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에 접어들면서 아들과의 관계가 전보다 조금씩 삐걱거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엄마와 자주 싸우는 원인이 자신은 남자이고, 엄마는 여자라서 엄마가 자기를 이해 못하기 때문이라고 몰아 부치고는 쌩~하니 자신의 방문을 닫아 버립니다.
솟아오르는 화를 꾹꾹 누르며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 거야?”
“남자는 여자를 보호해야 하는 거에요.”
“그럼 너는 엄마를 보호해야 하는 거네. 그런데 요즘 엄마는 보호받는 거 같지 않은데?”
“그건 엄마가 먼저 화를 내기 때문이잖아요.”
“엄마가 화를 먼저 낸다는 것은 너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엄마가 화를 참으면 너도 참을 수 있을 거 같아?”
“아마도요…”
아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여 생각하고,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인식해가고 이야기를 좋아하고 많이 하던 이전의 시간들에 비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방문을 닫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외모에도 부쩍 관심이 많아지고, 속옷은 트렁크로, 겉옷은 라운드티보다는 어른들처럼 Y셔츠 모양의 남방과 재킷을, 신발도 이전의 간편한 찍찍이 운동화에서 스니커즈나 랜드로버 등의 보다 남성답고 멋스러운(?) 것들을 고집합니다.
자신의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혼란스러워 하면서 제게도 억지를 부리고, 스스로 좌충우돌해가는 아들을 보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아들의 억지에, 나태함에, 부정에 얼마나 인내할 수 있는 엄마가 될 것인지에 사실 자신이 없습니다. 이전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한 발씩 앞으로가는 아들에게, 이제는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는 친절한 엄마가 아니라 아들이 상처를 아파할 줄 알고, 상처가 치유되면서 견고해지는 자신의 강인함을 깨달아 가는 것을 인내롭게 기다려야 할 시기라는 것을 느낍니다. 아들의 억지와 불합리에도 조용히 지켜봐주고, 거울과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저도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함을 절감합니다. 아들이 남자라서 여자인 엄마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우리의 오해가 풀리고, 서로를 신뢰할수 있는 시기를 더 빨리 당기기 위해서라도...
아들의 사춘기가 아들에게는 성숙이, 제게는 인내가 순간순간 함께 하는 시기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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