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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우정'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10.21 추억을 만드는 선생님 (1)
  2. 2008.10.04 캐나다에서 배운 고스톱
  3. 2008.03.10 12년의 부재, 그러나...

중3이 되면서 아들은 그야말로 ‘학창시절의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그것도 담임선생님, 학급 친구들과 함께.

아들의 담임선생님께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쉬는 토요일에 학급 이벤트를 마련하신다. 경복궁과 인사길 체험, 북한산 체험, 대학교 방문, 1박 2일의 야영체험 등. 아이들은 한 달에 두 번만 쉬는 금쪽(?)같은 휴일을 반납하는 억울함도 있겠지만 체험을 다녀온 아들은 항상 새로운 경험으로 들뜨곤 했다.
...
사실 선생님도 바쁘신 데 그런 시간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감사함보다는 중3들을 조금 번거롭게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쨌든 지난 중간 고사가 끝나는 날 아들은 친구들과 함께 천마산으로 1박 2일의 여행을 떠났다.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식사도 만들고, 또 밤을 새면서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 돌아온 아들은 밤을 꼬박 지낸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여러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암묵적인 지향점을 향해 우정보다는 경쟁에 더 익숙한 학교 생활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아들은 멋진 중학 시절의 추억을 갖게 된 것 같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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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보고갑니다

    2018.07.25 17:47 신고

아들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예전에 영어 공부를 가르쳐주셨던 캐나다 선생님께 다녀왔습니다. 함께 배웠던 친구들 몇 명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캐나다 여행은 선생님도 뵙고, 또 선생님께 영어도 배우고, 선생님과 절친한 이웃들과 홈스테이를 하면서 캐나다 생활을 체험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아들은 처음 영어를 배웠던 선생님이라 기억도 많이 나고 보고 싶다며, 1학기 내내 저를 졸랐습니다. 여타의 단기 어학 연수와는 다르게 영어를 공부하러 간다는 목적보다는 그리운 선생님을 다시 뵙고, 여행을 통해 친구들과 우정도 다지고, 선생님의 이웃과 함께 외국의 새로운 문화 체험을 통해 아들의 시야가 넓어질 거라는 생각에 1달의 체험학습을 보냈습니다.


아들이 홈스테이를 했던 곳은 학교 교장 선생님 댁이었습니다
. 이미 대학교에 간 큰 아이들도 있고, 또한 아들 또래의 사내 아이도 있는 전형적인 캐나다의 화목한 가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아들은 장 시간 여행에 긴장도 되고, 그 곳의 일교차가 심해서 감기에 걸리기도 했고, 홈스테이를 함께 한 친구와 약간의 마찰도 있어서 며칠간 고생을 했습니다.

 

장기간 여행에서 공동 생활을 할 경우 생활습관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지내기 때문에 마찰이 생기게 마련인데 아들 또한 친구들과 처음엔 불편함을 서로 드러냈던 모양입니다. 아들의 첫 전화에서는 감기로 인한 피곤함과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못함을 호소했습니다. 많이 안타까웠지만 친구들이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서로 생활이 맞지 않는 것이고, 여행에서는 집에서와는 다르므로 조금씩 양보하게 되면 불편함이 없어지므로, 아들에게 먼저 다가가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잘 지낼 거라 생각했는데 걱정스러운 전화가 오니 저도 며칠간 좌불안석이었습니다.

 

4일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아들에게서 사뭇 밝은 목소리의 전화가 왔습니다. 건강이 좋아져서인지 잘 지내고 있고 재미있다며, 처음 전화에서 엄마를 걱정시켜드려 죄송하다는 의젓한 사과도 했습니다. 4일간의 걱정이 가시며 안도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의외의 말을 덧붙였습니다.

 

엄마, 나 고스톱 쳐도 되요?

고스톱? 그게 무슨 말이야? 캐나다에 화투가 있어?

친구가 가져왔는데요. 다른 애들은 다 아는데 저만 몰라요. 친구가 저에게 알려준대요.

고스톱은 일종의 도박이라서 조금 걱정이 되는 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내기 같은 것은 안 할거에요. 그리고 친구들은 아는데 저만 모르니까 미안하고, 친구들과도 더 친해지고 싶어요.

그래 그럼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렴. 너무 오랜 시간 하지 않도록 주의 하고~

 

선생님께서도 아이들을 보낼 때 디지털기기를 일체 보내지 말라고 당부하셔서 게임기며, 하다 못해 전자사전도 보내지 않았는데 기발한 아이가 화투와 카드를 가지고 갔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캐나다 사람들은 대체로 8면 모두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아이들은 시차 적응도 잘 안되고, 한국에서는 11시경에나 잠들었기에 8시 이후 잠 못드는 시간에 뭔가 게임의 도구가 필요했을 법합니다.

