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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중3이 되면서 아들은 그야말로 ‘학창시절의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그것도 담임선생님, 학급 친구들과 함께.

아들의 담임선생님께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쉬는 토요일에 학급 이벤트를 마련하신다. 경복궁과 인사길 체험, 북한산 체험, 대학교 방문, 1박 2일의 야영체험 등. 아이들은 한 달에 두 번만 쉬는 금쪽(?)같은 휴일을 반납하는 억울함도 있겠지만 체험을 다녀온 아들은 항상 새로운 경험으로 들뜨곤 했다.
...
사실 선생님도 바쁘신 데 그런 시간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감사함보다는 중3들을 조금 번거롭게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쨌든 지난 중간 고사가 끝나는 날 아들은 친구들과 함께 천마산으로 1박 2일의 여행을 떠났다.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식사도 만들고, 또 밤을 새면서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 돌아온 아들은 밤을 꼬박 지낸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여러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암묵적인 지향점을 향해 우정보다는 경쟁에 더 익숙한 학교 생활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아들은 멋진 중학 시절의 추억을 갖게 된 것 같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1. Favicon of https://tood-re.tistory.com BlogIcon 먹튀 검증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갑니다

    2018.07.25 17:47 신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데 두려움이 없는 아들은 중학교에서도 여전히 적극적이었고 학급회장 후보에 나서더니 2/3라는 큰 표로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전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숙제나 준비물을 빠뜨리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점검하고, 시간이 남으면 책을 읽거나 그 날에 있을 교과서를 한 번 보기도 합니다. 간혹 피곤해 보이기는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참으로 바람직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된지 3주 째 되는 어느 날 귀가하는 아들의 표정이 시무룩했습니다. 피곤하다며 30분만 자고 학원에 가겠다며 방에 들어갔습니다. 학원에 갈 시간이 다 되는데도 일어나지 않자 잠을 깨우는 제게 아들은 화를 냈습니다. 10분을 참다 게으름을 피우는 아들에게 저도 화를 냈고, 결국엔 아들은 자신도 저도 기분이 상해진 채 학원엘 갔습니다.

 

조금씩 예민해지는 사춘기에 있는 아들에게 참지 못하고 함께 감정의 날을 세운 것에 반성하고 저녁 식사 후에 여전히 뾰로통한 아들과 마주 앉았습니다.

 

엄마는 오늘 좀 이해할 수 없구나. 학원 시간 늦지 않게 깨워준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화가 날일일까? 혹시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사실은 오늘 학교에서 반 친구들과 일이 있었어요

어떤 일인데?”

우리 반에 태도가 좋지 못한 친구들이 두 명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분위기를 망쳐요.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조용히 하자고 하면 저더러 잘 난척한다고 하고, 수업 바로 전에 보건실에 간다고 그냥 나가버리고, 전달 사항을 말하면 귀담아 듣지도 않고 결국은 선생님께 회장인 제가 혼나고그 친구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엄마에게 말씀드리면 제가 참아야만 한다고 하시잖아요. 그래서 마음도 복잡하고 짜증이 났어요.”

 

규율이 전보다 엄격해진 중학생활과 회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의욕이 앞선 아들에게 예상치 못한 친구들의 비협조는 스트레스가 되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엄마는 자기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기 보다는 오히려 참아주지 못하는 자신을 훈계할 것 같은 마음에 아들은 짜증이 난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네 마음을 좀더 이해해주지 못한 것 미안하구나. 하지만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엄마가 어떠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지 말고 이야기 해주면 좋겠다. 엄마도 네 나이 때 반장이라는 지금의 회장 같은 역할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고민이 있었거든.”

엄마는 그 때 어떻게 하셨어요?”

그 때 이모가 조언을 해주셨어. 반에는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이 존재하는데 너와 같은 의견이어야 생각하면 너도 친구들도 힘들어진단다. 반장은 네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의견으로 모아주는 것이야. 그리고 네 의견과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는 단점을 보기 보다는 장점만을 보도록 해봐 그러면 나중에 친구들이 너에게 고마워하고 자신들의 단점을 고칠거라고 하셨단다.”


그럼 엄마는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봐주셨어요?”

중요한 것은 잘못된 행동을 하는 친구들은 두 명 뿐이고 나머지 33명은 바른 행동을 하잖아. 너는 회장으로서 바른 행동을 하는 33명을 위해 너의 생각의 에너지를 쓰는 것이 좋을 거 같아. 두 명 때문에 네 마음이 상해 있으면 다른 친구들에게도 좋은 마음이 안들거야. 그러니까 너는 회장으로서 할 일에 충실하면 되고, 비협조적인 친구들 때문에 네가 선생님께 혼난다면 그건 회장으로서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잊어 버리면 좋을 거 같아. 그것을 마음에 담아 두지 말라는 것이지. 선생님께서도 네가 회장으로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실거야, 너를 혼내는 것은 비협조적인 아이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시는 것이란다


저는 그냥 제가 잘못도 안했는데 혼나는 것이 억울하고, 그 친구들이 원망스러웠어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뭔지 아니?”

