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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2년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시작한 일은 9 to 6의 일정한 시간에 업무가 끝나는 경우가 드물어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매일 아들이 잠들거나 혹은 겨우 일어나는 시각에 출근을 해야 하고, 저녁에는 아들이 잠든 시간에 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일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아들은 매일 자신을 맞아주는 엄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며 친구들, 자기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기 바빴고, 엄마가 해주는 간식의 맛을 즐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시간도 줄고, 그 때 그 때 아들의 궁금증이나 학교에서 있었던 사소한 갈등들을 풀어 줄 수 없었습니다. 대화의 시간이 줄면서 그 만큼 아들과의 교감이나 이해의 폭도 줄어드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전과는 달라지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이도 조금씩 불안해하고, 자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여전히 엄마가 사랑하고 있고, 언제든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고, 보이지 않아도 아들의 든든한 울타리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데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쪽지 편지를 써주어서 마음을 달래주긴 했지만 아들과 보다 신뢰 있는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아들과 함께 일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아들의 2학년 때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일기를 잘 쓸 수 있도록 일일이 살피시고, 일기의 글감이며, 일기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아이들이 쓸 수 있도록 지도해주셨습니다. 때문에 아들은 매일 일기를 꼬박꼬박 썼습니다. 저는 아들이 일기를 쓰면 바로 그 뒷장에 아들에 대한 칭찬이나 아들이 쓴 일기에 대한 저의 생각, 그 날 겪었던 생활의 일부, 그리고 중요하게 부탁하고 싶은 것들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아들이 의아해 했지만 아들의 일기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함께 일기를 썼습니다. 저의 지속된 공동일기에 선생님이나 아들의 친구들은 놀라워하고 칭찬도 해주고, 부러워했습니다. 아들은 선생님이나 친구 엄마들에게 나는 우리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우리 엄마는 저랑 일기를 같이 써요라며 자랑을 하기도 했답니다. 저와 함께 쓴 아들의 일기는 매 학년 다른 아이들의 일기보다 두툼했고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지속되어 왔습니다.

 

일기를 함께 쓰면서 아들도 엄마가 언제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고, 엄마도 힘든 때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궁금한 게 있으면 일기에 엄마의 생각을 묻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아들도 저의 일기를 살피면서 새로운 표현의 방식이나 글을 정리하는 방법,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을 익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기쓰기가 습관이 되면서 아들은 일기왕이라는 상장도 받고, 교내외 글짓기 대회에도 출전해 상장을 받아오곤 했습니다. 오랜 시간 엄마와 함께 쓰는 일기를 통해서 글쓰기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연히 시작한 아들과의 공동일기였지만 시간이라는 보석이 아들의 글쓰기와 상상력을 빛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아이와 함께 일기를 쓰는 것은 아이에게만 쓰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본보기가 되어 자발적인 글쓰기에 효과적이며, 엄마의 존재감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게는 학창 시절 한 때의 추억이었던 일기쓰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며, 아들과 일기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새로운 소통의 도구를 갖게 되었고, 제 일상에 대한 정리와 반성을 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기를 써야 하는 초등학생을 둔 엄마라면 아이들과 함께 일기쓰기를 꼭 권하고 싶습니다. 일기쓰기는 상상력과 논리력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연습장이기 때문에 엄마의 칭찬과 격려, 그리고 참여는 아이에게 그 어떤 것보다 좋은 교육이 될 것입니다. 아들은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되면 자신도 아이에게 일기를 써주고 싶다고 합니다. 참으로 보람있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짧은 시간의 일기쓰기로도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 
, 오늘부터 자녀와 함께 일기쓰기를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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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100mom.mugday.com BlogIcon 백맘(봄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집 아이도, 일기 쓰는 재미에 푹 빠졌는데, 저도 한번 시도해 볼까 합니다.
    (위 사진 속 일기 뒷 글을 저는 선생님이 써주신 것으로 알았는데,
    어머니가 써주신 건가 봅니다. 정말..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2008.10.15 15:57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사실 아이를 기쁘게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게 아닌것 같아요. 그저 아이의 생활을 관심있게 지켜봐주고, 그리고 함께 무엇인가 같이 한다는 것으로도 아이와 엄마가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백맘님께서도 이미 훌륭한 어머니이시라고 생각됩니다.^^

      2008.10.15 16:54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10.15 19:58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인기짱이셨던 유과장님이셨군요..제가 몰라뵈어서 죄송해요.너무 좋은 행사라 감사의 말씀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한국의 좋은 엄마들이 백맘 코칭을 통해서 유행처럼 번져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행사에 많이 기획해주시리라 믿고요. 저도 열심히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2008.10.15 20:46 신고
  3.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승객1님, 이 글 너무 감동적이예요!
    그리고 대단하세요!
    공동 일기를 쓰신 승객1님의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과,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쑥쑥 컸을 형아의 마음이 느껴져요!

    2008.11.19 20:09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5년의 시간이 형아와 저에게 멋진 대화를 가져다 주었어요. 그리고 공동일기는 문집으로 만들어져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책으로 형아의 책장에 꽂혀 있답니다.

      상우님도 아마도 많은 일기를 썼을 거 같아요. 어머님께 일기를 학년별로 모아서 문집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보세요. 세상에 단 하나의 상우님의 책이 될거에요. 아마도 상우님의 후손(?)에게도 길이 길이 남겨질.. 귀한 상우님 어린시절의 역사가 될거에요.^^

      2008.11.19 23:00 신고

계속된 경기 침체의 여파로 새로운 꿈과 도전으로 시작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오랜사회 생활에서 처음 경험하는 실패라는 생각에서 얼마간 침울해 있었습니다. 엄마의 의기소침함을 느꼈던지 아들도 내심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 그간 아들은 작은 벤처이긴 했지만 대표였던 엄마를 은근히 자랑했기에 더 걱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들의 각 과목의 기말평가와 성취도 평가 시험이 있었기에 마냥 침울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마음의 우울함을 떨쳐버리고자 아들의 공부를 돕고 집안일에 매진했습니다.

