력하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는 네가 될 거라고 엄마는 100% 믿는다.

 

 

                언제나 너를 신뢰하는 엄마가


  1.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승객1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건데 정말 훌륭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형아도 정말 행복한 사람 같아요.
    승객1님 같은 엄마가 곁에 계시니, 폭풍우가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당당하게 나갈 수 있을거예요!
    저도 형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만세!

    2008.12.08 22:50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워요. 사실은 형아가 참 좋은 아들이에요. 가끔 엉뚱하고, 요새는 사춘기라 감정조절이 잘 안되지만 참 착한 형아랍니다. 저도 멋진 형아가 되도록 열심 응원해주렵니다.^^

      2008.12.09 12:19

아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엄마의 말만 일방적으로 아들에게

강요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기준으로

아들의 가치를

평가하려고 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아들이 왜 그랬을까

먼저 생각하지 않고

결론을 먼저 내린 것을 반성합니다.

 

아들의 마음을 좀더 살피겠습니다.

아들의 목소리를 좀더 경청하겠습니다.

아들의 행동을 1분 더 기다리겠습니다.



아들과 함께 썼던 지난 일기를 들춰보는 중에 우연히 발견한 저의 반성문입니다. 자라면서 자신의 세계를 찾아가는 아들과 갈등하는 가운데, 아들을 좀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면서 썼던 것이었습니다.

 

자존심 강했던 엄마가 반성문까지 쓸 줄은 몰랐던 지 한동안 아들은 제 반성문을 읽고 나서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엄마를 이해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을 절감합니다6개월이 지나니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는 저를 발견합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아들의 실수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연히 다시 만난 저의 반성문이 묵직하게 가슴을 때립니다. 반복되는 실수는 아이들만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다시 반성합니다.

 

아들, 오늘 미안했습니다. 엄마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1.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모범생적인 엄마에요. 때론 조금 덜 완벽하게 지내셔도 좋겠습니다...
    마음을 담아서 이미 너무너무~~ 좋은~~ 엄마시거든요^^

    2008.12.02 08:57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슨 말씀을~ 아들에게 엄마는 늘 불만의 대상이지엽! 그런 생각이 사그라든다면... 아마도 철...들겠지요..^^ 그래도 아직은 투닥투닥..하는 재미는 있어요..^^

      2008.12.02 12:43 신고
  2. Favicon of https://www.leedaekun.com BlogIcon Big Gu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랜덤으로 들어오게된 블로그인데요,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은 기분입니다. 어디에 사시는 모자이신지는 몰라도 참 멋진 가족입니다. 먼저 잘 못했다고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는데, 이 글 보니까 약간 더 신빙성이 생기는 것 같네요.

    2008.12.10 00:24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부족한 제 블로그에 찾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저 평범한 가족의 일상의 기록들이랍니다.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인생의 또다른 가르침을 절실하게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의 양육을 통해서요..

      2008.12.10 01:53

6학년에 접어들면서 아들과의 관계가 전보다 조금씩 삐걱거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엄마와 자주 싸우는 원인이 자신은 남자이고, 엄마는 여자라서 엄마가 자기를 이해 못하기 때문이라고 몰아 부치고는 쌩~하니 자신의 방문을 닫아 버립니다.

 

갑자기 아들의 입에서 튀어 나온 성 차이라는 말에 놀랍기도 하고, 또 엄마의 말에 억지를 쓰는 아들에게 화도 나고 배신감도 느껴집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했고, 아들을 위하여 항상 정보의 레이더를 놓지 않았고, 설득이든, 감언이설이든, 아들의 동의를 구하려고 노력했기에,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훌륭하다고 자랑스러워했던 아들이었는데 영광스러웠던 과거는 슬픈 추억으로 다가서나 봅니다

 

솟아오르는 화를 꾹꾹 누르며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 거야?

남자는 여자를 보호해야 하는 거에요.

그럼 너는 엄마를 보호해야 하는 거네. 그런데 요즘 엄마는 보호받는 거 같지 않은데?

그건 엄마가 먼저 화를 내기 때문이잖아요.

엄마가 화를 먼저 낸다는 것은 너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엄마가 화를 참으면 너도 참을 수 있을 거 같아?

아마도요…”

 

아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접어들었습니다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여 생각하고,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인식해가고 이야기를 좋아하고 많이 하던 이전의 시간들에 비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방문을 닫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외모에도 부쩍 관심이 많아지고, 속옷은 트렁크로, 겉옷은 라운드티보다는 어른들처럼 Y셔츠 모양의 남방과 재킷을, 신발도 이전의 간편한 찍찍이 운동화에서 스니커즈나 랜드로버 등의 보다 남성답고 멋스러운(?) 것들을 고집합니다.