제일 중요한 단어요? .. 사랑? 행복? 그런 게 아닌 가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우리란다. 그것은 우리가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기 때문이야. 우리를 잊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추구하다 보면 우리는 존재할 수도 없게 될 거야. ‘우리가 있기 때문에 인간이 기쁨도 행복도 느낄 수 있는 것이지. ‘가 아니라 우리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아마도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질 거야. 엄마는 네가 다른 사람과 함께 행복해지면 좋겠다.”


공연히 시비를 거는 친구들을 보면 사실 화가 먼저나요. 하지만 엄마 말씀대로 쉽지 않지만 장점을 보도록 노력해볼게요. 그 아이들은 솔직하고 활발하다고 생각해볼게요.”

 

3일이 되는 오늘 귀가하는 아들의 얼굴이 밝아보입니다.


오늘 친구들하고 잘 지냈나 보네

네. 그 친구들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제가 해야 할 일만 했어요. 그리고 그 친구들의 좋은 점을 이야기기 해주려고 했어요. 오늘은 제게 시비도 안걸고 조용하던걸요.

 

이제 어른으로 가는 도정에 있는 아들이 남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혼나는 것에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울수록 자신에게 상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아들도 체험으로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점점 우리속에서 슬픔도 행복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1. Favicon of http://blog.daum.net/ligase BlogIcon r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아드님이 있으셔서 든든하고 행복하시겠네요.
    건강하시기를 기원해 드리겠습니다.

    2009.04.21 23:51
  2. 아빠승객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의 아버지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네요? 아버지와 철이의 이야기는 어디에서 ...?

    2009.06.21 04:40

겨울방학을 보내면서 알게 모르게 키가 부쩍 커가는 아들에게서 이제 뽀송뽀송한 솜털과 우유향기 보다는 이마 곳곳에서 일고 있는 좁쌀 반란과 함께 골격이 잡혀가면서 조금씩 남자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겨울 방학 동안 지난 해 한창 감정이 기복이 심했던 것에 비해 의젓해지고 스스로 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동들이 조금씩 늘고 있어 저의 잔소리도 줄어가고 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 더 크게 반항하고 힘들어진다는 주변의 조언들로 긴장하고 있었는데 조금은 희망스런 변화에 안도감을 가졌습니다.

 

명절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아들과 점심식탁에 앉았습니다. 갑자기 아들이 제게 묻습니다.

 

엄마, 연예인 중에 누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요?

음 글쎄. 요즘에 인기 많은 여자 연예인이 누군가? 손담비? 이지아? 고은아? 너는 누가 제일 예쁜데?

 

저는 김태희

김태희? 전에는 이지아가 이상형 아니었나? 그리고 요즘엔 김태희보다 나이도 어리고 예쁜 연예인이 많은데 왜 김태희?

똑똑하고 진짜 예쁘잖아요. 저는 나중에 김태희랑 결혼할거에요

 

현재 자신보다 나이가 두 배 보다 더 많은 김태희가 예쁘고 난데 없이 결혼하겠다는 말에 놀랐습니다. 전에는 짝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말도 못 걸고, 어떤 여자랑 결혼하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자기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오늘은 단호하게 자신의 의지를 담은 말이 농담처럼 던지는 것 같지만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김태희는 지금 네 나이의 두 배 보다 많은데 어떻게 결혼하니?

엄마도 참.. 나이가 무슨 상관이에요. 이수근도 열 세살인가 아무튼 엄청나게 나이가 많이 차이 나는 사람과 결혼했다는데, 어때요?

 

아니 그 사람은 여성이 나이가 어리잖아 그런데 너는 거꾸로 김태희가 훨씬 많잖아

결혼하는데 남자와 여자 나이는 별로 상관없잖아요. 서로 좋아하고, 행복하게 살면 되잖아요, 어쨌든 저는 김태희랑 결혼할거에요

 

네가 김태희랑 결혼하려는 이유는 아마도 우선 김태희가 예쁘고, 그리고 서울대를 나왔기 때문에 똑똑하고 돈도 잘 벌거라고 생각해서이지?

그렇죠. 누구나 자신이 예쁘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하잖아요.

 

아직 네가 결혼 대해서 생각하기에는 조금 이른 거 같구나. 하지만 네가 김태희와 결혼하고 싶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단다. 너 혼자 김태희를 좋아해서도 안되고, 김태희도 너를 좋아해야 하고, 보통 비슷한 또래들이 결혼을 하는데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네가 잘 극복해야 하고 지금은 네가 김태희를 좋아할지 모르지만 나이를 먹으면 아마도 다른 사람이 좋아질 수도 있단다. 태왕사신기 할 때는 이지아가 이상형이라고 했듯이 말이야. 그리고 너는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적도 없잖아. 그냥 막연하게 연예인 김태희의 겉모습과 서울대를 나왔다는 것만 알고 있으니까 진짜 김태희를 잘 알지는 못하잖아. 결혼은 네 말대로 나이차이나 보이는 겉모습이나 학벌이나 학력, 재산의 정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아니란다. 결혼은 인생을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자신과 잘 맞고 서로 이해해주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해야 행복하단다. 지금은 엄마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겠지만 네가 좀더 나이가 들고 정말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생기면 알게 될거야.