 

그간 아들은 학교에서 오면 태권도와 영어, 수학 학원을 시간에 맞춰 다니긴 했지만 밖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일일이 학습과정을 신경 써주지 못했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보는 단원 평가 시험이나 학원에서의 월말평가의 결과로 수업 태도를 짐작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게임이니 MP3, 게임기 등의 각종 디지털 기기들의 유혹이 주변에 널려 있기에 열 세살 아이에게 자기 관리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들도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다 간혹 학원 시간을 놓치곤 했고 숙제를 깜박 잊곤 해서 학원에서 남아 보충을 했던 것을 할머니의 고백을 통해 들었습니다. 사실 그간 아들은 할머니에게 자신의 비밀을 지켜달라고 애원을 했었고, 학원으로 전화해 가끔 늦어지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은 이상 아들의 비밀은 묻혀져 있었습니다.

 

집에 머물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매일 새로운 식사와 간식을 만들어 주자 아이는 식욕이 향상되었고 키도 부쩍 커졌습니다. 자투리 시간에도 TV나 컴퓨터에 매달리지 않고, 충분히 쉬거나 책을 보도록  했더니 자신이 놓쳤던 공부며 숙제를 스스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주말에는 3시간 정도 컴퓨터나 게임기 혹은 mp3 등 디지털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친구들과 밖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을 주어 주말의 해방감을 맛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성취도 평가가 있기 전 3주일 부터는 매일 시간표를 짜서 무리하지 않게 공부를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도록 했고, 주말에 공부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렸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매일 공부만 한다고 화를 냈지만 무리하지 않게 시작하니까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공부할 때 오답의 경우는 함께 답과 이유를 찾아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열심히 노력한 아들은 3과목 100점과 1과목에서 2개 틀리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좋은 점수를 받게 되어 아들은 한껏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겼고 엄마 덕분이라고 공을 엄마에게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들과의 행복한 시간이 두 달 지날 즈음 잘 아는 선배로부터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의가 왔습니다. 전에 일했던 분야보다 생명력이 길고, 그리고 또 관심 있었던 교육 분야의 일이라 새로운 도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선배를 만나 해야 할 일들을 들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분야이고 비전이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염려스러웠던 것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고민하다가 아들에게 말을 했습니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 그런데 일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서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일찍 오지 못할 거 같아. 그래서 성철이가 이젠 알아서 공부해야 할 거 같아. 그런데 사실 엄마는 걱정이 된단다. 너는 엄마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 엄마, 제게 생각할 시간을 하루만 주세요.

 

다음날 아들이 말을 꺼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마가 일을 다시 시작하면 우리 집에는 돈이 많이 생기겠지요? 그런데 저는 엄마가 일찍 들어오는 회사에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프리랜서로 일하시면 안 되요? 돈은 조금만 벌어도 괜찮아요. 엄마랑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아직 저는 혼자서 공부하는데 자신이 없어요. 혼자 있으면 컴퓨터도 하고 싶고 만화도 보고 싶고.. 중학생이 될 때까지 엄마랑 함께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익히고 싶어요. 엄마, 돈보다 시간을 주시면 안 되요?

 

전에는 엄마가 회사를 나가는 것이 더 좋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아들에게서 다른 말을 들으니 의외였습니다. 아직도 아들은 갖고 싶은 디지털기기가 많고, 사고 싶은 것들이 많고, 엄마의 잔소리에서 해방되고 싶었음에도 이제는 당장의 즐거움보다는 미래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참아내고 준비해야 할 것은 깨우친 모양입니다.

 

다음날 선배를 만나서 아들의 이야기를 하고 정중히 사과를 했습니다. 아들의 바램이 어쩌면 행운을 가져다 주었을까요? 선배는 아들의 이야기를 공감하면서 회사에서 함께 일하지 않더라도 프리랜서로 일하기를 권유했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더 다양한 일에 참여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조금씩 성장해가며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는 아들을 통해서 남보다 많은 재산이나 높은 명예보다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아이에게 바른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돈보다는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이 아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자 교육이었던 것입니다. 좌절의 순간이나 탐욕의 길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아들은 제겐 희망이자 축복입니다.

 

아들아, 고맙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사랑한다

  1.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시 잠수타셨던 기간동안 이런일이 있었군요~ 궁금했었습니다. 한동안 안보이셔서 말이죠!
    글쳐.. 철이 말마따나 아이에겐 돈보다 시간이겠죠~ 엄마와의 시간^^
    글타고 또 돈을 안벌수는 없고(ㅜㅜ)

    미친듯이 내리던 비가 그쳤어여~ 하늘은 곧 맑~~~~간 얼굴을 내밀겠죠~
    울 승객님 가정도(맘도/울 철이도) 곧 맑~~~~간 하늘빛이 되리라 믿슘다^^
    화이팅요~☆ 잇힝.. (컴블.. 완전 추카.. ^^;)

    2008.07.27 11:16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 역시 호박님이 버선발로 맞아 주시니 기운이 쌩쌩 납니다! 자랑스러운 아들을 만들려면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어야겠지요~ 욜심히~ 노력하겠슴돠~ 항상 감사해요!

      2008.07.30 11:44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7.28 03:28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고 죄송.. 뭐가 불편한게 아니라요..제가 사용법을 잘 몰라서 그런거 같습니다. 저도 온라인에 촛불도 팍팍 커고,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고 싶은데 제대로 방법을 모르는거 같아요. 알려주삼~^^

      2008.07.28 13:25 신고
  3. Favicon of https://janghp.tistory.com BlogIcon 지킬박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견스러운 아이로군요.

    2008.07.30 09:33 신고
  4. Favicon of http://basilica.co.kr BlogIcon 바실리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갑니다.
    몇번 왔었는데 오늘에서야 블로그 주인이 누구인지 알았네요..^^
    반갑습니다. 종종 들리지요...

    2008.08.06 00:36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링크나우에서 초대도 해주시고요..^^ 늘 좋은 정보 그리고 말씀 감사하게 접하고 있습니다.

