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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어느 날 책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장소를 지도로 그려보는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받는 아이는 평소에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아이였습니다. 그날은 책 속 이야기보다는 앞으로 자신이 살 집과 동네를 지도로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망설임 없이 미래의 자신의 집과 동네를 그렸습니다. 그림이 다 완성되고 지도를 설명해 보라고 했습니다.

 

이 동네에서 우리 집이 제일 커요, 엄마, 아빠, 동생도 집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그 중에서 제 집이 제일 커요

와 정말 멋진 집이구나. 그런데 어느 문으로 들어가야 하지?

우리 집에 오려면 비밀 번호를 알아야 하구요, 그리고 그 비밀번호는 다음날 바꿀 거에요

?

그래야 다음에 몰래 들어 오지 못하죠

그래.. 그럼 나중에 선생님, 너희 집에 초대해서 한번 구경시켜 줄거지?

 

내심 당연하죠라는 말을 기다렸던 제게 단호한 거절의 말이 떨어졌습니다.

 

아뇨! 싫어요

? ? 너 선생님 좋아하잖아?

왜냐면 그 때는 선생님은 할머니가 되잖아요!

왜 할머니는 너의 집에 못 가는 건데?

할머니는 더럽잖아요!

 

머리 뒤 끝을 둔탁한 그 무엇으로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만약 저의 아들이었다면 수십 대 머리를 쥐어박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를 탓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길동아, 너도 할머니와 함께 살지?

너의 할머니도 더럽다고 생각하니?

아니요! 우리 할머니는 깨끗해요!

그래 길동이 할머니께서 깨끗하신 것처럼 다른 할머니들도 깨끗하시고 또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으시단다. 그러니까 길동이가 할머니를 사랑하는 것처럼 다른 할머니들도 공경하고, 존경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할머님들은 우리보다 세상을 훨씬 많이 사셨기 때문에 우리가 배울 것들이 많단다. 길동이 아버지는 길동이 할머니께 좋은 것들을 배우셨고, 그리고 길동이의 아버지는 할머니를 사랑하듯이, 또 다른 할머니들도 공경하신단다.

 

아직은 세상의 도리를 다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와의 작은 에피소드로 넘어가기에는 마음이 많이 답답해집니다. 그 아이의 잘못 보다는 왠지 어른들이 무엇인가 정말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우리는 정말 존경 받을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우리는 어떤 어른이어야 할까요. 혹 우리는 라는 틀 속에만 여전히 문을 굳건히 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1. Favicon of http://dangjin2618m BlogIcon 모르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행복한 시간이 되세요

    2011.07.09 09:43

간혹 아들과 좋은 글이 있는 블로그를 방문하곤 합니다. 아들과 자주 가는 블로그 중의 하나가 '상우일기' 입니다. 올 해 초 우연히 '뉴욕에서 의사하기'라는 고수민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알게 된 초등학교 4학년생인 상우군의 일기 블로그입니다.

 

처음엔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니, 무슨 초등학생이 왜 이렇게 글을 잘 쓰지?

아마도 엄마나 아빠가 써주는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떤 사람이 주목 받고 싶어서 초등학생으로 가장한 것 같기도 해?

라며 별별 의문의 꼬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방문하면서 진실로 4학년생만이 표현할 수 있는 순수함과 가장되지 않은 살아있는 감성을 그대로 느낍니다.

 

결코 어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생생하고 재미난 다양한 표현들로 가득해 읽는 이들을 흐뭇하게 합니다. 자신이 달리기를 잘 못하는 것과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표현 속에서 자신을 부정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야무진 다짐과 책읽기도 좋지만 노래와 그림, 춤추는 것에 저절로 흥겨움을 느끼고, 햇살의 따스함과 찬란함을 온 몸으로 체험하는 글을 통해 어느 틈엔가 불혹의 40대는 사라지고 호기심 많은 10대만이 살아있는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렇다 보니 자주 상우일기를 찾게 되고 댓글을 달아주고, 또 댓글에 답글이 달리면 좋아라하는 저를 보며 아들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나 봅니다.

