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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장래희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4.01 무인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2. 2008.01.22 "내 꿈은 구두 수선공" (1)

학부모 간담회를 참석하게 되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교실 안을 둘러보려 했는데 선생님께서 문 앞에서 미리 기다리고 계셔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아들의 자리에 앉도록 안내해주시고는 학부모들에게 뭔가 인쇄물을 나누어 주셨다. 그런데 내게 나주어 주실 때는 크게 웃으시면서 주시는 것이 아닌가. 조금 의아했지만 먼저 인쇄물을 살펴보았다. 인쇄물은 아이들이 직접 쓴 두 장의 자기 소개서였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아실 요량으로 약 25문항에 걸쳐서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답하도록 하신 것 같다.

 

각각의 문항은 주로 자기에 대한 생각, 친구들에 대한 생각, 가족에 대한 생각, 공부에 대한 생각, 자신의 미래의 꿈에 대한 생각에 대한 것으로 각 5문항씩 질문에 대한 답이 적혀 있었다.

 

선생님께서 크게 웃으셨던 아들의 답변은 우리 엄마는 (스파르타 교육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것과 공부를 하는 이유 세 가지에 대해서 첫 째, 강자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둘째, 다른 사람을 더 웃겨주기 위해서, 셋째, 남북 통일을 빨리 이루기 위해서라는 것. 또한 무인도에 있을 때 한 사람만 데려오고 싶다면 나는 (용재)를 오라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엄마에 대한 이미지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절묘하게 관련 짓다니.. 그리고 가장 절박한 순간에 엄마나 가족이 아닌 친구라니!! 선생님께서는 나를 안심시키시려는 지 성철이가 엉뚱하기는 하지만 어머님을 참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고 하신다. 선생님의 위로에 나는 웃을 수도, 화를 낼 수도 없는 대략난감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집에 돌아와서 아들의 자기소개서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들에게 나는 녹록한 엄마는 사실 아니었다. 집에서 지켜 볼 수 있는 엄마가 아닌지라 회사에 출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아들은 오늘의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했고, 나는 매일 빠지지 않고 점검했다.

 

공부의 양은 아들과 의논하여 현실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하여 습관을 갖도록 했고, 만약 그날의 할 일을 못했을 경우 다음 날 혹은 주말에도 반드시 하게 했다. 숙제를 완성한 대가로는 주말에 2시간의 컴퓨터 게임과 2시간의 게임기의 사용이라는 달콤(?)하고도 대단한(?) 상이 아들에게 주어졌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불가. 그리고 나는 아들에게 했던 약속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고, 아들도 내가 자신의 기대치를 거스른 적이 없기 때문에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엄격한 엄마이지만 소통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거라 믿었다. 하지만 무인도에서 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나는 아들에게 스파르타식의 강압적인 엄마였나 보다. 그럴지도 모른다. 아이의 직관적인 생각이 때로는 세상을 가장 정확하게 본다.

 

나는 아이에게 틈을 주지 않는 엄마였다. 아이에게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 실수를 통해 엄마도 자신과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하지 못했다. 실패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가르치기 보다는 뭐든 잘하라고만 채근했었다. 실수 없는 엄마를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게 해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에 중심을 두었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아들이 성장하면서 나는 그에게 더 이상 1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언뜻언뜻 사금파리 통증으로 느끼곤 한다. 예측하지 못한 배신이 서서히 익숙한 일상으로 다가설 테고 아들은 서서히 나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 아들의 생각대로 세상을 느끼고 마주하도록 그에게서 물러나야 할 때가 조금씩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무인도에서 엄마를 생각해줬으면 하는 서운하고도 아련한 미련이 남아 있지만 말이다

 

이제부터 나의 아들이 아니라 배 성 철이라는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하고, 엄마의 존재보다 먼저 아들에게 다가서는 사람들과 가치들을 함께 공감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인도에서 꼭 필요하다는 친구에게 게임기 들려서 보내주고 나는 아들에게 잘 지내라는 메일이나 띄워야겠지…..~~!

 

나와 같은 또래의 어른들에게는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위대한 위인들이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모델을 대상으로 야무진 ‘미래의 꿈’을 가졌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시간이 갈수록 변하거나 성장해서 다른 현재의 모습에 있을지라도..

 

요즘엔 아이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많이 제공된다. 그래서 인지 아이들의 생각 또한 다양한 경험을 수반하는 것 같다. 나의 아들의 꿈의 변천사를 보면 더욱 그렇다.

 

아들의 꿈은 학년이 바뀌거나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달라졌다. 1학년 때는 역할놀이를 통해 알아본 멋진 영화감독이었고, 2학년 때는 한창 게임에 빠지면서 테란의 황제 임요환 같은 유명한 프로게이머, 3학년 때는 TV의 개그 프로에 몰두하면서 개그맨이 꿈이었고, 4학년 때는 배용준이 같은 성씨라는 이유로 그의 친척이라 사칭하면서 탤런트의 꿈을 키웠다.


4학년 때까지 가졌던 꿈들의 공통점은 우선 돈을 많이 번다는 것, 유명하다는 것이었다. 특별히 돈에 대해 강조한 것도, 경제 교육을 투철하게 시킨 바도 아니었는데 ‘돈이라는 주제에 아들을 포함한 그 또래 아이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아 사실은 많이 걱정도 되었다.

 

최근에 아들의 관심사가 궁금해서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내 꿈은 구두 수선공이 되는 거야”

의외의 답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고 그 이유를 물었다.

 

“선생님께서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는 어느 구두 수선공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셨는데 그 사람은 자신은 비록 남의 구두를 수선하고 닦아주는 사람이지만 자신이 고치고 닦은 구두를 신은 사람들이 기쁘게 반짝 반짝 빛을 내며 길거리를 다니는 것에 보람을 느꼈대. 나도 구두 수선공이 되면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거 같아

 

처음엔 어? 이 녀석이 장난치나? 아니라면 이게 무슨 날벼락, 뼈빠지게 돈 벌어 애써서 가르쳤더니 구두 수선공이라니... 내심 당혹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의 천진한 답변은 나를 오히려 부끄럽게 한다.

 

“성철이가 좋은 꿈을 가졌구나. 성철이 말대로 성철이가 키가 크고 나이가 들더라도 그 구두 수선공의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면 어떤 사람이 되더라도 멋지고 훌륭한 성철이의 꿈을 이룰거야

 

남들에게 보여지는 혹은 남들이 인정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신념이 벌써 아이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지만 한 편으로는 나를 정직하게 돌아보는 거울을 만난 것 같아 두렵다. 이제 나는 아이에게 일반적이거나 이론적인 지식이나 상식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솔직하게 나와 남을 아우를 수 있는 엄마의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아들아, 이제 너는 나를 바로잡는 거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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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호아줌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엉뚱한 아들! 그래도 대견하겠네요! 노력하는 엄마가 되도록 우리 노력합시다

    2008.01.22 16:4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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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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