 

그래도 제가 멋있는 사람이 되면 김태희도 저를 좋아할 거에요

그래, 그럼 네가 멋있는 남자가 되는 것이 먼저겠구나. 어쨌든 김태희가 좋아할 수 있는 남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보렴

 

사실 아직 결혼이 뭔지도 모르는 아들은 아마도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미인에 대한 기준이나 그들의 대사에서 혹은 다른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김태희가 예쁘고 부자라는 공감대를 가지게 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자신도 이제 중학생이라는 생각과 사춘기의 절정으로 가는 시기이다 보니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고 예쁜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아들의 마음에 자리잡아가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엄마 입장이야 아들이 예쁘고 똑똑한 여자친구를 가졌으면 좋겠지만 순수의 시대에 아직 더머물러야 하는데 친구의 기준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던 외모와 학벌, 재력과 같은 사회적 잣대에 맞추어 가는 것이 조금은 염려됩니다.

 

아들은 이제 자신과 같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함께 가는 친구들과 예기치 못한 경험을 해야 하고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야 할 일이 많아 질 것입니다. 한동안 안심했던 아들에 대한 긴장감이 다시 팽팽해지겠지만 이젠 아이에서 어른으로 가기 위해 알을 깨는 연습을 하는 아들을 일일이 챙겨주기 보다는 지켜봐주고, 들어주는 엄마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들이 김태희와 결혼하겠다는 의지는 아마도 몇 달이 지나면 바뀔 것입니다. 그 변화 속에서 친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고, 또 때로는 아픔을 겪으면서 아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열려진 세상으로 조금씩 앞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김태희 덕분에 아들이 멋지게 성장한다면 나중에 김태희에게 큰 감사를 해야 하겠지요.^^

  1.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헙! 철.철이가.. 태희양을 접수했군요^^ 흐흐흐흐~
    그꿈을 이 이모야도 밀어야할까요? ㅡ,.ㅡ^
    부디 태희양이 울철이를 흠모해주어야 할텐뎅.. ㅋㅋ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오늘 최고춥다죠?
    옷꽁꽁 싸매입고 외출하셨는지 몰겠네요~ 호박도 오늘 강남진출인데
    이거 포대자루 두겹은 입어야할것 같은 날씹니다(-.ㅜ) 엣취!

    고뿔조심하시공~ 오늘도 봉마니요^^;;

    2009.02.17 14:47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신의 외모 뿐만 아니라 여성의 미모에 급속하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아들래미를 보면서...

      이제 남자가 되는 거구나...
      이제 정말 큰일났구나...

      복잡합니다요.. 사춘기 아들을 바라보는 에미심정이란...^^

      2009.02.19 02:28 신고
  2.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김태희가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형아가 좋아한다니 아주 멋있는 연예인인가 봐요.^^
    하지만, 형아가 지금 그런 문제를 결정짓기엔 너무 젊지 않나요?^^
    음~ 제 생각엔, 미래엔 내가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지, 자꾸 몰두해서 생각해보고 준비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저도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있어서 이해는 돼요.^^)

    2009.03.20 16:42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지요. 이제 14살이 되었는데 결혼이야기는 너무 빠른 이야기이지요. 아마도 이제 형아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전과는 다르게 예쁜 여자 친구들이나 누나들에게 관심이 가나봐요.

      그래서 조금은 걱정이 되지만 여자친구들과도 잘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여자 친구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을테니까요. 아직 형아는 여자친구들과는 친하지 않거든요^^

      2009.03.20 17:01 신고

제야의 종소리가 들릴 때 TV 앞에서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저마다 새해 소망을 빌었습니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아들도 아마도 무엇인가를 다짐하는 듯한 결연함이 보였습니다.

 

불과 여름방학이 되었을 때만해도 방학의 기쁨과 해방감으로 들떴었는데 중학생이라는 중압감이 느껴지는 지 이번 방학 때는 아들에게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친했던 친구들이 저마다 선행공부를 한다, 유명 학원으로 시험을 보러 간다는 말도 들으니 자신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나 봅니다.

 

방학하기 전부터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의 엠블럼도 책상 앞에 붙여 놓고, 방학하기 전에는학교와 학원 선생님께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여쭈어보기도 하고 함께 계획표를 만들자고 성화를 부렸습니다.