 

엄마, 상우 블로그에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니에요? 엄마는 어른인데 어른 블로그보다 상우블로그에 더 자주 가고, 다른 데서도 답글 달아주시는데 상우가 달아주면 왜 그렇게 좋아하세요?


, 상우일기 블로그에 가면 엄마가 기분이 참 좋아져. 그리고 상우는 엄마의 블로그 친구거든


? 아니 엄마. 상우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 어떻게 엄마랑 친구해요?


. 친구란 꼭 같은 나이만 하는 게 아니야. 서로 말을 놓고 친한 사람만이 친구가 아니라 서로 믿어주고, 걱정해주고 마음속에 기억될 수 있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단다.  엄마의 마음 속에는 상우가 기억되어 있고, 아마도 상우의 마음 속에도 엄마가 기억되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 물론 엄마가 어찌 보면 성철이보다 어린 상우에게는 엄마나 이모 같은 사람이겠지만 블로그를 통해 교류를 갖게 되니까 친구처럼 가까워진 거야. 성철이도 상우보다 형이지만 친구가 될 수 있고, 또 학원에 너를 데려다 주시는 운전기사 아저씨도 너와 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해주시고 너가 늦으면 걱정도 해주시고성철이도 아저씨  좋아하잖아. 성철이와 아저씨가 서로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다면 참 멋지고 행복한 일일 것 같아. 친구가 많으면 행복해지는 것처럼…”


저보다 어린 상우랑 친구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라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친구할 수 있다면 신날 거 같아요. 저도 좋은 친구를 많이 만들거에요!

 

아들에게 친구란 정의에 혼란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아들도 나름대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해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세상은 뜻하지 않는 곳에서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예기치 않은 수많은 사건들이 우리를 자주 당혹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간간이 주어지는 짤막한 기쁨들은 더불어 살아갈 때, 그리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아들은 머지 않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아들과 저에게 친구의 정의를 새롭게 키워주고 잔잔한 대화를 선물해준 나의 초등학교 4학년 친구, 상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1. Favicon of http://blog.daum.net/ligase BlogIcon R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친구를 두셨군요.
    두분의 우정^^이 영원하길 기원해 드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08.12.03 12:14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신기하고도 놀라운 경험입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시간을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게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08.12.03 20:58 신고
  2.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랙백을 보고 깜짝 놀라 들어왔어요. 뭐라 감사에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오히려, 승객1님이 제 블로그에 찾아와주시고 좋은 댓글도 많이 달아주셔서, 희망과 용기를 항상 선물 받은 느낌이었거든요.^^
    이렇게 좋은 글을 써주시니, 제가 쓰고 있는 글과 마음가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저를 친구로 삼아주신만큼 더 참되고 좋은 글을 쓰는 상우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2008.12.03 20:32 신고

계속된 경기 침체의 여파로 새로운 꿈과 도전으로 시작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오랜사회 생활에서 처음 경험하는 실패라는 생각에서 얼마간 침울해 있었습니다. 엄마의 의기소침함을 느꼈던지 아들도 내심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 그간 아들은 작은 벤처이긴 했지만 대표였던 엄마를 은근히 자랑했기에 더 걱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들의 각 과목의 기말평가와 성취도 평가 시험이 있었기에 마냥 침울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마음의 우울함을 떨쳐버리고자 아들의 공부를 돕고 집안일에 매진했습니다.

 

그간 아들은 학교에서 오면 태권도와 영어, 수학 학원을 시간에 맞춰 다니긴 했지만 밖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일일이 학습과정을 신경 써주지 못했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보는 단원 평가 시험이나 학원에서의 월말평가의 결과로 수업 태도를 짐작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게임이니 MP3, 게임기 등의 각종 디지털 기기들의 유혹이 주변에 널려 있기에 열 세살 아이에게 자기 관리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들도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다 간혹 학원 시간을 놓치곤 했고 숙제를 깜박 잊곤 해서 학원에서 남아 보충을 했던 것을 할머니의 고백을 통해 들었습니다. 사실 그간 아들은 할머니에게 자신의 비밀을 지켜달라고 애원을 했었고, 학원으로 전화해 가끔 늦어지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은 이상 아들의 비밀은 묻혀져 있었습니다.