      2008.08.08 01:49
  5.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뵙고 싶어요~ 엄마와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함께 하는 것은 정말 힘든거 같아요.
    그래도 언니~ 힘내세요! 아시죠? 자유를 선택하면~ 또다른 즐거움이 생기거든요^^
    언니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아쉽습니다.
    못난 후배를 키워주셔야 하는 사명감은 그래도 계속 되어야 합니다~~~

    2008.09.20 21:22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정말 오랫만이네.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 너무 좋으네. 멋진 계절인데.. 후배님께서도 멋진 계절을 이미 계획하셨겠지? 얼굴 도장찍고... 와인도 해야 하는데...^^

      2008.09.21 17:02

2주전 수학학력 평가시험이 있었습니다. 그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이러한 류의 시험은 미리 공지를 해주어서 때가 되면 보겠지 하며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6학년이 되더니 공부에 조금 소홀해진 듯한 아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주는 공지 사항이 자신에게 불리하면 일부로 빠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살피면 알 수도 있었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가방을 살펴보던 중 기간이 하루 지난 수학학력 평가시험 신청서를 발견하고 아들에게 묻자 학교 시험이 아니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뻔하겠지만

 

된 잔소리를 퍼붓고 해당 기관에 전화를 했더니 다행이 다음날까지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신청을 하고 예상 문제집을 받아왔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는 난이도가 높아 시험 보기 전 2주일간 아들은 저녁이면 책상 앞에 붙잡혀 예상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야 했습니다.

 

드디어 시험날이 되어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시험 고사장에 갔습니다. 아들도 혼자 신청해서 보는 시험인지라 조금은 긴장이 된 모양이었습니다. 비가 왔던 일요일이었음에도 시험이 치러지는 학교 안에는 응시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학원의 지원 선생님들과 차량 등으로 빽빽하게 붐볐습니다..

 

세상에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부모들이 이런 시험에 관심이 높을 줄이야. 50분전에 도착해서 아직 고사장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지 않아 비를 피해 기다려야 했습니다. 체육관 건물 1층 기둥 사이 사이에 공간이 비어 있어서 많은 학생들과 부모들이 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엄마들은 함께 신청해서인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시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들은 그들의 대화 속에서 나는 참 정보가 없는 무관심한 엄마였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화하던 엄마들은 다양한 시험의 일정과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과정, 그리고 좋은 점수를 배출하는 학원, 능력 있는 선생님들, 각종 영재학교나 영재교육원에 대한 노하우, 강남 엄마들은 유치원 때부터 어떻게 하는지 등등너무도 자세하게도 다양한 교육 정보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들의 대화를 정리해보면 가능한 한 정보를 신속히 얻어야 하고, 정보에 따르는 과목의 등록 비용이 만만찮고, 아이들도 그 수준을 맞추어 따라가려면 엄청나게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시대의 영재는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 아이의 경쟁력에 결정 된다는 것이 우스개 소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주중에는 직장에 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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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에 그나마 시간이 나는 주말에 학원과 학교의 교과 과정을 중심으로 아이의 학습과정을 살펴보고 몇 가지 문제집으로 복습할 수 있도록 했고, 아이의 사고력과 논리력을 길러주려고 책을 함께 읽으면서 토론했던 나의 노력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아 힘이 빠졌습니다. 아빠의 빵빵한 경제력도, 모든 정보를 술술 꿰는 엄마의 대단한 정보력도 없고, 아들도 자신이 천재라고 절대 말할 수 없기에 아들이 영재가 되기는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어 고사장으로 향하는 아들의 손을 꼭 쥐어주고 최선을 다하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었지만 고사장을 나서는 발걸음은 그 날의 궂은 날씨처럼 무거웠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거라 생각했고, 아이에게 꼭 일등이 되어야 한다고는 강요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기능적인 지식형 인간이 아닌 자신과 타인에게 당당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했는데 어느새 아들도 친구들과 다르게 공부하고 있다는 것에 은근히 걱정을 합니다. 아들은 영재가 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런 아들의 염려를 무조건 괜찮다고 툭툭 털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이란

 

그럼에도 대화 속 엄마들이 말했던 영재의 등식은 틀린 답이라는 외침이 가슴 속에서 울렁거립니다. 처음으로 아들을 데리고 산 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들이 7살 무렵, 14년 사회 생활을 접었던 이유는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목격한 아들의 충격적인 산만함 때문이었습니다. 그 뒤 2년간 매일 24시간 밀착교육을 통해 아들은 점차 집중력이 높아졌고, 학교에 입학고서는 공부도 곧잘 하였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안정을, 저는 안도를 찾아갈 무렵 전보다 좋은 조건으로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실무에서 2년의 공백은 있었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했고 아들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립심과 안정을 찾았다 생각 들어 큰 부담 없이 직장 생활에 복귀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만회하려고 홀린 듯이 일에 열중하였습니다. 그런데 잦은 야근, 출장으로 1주일 이상 집을 비울 때도 있고, 주말이 되면 파김치가 되곤 해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2년간 엄마의 24시간 감시에서 벗어난 아들은 처음엔 나름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엄마가 돈을 벌면 자신이 갖고 싶은 것들을 모두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내심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날 무렵부터는 엄마의 관심이 멀어짐을 느꼈던지 자주 화를 내고 의기소침하곤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상에 빗나간 아들의 행동에 고민이 되었고, 아들에게 엄마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묘안을 찾아낸 것이 아들에게 아침마다 쪽지 편지를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책상 앞에 놓인 색종이 편지가 아들의 기분을 달래주길 바라며 첫 편지를 보냈습니다. 결과는 성공! 뭔가 아침부터 못마땅한 지 입이 삐죽 나온 아들은 책상에 놓인 녹색의 매미에 휘둥그래지더니 편지를 펼쳐 보고는 씨~익 웃으면서 집을 나섰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아들의 책상에는 색종이 쪽지 편지가 매일 놓여져 있었고, 아들은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했으며, 엄마가 자신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차츰 깨달아갔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도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이 낯간지럽고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멋지고 친밀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쪽지 편지는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고 엄마의 생각이나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그 때 그 때 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색종이 접기로 시도를 했는데 아들이 보관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색종이 한 장으로 봉투를 만들었고, 반장을 편지지로 이용했더니 봉투를 만들기도, 편지를 쓰기도, 보관하기도 쉬웠습니다. ‘봉투 만들기에서 편지쓰기까지 1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간혹 출장을 갈 경우에 아들은 아침에 엄마의 쪽지 편지를 받지 못해 서운하다고 할 만큼 쪽지 편지는 아들이 매일 아침을 기다리는, 기쁨의 전령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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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그 동안 받아온 색종이 편지를 빠짐없이 모아왔고 자신의 재산 목록 1호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자기도 아버지가 된다면 엄마처럼 아이에게 쪽지 편지를 써 줄 거라며 저를 감동시킵니다. 지금은 색종이 편지를 쓰는 대신 일기를 함께 쓰고 있지만 간혹 아들에게 특별한 말을 하고 싶으면 색종이 편지를 보내봅니다. 그럴 때 마다 아들의 마음이 어느 새 내 마음에 들어와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아이에게도, 당신에게도 행복한 하루를 열어 줄 하루 10분의 투자 색종이 쪽지 편지’, 한번 써보실래요?

