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클래식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아들은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익숙한 테마음악이나 혹은 드라마 속의 음악들에 관심을 가지고 MP3에 다운로드하여 듣기도 하고, 모짜르트니 드보르작이니 차이코프스키니 다른 클래식 음악가들과 음악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는 등 ‘태왕사신기’ 이후 아들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드라마였습니다.
열심히 강마에 특유의 목소리를 흉내내고 좋아라 하던 아들이 묻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도 천재가 아니었나요?”
“글쎄,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 강마에는 훌륭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어쩌면 천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왜 강마에는 천재들을 싫어했을까요?”
“천재들을 싫어했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천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천재는 쉽게 만나기도 어렵고 찾기도 어렵지. 그래서 천재가 나타났다 하면 다른 사람들이 오랜 시간 노력해서 얻어낸 실력과 결과보다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낸 천재성을 인정해주곤 하잖아. 아마도 강마에는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천재를 싫어했던 것 같아. 자신이 천재로 평가받는 것도 싫어했을 것 같고.”
“그럼 천재와 노력하는 사람들이 경쟁하면 누가 이길까요?”
“글쎄, 그건 확실하게 알 수는 없을 것 같아. 천재라 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 천재성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반면에 노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한 것들을 잘 알고 있고, 더 잘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지. 그래서 길게 보면 결국에는 노력파가 천재를 이길 확률이 높지 않을까? 그런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제 생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인쉬타인 같은 경우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을 연구해냈고, 위대한 음악가나 과학자, 화가들도 보면 대부분 천재였잖아요. 천재는 조금만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것들을 알아내잖아요. 그리고 유근이를 봐도 대단하구요.”
“물론 위대한 사람들 몇 몇은 천재였지. 그런데 천재라 해도 자신의 분야에서 더 많은 것들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그 천재성이 빛나는 게 아닐까. 물론 유근이도 정말 대단한 아이지. 그런데 우리가 좀더 생각해볼게 있는 거 같구나. 천재가 어떤 일을 해내게 되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천재가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희망을 주는 사람도 많아. 예를 들어 헬렌 켈러의 경우는 눈도 귀도 안보이는 장애인으로 어찌보면 존재감없이 죽어가는 사람이었을 텐데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주었잖아. 그외에도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든가, 네 손가락으로 멋지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희야, 그리고 70세의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신 어떤 할머니의 이야기는 천재의 이야기보다 더 감동적이잖아. 그것은 평범한 사람, 아니 그보다 더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을 통해서 남들이 못하는 것을 이루내었다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지.”
“그럼 엄마는 천재보다 노력파가 낫다고 생각하세요?”
“음 굳이 따지자면 엄마는 노력하는 사람이 더 위대한 것 같아. 천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을 타고 났다면 노력파는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니까.”
“사실 전 제가 천재였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저도 제 자신의 한계를 넘게 되면 천재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물론이지. 사람의 능력은 무한하고… 하느님은 자신의 모습으로 인간을 창조하셨으니 인간의 내면 속에 어쩌면 신처럼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그 무엇이 존재할 것 같구나. 그걸 찾아보면 넌 진짜 천재가 될 거야!”
'이야기가 있는 정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장 상사를 찾아가는 신입사원의 부모 (4) | 2009.02.10 |
---|---|
김태희와 결혼하고 싶은 남자 (4) | 2009.01.28 |
천재를 싫어하는 이유 (2) | 2009.01.13 |
중학생은 꼭 머리가 짧아야 하나요? (17) | 2008.12.17 |
초등학생의 촛불문화제 (2) | 2008.06.25 |
기적의 가치, 1달러 11센트? (0) | 2008.04.25 |
아드님이 참 행복하실 듯 합니다.
2009.01.20 03:25세상에서 가장 좋은 스승님을 바로 옆에 두고 있군요.
두분 모두 행복하시길 기원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명한 어머니가 백명의 스승과 필적한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그러려면 아직 너무너무 멀었습니다. 다만 노력하려는데 저의 노력과 아들의 기대치가 같은 높이에 있는 것 같지 않아서 고민도 많습니다.
2009.01.21 01:11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