 

자신의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혼란스러워 하면서 제게도 억지를 부리고, 스스로 좌충우돌해가는 아들을 보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아들의 억지에, 나태함에, 부정에 얼마나 인내할 수 있는 엄마가 될 것인지에 사실 자신이 없습니다. 이전까지 한석봉의 어머니와 같은 카리스마형의 엄마로 아들에게 인식되었던 제가 함께 더불어 인생을 지켜봐 주는 이성적이고도 참을성 있는 파트너로서의 엄마가 되기란 요즘 같아선 정말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한 발씩 앞으로가는 아들에게, 이제는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는 친절한 엄마가 아니라 아들이 상처를 아파할 줄 알고, 상처가 치유되면서 견고해지는 자신의 강인함을 깨달아 가는 것을 인내롭게 기다려야 할 시기라는 것을 느낍니다. 아들의 억지와 불합리에도 조용히 지켜봐주고, 거울과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저도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함을 절감합니다. 아들이 남자라서 여자인 엄마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우리의 오해가 풀리고, 서로를 신뢰할수 있는 시기를 더 빨리 당기기 위해서라도...
 

아들의 사춘기가 아들에게는 성숙이, 제게는 인내가 순간순간 함께 하는 시기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년 사회생활 중 아이를 위해 실무를 벗어나 프리랜서 생활을 했던 2년은 나와 아들에게 특별한 시간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게는 무척 짧은 시간이었는데 아이에게는 무척이나 길고 긴 훈련의 시기였던 것 같다.

 

그 전에는 내가 회사에서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나의 귀가 시간은 불규칙하고 늦는 경우가 많아 그 긴 시간은 모두 아들의 것이었다. 할머니가 계셨지만 통제자의 역할보다는 안하무인 무법자를 옹호하는 편이었을 것이니 갑작스런 엄마의 사직은 아들에게는 자유가 박탈되는 시작이었을 것이다.

 

나는 매달 마지막 날에 다음달의 일일 시간표를 아들과 함께 짰다. 아들이 기존의 생활 패턴에서 갑자기 바뀌면 부감을 느낄 수 있기에 조금씩 다르게, 점진적으로 엄마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갔다. 다행히 아들은 나와의 대화 시간이 늘어가면서 점차 자기가 어떠한 생활 태도를 가져야 할지 알아갔다. 그리고 산만한 태도도 많이 줄어들고 끈기와 집중력도 조금씩 향상되어 갔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유치원에서보다 시간이 좀더 많아진 아들에게 고민이 생겼다. 나는 학원 교육을 통한 학습 지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생각해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운동을 위한 태권도와 예술적인 감각을 익혀 보라고 피아노 학원만을 보냈다. 모자라는 공부는 집에서 저녁시간에 숙제와 복습을 함께 하면서 보충했다. 아들은 다른 친구들은 학원에서도 만나서 친한 거 같다며 자기도 보습학원을 보내달라고 졸랐다. 나는 대신에 주말에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간단한 점심도 먹고 친구들과 자유로운 컴퓨터 게임과 TV 시청, 그리고 밖에서 나가 놀 수 있도록 해서 친구들과의 친밀감을 유지하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주말에 이틀 정도 3-4시간의 자유가 주어졌다 해도 아들은 내내 자유로운 컴퓨터게임과 TV 시청을 할 수 없었던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2년이 다되어갈 무렵 내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기가 외국인 미디어 회사에 있는데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는데 함께 참여하길 바란다며 삼고초려를 해왔다. 2년간 프리랜서로 일을 했지만 친구가 제의한 일은 그 동안 내가 해왔던 일과 관련이 있으면서 온라인 미디어 기반의 일이었기에 친구의 제의는 잠재해 있던 내 도전 의식을 일깨웠다. 2달 정도의 고민과 가족들의 배려로 나는 다시 본격적인 조직생활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될 아들에게도 걱정이 되었지만 엄마의 새로운 사회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대견하게도 아들은 엄마, 이젠 나도 2학년이잖아. 그리고 엄마가 그 동안 날 많이 훈련시켜서, 이젠 나도 혼자서 공부 잘하니까, 엄마는 걱정하지 말아. 날 믿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못미더웠던 나는 출근하기 전까지 아들에게 당부하고, 약속하는 등 굳은 다짐을 받아냈다.

 

출근 첫날,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 집으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어머니께서는 박장대소를 하셨다. 이유인즉, 학교에서 오자 마자 아들이 가방을 거실에 놓으면서 ! 만세! 해방이다! 해방!”이라고 기쁨에 겨워 외치면서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갈 찰나에 내게 전화가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해방의 기쁨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조금은 미안했지만 이제는 가까이 살펴 볼 수 없기에 원격 조정 모드로 들어가야 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워킹맘이 된 것이다.

 

아들아, 너의 해방이 나의 해방이기도 해! 하지만 이 구속이 훗날 널 진실로 해방시킬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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