 

 

l  10분만에 쪽지 편지 만들기

(준비물 : 양면 색종이, , , 사인펜 혹은 칼라볼펜, 예쁜 모양의 스티커)

 

1.     양면 색종이 한 장을 사진처럼 접어서 작은 편지봉투 모양을 만듭니다(양면 색종이를 사용하면 봉투 뚜껑을 열었을 때 안쪽에 다른 색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 30

2.     각 접촉면에 풀을 바르고 30초 기다렸다 붙여 봉투를 완성합니다. - 40

3.     다른 색종이(봉투와 다른 색)를 반으로 접어서 잘라 편지지로 사용합니다(나머지 반은 다음에 재사용합니다). - 10

4.     준비한 사인펜이나 칼라 볼펜으로 간단한 메시지 혹은 격언이나 격려의 말을 정성스럽게 씁니다(매일 다양한 색의 펜으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편지는 전날 저녁에 써놓으면 아침이 덜 바쁩니다.). - 830

5.     편지지를 넣고 봉투를 스티커로 마무리합니다. - 5

6.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볼 수 있도록 책상 중앙에 놓아둡니다. - 5

(10분이 길고 매일 봉투를 만드는 것이 번거롭다면 미리 봉투와 편지지를 여러 개 만들어놓으면 편지 쓰는 시간 5분으로도 아이의 하루가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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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철이는 좋겠당^^ 일케 자상하고 솜씨쟁이 엄마가 있어서^^

    정말 항상 함께하는듯한(살아있는) 자녀교육을 하시는것 같아 부러워요~^^
    (성철이는 고걸 알아야해^^; 잇힝~)

    편안한밤 되세요~ 승객님^^;

    2008.05.28 23:18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에휴.. 호박님의.. 가족과..그리고 호박님 블로그 애독자들에게 즐거움과 삶의 지혜를 주는 것에 비하면..저는 새발의 피죠!^^ 감사합니다~

      2008.05.29 00:28
  2. Favicon of https://sealtaleinprogram.tistory.com BlogIcon Jin_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멋져요 ㅠㅠㅠㅠㅠ 저도 아직은 자녀 입장이지만!!! 꼭 저렇게 멋진 엄마가 되고 싶어요 ㅠ

    2008.07.22 17:21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아님께서도 분명 머~~~~어~~찐 엄마가 되실거에요. 사실 아이와 공감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더군요. 작은 관심으로도 아이가 충분히 행복해하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2008.07.22 18:15 신고

6학년이 되더니 아들은 뽀얀 아이적 모습에서 손과 발, 그리고 뼈대가 부쩍 커지면서 여린 모습보다는 뻣뻣한 남자로 변해감을 느낍니다. 그런 아들에게 최근에 공포의 대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드름.

 

아들은 피부가 하얀 편이라 사람들로부터 간혹 피부 미남이란 소리를 들어서 왕자병에 사로 잡히곤 합니다. 게다가 어렸을 적부터 만화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2학년 때는 테니스의 왕자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매일 다른 두건을 쓰고 다녀서 주변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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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들의 머리가 직모라서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사방을 향하고 있어 퍼머를 해서 아침에그나마 정리가 되게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머리를 길게 길러서 태왕사신기의 담덕처럼 묵고 다니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작정을 하고 기르고 있는 머리라 길어질수록 정말 지저분하고 볼품이 없습니다. 매번 볼 때마다 온 가족이 나서서 제발 머리 자르거나 머리띠를 하라고 잔소리를 해도 담덕 처럼 머리를 휘날릴 날만을 기다리는 아들은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결국 아들은 머리띠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여드름 때문. 아들에게 여드름이 생기는 이유와 더불어 그를 방지하려면 얼굴을 잘 씻고, 얼굴에 이물질이 닿지 않도록 해야 하고, 평상시 여드름의 주요 원인은 머리카락 때문이라고 겁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남자용 머리띠를 착용하고, 평소에 잘 씻지도 않았는데 자주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면서 나름 자신의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게으름이 아직 배어 있는지라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잠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할머니께서 씻고 자라고 타일러도 꿈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비법을 하나 가르쳐 드렸습니다.

 

너 안 씻고 자면 아침에 여드름이 바로 수두룩해진다!”

 

아들은 깜짝 놀라 바로 목욕탕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한 10분 이상 씻고 나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다양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데 최근 사춘기에 돌입한 아들로 인해 매일 놀라운 일들이 연속됩니다. 그리고 아들은 전보다 관심을 갖는 것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어릴 적에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기는 했지만 주로 엄마의 가이드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어른과 아이의 중간 단계에 들어서면서 갈등의 시간이 잦아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절감합니다.

 

이전 까지는 옳지 못한 것을 바로 지적하는 엄한 엄마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보다 가까운 친구이자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으로 아들과 마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신체 변화와 더불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들에게는 이해되지 않을 것들이 많을 테니까요.

 

오늘은 여드름 치료제에서 여드름 피부용 스킨과 비누를 선물하면서 아들의 또 다른 변화를 살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외모지상주의가 다가 아님을 아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아들아 나도 너의 사춘기가 정말 공포스럽구나!

  1. Favicon of http://basilica.co.kr BlogIcon 바실리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린시절 생각이 나게 하는 글 입니다.
    저 역시 여드름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잘 생긴 아들 씩씩하고 건강하게 키우시길....

