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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사람의 인연이란 때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그녀.

 

오늘은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녀와의 만남은 항상 설렘입니다.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있는 저를 보면서 그녀는 저만치에서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만나러 오듯 그녀 특유의 함박 웃음과 함께 쏜살같이 달려왔습니다.


엄마 만나러 온 유치원생같네!

그럼요. 언니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너무 해요. 이렇게 오랜만에 얼굴 보여주다니!!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은 3년 전 어느 토론 모임에서였습니다. IT 관련된 모임이라 대부분 남성들 중심으로 모이는 것을 고려한 여성 쿼터제가 실시되었기에 간간이 보이는 여성들 중에서 그녀는 반짝이는 눈과 적극적임, 해박한 지식을 겸비한 멋진 여성으로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명함을 교환하면서 제게 선뜻 언니라고 호칭해서 의아했습니다. 이사님, 주간님 등의 직책에 대한 호칭으로 익숙한 제게는 어색하게 들렸습니다. 그러나 20분간 주어졌던 그녀의 또랑또랑한 발표와 다른 사람의 발표 주제에 대해 예리하게 질문하는 그녀에게 저는 매료되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2주일이 지나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전화를 했습니다. 같은 분야에서 일을 했기에 자연스러운 만남이 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그녀는 연배가 높고 그녀가 잘 알고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제가 보자고 해서 의문과 함께 긴장도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만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너무도 익숙했고, 서로에게 끌렸습니다.

 

그녀는 저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노력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사람, 더불어 사는 것의 중요함을 실천해 가는 사람,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고 산을 경외할 줄 아는 사람, 유쾌하고 상쾌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저를 온전히 믿어주는 것은 제게는 행운이자 자랑거리입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부대끼지는 않았지만 그녀도 저도 무엇인가 교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간혹 그녀가 보고 싶으면 전화를 겁니다. 그러면 그녀는 제 전화를 기다리고만 있던 사람처럼 그리움이 넘쳐나는 반가움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밉지 않은 응석도 부립니다.

 

최근 몇 가지 일로 조금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는 제게 그녀의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문득 집으로 가는 전철역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도 간절한 무엇을 가지고 있었던지 우리는 만나기로 했습니다.

 

오늘 그녀로 인해 행복한 몇 시간을 보냈고 그녀도 기쁜 시간을 가졌음을 압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서로를 향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들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었고, 그 속에서 각자의 무거움들을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정면에서 마주하는 부담스러움이 아닌 호들갑스럽지 않는 편안함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그녀는 제게 마음 속 내밀한 곳에 꼭꼭 숨겨놓고 문득문득 꺼내고 싶은 재미난 추억과 같은 선물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후배에게서 편안함과 배움을 선물 받는 행복이 제게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그녀도 저로 인해 행복한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1. Favicon of http://me2day.net/calcutta BlogIcon Mery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쥐구멍을 찾고 싶습니다..
    부족한 제게 언니는 늘 선물과 같은 분입니다.
    정말! 왜 인제 만났는지... 억울할 정도로 한눈에 반했거든요~
    언제나 가슴속의 정직함과 넉넉함으로 푸근하게 반겨주셔서 제게 이런 기막힌 행운이 올줄 몰랐습니다. 다음에도 담뿍~ 반가이 맞이해드리겠사오니~! 힘내세요.....

    2008.12.02 13:44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 중의 한 분은 ZDNet 컬럼니스트이다. 그 분은 컬럼을 통해 당신께서 오랜 시간 사회생활을 통해서 익히고 터득하셨던 것들을 후학들에게 전수해주시고자 하는 마음으로 구결 컬럼을 쓰고 계신다.

 

최근 그 분의 구결 컬럼 중 하이퍼 스페셜리스트, 스킬 관리의 구결 편에서는 미래 정보 사회의 신지식인인 하이퍼 스페셜 리스트가 되려면 전문지식, 보편지식, 정보력, 자립력을 길러야 한다는 조언을 담고 있다.

 

컬럼의 후반 부에 인생을 살아가면서 조언을 듣고 배울 멘토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분의 멘토셨던 전 안철수연구소 대표를 지내셨던 김철수 사장님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김철수 사장께서는 선배님께 너의 이름을 지우면 나의 인생을 설명할 수 없다며 하셨다고 한다. 이 간결한 말 속에는 멘토와 멘티, 더 나아가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관계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이 글의 강렬한 메시지는 내 머리와 가슴에 도장처럼 박혀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 또한 짧지 않은 사회생활을 했다고 자부하지만 내게는 진실로 존경할 수 있는 멘토가 있는가. 그리고 나를 믿고 따르는 멘티는 얼마나 존재하는가라는 물음 앞에는 자신이 없다.

 

강산이 두 번이 바뀌는 사회 생활을 통해 적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자부했던 나는 과연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의 멘토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를 따를 사람은 누구인가? 부끄럽게도 내가 가진 수 천장의 명함들 속에서 몇 사람들의 이름은 커녕, 그 이름 석자를 자신 있게 쓰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원망스럽다. 그리고 좀더 깊이 있는 관계를 쌓아가는 것에 매진해야 함을 깨닫는다.

 

인생을 절반 정도 살아온 나의 자화상이 앞으로 절반의 삶에서 후회스럽지 않을 순간을 위해 내가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알려주신 선배님께 감사 드린다.

  1. Favicon of https://janghp.tistory.com BlogIcon 지킬박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은 표현이네요. "너의 이름을 지워 버리면 내 인생을 설명할 수 없다."

    2008.03.14 13:39 신고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저는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저와 타인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를 위한 노력도 다짐해봅니다.^^

      2008.03.14 15:13 신고
  2. 자연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멘토가 있다는 것은 인생에 어떤 양념을 더할 수 있어 좋은 것이지요

    2008.03.20 22:27
  3.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그렇습니다. 멋진 멘토와 멘티는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관계들이라면 바람직한 관계들을 더 많이 만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2008.03.21 02:08
  4. Favicon of http://blog.daum.net/osaekri BlogIcon 한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어렵게 블로그를 찾았습니다.
    미리 좀 귀뜀을 해 주시지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종종 놀러 오겠습니다.

    2008.03.22 04:32
    •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찾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별로 눈에 띄는 글들이 없어서..
      그저 제 일상의 기록을 위한 장으로 사용되어

      다른 분들께는 큰 도움이 못되는지라..^^

      2008.03.22 12:30
  5. Favicon of http://kyrhee.tistory.com BlogIcon Ikaru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족들과 친구들 말고 내가 정신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멘토가 있다는 것은 마음의 지갑속에 백지수표를 한장 가지고 있는 것처럼 든든할 것입니다. 멘토 또한 자신을 따르는 멘티가 있음으로 눈 덮인 벌판을 걸어가더라도 결코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않을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길 것이구요. 하지만 멘티를 얻는 일 만큼이나 멘토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느끼고 삽니다.

    2008.03.30 08:48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람의 인연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신의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그렇듯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인연들에 우리가 스스로 먼저 다가가서 그들의 손을 잡게 되면 우리는 서로에게 멘토와 멘티로서 배경이 되는 선물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있는 그 무엇을 느끼는 그 순간에...

      2008.03.30 16: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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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파라다이스란 없다. 9번 버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이 소중한 꿈을 열망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나아갈 때,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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