 

일단 아들과 함께 엑셀로 방학 계획표를 작성했습니다. 만들어 놓고 보니 하루에 수면 8시간, 휴식 및 식사로 4시간, 공부하는 데 10시간, 독서하는 데 2시간이라는 일정 속에 영어, 수학, 한자는 매일, 국어 사회 과학은 격일로 자습서와 문제집 2-3권을 완성하고 50권의 독서록까지 목표로하는 그야말로 숨막히는 일정표가 되었습니다.



이제 중학생인데 이런 압박감에 시달려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저도 어쩔 수 없는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의 엄마였습니다. 안스러운 마음보다는 어딘가 있을 허수의 시간에 촉각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빡빡한 시간표 앞에서는 아무 할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불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이거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요. 저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휴식도 충분히 넣었어요.

그런데 혹시라도 하루가 펑크난다거나, 혹은 미뤄지게 되면 양이 만만치 않아 그걸 다 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그렇게 되면 계획은 무산이 되고 말텐데…”

그래도 저는 할 수 있어요.

 

그렇게 시작된 아들의 계획표는 며칠은 제법 잘 지켜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 행사나 친구들이 갑작스레 찾아온다거나 하는 변수들로 매일 해야 할 목표는 서서히 무너졌습니다.

 

매일 8 기상도 전날에 늦게까지 책을 본다거나 TV를 시청하면서 9, 심지어는 10 일어나서 밥을 먹으면, 어영부영 오후가 되고 하루의 일정표 중에는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시간만 지켜가고 있는 셈이었습니다. 2주일을 그대로 보고 있다가 물었습니다.

 

네 계획표 잘 되고 있니?

“……….

계획표를 수정해야 할 것 같지 않을까?

왜요? 이 계획표가 별로 안좋은가요?

아니. 계획표가 문제 있는 것이 아니라 네가 실천할 수 있는 계획표인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아.

지난 번에 네가 꼭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표였는데 지금은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 이 계획표는 네가 스스로 만든 것이고 네 자신이 노력하겠다고 만든 것인데 지키지 못하면 방치되고, 네가 하려고 했던 것들을 아예 할 수 없을 거 같은데…”

저도 사실 고민돼요. 꼭 실천하고 싶었고 실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자꾸 무너지게 되니까 계획표대로 하는 게 더 싫어지는 것 같아요.

네가 세운 계획표는 잘 못된 것은 아니야. 다만 너무 무리하게 하면 너를 위한 계획표가 오히려 너에게 부담을 줄 수 있을거야. 물론 너도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 하고 싶어서 잡은 것일텐데 처음부터 준비하는 시간을 생각지 못한 것 같아. 중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긴장이 되어서 그런 것 같구나.

네 다른 친구들이 학원도 많이 다닌다고 하니까 걱정되었어요.사실.. 그리고 또 쉽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냥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게을러지기도 하고.. 저도 사실 잘못했죠.

사실 계획표는 80%만 달성하면 성공하는 것이란다. 세상의 모든 일도 모두 100% 완벽하게 되는 것이 없거든. 미처 못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어야 또다시 목표를 잡을 수 있는 것이지. 그렇다고 미리부터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 안되겠지. 목표는 최선을 다해 이루도록 노력해야겠지. 그럼 네가 부담스럽지 않고 실천이 가능한 계획표를 다시 세워서 이번엔 후회없도록 하면 어떨까?

. 적어도 80%는 실천할 수 있는 계획표를 다시 짜볼께요.

 

아들은 다시 계획표를 짜느라고 끙끙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에게 실천 가능한 목표를 잡으라고 조언을 하고 있는 저 자신도 사실은 지금까지 80%의 목표를 달성해왔나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매 순간 신기루 같은 목표 속에 살면서 나는 왜 안되지 하면서 나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주변이나 상황 탓을 하고 핑계를 찾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 아들의 새로운 계획표와 함께 제 자신도 실천가능한 80%의 목표로 새해 계획표를 다시 짜보아야겠습니다.


  1.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보고 막 웃었어요.
    저도 방학 시작할 때, 생활 계획표를 빡빡하게 짰다가, 거의 실패하고 지키는게 몇가지 안남았거든요. 생활 계획표를 버리느냐, 다시 짜느냐 갈등하고 있었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형아는 그 빡빡한 계획표를 며칠간은 지켰군요.
    솔직히 저는 하루만에 무너졌답니다.^^

    2009.01.13 09:02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계획을 세우다 보면 욕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봐요.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를 얼마큼 실천해 가느냐겠지요.

      힘들어도 무엇인가를 해냈을 때의 기쁨이 참 큰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곧잘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형아의 새로운 계획표는 멋지게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2009.01.13 13:56
  2.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한번 맘을 가다듬고~ 작심삼일 안되게.. 철이도.. 승객님도.. 잘 실천하시길 바라고용~
    연말쯤 가서 튼실한 결실 맺으시길 바랄께요^^

    "2009년 새해가 밝았쎄요~"라고 인사한지 하루지난것 같은뒈
    어느새 1월말.. 그리고 설날~ (엄훠! 곰방 호호할매 되겠어여~ 흐엉!)