    2008.04.30 12:49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남자들은 그리 큰 고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들을 통해 심각한 고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만.. 그렇게 느끼게 하는 것이 외모지상주의로 치닫는 사회현상이 아닌가해서 고민이 되네요.

      그냥 나무라기 보다는 아들을 제대로 설득해야하는데.. 잘될지 걱정입니다. 저 또한 감정이 먼저 나가는 엄마이다보니..^^

      2008.04.30 13:58
  2.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꺄악~~~~~~~~~~~~~~ 왜 승객님이 아들래미한테 꼼짝 못하나 했더니.. 꺄울^^
    너무 훈남에 카리스마가 좔좔좔~ 흐르잖아요! 이거^^

    사진상으론 여드름이 잘안보이는뎅.. 흐흐흐~ 오똑한코랑 빠알간 입술좀 보라지^^ 멋져부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엔 승객님표 돈까스로 아들래미한테 사랑 듬뿍 받으세효^^ 잇힝~

    2008.05.02 12:18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앞머리를 들춰내면 한 두개씩 나기 시작하고요..
      코잔등에도 하나씩...
      저 모습이 카리스마가 아니라 절 꼬나보는 모습이지요..

      사춘기. 신경을 안쓸수도..쓸수도..저도 뒤죽박죽입니다..헐~

      2008.05.02 17:23
  3. Favicon of https://janghp.tistory.com BlogIcon 지킬박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빠르군요. 우리 큰놈은 중1인데 아직...

    2008.05.03 16:13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아들은 사고가 조금 독특(제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개성)해서 유난스러운것 같습니다. 그걸 즐기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요새는 개성을 충분히 살려줘야 한다고 기를 죽여서는 안된다고 주변에서 만류하는 편이라 일단은 지켜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한데..사춘기..요새 세상이 하수상하니..걱정이 많이 됩니다..-.-

      2008.05.07 11:10 신고

학부모 간담회를 참석하게 되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교실 안을 둘러보려 했는데 선생님께서 문 앞에서 미리 기다리고 계셔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아들의 자리에 앉도록 안내해주시고는 학부모들에게 뭔가 인쇄물을 나누어 주셨다. 그런데 내게 나주어 주실 때는 크게 웃으시면서 주시는 것이 아닌가. 조금 의아했지만 먼저 인쇄물을 살펴보았다. 인쇄물은 아이들이 직접 쓴 두 장의 자기 소개서였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아실 요량으로 약 25문항에 걸쳐서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답하도록 하신 것 같다.

 

각각의 문항은 주로 자기에 대한 생각, 친구들에 대한 생각, 가족에 대한 생각, 공부에 대한 생각, 자신의 미래의 꿈에 대한 생각에 대한 것으로 각 5문항씩 질문에 대한 답이 적혀 있었다.

 

선생님께서 크게 웃으셨던 아들의 답변은 우리 엄마는 (스파르타 교육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것과 공부를 하는 이유 세 가지에 대해서 첫 째, 강자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둘째, 다른 사람을 더 웃겨주기 위해서, 셋째, 남북 통일을 빨리 이루기 위해서라는 것. 또한 무인도에 있을 때 한 사람만 데려오고 싶다면 나는 (용재)를 오라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엄마에 대한 이미지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절묘하게 관련 짓다니.. 그리고 가장 절박한 순간에 엄마나 가족이 아닌 친구라니!! 선생님께서는 나를 안심시키시려는 지 성철이가 엉뚱하기는 하지만 어머님을 참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고 하신다. 선생님의 위로에 나는 웃을 수도, 화를 낼 수도 없는 대략난감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집에 돌아와서 아들의 자기소개서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들에게 나는 녹록한 엄마는 사실 아니었다. 집에서 지켜 볼 수 있는 엄마가 아닌지라 회사에 출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아들은 오늘의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했고, 나는 매일 빠지지 않고 점검했다.

 

공부의 양은 아들과 의논하여 현실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하여 습관을 갖도록 했고, 만약 그날의 할 일을 못했을 경우 다음 날 혹은 주말에도 반드시 하게 했다. 숙제를 완성한 대가로는 주말에 2시간의 컴퓨터 게임과 2시간의 게임기의 사용이라는 달콤(?)하고도 대단한(?) 상이 아들에게 주어졌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불가. 그리고 나는 아들에게 했던 약속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고, 아들도 내가 자신의 기대치를 거스른 적이 없기 때문에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엄격한 엄마이지만 소통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거라 믿었다. 하지만 무인도에서 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나는 아들에게 스파르타식의 강압적인 엄마였나 보다. 그럴지도 모른다. 아이의 직관적인 생각이 때로는 세상을 가장 정확하게 본다.

 

나는 아이에게 틈을 주지 않는 엄마였다. 아이에게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 실수를 통해 엄마도 자신과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하지 못했다. 실패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가르치기 보다는 뭐든 잘하라고만 채근했었다. 실수 없는 엄마를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게 해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에 중심을 두었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아들이 성장하면서 나는 그에게 더 이상 1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언뜻언뜻 사금파리 통증으로 느끼곤 한다. 예측하지 못한 배신이 서서히 익숙한 일상으로 다가설 테고 아들은 서서히 나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 아들의 생각대로 세상을 느끼고 마주하도록 그에게서 물러나야 할 때가 조금씩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무인도에서 엄마를 생각해줬으면 하는 서운하고도 아련한 미련이 남아 있지만 말이다

 

이제부터 나의 아들이 아니라 배 성 철이라는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하고, 엄마의 존재보다 먼저 아들에게 다가서는 사람들과 가치들을 함께 공감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인도에서 꼭 필요하다는 친구에게 게임기 들려서 보내주고 나는 아들에게 잘 지내라는 메일이나 띄워야겠지…..~~!

