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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컴퓨터 게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4.01 무인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2. 2008.03.04 뒤통수에 눈을 달면 뭐해... (2)

학부모 간담회를 참석하게 되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교실 안을 둘러보려 했는데 선생님께서 문 앞에서 미리 기다리고 계셔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아들의 자리에 앉도록 안내해주시고는 학부모들에게 뭔가 인쇄물을 나누어 주셨다. 그런데 내게 나주어 주실 때는 크게 웃으시면서 주시는 것이 아닌가. 조금 의아했지만 먼저 인쇄물을 살펴보았다. 인쇄물은 아이들이 직접 쓴 두 장의 자기 소개서였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아실 요량으로 약 25문항에 걸쳐서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답하도록 하신 것 같다.

 

각각의 문항은 주로 자기에 대한 생각, 친구들에 대한 생각, 가족에 대한 생각, 공부에 대한 생각, 자신의 미래의 꿈에 대한 생각에 대한 것으로 각 5문항씩 질문에 대한 답이 적혀 있었다.

 

선생님께서 크게 웃으셨던 아들의 답변은 우리 엄마는 (스파르타 교육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것과 공부를 하는 이유 세 가지에 대해서 첫 째, 강자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둘째, 다른 사람을 더 웃겨주기 위해서, 셋째, 남북 통일을 빨리 이루기 위해서라는 것. 또한 무인도에 있을 때 한 사람만 데려오고 싶다면 나는 (용재)를 오라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엄마에 대한 이미지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절묘하게 관련 짓다니.. 그리고 가장 절박한 순간에 엄마나 가족이 아닌 친구라니!! 선생님께서는 나를 안심시키시려는 지 성철이가 엉뚱하기는 하지만 어머님을 참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고 하신다. 선생님의 위로에 나는 웃을 수도, 화를 낼 수도 없는 대략난감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집에 돌아와서 아들의 자기소개서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들에게 나는 녹록한 엄마는 사실 아니었다. 집에서 지켜 볼 수 있는 엄마가 아닌지라 회사에 출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아들은 오늘의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했고, 나는 매일 빠지지 않고 점검했다.

 

공부의 양은 아들과 의논하여 현실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하여 습관을 갖도록 했고, 만약 그날의 할 일을 못했을 경우 다음 날 혹은 주말에도 반드시 하게 했다. 숙제를 완성한 대가로는 주말에 2시간의 컴퓨터 게임과 2시간의 게임기의 사용이라는 달콤(?)하고도 대단한(?) 상이 아들에게 주어졌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불가. 그리고 나는 아들에게 했던 약속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고, 아들도 내가 자신의 기대치를 거스른 적이 없기 때문에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엄격한 엄마이지만 소통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거라 믿었다. 하지만 무인도에서 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나는 아들에게 스파르타식의 강압적인 엄마였나 보다. 그럴지도 모른다. 아이의 직관적인 생각이 때로는 세상을 가장 정확하게 본다.

 

나는 아이에게 틈을 주지 않는 엄마였다. 아이에게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 실수를 통해 엄마도 자신과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하지 못했다. 실패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가르치기 보다는 뭐든 잘하라고만 채근했었다. 실수 없는 엄마를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게 해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에 중심을 두었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아들이 성장하면서 나는 그에게 더 이상 1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언뜻언뜻 사금파리 통증으로 느끼곤 한다. 예측하지 못한 배신이 서서히 익숙한 일상으로 다가설 테고 아들은 서서히 나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 아들의 생각대로 세상을 느끼고 마주하도록 그에게서 물러나야 할 때가 조금씩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무인도에서 엄마를 생각해줬으면 하는 서운하고도 아련한 미련이 남아 있지만 말이다

 

이제부터 나의 아들이 아니라 배 성 철이라는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하고, 엄마의 존재보다 먼저 아들에게 다가서는 사람들과 가치들을 함께 공감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인도에서 꼭 필요하다는 친구에게 게임기 들려서 보내주고 나는 아들에게 잘 지내라는 메일이나 띄워야겠지…..~~!

친구들이나 주변의 학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고민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컴퓨터 게임 중독에 대한 것이었다. 나도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아들에게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 게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통제를 해왔다. 컴퓨터가 있는 서재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잠가놓고, 게임기도 내가 관리하면서 주로 주말에 2시간 정도 사용을 허락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의 자발적인 통제력을 키우기 위해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정해 놓고 스스로 관리하도록 주의를 주었고, 그 실천의 여부는 퇴근 이후에 어머니의 증언(?)과 매일 해야 할 숙제의 완성도로 점검해왔다. 그러나 나의 야무진 꿈(?)은 할머니와 손자의 부정한 결탁(?)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아들은 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터라 식사 때마다 할머니의 애를 태웠기에 할머니는 한 끼의 식사와 손자의 컴퓨터게임 한 시간을 거래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둘만의 비밀스러운 약속은 한동안 유지되었다. 어느 날 나의 갑작스런 조퇴로 이 모든 사실이 폭로되기 전까지는

 