    '쫌' 흔한 인삿말이지만 그래도 제일 필요한 인삿말^^
    "새해에도 건강하시궁~ 복 많이많이 받으세욥!"
    2009년도에도 더 친하게 지내요(^ㅇ^)/

    .*" "*.*" "*.
    * ● ● *
    '*./■ ▲\*'
    " *.* " 까치까치 설날~ 잘보내시구요^^;

    2009.01.22 15:57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마나~~ 호박님!! 와락~!!!!!!
      감사합니다!!! 인기 블로그 호박님의 손길을 받잡다니... ^^

      올해도 무척 많이 바쁘실 호박님이시겠지요?
      그래도 늘 건강하시고요~
      언제나 블로그에서 기쁨과 웃음을 선사해줄거라 믿습니당~!

      2009.01.22 21:06

아들의 머리카락은 그야말로 뻣뻣하기 그지없는 직모입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머리 카락들이 세상의 자유를 외치듯 사방으로 뻗쳐 있습니다. 성난 머리카락들은 머리를 감거나 혹은 물을 묻혀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가지런해집니다.

 

일을 하는 워킹맘이었던 저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스스로 학교 갈 준비를 하도록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토요일 마다 보는 아들의 아침 등교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늦게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부랴부랴 일어나 밥을 먹고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대충 챙겨서 나가는 아들의 머리 모양은 정말 자유인 그 자체였습니다.

 

어떻게 할 까 고민하다 동네의 미용실의 조언을 얻어 2학년부터 아들은 곱슬거리는 웨이브 퍼머를 했습니다. 그 뒤로는 아침에 머리에 물만 묻히면 바로 곱슬 머리로 정리되어서 머리 모양 문제는 해결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퍼머는 조금 길어지면 지저분해져서 미용실에서 일정 기간 다듬어 줘야 합니다. 그런데 학년이 높아갈수록 아들은 머리 자르는 것을 싫어하고 길러보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미용실에 가야 할 시기가 될 때마다 아들과의 실랑이가 벌어졌고 매번 갖은 협박과 회유가 필요했습니다.

 

5학년이 끝나갈 무렵 아들은 제안을 해왔습니다. 중학생이 되면 어차피 머리를 짧게 해야 하니 초등학생 때에 마음껏 머리를 기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대신 머리도 자주 감고, 지저분하게 다니지 않을 테니 머리를 기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의 의지가 굳은 제안에 일단 동의를 했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아들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매일 머리 감으려고 했고, 긴 머리는 반으로 묶거나 머리띠를 하고 다녔고, 나름대로 관리를 잘하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학교에서도 긴머리 소년이라는 유명인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곧 겨울방학이 되고 아들은 내년엔 중학생이 됩니다. 온 가족들이 놀림반 안타까움반으로 아들의 머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아들도 1년 이상 길러온 머리가 안타깝고, 아쉬운 눈치였습니다. 아들이 다시 심각하게 묻습니다.

 

왜 중학생들은 머리가 짧아야 하나요?”

그건 대부분의 중학교에서 만든 규칙이야. 아마도 머리가 길었을 때 생기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런 규칙이 때로는 인간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잖아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머리가 길다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머리가 긴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람의 기본 인격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요?”

문제는 성인이 아니라 중학생들이기 때문이지. 아직 중학생들은 사회 생활도 해보지 않았기에 호기심이 생길 수 있어. 그런데 그 호기심이 좋은 방향이 아니라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것을 막자는 것이지. 예를 들어 중학생이라도 키나 덩치가 크면 사실 중학생인지 성인인지 알아보기 쉽지 않거든 만약 머리가 중학생에 맞는 길이라면 적어도 학생인지 아닌지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어야 해. 혹시라도 학생으로서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개선을 하도록 해야 하잖아.”


사회에서 배웠는데 헌법에도 인간의 기본권이 명시되어 있고, 또 여러 가지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학생의 두발에 대한 자유도 이런 권리와는 모순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아직 성인이 아니라고 해서 너무 나쁜 쪽으로만 보는 시선도 잘못된 것 아닌가요

세상의 일들은 시험 문제에 나오듯이 모두가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야. 왜냐면 세상에는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모두가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만 간다고 하면 이 세상에는 질서가 없을 거야. 그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그 어떤 기준이 필요한 것이고, 그 기준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양보를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 그래야 자기만 옳다는 주장도 줄어들테고, 힘이 없거나 약한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야. 그리고 규칙이나 법을 만드는 것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란다. 많은 시간 시행착오를 거쳐 사람들의 의견들을 모아서 만들어지는 것이란다. 중학생들이 머리를 짧게 해야 하는 규칙도 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 진 것이라고 생각해. “


저 같은 경우 머리를 기를 때 엄마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잘 지켰고, 좋은 습관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원했던 긴머리도 갖게 되었고, 다른 친구들에게 해도 안주고, 또 공부도 열심히하고 학교생활도 잘 했는데그래도 왠지 억울해요.”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대해서 너도 알지? 소크라테스는 죄가 없음에도 묵묵히 사형선고를 받잖아. 그러면서 그랬지. 악법도 법이다. 이것은 아까 말한 여러 과정들을 통해 법이 탄생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규칙이나 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들이 필요하단다. 정당한 이유는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하면 절대로 알 수 없단다. 그걸 네가 체험해보면 어떨까?”