새 학년이 되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 간담회를 가진다. 학교에서는 교육 방침의 전달과 학부모님의 학교 행사 참여를 위한 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위하여,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교육할 선생님과 아이들이 어떻게 새로운 학년을 적응해 나가는지 알기 위해서 이 행사는 학교와 부모의 필요를 만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 워킹맘인 나는 사실 학교를 자주 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후 학부모 간담회는 꼭 참석하려고 노력했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참석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첫날 아들은 몹시도 흥분이 되어 있었다. 유치원부터 5학년 때까지 담임 선생님이 여선생님이셨는데 처음으로 남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에 아들은 태권도 관장님이나 사범님을 몹시도 따랐는데 학교에서도 남자 선생님을 만나니 신이 난 모양이었다. 그 동안 여선생님도 참 좋으신 분들이었지만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는 아들로 인해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이 다른 때보다 높았고, 간담회 참석의 주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교실과 환경을 둘러보려고 조금 일찍 교실에 도착했을 때, 인자한 모습의 선생님께서 벌써 기다리고 계셨다. 아들의 이름을 말하자 선생님께서는 아들의 자리를 안내해주시고는 수업시간에 진행했던 아이들의 자기소개서를 먼저 읽어보라고 주셨다. 자기에 대한 여러 질문을 솔직하게 써내려간 아이의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새삼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생각하는 가정과 자신에 대한 것들을 부모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실제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아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다.

 

공식적인 간담회 행사가 끝나고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실지 간결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셔서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마지막으로는 몇 가지 당부도 하셨다. 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당부가 아니라 아이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이 주제인 내용들이었다.

 

그 중에서 특히 강조하셨던 것은 알림장을 부모님이 꼭 봐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알림장을 부모가 봐야 하는 당연한 것이지만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알림장 속에 우리 아이의 학교 생활이...

알림장은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일일 기록이다. 매일 어떤 공부를 하는지 준비물의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고, 어떤 행사를 하는지, 학교에서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이고, 최근의 화두가 무엇인지도 잘 나타나있다. 그리고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나 혹은 아이에 대한 특이사항도 알림장을 통해서 전할 수 있다. 알림장은 그야말로 학교와 가정을 잇는 가장 기본적인 메신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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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중요하게 생각지 않고, 또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의 알림장을 잘 보지 않게 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자주 알림장을 보게 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아마도 아이들의 눈에는 알림장에서 멀어지는 부모들이 바쁜 사람들로 여겨질 것이다. 나 또한 종종 엄마는 바쁘니까 네가 혼자 할 수 있지라며 합리화시켜왔다. 그 시간에 아이들은 마음의 여유와 남에 대한 배려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은 관심을 주는 만큼 생각이 자라고 마음이 넓어진다고 하시며, 알림장을 보면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더불어 아이에 대해 좀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하셨다.

 

사실 알림장이 얼마나 교육에 영향을 미칠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 알림장을 통해 아들의 자립심을 키우는 팁을 얻기도 했다.

 

남자아이들은 대체로 준비물을 잘 잊는 편이라 알림장을 보고 확인하지 않으면 그날 그날의 수업진행은 아들에게도 어려워진다. 아들이 저학년 때는 매일 알림장을 보고 준비물을 챙겨주었는데 이 때문에 아들은 준비물에 대한 긴장감이 없었고 내가 깜박 잊은 경우는 나를 오히려 나무라는 것이었다. 마냥 혼내는 것보다는 자신이 준비하는 습관을 만들어주어야겠다 생각하고, 아들에게 엄마가 이제부터 알림장을 매일 볼 수 없으니 알아서 준비물을 챙기라고 했다. 며칠 못 본 척했더니 아들은 알아서 준비물을 챙기고 잠자기 전에는 알림장을 다시 한번 보곤 한다. 이제 아들은 학교에서 부모님께 알려야 하는 사항을 적절하게 전달하고 자신의 준비물을 스스로 준비하는 자립심이 생겼다.

 

그리고 부모들이 알림장을 살펴보고 아이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아이들 또한 부모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신뢰하게 된다. 간혹 아들에게 알림장에 보니까 어떠 어떠한 일이 있었던데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면 아이는 엄마가 그냥 지나친 줄 알았는데 이미 알고 있을 때 오히려 놀라기도 하고 엄마를 다시 한 번 살피곤 한다. 이렇게 알림장만 잘 활용해도 부모와 아이들간의 어색하고도 불편한 대화를 줄여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부모들은 반드시 알림장을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1. Favicon of http://keosigi.tistory.com BlogIcon 은파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습니다.
    저의 아내도 전업 주부인 관계로 아이들의 문제 만큼은 확실히 챙기는 편입니다.
    그 덕붕닝지 특별히 학원을 다니지도 않는데 큰 아이나 작은 아이나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맞벌이를 하지 않는다는 책임(?)감으로 아이들 교육은 스스로 시키고 있습니다.
    참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애처롭기도 하고.... 그저 고마울 따름 이지요.

    아이들의 알림장은 교사와 학생의 약속 이면서도 교사와 학부모간의 소통의 구실도
    충분히 한다고 봅니다. 아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이죠.
    잘 읽었습니다... 바쁜 관계로 는게사 인사를 드려 죄송 합니다.
    고맙습니다.

    2008.03.24 21:01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아들에 훌륭한 어머니, 무엇보다 가정을 아끼는 아빠의 사랑이 가득한 은파리님의 가정에 항상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2008.03.24 22:49

아이가 어릴 때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어렵지 않게 해결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성장과 함께 보고 느끼는 세상은 일반적인 사고의 영역을 넘나들기 때문에 간혹 그 궁금증을 해결해주는데 난감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아이의 생각주머니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로 기특하고 대견한 일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어른들은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비유로 적절하게 설명해주었기에 아들에게나는 막힘없는 놀라운 지식의 소유자로 항상 존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3학년 이후부터 아들은 일반 상식을 넘어서는 전문 지식과 세상에 대한 궁금증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난감한 상황이 되면 나는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고, 같이 검색을 해보거나 사전을 찾곤 했다. 그러나 그 진실 앞에 눈치 빠른 아들은 엄마가 더 이상 지존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껴가며, 경외심 또한 줄어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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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엄마에 대한 경계가 약해지면서 최근에는 나를 경쟁의 상대로 까지 격하(?)’시키는 것 같다. 과학잡지와 논술 잡지의 독파, 그리고 독서량이 늘면서 아들은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간혹 자신의 의견과 다르거나 혹은 내가 실수를 할 경우에는 가차없이 오류를 낱낱이 짚어낸다. 결국 아들과의 논쟁에서 밀리는 불상사(?)가 있기도 한다. 잘못된 대답을 할 경우는 회심의 미소를 띄운 채 아니 엄마도 모르는 게 있단 말이지~~”하며, 엄마의 자존심에 폭탄을 던지곤 한다. 마치 그렇게 엄마에게 당한 굴욕을 돌려주기라도 하듯

 

그 동안 아들에게 책을 사주거나 잡지가 도착하면 나도 함께 읽으면서 아이와 공감대를 만들려고 했고,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논리적으로 설명해주고, 토론을 이끌어 내는 등 나름  지존의 자리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사실 요즘엔 어린이를 위한 책들이 정말 잘 만들어져서 어른들이라 해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함께 책 읽는 습관은 아이와 엄마를 신뢰로 잇는 가장 강력한 매듭이다.