 

집에 머물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매일 새로운 식사와 간식을 만들어 주자 아이는 식욕이 향상되었고 키도 부쩍 커졌습니다. 자투리 시간에도 TV나 컴퓨터에 매달리지 않고, 충분히 쉬거나 책을 보도록  했더니 자신이 놓쳤던 공부며 숙제를 스스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주말에는 3시간 정도 컴퓨터나 게임기 혹은 mp3 등 디지털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친구들과 밖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을 주어 주말의 해방감을 맛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성취도 평가가 있기 전 3주일 부터는 매일 시간표를 짜서 무리하지 않게 공부를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도록 했고, 주말에 공부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렸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매일 공부만 한다고 화를 냈지만 무리하지 않게 시작하니까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공부할 때 오답의 경우는 함께 답과 이유를 찾아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열심히 노력한 아들은 3과목 100점과 1과목에서 2개 틀리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좋은 점수를 받게 되어 아들은 한껏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겼고 엄마 덕분이라고 공을 엄마에게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들과의 행복한 시간이 두 달 지날 즈음 잘 아는 선배로부터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의가 왔습니다. 전에 일했던 분야보다 생명력이 길고, 그리고 또 관심 있었던 교육 분야의 일이라 새로운 도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선배를 만나 해야 할 일들을 들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분야이고 비전이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염려스러웠던 것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고민하다가 아들에게 말을 했습니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 그런데 일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서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일찍 오지 못할 거 같아. 그래서 성철이가 이젠 알아서 공부해야 할 거 같아. 그런데 사실 엄마는 걱정이 된단다. 너는 엄마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 엄마, 제게 생각할 시간을 하루만 주세요.

 

다음날 아들이 말을 꺼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마가 일을 다시 시작하면 우리 집에는 돈이 많이 생기겠지요? 그런데 저는 엄마가 일찍 들어오는 회사에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프리랜서로 일하시면 안 되요? 돈은 조금만 벌어도 괜찮아요. 엄마랑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아직 저는 혼자서 공부하는데 자신이 없어요. 혼자 있으면 컴퓨터도 하고 싶고 만화도 보고 싶고.. 중학생이 될 때까지 엄마랑 함께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익히고 싶어요. 엄마, 돈보다 시간을 주시면 안 되요?

 

전에는 엄마가 회사를 나가는 것이 더 좋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아들에게서 다른 말을 들으니 의외였습니다. 아직도 아들은 갖고 싶은 디지털기기가 많고, 사고 싶은 것들이 많고, 엄마의 잔소리에서 해방되고 싶었음에도 이제는 당장의 즐거움보다는 미래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참아내고 준비해야 할 것은 깨우친 모양입니다.

 

다음날 선배를 만나서 아들의 이야기를 하고 정중히 사과를 했습니다. 아들의 바램이 어쩌면 행운을 가져다 주었을까요? 선배는 아들의 이야기를 공감하면서 회사에서 함께 일하지 않더라도 프리랜서로 일하기를 권유했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더 다양한 일에 참여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조금씩 성장해가며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는 아들을 통해서 남보다 많은 재산이나 높은 명예보다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아이에게 바른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돈보다는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이 아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자 교육이었던 것입니다. 좌절의 순간이나 탐욕의 길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아들은 제겐 희망이자 축복입니다.

 

아들아, 고맙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사랑한다

  1.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BlogIcon 호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시 잠수타셨던 기간동안 이런일이 있었군요~ 궁금했었습니다. 한동안 안보이셔서 말이죠!
    글쳐.. 철이 말마따나 아이에겐 돈보다 시간이겠죠~ 엄마와의 시간^^
    글타고 또 돈을 안벌수는 없고(ㅜㅜ)

    미친듯이 내리던 비가 그쳤어여~ 하늘은 곧 맑~~~~간 얼굴을 내밀겠죠~
    울 승객님 가정도(맘도/울 철이도) 곧 맑~~~~간 하늘빛이 되리라 믿슘다^^
    화이팅요~☆ 잇힝.. (컴블.. 완전 추카.. ^^;)

    2008.07.27 11:16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 역시 호박님이 버선발로 맞아 주시니 기운이 쌩쌩 납니다! 자랑스러운 아들을 만들려면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어야겠지요~ 욜심히~ 노력하겠슴돠~ 항상 감사해요!