 

아직 이해의 문을 활짝 열어두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해서 아들과의 설전이 끝났습니다. 긴 머리를 정성껏 길러온 아들이 사실 대견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아들의 모습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아들의 항변이 그렇게 틀리지 않아 보입니다. 대부분 어른들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먼저 의심하곤 합니다. 정말일까 아닐까? 물론 무조건 믿을 수만은 없지만 그들도 자신의 세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혹 잊는 것은 아닌지 반성합니다. 어쩌면 어른들이 세워놓은 고정의 틀을 다시 생각 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중학생의 두발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이 사회와 철학 문제까지 신랄하게 거론하게 하였지만 오늘은 아들에게서 무게감을 느낍니다. 아들에게 다가갈 모순된 세계들이 걱정도 되지만 아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치겠지만 잘 헤쳐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1.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형아의 긴머리가 신선하고 멋지네요!
    머리를 짤라서 너무 아쉽겠지만, 짧은 머리도 잘 어울리니까 속상해하지 않아도 될것 같아요.
    저도 머리 길러야지 하는 의욕이 아침부터 막 솟아나요.^^

    2008.12.18 07:54 신고
  2. Favicon of http://kyrhee.tistory.com BlogIcon Ikaru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중학교 입학했을때는 마침 두발 자율화가 시작됐을때라 머리를 길러도 되나보다라고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실제는 빡빡 스포츠를 1-2cm 더 길러도 된다는 자유화였고 아침마다 교문앞에서 학생과장 선생님의 무자비한 바리깡테러는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계속 되더군요. 아마 그때 선생님들은 저희도 자신의 약속을 지키내면서 머리를 기르는 아드님같은 학생이 될 수 있다고 믿지 않으셨나 봅니다.

    2008.12.19 02:21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이들을 믿어 주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교육인데 어른들은 그걸 너무 자주 잊는것 같습니다.

      날로 성장하는 아들과의 대화 속에서 저 자신의 모순을 발견합니다. 성장해 가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할 '진리'라는 게 과연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 것인지..

      2008.12.19 14:14 신고
  3.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흥~ 정말 긴머리가 늠흐 잘어울리는 울 철이^^
    중학교가면 잘라야한다니.. 아까워서 우째(ㅠㅠ)

    근뒈~ 철아~ 울 철이는 짧은 고슴도치 머리로 엄청 잘어울릴끄야!
    눈코입이 잘생겼고 무엇보다 맘이 곧고바르니^^ (여기서 곧고바른 맘은 뭔상관 ㅡㅡ^)
    암튼! 잘어울릴끄얏! 흐흐흐^^

    믓찐 중학생이 되어 옴마에게 더 든든한 아들이 되어주길^^ 홧튕!

    2008.12.22 15:30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에고.. 호박님 말씀에 아들래미 기고만장 하늘을 뚫었슴돠~. 눈 높은 호박이모가 자기를 인정하고 있으니 엄마도 이젠 인정하라고 압박합니다. 에휴.. 아들래미와의 매일은 제게 설전, 육탄전.. 전쟁입니다..헐...

      2008.12.22 16:50 신고
  4. Favicon of https://sosoilgi.tistory.com BlogIcon 시크릿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명을 참 잘해주신것같아요. 아들분도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을까..하네요..^^
    학교내의 법과 규칙으로 정해진거라 아직은 어쩔수없는게 아닌가..받아들여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 중학교는 그래도 제가 중3이었을때부터 여자들은 머리를 기를수있게 해줬어요.
    남녀공학이라 조금 자유분방함이 있었던게 아닐까 하네요 .고등학교때도 머리를 기를수있게 해놓은 방침때문에 계속 긴머리를 유지할수있었죠. ^^ 근데 남자애들은 까까머리는 아니였지만 어느정도의 규정이 있었던듯..

    2008.12.29 12:12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들은 제 말은 이해는 하겠지만 시대에 안맞는 규칙일 수도 있다고 나름대로 논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열일곱살의 털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책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아버지처럼 앞서가는 어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2008.12.29 21:15 신고
  5. Favicon of http://blog.daum.net/ligase BlogIcon r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문 사진속의 미소년이 아드님 이신가요?

    저는 아드님의 생각이 옳다고 봅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규율들중 불합리한 규율들이 많을 것입니다.