 

집에서는 명절에 손님들이 많이 모여도 고스톱이나 카드를 한 적이 없어서 아들은 고스톱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리 권할 만한 놀이가 아니었기에 저도 아들에게는 가까이 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금기의 놀이가 어쩌면 아들의 향수병을 해결하고, 친구와의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무엇인가 제지를 당하면 반대의 성향을 띠게 마련이므로 하지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게 마련입니다. 사실 아들에게 선뜻 허락을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아들에게서는 친구들로 인한 갈등 같은 문제는 거의 없었습니다
. 고스톱이 새로운 우정의 끈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홈스테이 생활도 적극적으로 해서 홈스테이 가족의 학교에 가서 청소도 하고, 홈스테이 맘의 컴퓨터 문서일도, 가정 일도 열심히 도와주고, 모든 지시사항을 대표로 홈스테이 맘에게 전달받아 친구들에게 잘 전달해주어 칭찬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모든 변화가 고스톱으로 인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무엇보다 함께 생활하는 친구들과 잘지내게 되었다는 것은 제겐 가장 안심이 되는 소식이었습니다.

 

한 달의 긴(?) 시간이 지나고 아들은 건강하게 돌아왔습니다. 그간 고생을 한 약간의 흔적이 있는 듯 얼굴은 검어지고, 좀더 말라보였습니다. 그러나 얼굴 표정은 훨씬 어른스러워졌습니다.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을 한 시간 정도 쉼 없이 이야기 한 아들은 고스톱 덕분에 친구들과 친해진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어쨌든 고스톱이 아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자 관계를 개선시키는 도구였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아들이 집에 들어서자 마자 던지는 첫 마디에 모든 가족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엄마, 우리 고스톱 한 판 칠까?

 

멀리 캐나다에서 겪은 가장 값진(?) 체험이 이거였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어쩌면 고스톱이 아들과 저, 그리고 우리 가족 사이를 새롭게 연결해 가는 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저 놀이로만, 분위기 개선의 도구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고도의 방법도 연구를 해봐야 한다는 걱정도 함께


비록 단발머리나 댕기머리 정도의 헤어스타일에 불과했지만 나름 당시로서는 세련된 교복을 입었던 고등학교 시절을 온통 분홍과 초록, 노랑색의 꿈들로 함께 했던 여고 동창생들을 12년 만에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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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날씬하고 살구 빛을 띄던 그 시절의 모습은 이제 찾아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어머 하나도 안 변했네~”를 외쳐대며 반가워했다.

사실 오래 전에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평소에 모이는 동아리 아지트에 모여 앉아 어느 환갑잔치에서 주인공과 그 친구들인 환갑의 할머니들이 서로를 보면서 아휴~ 하나도 안 변했네!”라고 했다며 까르르 웃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이미 지금의 상황을 알고나 있었듯이...

 

그 동안 바쁘게 살다 보니 연락이 뜸해지고, 그래서 잊혀지고, 그리곤 끊어진 채 서로의 추억 속에서만 가끔 꺼내보곤 했던 그런 우리들이 돼버린 것이다. 마주 하지 못했던 그 10여 년의 시간을 서로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어서 이미 우리 자신을 잊고 그 시절의 재잘거리는 소녀들로 돌아갔다. 그리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올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12년의 부재는 한 순간에 사라졌다.

 

사실 이번에 모이게 된 것은 미국에 있던 친구의 아버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어 친구가 잠시 귀국을 한 덕분이었다. 지방에 있는 친구조차도 새벽을 달려 와주었고, 전에는 다 모이기 힘들었던 우리의 별동대(?)들이 빠짐없이 모였다. 한 친구는 요즘에 나이 들어 동창을 만나는 경우 대부분이 외국에 있는 친구가 들어와서 보게 된다는데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핀잔을 주었다.

 

정말 그랬다. 고교 졸업 때는 자주 만나자고 새끼 손가락 꼭꼭 걸었지만 서로 다른 학교나 회사로 진출하다 보니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결혼식에서 보고, 처음 결혼한 친구의 첫 아이 돌 이후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곤 바빠진 서로의 삶에서 조금씩 잊혀진 것이리라. 하지만 이렇게라도 반갑게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할 일인가.

 

여전히 우리는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야 할 중년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순수의 시절을 함께 나누었던 그 순간 순간이 있었기에 우리가 인생의 다양한 면면들을 각자의 방식대로 걸어갈 수 있는 것일 게다. 그때의 감성이 있었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것이고, 가끔은 하늘을 볼 수 있고, 계절이 바뀌면 그리움을 갖게 되는 것이리라.

 

공항으로 떠나는 친구의 모습이 안보일 때 까지 우리는 손을 흔들면서 아쉬웠지만 이제 그 예전의 별동대를 다시 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서로의 눈짓과 미소들이 하늘을 파랗게 연 봄 하늘의 아지랑이처럼 부풀어 올랐다.

 

내게도 돌아볼 순수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감을 주리라 생각지 못했다. 인생의 중반에 우정을 다시 돌려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친구들아,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제 남은 미래의 시간에서 우리만의 순수를 만들어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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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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