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기말고사 이후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하고 싶은 대로 두었고, 간혹 물어보면 아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숙제도 꼬박꼬박한다는 말로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발등을 찍힐 줄이야…
놀다가 들어온 아들에게 큰소리를 내었습니다. 이미 예상했던지 아들은 엄마의 말에 토를 달지는 못했습니다. 한참을 나무라고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문장을 외우도록 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고 나서 영어 문장 외우기가 제대로 안돼 다시 외우겠다고 해서 시간을 좀더 주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아들의 방에 들어선 순간 배신감에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아들은 의자를 뒤로 젖힌 채로 눈은 벽 한쪽을 응시한 채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랐고 자세를 고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서 속사포로 쏘아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들은 거칠게 말대꾸를 합니다. 자기는 딴 짓을 하지 않았고 문장을 외우고 있었으며, 공부를 하는 방법은 자기 스타일이 있는 법이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저는 한동안 말을 잃은 채 멍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밥을 차렸지만 아들과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은 문을 세차게 열고는 학교를 갔습니다. 오전 내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 고민되었습니다.
오후가 되어서 아들은 돌아왔습니다. 아들이 방문에 들어서기 전에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불러 앉혔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세 농부가 있었어. 세 농부는 아주 좋은 품종의 사과 나무 묘목을 심었단다. 10년 후에 풍성한 사과 열매를 기대하면서 아주 정성껏 가꾸었지. 그런데 어느 날 폭풍우가 몰아쳐서 세 농부가 심은 사과나무 묘목의 가지들이 그만 부러졌단다. 세 농부는 자신의 사과 나무를 보고 놀라고 기가 막혔어.”
“한 농부는 너무 실망했고, 화가 나서 그만 그 묘목을 땅에서 뽑아 버렸어. 다른 한 농부도 실망하고는 그냥 그 나무가 살거나 말거나 방치를 했어. 그런데 마지막 농부는 부러진 가지를 잘 지지해주고, 나무를 그 뒤로도 정성스럽게 가꾸었어.”
“한 10년이 지나서 세 농부를 찾아갔는데 뽑아버린 농부는 찾을 수가 없었고, 사과나무를 그냥 방치한 농부의 나무는 그냥 겨우 땅을 지탱하는 정도였어. 그런데 나무를 정성껏 가꾼 농부의 사과 나무는 모든 가지마다 맛있는 사과가 가득 열렸단다.”
“자, 너는 사과나무를 가꾸는 농부야. 그리고 사과 나무는 네 자신과 미래야. 사람이 살다 보면 늘 좋은 일만 만나는 게 아니야. 폭풍우는 사과나무도 농부도 원하지 않던 것이었어.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힘들고 어렵고, 혹은 이해되지 않거나 부당한 일을 당할 수가 있어. 그런데 그럴 때마다 네 자신과 미래를 포기하고 방치하면 너의 나무는 어떻게 될까? 너는 어떤 사과 나무를 갖고 싶니?”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아들의 고개가 떨구어졌습니다.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화를 낸 것과 엄마에게 함부로 말했던 것들에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미래를 함부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다가올 시련에 대해서 참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마음 졸여야 하는지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살얼음 판을 걷는 가슴 졸임의 시간은 갈수록 잦고 녹록하지 않습니다.
아들에게 답을 원했던 그 질문을 제 자신에게도 던집니다.
‘나는 어떤 사과 나무를 갖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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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가 반성을 하고 사과나무를 안았군요.
2008.12.16 23:05 신고그런데 저도 반성이 돼요. 지금까지 대충 사과나무를 가꿨다면, 앞으로는 더 신경써서 소중하게 가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네. 형아가 반성을 많이 했답니다. 그래서 요즘엔 열~~공하고 있답니다. 중학교 들어가니까 긴장이 되나봐요. 그래도 공부를 하고 와서는 태권도를 꼭 하고 온답니다. 몸의 긴장도 풀어주고 스트레스도 풀려는지.. 요즘엔 농구를 새로 시작하고 있네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몸을 갖는 것도 중요한 것이죠. 마음과 몸이 함께 건강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멋진 농부가 아닐런지..
2008.12.17 01:01 신고부러진 사과나무를 이미 치료하셨네요.
2008.12.22 01:08 신고폭풍우는 한 번만 오는 것이 아닌지라 늘 안심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제가 할 일은 아들이 매번의 도전이나 실패에 용기를 잃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도할 뿐입니다.
2008.12.22 02:41안녕하세요.
2009.05.30 11:19지난번 두산동아 16기 심화과정에서 리더형엄마로 모여 알게되었던 사람인데 기억이 나실까요.
사실 심화과정 끝나고 바로들어와서 읽었던 이글이 우리 큰아이에게 사과나무씨를 뿌리는 계기가 되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 몇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몇자 적습니다.
사실 교육 받을때의 초심은 사라지고 사나운 엄마로 변해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질타를 하게 되네요.
그런데 가끔 여기들러 글을 읽다보면 참 지혜로운 분이신것같아 새삼 제가 부끄러워 지는 상황들이 많네요. 물론 저에게 도움도 많이 되고요.
가끔 들러도 되겠죠.
봄비가 그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따뜻한 봄의 시작이라네요.
건강하시고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글 남길 께요.
안녕하세요. 백점엄마 워크샵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저도 감사드립니다.
2009.03.26 15:36 신고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순간 순간 또다른 인생을 배우는 과정인것 같습니다. 늘 기쁜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쳐가는 과정이지만 아이를 통해서 저 자신을 돌아보는 축복의 시간들이기도 하지요. 아마도 님께서도 아이들을 통해서 멋진 인생을 가꾸실거라 확신합니다.
시간 날때 들러주시고 격려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좋은 인연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지내시죠. 전에 백맘 워크샵에서 뵙고 또 자주 오겠다고 하던 사람입니다.^^
2010.09.20 16:51그동안에도 가끔 아이와 이야기가 막히거나 할때 자주 들러 이글을 읽고 갔어요.
명절 전 날 '그리기,글쓰기'상을 못받았다고 속상해 하는 아들녀석을 다독여놓고 다시 한번 들어와 보니 여전히 좋은 글 또 새롭네요.
그래서 오늘은 몇자 적어 놓고 갈려고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명절 끝나고 나면 쌀쌀해지겠죠. 감기 조심하시고 명절도 잘 보내세요.
또 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