    아쉬운점은 그런 규율들을 만들면서 학생들의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요...

    상호간의 존중이 허락되지 않는 앙똘레랑스의 사회로 우리나라가 제발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도 아드님이 상처받지 않게 잘 설명해 주셨네요.

    2009.01.05 10:50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사고를 가지고 있기에 우리 사회도 그들을 인정할 수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 변화를 위해 우리 어른들이 우선 나서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쉽지 않네요.

      2009.01.05 14:57
  6. Favicon of https://www.leedaekun.com BlogIcon Big Gu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아드님과의 대화가 예사롭지가 않은데요.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주 성숙하고 자기 주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두발 자유화 문제는 제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도 그랬고, 그 전의 선배들 세대 때도 그랬고, 뭐 요즘까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학생인권 문제인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 길이를 가지고 인권 어쩌구 하면서 이곳 영국에서 설명을 하면 아애 이해를 못합니다. 그런 규칙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슬람 국가 같은 경우는 더 심하게 단속을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터키의 경우, 학생규칙에 수염을 기르면 안된다고 써있다고 합니다. 이건 아마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할거예요. 터키 사람들은 수염을 아주 멋으로 기르고 있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두발 규제라는 것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학생들의 외양에 대한 통제, 좀더 쉽게 말해서 '어려서 부터 멋부리는 것이 좋지 않다' 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이 점에서 아드님이 고민할 것 같습니다. '어린애'들은 멋부리면 안되냐는 생각이 근저에 깔려있겠지요. 저도 이 점에서는 불만이 있습니다. 요즘은 학생들 교복도 아주 세련되고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것이 많잖아요. 그만큼 예전과 달리 패션에 민감하고, 부모님들도 자식들이 멋지게 학교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큰 것 때문이겠지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두발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문제에 접근할 때 필요선과 필요악의 관점을 적용해 볼수 있지 않을까 해요. 학교에서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모범스러운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두발 규제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심하지만, 그것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멋'이라는 관점을 벗어나, '공동이익'이라는 시아로 전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다시 쉽게 말해서 100명의 학생 중 99명이 염색하고 파마해도 학교 생활을 잘 한다 할지라도 혹시 모르게 1명이 이 때문에 탈선을 하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 1명의 희생자를 방지하기 위해서 99명이 함께 서로를 규제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가벼운 댓글을 남길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제 의견이 모자간의 아름다운 토론에 방해가 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참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2009.01.06 03:07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늘도 아들은 두발 규제 문제로 이의를 제기하고는 있습니다. Big Gun님의 댓글을 보니 조금은 수긍은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신이 포기해야 하는 것아 아직까지는 커보이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완전하게 떨치지는 못한거 같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이 바로 성숙하는 과정이겠지요. 세상 살이가 정말 자로 재듯하는 것은 아니고, 모순된 삶이 때로는 인간적인 삶이라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갈테지요.

      멋진 댓글 감사드립니다. 아들도 Big Gun님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2009.01.06 21:37
  7. Favicon of http://www.gwb.kr BlogIcon 그레이트C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중학교 3학년입니다. 거의 모든중학생들이 두발문제로 불만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오늘도 머리를 잘랐는데...ㅠㅠ 너무 어색하네요..

    정말 쓸데없는데 신경을 쓰는것같아 뭔가 잘못되었다는것을 느낍니다. 정말 일방적인 교칙을 정해놓은 이런학교들.. 그리고 지키지않으면 무조건 체벌을 한다는것은 썩어빠진 "것" 같습니다.

    2009.06.14 21:12
  8. Favicon of http://leetaegyung.tistory.com BlogIcon 내일은_맑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중학교 올라가는 학생입니다.

    공감하네요. 과연 머리를 자르지 말라는 원초적인 방식으로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자유와 사랑이라는 방식의 교육을 안겨주었으면 좋겠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2010.01.24 23:03 신고
  9. Favicon of http://blog.naver.com/john9435 BlogIcon RockR2theMAX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현재 고1인 남학생입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두발문제에 불만을 갖고있죠...
    초5학년 2학기때부터 중1 끝무렵까지 미국에 살았기 때문에 불만은 더더욱 많답니다...
    거기서 선생님들 한테서 "너의 일상생활인데 남이 뭐라고 해서 들을겁니까? 그럴필요 없습니다! 자기 일상은 자기가 정하는 겁니다,"하는 교육을 받고와서 그렇죠.
    버지니아 공대에서 조승희 사건이 일어났을때도 "걱정마렴, 총살을 한건 조승희지 한국인 전체가 아니고 너도 아니잖니."라고 하셔서 '아, 이 분들은 개개인을 존중할줄 아는구나'할 정도로 감동을 주시기도 하신 분들이죠.

    저는 승객님의 아드님처럼 말을 잘하는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살다보니 개인적인 자유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다 보니까 한국 학교의 두발규정이 엄청난 쇼크를 주고 제 논리를 펴지도 못하고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는것을 느끼게 되었죠.