      2008.07.30 11:44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7.28 03:28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고 죄송.. 뭐가 불편한게 아니라요..제가 사용법을 잘 몰라서 그런거 같습니다. 저도 온라인에 촛불도 팍팍 커고,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고 싶은데 제대로 방법을 모르는거 같아요. 알려주삼~^^

      2008.07.28 13:25 신고
  3. Favicon of https://janghp.tistory.com BlogIcon 지킬박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견스러운 아이로군요.

    2008.07.30 09:33 신고
  4. Favicon of http://basilica.co.kr BlogIcon 바실리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갑니다.
    몇번 왔었는데 오늘에서야 블로그 주인이 누구인지 알았네요..^^
    반갑습니다. 종종 들리지요...

    2008.08.06 00:36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링크나우에서 초대도 해주시고요..^^ 늘 좋은 정보 그리고 말씀 감사하게 접하고 있습니다.

      2008.08.08 01:49
  5.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뵙고 싶어요~ 엄마와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함께 하는 것은 정말 힘든거 같아요.
    그래도 언니~ 힘내세요! 아시죠? 자유를 선택하면~ 또다른 즐거움이 생기거든요^^
    언니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아쉽습니다.
    못난 후배를 키워주셔야 하는 사명감은 그래도 계속 되어야 합니다~~~

    2008.09.20 21:22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정말 오랫만이네.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 너무 좋으네. 멋진 계절인데.. 후배님께서도 멋진 계절을 이미 계획하셨겠지? 얼굴 도장찍고... 와인도 해야 하는데...^^

      2008.09.21 17:02

투표를 하러 나서는데 아들이 말을 건넨다.

 

엄마, 누구를 찍을 거예요?”

글쎄.. 그건 비밀인데. 선거는 비밀이 원칙이거든..”

꼭 좋은 사람 찍으세요!”

그럴게, 그런데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거야?”

엄마도, 나도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요. 그리고 어린이 말도 좀 잘 들어 주는 사람이요

 

아들의 말을 들을 듣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졌다. 사실 내가 정치에 대한 방향이나 판세를 분석할만큼 잘 알지도 못하며, 전보다 선거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린 것에 일조한 사람이기도 하다. 해서 아들에게 내가 뽑은 사람의 이력과 왜 이 사람이 필요한 지에 대해 설득력 있게 이야기해줄 수 없었다. 또한 내가 선택한 후보자가 최선도, 차선도 아닌,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엄마와 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뽑아달라는 아들의 말에 무거운 바위 하나가 어깨에 얹혀지는 듯했다. 이번 후보들 중에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 있을까? 아니 관심이라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이번 선거의 결과를 놓고, 20대의 반응이 의외라며 의견이 분분하고, 여당의 압승에 절망을 토해내기도 하고, 야당의 약세에 당연한 결과라는 비난 등 뉴스에서 쏟아지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이야기들에 13살의 아들이 한 마디 비수를 던진다.

 

정말 어른들은 복잡하네, 선거도 끝났는데..그럼 선거 하지나 말지”.

 

초등학생들도 느끼는 그 한심한 세상의 중심이 정치판이다. ‘차악을 선택한 내가 아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때는 언제일까? 부디 간절히 원하건 데 나를 포함한  차악을 선택했을 또 다른 사람들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소중한 한 표가 좀더 나아지는 미래를 향한 일보였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1. Favicon of https://spizza.tistory.com BlogIcon 메뚜기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과가 암울할지라도 어느 상황이든 최선을 선택해야 합니다.
    아드님이 꽤 어른스럽군요.

    2008.04.19 08:59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선택한 최선이 어찌보면 차악이 아닌가 해서요. 그만큼 상황을 잘만들지 못할 것 같은 불신 때문이겠지요. 언제 부터인가 우리에게 불신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춘기이고, 철부지이긴 열세살짜리가 가끔은 어른들에게 일침을 주고 있습니다. 잘 자라도록 좋은 부모가 되어야함을 깨닫습니다.

      2008.04.20 10: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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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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