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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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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4 해방의 그날, 그러나…

20년 사회생활 중 아이를 위해 실무를 벗어나 프리랜서 생활을 했던 2년은 나와 아들에게 특별한 시간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게는 무척 짧은 시간이었는데 아이에게는 무척이나 길고 긴 훈련의 시기였던 것 같다.

 

그 전에는 내가 회사에서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나의 귀가 시간은 불규칙하고 늦는 경우가 많아 그 긴 시간은 모두 아들의 것이었다. 할머니가 계셨지만 통제자의 역할보다는 안하무인 무법자를 옹호하는 편이었을 것이니 갑작스런 엄마의 사직은 아들에게는 자유가 박탈되는 시작이었을 것이다.

 

나는 매달 마지막 날에 다음달의 일일 시간표를 아들과 함께 짰다. 아들이 기존의 생활 패턴에서 갑자기 바뀌면 부감을 느낄 수 있기에 조금씩 다르게, 점진적으로 엄마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갔다. 다행히 아들은 나와의 대화 시간이 늘어가면서 점차 자기가 어떠한 생활 태도를 가져야 할지 알아갔다. 그리고 산만한 태도도 많이 줄어들고 끈기와 집중력도 조금씩 향상되어 갔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유치원에서보다 시간이 좀더 많아진 아들에게 고민이 생겼다. 나는 학원 교육을 통한 학습 지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생각해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운동을 위한 태권도와 예술적인 감각을 익혀 보라고 피아노 학원만을 보냈다. 모자라는 공부는 집에서 저녁시간에 숙제와 복습을 함께 하면서 보충했다. 아들은 다른 친구들은 학원에서도 만나서 친한 거 같다며 자기도 보습학원을 보내달라고 졸랐다. 나는 대신에 주말에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간단한 점심도 먹고 친구들과 자유로운 컴퓨터 게임과 TV 시청, 그리고 밖에서 나가 놀 수 있도록 해서 친구들과의 친밀감을 유지하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주말에 이틀 정도 3-4시간의 자유가 주어졌다 해도 아들은 내내 자유로운 컴퓨터게임과 TV 시청을 할 수 없었던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2년이 다되어갈 무렵 내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기가 외국인 미디어 회사에 있는데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는데 함께 참여하길 바란다며 삼고초려를 해왔다. 2년간 프리랜서로 일을 했지만 친구가 제의한 일은 그 동안 내가 해왔던 일과 관련이 있으면서 온라인 미디어 기반의 일이었기에 친구의 제의는 잠재해 있던 내 도전 의식을 일깨웠다. 2달 정도의 고민과 가족들의 배려로 나는 다시 본격적인 조직생활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될 아들에게도 걱정이 되었지만 엄마의 새로운 사회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대견하게도 아들은 엄마, 이젠 나도 2학년이잖아. 그리고 엄마가 그 동안 날 많이 훈련시켜서, 이젠 나도 혼자서 공부 잘하니까, 엄마는 걱정하지 말아. 날 믿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못미더웠던 나는 출근하기 전까지 아들에게 당부하고, 약속하는 등 굳은 다짐을 받아냈다.

 

출근 첫날,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 집으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어머니께서는 박장대소를 하셨다. 이유인즉, 학교에서 오자 마자 아들이 가방을 거실에 놓으면서 ! 만세! 해방이다! 해방!”이라고 기쁨에 겨워 외치면서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갈 찰나에 내게 전화가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해방의 기쁨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조금은 미안했지만 이제는 가까이 살펴 볼 수 없기에 원격 조정 모드로 들어가야 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워킹맘이 된 것이다.

 

아들아, 너의 해방이 나의 해방이기도 해! 하지만 이 구속이 훗날 널 진실로 해방시킬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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