    한번 제 미국친구들에게 한국에 두발규정이 있다고 말하니까 그걸 갖고 완전 장난을 치더군요.
    (예를들어 "헐, 진짜??? 그럼 얘랑 얘랑 얜 퇴학?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요.)

    어쨌든 두발규정같이 사생활을 일일히 참견하는것은 선진국에서는 보기 힘든것 같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아직 우리나라가 의식적인 면에서는 선진국에 다다르긴 멀었다고 봐야겠죠.
    일단 교육에 대한 옛날 일제시대, 박정희, 전두환 때의 안 좋은 관습들을 깨끗히 잊음으로써야말로 의식적인 면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갈수 있게되기를 항상 기도하고 있답니다.^^

    2010.08.13 20:46
  10. 지식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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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13 09:42

아들아,

 

시험결과가 예상에서 벗어나 누구보다 네가 많이 실망했을 거야. 사실 엄마도 네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했거든.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시험이기도 해서 네가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할 것같았어.

 

그렇게 기대가 커서인지 엄마도 예상에 빗나가 사실 조금은 실망이 되었단다. 하지만 실망한다고 해서 과거의 시간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란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시간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는 또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다시 노력하는 것이란다.

 

이번에 너도 많이 느꼈을 거야. 실수했던 부분이나 혹은 잘 알지 못했던 것들, 문제점들을 분명히 알았을 거야. 이번 시험이 어쩌면 네가 실력을 갖추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어려움을 알려준 것이고, 그것을 넘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실망만 하지 말고 그것을 개선시켜 가는 것이 중요한 거야.

 

이번 시험에서의 경험을 네가 좀더 발전하는 기회로 삼길 바래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네 자신에게 더 미안했을거야. 네가 공부하는 것은 누구보다 네가 잘 알듯이, 부모님이나 이모, 할머니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네가 미래에 당당하고 자신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잖아. 어느 누구도 너를 대신할 수 없는 것이란다. 그러기 때문에 네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단다. 엄마도 네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그것은 너의 노력 없이는 소용이 없는 것이란다.

 

아들아, 이제부터가 너의 미래, 너의 희망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시기란다. 이제는 네 말대로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이란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는 것이란다. 또 그만큼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란다. 청소년 시기에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면 앞으로도 자존심을 가진 당당한 삶을 살기 힘들단다. 일찍부터 자신의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향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야 말로 목표를 이루고 진실로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란다.

 

엄마도 너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려고 책을 읽고 있단다. 그냥 엄마의 생각이 아니라 훌륭한 아이들을 키워낸 엄마들의 교육방법과 그리고 노력을 많이 하고 연구하신 박사님들이나 너의 선배들의 조언이 담긴 책을 통해 그 동안 엄마가 알아왔던 지식들을 정리해가고 있단다. 책을 통해서 엄마는 많은 것을 깨달았어. 그 동안은 엄마의 경험대로 너를 교육했다면 이제는 너의 수준과 생각에 맞게 그리고 네가 좀더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너에게 안내해야 할 것 같구나. 이제부터는 네가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면서 너의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야 하는 것이란다. 
 

아들아,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고, 책임져야 할 일이 더 많단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덜 행복하단다. 왜냐하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더 많은 걱정 속에 사니까. 하지만 미리부터 준비하고 노력하는 어른들은 생활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쉽게 찾는단다.

 

아들아, 엄마는 네가 자신에게 당당하고,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단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은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거든.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네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과 우리 사회에 너의 노력과 배려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아, 가장 중요한 시기인 이번 겨울방학을 잘 계획하고 또 실천하도록 노력해서 2009년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너의 마음과 몸이 멋지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보자꾸나. 엄마도 너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도록 노력할게.

 

너도 중학생이 되기 때문에 긴장이 될 거야. 하지만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기 때문에 인간이 마음을 먹고 꼭 이루겠다는 의지로 노력하면 못할 것이 없단다. 너는 반드시 너의 꿈과 목표를 향하여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사람. 그래서 네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아들아, 이제 지난 것들은 잊고 네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서 힘이 들더라도 노력하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는 네가 될 거라고 엄마는 100% 믿는다.

 

 

                언제나 너를 신뢰하는 엄마가


  1.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승객1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건데 정말 훌륭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형아도 정말 행복한 사람 같아요.
    승객1님 같은 엄마가 곁에 계시니, 폭풍우가 몰아쳐도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당당하게 나갈 수 있을거예요!
    저도 형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만세!

    2008.12.08 22:50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워요. 사실은 형아가 참 좋은 아들이에요. 가끔 엉뚱하고, 요새는 사춘기라 감정조절이 잘 안되지만 참 착한 형아랍니다. 저도 멋진 형아가 되도록 열심 응원해주렵니다.^^

      2008.12.0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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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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