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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4학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2.03 엄마 친구는 초등학교 4학년 (4)
  2. 2008.02.05 3년만 고생해

간혹 아들과 좋은 글이 있는 블로그를 방문하곤 합니다. 아들과 자주 가는 블로그 중의 하나가 '상우일기' 입니다. 올 해 초 우연히 '뉴욕에서 의사하기'라는 고수민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알게 된 초등학교 4학년생인 상우군의 일기 블로그입니다.

 

처음엔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니, 무슨 초등학생이 왜 이렇게 글을 잘 쓰지?

아마도 엄마나 아빠가 써주는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떤 사람이 주목 받고 싶어서 초등학생으로 가장한 것 같기도 해?

라며 별별 의문의 꼬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방문하면서 진실로 4학년생만이 표현할 수 있는 순수함과 가장되지 않은 살아있는 감성을 그대로 느낍니다.

 

결코 어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생생하고 재미난 다양한 표현들로 가득해 읽는 이들을 흐뭇하게 합니다. 자신이 달리기를 잘 못하는 것과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표현 속에서 자신을 부정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야무진 다짐과 책읽기도 좋지만 노래와 그림, 춤추는 것에 저절로 흥겨움을 느끼고, 햇살의 따스함과 찬란함을 온 몸으로 체험하는 글을 통해 어느 틈엔가 불혹의 40대는 사라지고 호기심 많은 10대만이 살아있는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렇다 보니 자주 상우일기를 찾게 되고 댓글을 달아주고, 또 댓글에 답글이 달리면 좋아라하는 저를 보며 아들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나 봅니다.

 

엄마, 상우 블로그에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니에요? 엄마는 어른인데 어른 블로그보다 상우블로그에 더 자주 가고, 다른 데서도 답글 달아주시는데 상우가 달아주면 왜 그렇게 좋아하세요?


, 상우일기 블로그에 가면 엄마가 기분이 참 좋아져. 그리고 상우는 엄마의 블로그 친구거든


? 아니 엄마. 상우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 어떻게 엄마랑 친구해요?


. 친구란 꼭 같은 나이만 하는 게 아니야. 서로 말을 놓고 친한 사람만이 친구가 아니라 서로 믿어주고, 걱정해주고 마음속에 기억될 수 있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단다.  엄마의 마음 속에는 상우가 기억되어 있고, 아마도 상우의 마음 속에도 엄마가 기억되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 물론 엄마가 어찌 보면 성철이보다 어린 상우에게는 엄마나 이모 같은 사람이겠지만 블로그를 통해 교류를 갖게 되니까 친구처럼 가까워진 거야. 성철이도 상우보다 형이지만 친구가 될 수 있고, 또 학원에 너를 데려다 주시는 운전기사 아저씨도 너와 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해주시고 너가 늦으면 걱정도 해주시고성철이도 아저씨  좋아하잖아. 성철이와 아저씨가 서로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다면 참 멋지고 행복한 일일 것 같아. 친구가 많으면 행복해지는 것처럼…”


저보다 어린 상우랑 친구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라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친구할 수 있다면 신날 거 같아요. 저도 좋은 친구를 많이 만들거에요!

 

아들에게 친구란 정의에 혼란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아들도 나름대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해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세상은 뜻하지 않는 곳에서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예기치 않은 수많은 사건들이 우리를 자주 당혹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간간이 주어지는 짤막한 기쁨들은 더불어 살아갈 때, 그리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아들은 머지 않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아들과 저에게 친구의 정의를 새롭게 키워주고 잔잔한 대화를 선물해준 나의 초등학교 4학년 친구, 상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1. Favicon of http://blog.daum.net/ligase BlogIcon Ri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친구를 두셨군요.
    두분의 우정^^이 영원하길 기원해 드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08.12.03 12:14
    • Favicon of https://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신기하고도 놀라운 경험입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시간을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게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08.12.03 20:58 신고
  2. Favicon of https://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랙백을 보고 깜짝 놀라 들어왔어요. 뭐라 감사에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오히려, 승객1님이 제 블로그에 찾아와주시고 좋은 댓글도 많이 달아주셔서, 희망과 용기를 항상 선물 받은 느낌이었거든요.^^
    이렇게 좋은 글을 써주시니, 제가 쓰고 있는 글과 마음가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저를 친구로 삼아주신만큼 더 참되고 좋은 글을 쓰는 상우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2008.12.03 20:32 신고

3학년 때까지는 엄마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믿고 대체로 나의 의견을 존중했던 아들이 4학년이 되면서 뭔가 달라졌다. 의견을 내놓는 수준을 벗어나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라는 단서를 달곤 했다.

 

그전까지 온순하고, 성실했던 아들에게서 을 느끼면서 아들과 난 조금씩 대화의 톤이 높아지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잦아지면서 감정을 함께 표출하기 보다는 뭔가 새로운 변화에 대해 아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4학년 중반의 어느 날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 요새 그렇게 엄마가 못 마땅하니? “

아니.. 그런 건 아닌 데…”

전에는 성철이가 참 착했는데 요새는 말도 안 듣고 소리도 치고 그러지?”

그건 말이지내가 사춘기라서 그래..”

 

사춘기라, 마냥 어린 아이인줄 알았던 아이의 입에서 사춘기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한동안 말을 잃었다. 사실 요새는 아이들의 발육상태가 좋아지고, 또한 전보다 얻어지는 정보의 양이 쏟아지면서 아이들의 사고 또한 내가 보내온 사춘기와는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그래도 난 아들의 사춘기는 중학생이 되어서야 이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어느새 그 시기에 이른 것이다. 4학년 초에 학부모 간담회에서도 선생님께서도 4학년 때부터 사춘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있고, 예민해지는 시기이니 부모들의 보살핌을 강조했던 기억이 새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사실 사춘기가 무슨 벼슬도 아니고, 마냥 엇나가는 것을 받아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야기 했다.

 

사춘기가 무슨 벼슬이라 생각해선 안돼. 그건 누구나 겪기 때문에 너만 특별한 것은 아니야

그래 엄마. 나도 알아

그런데 엄마는 걱정이구나, 성철이가 자주 공손하지 못한 태도로 어른들을 대하고, 엄마에게도 억지를 많이 부리는 것 같아, 언제까지 엄마가 참아야 할까?”

 

난 내심 아들이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고 고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할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한데 엄마.. 3년만 고생해, 사춘기는 3년 정도 걸린 데….”

 

하긴 사춘기의 시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니만큼 이성적인 판단이 어렵고, 자신의 의지조차 변하기 쉬운 시기이다. 그래서 아이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을 솔직하게 답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사춘기는 아이가 바람직하게 성숙할 수 있는 통로의 시기이며, 아들과 나의 관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시기이기도 하다.

 

아들의 "3년만 고생하라"는 말이 그저 흘리는 말이 아니라 나의 새로운 3년을 준비하라는 은근한 압박으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아이가 더 자라 군대를 갈 시기가 되면 또 다른 나를 준비해야 한다면 어쩌면 지금은 성실하게 연습해 볼 수 있는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좀더 가까이 아들의 눈높이로 다가가야 할 시기인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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