 

하지만 최근에 일이 많아져 읽고 싶은 책도 읽을 시간이 부족해 아들의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이나토론은 엄두도 못 내고 아들의 궁금증은 미결로 남아 있곤 했다. 그렇다 보니 아들의 기대치에서 나는 점차 멀어졌고 결국은 아들에게 만만한 지식인으로 전락한 것이다.

 

에고.. 밖에서는 조직과 비즈니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느라 정신 없는 데 이제는 집안에서도 아들과 자존심 싸움을 견뎌내야 하는 이 팽팽한 긴장감의 엄습... 이 무슨워킹맘의 팔자란 말인가..
  1. Favicon of https://janghp.tistory.com BlogIcon 지킬박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들과 제대로 놀아 주려면 회사에서 힘을 비축해 두었다가 퇴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맘은 놀아 주고 싶은데 눈꺼풀은 천근만근, 온몸은 찌뿌둥. 어렵지요.
    워킹맘이시니 더 하시겠지요. 집에 돌아 가면 집안일까지 기다리고 있을텐데.
    건투를 빌어 봅니다.

    2008.03.11 09:10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댓글이 없어졌네요. 지난 번에 달았는데. 갑자기 없어지는 경우가 있나요..

      말씀대로 워킹맘의 길은 정말 쉽지 않은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아들이 나이가 들면서 좌충우돌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그만큼 자신의 세계가 커졌다고 생각해야겠지요.

      말씀대로 건강하고 건전한 워킹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8.03.14 15:15 신고

친구들이나 주변의 학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고민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컴퓨터 게임 중독에 대한 것이었다. 나도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아들에게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 게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통제를 해왔다. 컴퓨터가 있는 서재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잠가놓고, 게임기도 내가 관리하면서 주로 주말에 2시간 정도 사용을 허락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의 자발적인 통제력을 키우기 위해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정해 놓고 스스로 관리하도록 주의를 주었고, 그 실천의 여부는 퇴근 이후에 어머니의 증언(?)과 매일 해야 할 숙제의 완성도로 점검해왔다. 그러나 나의 야무진 꿈(?)은 할머니와 손자의 부정한 결탁(?)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아들은 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터라 식사 때마다 할머니의 애를 태웠기에 할머니는 한 끼의 식사와 손자의 컴퓨터게임 한 시간을 거래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둘만의 비밀스러운 약속은 한동안 유지되었다. 어느 날 나의 갑작스런 조퇴로 이 모든 사실이 폭로되기 전까지는

 

그 이후로 컴퓨터가 있는 서재는 잠기게 되었고 아들의 컴퓨터 게임은 주말 2시간으로 제한되었다. 그리고 나는 PC방에 대해서는 마치 불법의 온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이에게 가까이 가서는 절대 안 되는 장소로 각인을 시켜 왔고, 명절 때나 찜질 방에 갔을 때 형들과 함께 가는 조건으로 1시간 정도의 출입을 허락을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아들에게는 PC방은 이룰 수도 없고, 이뤄서도 안 되는 꿈이자 금기 사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법. 시멘트 바닥의 갈라진 틈 사이로도 질긴 생명의 뿌리를 뻗는 잡초마냥 겨울 방학 동안 엄마의 강력한 통제 속에 있던 아들은 또다시 비밀스런 꿈을 꾸었다. 돈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던 아들은 매주 용돈을 꼬박 꼬박 챙겼다. 그다지 많은 액수가 아니어서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고 이제서야 경제적인 사고가 트이나 보다 내심 기분도 좋았다. 용돈을 주자마자 단번에 친구와 함께 간식거리를 사먹던 아들은 몇 주 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비밀 창고에 저축을 하는 것이었다. 설날의 세배 돈 중에서 만원만 자신이 맘대로 쓰게 해달라고 해서 흔쾌히 받아줬다.

 

이번 겨울 방학 동안 컴퓨터와 게임기 사용 금지의 벌을 받은 아들에게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사촌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 놀도록 했다. 오후엔 친구들과 간식을 함께 먹도록 해서 컴퓨터와 게임기에 대한 생각을 잊는 습관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2월의 어느 토요일. 그 날은 조금 날씨가 싸늘하고 바람이 불었던 탓에 친구들이 밖에서 놀려고 하지 않았다. 오후에 접어들자 아들은 내게 연민을 일으키는 눈 빛으로 엄마 심심해를 연발 외쳐댔다. 그리고는 책도 읽고, 학원 숙제를 열심히 하는 듯한 모습으로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조금은 안쓰러웠던 마음에 나는 추우니까 친구의 집에 가서 놀거나 집에 와서 놀라고 했더니 아들은 함박웃음을 띄며, 갑작스런 뽀뽀와 함께 추워도 밖에서 노는 것이 좋다며, 2시간만 놀다 오겠다며 신나라하고 나가는 것이었다. 엄마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탓일까.. 왠지 모를 미심쩍음이 느껴졌지만 그대로 넘겼다.

 

한 시간 쯤이 지나 잠시 밖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코 끝을 에이는 칼바람과 추위로 아들과 친구들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한 참 뛰다보면 추위도 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2시간 정도가 흘렀을 경우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이보다 덜 추운 날에도 아들은 춥다고 친구들과 바로 돌아오곤 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오겠다는 2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들에게는 소식이 없다. 걱정이 앞선 마음에 평소에 놀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아뿔싸.. 2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생각은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통의 전화, 만나기로 한 친구가 공부를 해서, 자기는 다른 곳에서 놀았다며, 지금 바로 집으로 오겠다는 아들의 목소리.