그 이후로 컴퓨터가 있는 서재는 잠기게 되었고 아들의 컴퓨터 게임은 주말 2시간으로 제한되었다. 그리고 나는 PC방에 대해서는 마치 불법의 온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이에게 가까이 가서는 절대 안 되는 장소로 각인을 시켜 왔고, 명절 때나 찜질 방에 갔을 때 형들과 함께 가는 조건으로 1시간 정도의 출입을 허락을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아들에게는 PC방은 이룰 수도 없고, 이뤄서도 안 되는 꿈이자 금기 사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법. 시멘트 바닥의 갈라진 틈 사이로도 질긴 생명의 뿌리를 뻗는 잡초마냥 겨울 방학 동안 엄마의 강력한 통제 속에 있던 아들은 또다시 비밀스런 꿈을 꾸었다. 돈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던 아들은 매주 용돈을 꼬박 꼬박 챙겼다. 그다지 많은 액수가 아니어서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고 이제서야 경제적인 사고가 트이나 보다 내심 기분도 좋았다. 용돈을 주자마자 단번에 친구와 함께 간식거리를 사먹던 아들은 몇 주 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비밀 창고에 저축을 하는 것이었다. 설날의 세배 돈 중에서 만원만 자신이 맘대로 쓰게 해달라고 해서 흔쾌히 받아줬다.

 

이번 겨울 방학 동안 컴퓨터와 게임기 사용 금지의 벌을 받은 아들에게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사촌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 놀도록 했다. 오후엔 친구들과 간식을 함께 먹도록 해서 컴퓨터와 게임기에 대한 생각을 잊는 습관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2월의 어느 토요일. 그 날은 조금 날씨가 싸늘하고 바람이 불었던 탓에 친구들이 밖에서 놀려고 하지 않았다. 오후에 접어들자 아들은 내게 연민을 일으키는 눈 빛으로 엄마 심심해를 연발 외쳐댔다. 그리고는 책도 읽고, 학원 숙제를 열심히 하는 듯한 모습으로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조금은 안쓰러웠던 마음에 나는 추우니까 친구의 집에 가서 놀거나 집에 와서 놀라고 했더니 아들은 함박웃음을 띄며, 갑작스런 뽀뽀와 함께 추워도 밖에서 노는 것이 좋다며, 2시간만 놀다 오겠다며 신나라하고 나가는 것이었다. 엄마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탓일까.. 왠지 모를 미심쩍음이 느껴졌지만 그대로 넘겼다.

 

한 시간 쯤이 지나 잠시 밖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코 끝을 에이는 칼바람과 추위로 아들과 친구들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한 참 뛰다보면 추위도 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2시간 정도가 흘렀을 경우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이보다 덜 추운 날에도 아들은 춥다고 친구들과 바로 돌아오곤 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오겠다는 2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들에게는 소식이 없다. 걱정이 앞선 마음에 평소에 놀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아뿔싸.. 2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생각은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통의 전화, 만나기로 한 친구가 공부를 해서, 자기는 다른 곳에서 놀았다며, 지금 바로 집으로 오겠다는 아들의 목소리.

 

아들은 무엇인가 찔리는 것이 있던지 조용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거실에 서있는 아들을 조용히 응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어디 갔는지 알 것 같아”,

엄마를 그 동안 속이고 PC방에 다니니까 기분이 좋더냐?”

네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인데, 컴퓨터 게임 하나 못 참으면 이제 배울 필요가 없을 것 같구나

그렇게 컴퓨터 게임이 좋으면 여기 돈이 있으니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해!!”

 

단호한 나의 말과 준비된 돈을 보고 아들은 이네 곧 무릎을 꿇고 엄마, 죄송해요. 다시는 안그럴께요, 이번에 처음 가 본거에요, 제발 용서해주세요눈물을 뚝뚝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반성문과 더불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벌로 작문 연습을 겸한 매일의 일기쓰기와 영어 작문, 공손함을 생활에서 실천하겠다는 각서로 아들의 첫 실수를 용서했다.

 

아이를 기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습관들이기 인 것 같다. 사실 어린 아이들은 옳고 이성적인 판단을 쉽게 하지 못한다.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거짓에 대한 책임이나 양심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다만 아이가 무엇인가 잘못을 하였을 경우에는 왜 잘못인지는 알려줘야 하고, 그것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바로 잡아주고 생활의 습관으로 만들어 지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리라.

 

그럼에도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거짓과 부정한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너무도 쉽게, 그리고 잘 응용하곤 한다. 그 천사 같은 미소 속에 걸러지지 않은 부정이 공존하지만 오로지 쏟아 붓기만 하는 어버이 사랑은 사실을 눈치챘음에도 눈감아주게 된다. 나 또한 그런 엄마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대개의 부모들은 내 아이들은 남과 다르다는 막연하고도 맹목적인 믿음을 간직하고 있기에 자신의 기대와 빗나갈 때 감정이 격해지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아들의 첫 PC방 출입으로 아들과 나를 신뢰로 묶어놨던 금단의 열매를 따버린 아들 녀석이 너무 밉기만 하다.

 

나는 끊임없이 아들에게 향하는 세상의 다양한 유혹과 싸워야 하는 끝없는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뒤통수에 눈을 달아도 더 이상 소용이 없을 이 머나먼 여정에 필요한 필살기(?)는 무엇일까?
  1. Favicon of https://janghp.tistory.com BlogIcon 지킬박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 학년인지 모르지만 엄마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린다니 아직은 어린 모양입니다.
    좀 더 크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할 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다 커 나가는 과정일 수도.

    2008.03.04 13:11 신고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제 6학년이 되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제는 반복되는 거짓말에 익숙해져야겠지요..ㅠ.ㅠ..

      2008.03.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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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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