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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유치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2.13 꿈을 접다 (4)

대학을 졸업하면서 시작한 나는 사회생활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어도 지속을 해왔기에 휴직이나 중단이란 생각하지도, 할 수도 없었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잘나가는 15년 차에 있던 순간에 그 계획을 수정해야만 했다.

 

아들이 7살이 되던 해에 유치원에서 재롱잔치가 있었다. 나는 새 학년이 되고 유치원에서는 최고 학년인 아들이 밖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고 싶어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아들은 집에서는 얌전하고 착한 편으로 어렸을 적에 남의 집에 갔을 때도 집에 와야 할 시간이면 그 집의 텔레비전까지 끄고 오는 꼼꼼한 아이였다. 모든 부모는 고슴도치이듯 나 또한 아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아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기대하고 행사장을 들어섰다.

 

그러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아들은 가장 먼저 발표를 했는데 비교적 또박또박 잘해 박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발표가 끝나고 다른 친구들이 발표할 때는 옆의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떠들고,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함께 참석한 엄마들이 처음 발표할 때는 어머, 참 똑똑하다고 칭찬했지만 곧 저 애는 뉘 집 아들이야?” “어휴 정신 없어..”, “저 애 엄마 너무 힘들겠다라고 수근수근 거리는 것이었다.

 

엄마들의 비난 섞인 수근거림 속에서 장난꾸러기 아들에 대한 부끄러움 보다 내가 그 때까지 아이를 잘 몰랐다는 것에 부끄럽고, 아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행사가 끝나고 선생님을 뵙고 아이의 생활태도에 들었다.

 

성철이는 책을 많이 읽어서 발표도 잘하고 이야기도 잘하는 편인데 좀 산만한 것 같아요. 그리고 고집도 세고요, 대체로 엄마가 일하시는 아이들이 좀 그런 편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돌아오는 내내 아이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보다는 회사 일에 더 우선 순위를 두었던 나를 반성했다. 아이는 유치원에 다녀오면 할머니와 함께 하지만 분명 할머니께 떼를 써서 텔레비전도 보고, 컴퓨터도 했을 것이며, 책을 볼 때는 분명 텔레비전 앞에서 보았기에 집중력을 습관들일 틈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제대로 지적 받거나 교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출장으로 인해 일주일 이상 비웠을 경우엔 더욱 더 심했을 테고..

 

그 전까지 외부의 일에 나 자신의 위치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었고 아직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인지라 그다지 아이의 감성에 대해서 집중하지는 않았다. 그냥 별 탈없이 잘 지내는 아이로 믿었다. 아이에게 지식을 넣어주는 엄마였을지는 몰라도 가슴을 온전하기 주지 못한 엄마였다.

 

행사 후 2주일간 나는 진정한 엄마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가족들과 의논을 거쳐 진심으로 아들과 교류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결심하였다. 지금까지 쌓아온 꿈을 접는 것이라고 하는 회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3개월 후 사직서를 과감히 제출하였다.

 

그 뒤 2년간 나는 아들에겐 밀착형 엄마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집에서 일을 해가면서 좀 자유로운 프리랜서 엄마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아이의 생각을 함께 나누려고 했고, 공부도 함께 하고, 도서관도 함께 가고, 여행도 가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과 추억을 만들려고 애썼다. 아이도 처음에 엄마가 매일 회사 가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겨주는 엄마가 있어서인지 차츰 안정감을 찾아갔다. 학교에 입학해서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친구들도 잘 사귀고, 자신의 생각보다는 남을 고려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2년은 나와 아들을 변화시킨 가장 소중하고 귀한 시기였다. 비록 당시에는 나의 꿈을 접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결단이 있었음에도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자랑스러운 결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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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feeling-diary.tistory.com BlogIcon 비트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식을 생각하는 훌륭한 부모의 마음이 느껴지는군요. 비록 꿈에는 한걸음 멀어졌지만 그 보다 아드님의 올바른 인성의 토대가 되는 아주 훌륭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멋진 어머니십니다.+_+b

    2008.02.14 16:53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대부분 어머님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겁니다. 자식이 자신보다 더 낫기를 바라는 마음.그래서 자꾸 채워주고 싶은 마음, 그게 마음처럼 쉽게 현실화되지 못할지언정 그렇게 마음을 갖게되는 것 같습니다.

      2008.02.15 01:45 신고
  2. 엄마~ㅜ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쓴분의 따뜻한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져 참 훈훈합니다!!
    저희 어머니도 직장을 다니시면서 워킹맘(?)을 하셨는데요
    솔직히 어렸을때는 학교나 저한테 많은 신경을 못써주는데 서운하기도
    했는데 점차 자라면서 느끼는건데 어머니가 너무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당당하게 인정받으면서 가정에서는 너무나도
    현명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무한한 존경을 느낍니다
    글을 읽다보니 느끼는점이 있어서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2008.02.14 17:46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부족하기만 워킹맘입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저자신과 아이에게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8.02.15 01: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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