 

아들은 무엇인가 찔리는 것이 있던지 조용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거실에 서있는 아들을 조용히 응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어디 갔는지 알 것 같아”,

엄마를 그 동안 속이고 PC방에 다니니까 기분이 좋더냐?”

네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인데, 컴퓨터 게임 하나 못 참으면 이제 배울 필요가 없을 것 같구나

그렇게 컴퓨터 게임이 좋으면 여기 돈이 있으니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해!!”

 

단호한 나의 말과 준비된 돈을 보고 아들은 이네 곧 무릎을 꿇고 엄마, 죄송해요. 다시는 안그럴께요, 이번에 처음 가 본거에요, 제발 용서해주세요눈물을 뚝뚝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반성문과 더불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벌로 작문 연습을 겸한 매일의 일기쓰기와 영어 작문, 공손함을 생활에서 실천하겠다는 각서로 아들의 첫 실수를 용서했다.

 

아이를 기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습관들이기 인 것 같다. 사실 어린 아이들은 옳고 이성적인 판단을 쉽게 하지 못한다.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거짓에 대한 책임이나 양심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다만 아이가 무엇인가 잘못을 하였을 경우에는 왜 잘못인지는 알려줘야 하고, 그것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바로 잡아주고 생활의 습관으로 만들어 지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리라.

 

그럼에도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거짓과 부정한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너무도 쉽게, 그리고 잘 응용하곤 한다. 그 천사 같은 미소 속에 걸러지지 않은 부정이 공존하지만 오로지 쏟아 붓기만 하는 어버이 사랑은 사실을 눈치챘음에도 눈감아주게 된다. 나 또한 그런 엄마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대개의 부모들은 내 아이들은 남과 다르다는 막연하고도 맹목적인 믿음을 간직하고 있기에 자신의 기대와 빗나갈 때 감정이 격해지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아들의 첫 PC방 출입으로 아들과 나를 신뢰로 묶어놨던 금단의 열매를 따버린 아들 녀석이 너무 밉기만 하다.

 

나는 끊임없이 아들에게 향하는 세상의 다양한 유혹과 싸워야 하는 끝없는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뒤통수에 눈을 달아도 더 이상 소용이 없을 이 머나먼 여정에 필요한 필살기(?)는 무엇일까?
  1. Favicon of https://janghp.tistory.com BlogIcon 지킬박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 학년인지 모르지만 엄마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린다니 아직은 어린 모양입니다.
    좀 더 크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할 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다 커 나가는 과정일 수도.

    2008.03.04 13:11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제 6학년이 되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제는 반복되는 거짓말에 익숙해져야겠지요..ㅠ.ㅠ..

      2008.03.04 14:31

내가 당당한 워킹 맘이 되는데 가장 큰 지지자는 내 어머니시다. 내게는 위로 언니 셋에 오빠가 하나 있는데 어머니께서는 언니들과 내게 결혼을 한 여자라도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덕분에 언니들과 나는 어머니의 보육 지원에 힘입어 어려움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내리사랑이라고 하던가,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막내였던 내 아이를 유난히 예뻐하셨고 아이는 거의 내 아버지의 등과 배에서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고, 어머니께서는 배우자를 잃은 큰 고통이 있었음에도 아이를 여전히 귀하게 키워주셨다.

 

그런 어머니께서는 화초도 어여쁘게 가꾸시는 분이시다. 사계절 내내 집 안팎에는 난이며,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이 피었다 지곤 한다. 옥상에는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상치, 아욱, , 배추, 고추, 열무 등이 제 철을 맞아 식탁에 오르기 위해 자라곤 한다. 아직 추운 계절임에도 지금은 노랗고 고운 수선화와 발그레한 주홍빛의 군자란이 거실의 한 쪽을 소박하게 장식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주부터 날씬하고 화사한 노란 빛의 수선화가 하나씩 피어나자 집에 놀러 온 큰 언니가 그 예쁜 모습에 감탄해 하자 어머니께서는 우리 성철이도 저렇게 날씬한 수선화처럼 예뻤는데앞으로도 저 수선화의 모습을 갖도록 훌륭하게 키워야 하는데…”라고 하셨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성철아, 할머니께서는 너를 굉장히 사랑하시나 봐, 성철이가 수선화처럼 예쁘다고 생각하신단다라고 전하는 언니의 말을 들으니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를 돌봐주시는 어머니께 서운하게 해드렸던 것들에 대한 죄스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와 가슴이 콩닥거렸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서도, 20년의 사회 생활을 한 어엿한 사회인이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어머니께 철부지 막내로 머물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나는 내 사회생활을 방패 삼아 어머니께 금전적인 것으로 감사함을 정당화하려 했던 것 같다.

 

어머니께서는 당신이 가꾸시는 화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면서 아이의 하루 생활을 나에게 말씀해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얼마나 당신께서 손자로 인해 기쁘게 웃으셨는지, 아이가 얼마나 의젓한 행동을 했는지도 이야기 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그러셨을 터인데 나는 간혹 아이와 어머니의 세대차이를 이해하기 보다는 내 이성에 따른 판단기준에서 어머니께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신다고 서운해 했고, 그렇게 어머니 가슴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매일 새벽, 우리 가족의 평화와 내 아이의 훌륭한 성장을 위해 성모님 앞에서 촛불을 켜시고 기도를 하시는 나의 어머니.

 

언제나 부족한 딸이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절 사랑하시고, 제 아이는 더욱 사랑하시는 것을 여전히 머리로만 알고 있는 절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염치없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사랑해주세요. 당신의 사랑은 내 삶의 꺼지지 않는 에너지원입니다. 제가 당당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어머니로 인한 것입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조금씩 더 어머님 가슴에 가까이 가는 막내가 될께요. 어머니께서 제게 주시는 사랑을 제 아이에게도 전할께요.

 

나의 영원한 후원자이자 지지자인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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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2.25 23:12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3.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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